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1당이 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총선이 사실상 노대통령의 재신임을 묻는 자리였으니, 그 경우 상당한 사퇴 압력을 받았을 거다. 국회의원에 낙선한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아 준 데 이어, 노무현은 국민들에게 두 번이나 빚을 진 셈이다.
모두들 지적했지만, 탄핵 가결 이후 반대여론이 80%에 달하고,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거의 전 지역에서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상황이 노무현에 대한 지지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니 잘할 기회를 줘보자는 것이 대다수의 여론이었다면, 대통령에 복귀한 노무현은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개혁과 민생에 매진해야 할 터였다.
하지만 대통령직에 복귀한 노무현은 왠지 좀 낯설고, 내가 믿고 지지했던 그 노무현이 아닌 듯하다. 난 그가 '김혁규 총리'를 왜 그토록 밀어붙이는지 이해할 길이 없다. 취임 초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며 대북송금 특검을 받아들이기도 했던 그가 한나라당이 결사 반대하는 김혁규를 굳이 총리로 임명하겠다는 속내는 뭘까? 대개가 딴지였던 그간의 반대와는 달리, 이번의 반대는 그래도 설득력이 있어, 열린우리당 의원들마저 동조하고 있는 판국이 아닌가?
경제 상황이 어려워 CEO형 총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 경제는 총리 하나 바뀐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침체된 내수가 경제 불황의 원인이라면, 분배를 통해 구매력을 높여 주는 정책을 펴는 게 올바른 해법일 듯 싶다. 그간 못했던 개혁정책을 하나하나 추진하면서 국민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게 필요한만큼, 개혁성을 띈 사람이 총리로 임명되는 게 옳지 않을까.
김혁규는 자신이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3위인 어려운 시기에 입당을 했으니 "한점 부끄러움 없이 떳떳하다"며, 자신은 배신자가 아니라고 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진짜 배신자는 노무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