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창 사이트에서 친구 하나가 추미애가 민주당에 남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국회의원 두번 되고 나면 눈에 보이는게 없어진다. 주변에서는 차세대 주자라고 다들 부추기고 자신이 정말로 뭔가 된듯한 망상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그에 대한 반론으로 쓴 건데, 너무 잘쓴 것 같아 여기다 옮깁니다(과대망상도...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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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는 열린우리당을 '선'으로, 민주당을 '악'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하기사, 나 역시 민주당의 박상천, 정균환, 한화갑 등등은 얼굴만 봐도 멀미가 난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예외가 있지만, 열린우리당의 인사들이 좀더 개혁적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정도가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분당은 '정의'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결코 옳은 일이 아니었다. 당내에서 개혁이 되겠느냐, 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았고, 나 또한 그런 시각에 일정부분 동의하지만, 자신의 지지층을 둘로 쪼갠 분당은 그 방법이 지극히 폭력적이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추미애나 정범구같이, 열린우리당에 간 누구보다도 더 괜찮은 사람들이 민주당에 남았다. 그 후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공조하고 탄핵을 발의하며 자멸의 길을 갔고, 열린우리당은 탄핵 역풍으로 1당이 되지만, 결과가 좋다고 과정의 폭력성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추미애가 민주당에 남자 이런 얘기가 나돌았다. 그녀의 선거구인 광진구에 호남 유권자의 비율이 높으니까 그런 거라고. 언제나 압도적 다수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던 추미애로서는 그런 말들이 기가 막혔으리라. 광주에서 행한 추미애의 3보1배가 지역주의를 부추기려는 몸부림이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침몰이 눈앞에 보이는데 무슨 짓을 못하겠는가. 그녀는 민주당을 살리려고 최선을 다했다. 다만 결과가 안좋았을 뿐. 광주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절을 한다해도, 민주당의 몰락은 막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추미애가 민주당에 남은 건 대권에 대한 욕심 때문이 아니었다. 라이벌 정동영이 그런 것처럼, 열린 우리당으로 가서 당선이 되었다면 아마 대권에 한발 더 가까이 있지 않았겠는가.
두 아이의 엄마로 매일같이 도시락을 싸면서도 추미애는 누구보다 의정 활동에 열심이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친인척을 보좌관으로 기용하면서 국민 세금을 빼돌리는 와중에, 그녀의 보좌관들은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죽어났다' 하지만 보좌관들은 추미애를 존경하고, 자신의 일에 긍지를 느낀다고 했다. 추미애는 늘 열심히 공부한다. 시간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그녀로서는 기자들과 술이나 퍼먹고 하는 국회의원들을 이해할 수 없다. 늘 기자들에게 뻗대는 그녀를 기자 하나가 뒷조사했다. 한번 기사로 조지려고. 놀랍게도, 아무리 털어봤자 먼지가 나지 않았단다. "여성이라서 잘나가는 게 아니다"라며 자신의 여성성을 부인하는 것만 빼면, 정말이지 멋진 국회의원이다.
난 추미애가 좋다. 이번에 국회의원 배지를 단 그 누구보다 추미애는 훌륭한 국회의원이다. 난 그녀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 왔다. 이번의 낙선이 너무나 안타까운 것은 그래서였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민주당에 남아 탄핵에 반대하지 못한 것, 그리고 찬성 투표를 한 것은 분명 뼈아픈 실책이다. 하지만 그런 것 때문에 괜찮은 정치인이 사라져 버리는 것은 우리나라로 봐서 커다란 손실이다. 가뜩이나 희망을 걸만한 정치인이 드문 우리나라 아닌가. 이번의 낙선이 그녀를 더더욱 성숙하게 만들기를, 그래서 다음, 혹은 다다음 대선 때 그녀의 이름이 투표지에 나오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