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5월 3일(월요일)
누구와?: 친구들과
마신 양: 최근 2년간 마신 것중 최고로 많이.
저번에 이런 글을 썼었다. '거머리'라는 친구가 있는데, 술마시자고 하기에 다른 약속 있다고 거절했다고. 그 친구가 어제 아침 또 전화를 했다. "오늘은 시간 되니?"
절묘한 놈...이번주 시간 있는 날이 어제밖에 없었는데... 내가 승낙하자 그는 다른 친구들을 소집했고, 넷이서 코가 비뚤어지게 술을 마셨다. 최근 대작에서 패배한 이래 내가 그간 마신 게 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긴 하지만, 어제 내가 마신 양은 그야말로 대단한 것이었다. 새벽 3시 20분에도 멀쩡하게 술을 마시고 있었으니, 난 아직 죽은 게 아니었다. 물론 십분쯤 뒤 정신을 잃었고, 택시기사 아저씨가 어머님한테 전화해-내 휴대폰에서 찾았다-집을 알아냈다지만 말이다.
요즘 계속 그랬지만, 어제 역시 난 무지하게 피곤했다. 기차에서 정신없이 잤고, 다리에 힘이 없어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려고 사우나까지 했지만, 피로는 가시지 않았다. h주를 한두잔 털어넣고 나서야 정신이 확 드는 걸 보니, 확실히 난 알콜 체질인가보다. 그 뒤부터 난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종횡무진했는데, 그 바람에 오늘 출근을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잠에서 깬 것이 오후 두시쯤이니, 그시간에 무슨 출근을 하겠는가.
평소 잘 안오던 전화도 유난히 많이 왔다. 출근 안한 날 전화를 받는 건 무서운 일이다. 특히나 학교 번호가 찍히면 더더욱 그렇다. "어디세요?" 그러는데 "집이요" 그러면 창피하잖아? 그래서 난 잽싸게 옥상에 올라가-주위가 시끄러우면 밖인 줄 알테니까-전화를 받았다. "아, 저 지금 모교에 있거든요" 이렇게 사기를 치는데, 비둘기를 발견한 벤지가 맹렬히 짖는다. 모교에 개가 있을 리가 없으니, 내 거짓말은 아마 탄로가 났을게다. 그가 전화한 까닭은 무슨무슨 기계가 들어왔으니 내가 봐야 한다는 건데, 그게 왜 하필 오늘 온 걸까. 어제도 있고, 모레도 있는데...
일회용 육개장으로 쓰린 속을 달래고 난 뒤, 계속 알라딘 서재에 틀어박혀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오늘 또 술약속이 있지만, 양심이 있지 도저히 갈 수가 없다. 오늘은...쉰다!
* 참고로 어제 제 친구 중 한명은 중간에 뻗어 잤고, 한명은 술집에서, 또한명은 집에 가는 택시에서 오버이트를 했답니다. 우주님한테 당한 패배를 친구들에게 갚은 셈이죠.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