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슷한 주제로 글을 한번 썼던 것 같은데...
---------------------
소위 '차사건'으로 자살한 보성초등학교 교장의 장례식장을 교육부 장관이 방문했다. 교장의 아들은 교육부장관에게 이런 말을 했다. "장관님은 이제 어디가서 차 달라고 하지 마십시오!" 물론 난 교장의 자살을 기간제 교사에게 돌리는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가 느끼는 분노는 이해할 수 있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사소한 일-그의 생각에는-로 잃었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속상하겠는가.
음모론을 신봉하는 내 친구의 말에 의하면, 두달쯤 전에 자살한 안상영 부산시장의 죽음은 청와대 탓이다. 청와대가 안상영을 끌어들이기 위해 회유를 하다, 불응하니까 표적수사를 해 구속되었고, 그 과정에서 모멸감을 느낀 안 시장이 죽음을 택했다는 것이다. 우연히 미디어오늘을 보니 안상영의 가족 인터뷰가 나와 있다. 안시장의 죽음에 누구보다도 슬퍼했을 가족들은 무슨 말을 했을까. 그들은 "여권의 공작" 운운한 한나라당의 성명에 대해 "소설을 쓰고 있다"며 불쾌해 했으며, 안시장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어제 그 친구를 만났기에 그 얘기를 했다. "가족들은 그렇지 않다던데?"
친구의 대답이다. "가족들이 공작이 있었는지 어떻게 아냐? 너같으면 다 말해주냐?" 하지만 그는 "너는 어떻게 알아?"라는 내 말에 아무런 근거도 대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추론을 해보면 알 수 있어!"라는 걸 '근거'라고 할 수는 없을 테니까.
여권의 회유가 정말 있었다면, 그래서 표적수사로 구속이 되었다면 안상영은 왜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유서에조차 왜 그런 말을 하나도 남기지 않았는지, 나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안시장의 뒤에는 뭔가 건수를 잡으려고 대기중인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있었으니, 한마디만 했다면 난리가 났을텐데 말이다. 정치인이 돈을 받은 혐의가 포착되면 개나 소나 "표적수사를 당했다"며 검찰 소환에 불응하는 판국이 아닌가.
내 친구는 한술 더뜬다. 예산을 유용한 혐의로 별 넷을 수사하는 것은 노무현 측근 중에 별 셋이 있어, 승진 기회를 잡기 위한 것이란다. 그의 말이다. "그 정도의 유용은 누구나 한다" 누구나 하는 걸 가지고 조사를 받으니 억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누구나 다 한다고 범죄가 아닌 것은 아니다. 그 관행이 나쁜 것이라면, 그리고 앞으로 없애야 할 것이라면 이제부터라도 바로잡아가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는가. 똑똑하고 아는 게 많은 내 친구가 왜 그렇게 매사를 '음모론'으로 해석하는 것인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마도 그건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에게 표를 던졌던 친구의 성향과 무관하지 않을 것같다.
음모론은 언로가 막혀 있을 때 기승을 부린다. 모든 언론이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했 군사독재 시절 온갖 풍문이 창궐했고, 그 대부분이 사실로 밝혀졌다. 하지만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언론은 어느새 제1의 권력이 되어 무소불위의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오랜 기간 성역이었던 대선자금의 실체가 파헤쳐지고, 대통령 측근이라 해도 검찰 수사를 피하기 힘든 현 시점에서 왜 아직도 음모론이 횡행하는 것일까? 친구가 어제 술을 먹다가 자버린 것도 자신의 입을 막기위해 청와대가 술에다 약을 탄 거라고 우기지 않을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