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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연애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8
마키 사쓰지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나이트 샤말란을 유명하게 만든 <식스센스>는 막판 반전이 돋보이는 영화여서,
마음에 안드는 이한테는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야!”라고 말해주는 게 유행이었다.
하지만 반전을 알고 모르건 간에 그 영화는 내가 본 영화 중 가장 무서웠던 영화로,
유령의 목소리가 녹음된 카세트의 볼륨을 높이는 장면은 어찌나 머리칼이 쭈뼛하든지, 오래오래 생각이 났다.
그러니까 반전을 안다고 영화나 책이 재미가 없다면
그건 그 작품에 반전 말고는 볼만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반전에 목숨을 걸며,
마키 사쓰지가 쓴 <완전연애>도 특별한 사건 없이 막판 반전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책이다.
하지만 반전까지 가는 길이 무지하게 지루한 과정이라,
중간에 책을 던져버리고픈 유혹을 열 번쯤 느꼈다.
게다가 겨우 다다른 그 반전이란 것도 시시하기 그지없어,
겨우 이거였냐,는 허탈함만이 내 몸을 휘감았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출생의 비밀을 워낙 많이 접한 탓일 수도 있다.
처음엔 그래도 흥미로운 구석이 있었다(스포일러가 약간 있습니다).
‘도모네’라는 이름의 여자 주인공이 미녀였던 것.
‘이제 뭔가 좀 되려나보다’는 기대를 한 건 당연지사,
하지만 책을 10분의 1쯤 읽었을 때 도모네가 그만 죽어 버리자
도대체 어디다 마음을 두고 읽어야 할지 방향을 잃어버렸다.
도모네의 딸인 ‘히라’가 미녀라기에 또 기대를 해봤는데
그녀 역시 별다른 로맨스 없이 가버린다.
여기까지 쓰고나니 나란 놈은 책을 읽을 때 미녀가 나오고 야한 장면도 적당히 있어야 ‘좋은 책이다!’라고 열광하는 놈 같은데,
스토리가 무미건조하니까 미녀를 찾게 되는 거지 내가 원래 그런 놈은 아니다.
나이든 화가와 그 남자 제자, 그리고 미술잡지 남자사장만 죽어라 나와서
별로 시덥잖은 얘기만 하고 있는데 재미가 있겠는가?
이건 뭐, 어디까지나 내 얘기일 뿐,
리뷰를 보면 “중독성이 있다”는 식의 호평이 훨씬 더 많으니
미녀가 안나와도 괜찮다는 분은 선택하셔도 좋을 것 같다.
취향이란 건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라,
<히어 애프터>를 보고 “해운대보다 CG가 후지다”며 별 반개를 준 분도 있고,
“역시 거장의 영화”라며 다섯 개의 별을 준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자기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임을 만들어 정보를 주고받는 게
실패를 안할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까 이렇게 정리를 해보는 거다 (이건 어디까지나 예시다).
A님: 해운대 (별 셋) 히어애프터 (별 넷) 글러브 (별 둘)
B님: 완전연애 (별 둘) 체포왕 (별 넷) 고백 (별 다섯)
C님: 해리포터 (별넷) 모비딕 (별하나) 127시간 (별 셋)
이런 식으로 정리된 데이터가 있다면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이렇게 만들 수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