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4월 14일(수)
누구와?: 테니스 멤버들과
마신 양: 1차는 소주에 갈비살, 2차는 비싼 술....
부제: 운동의 허와 실
운동을 하려면 같이 해야 된다. 혼자서 한다고 우기다가는 며칠 못가서 그만두기 십상이니까. 운동 동호회가 많이 생기는 것은 여럿의 강제에 의해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기 위함이리라. 그렇게 좋은 취지와는 달리, 대부분의 운동 모임은 술이 끼어든다. 내가 아는 등산모임은 산에 갔다오면 꼭 술을 마신다. 그것도 장난이 아니게 마시는데, 산은 핑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산에 올라가서 얻는 건강과, 술로 인해 잃는 건강, 어느 게 더 많은 것일까.
골프를 치는 모 씨도 꼭 진탕 술을 마시고 집에 온다고 하고, 조기축구회에서 활동하는 모 인사도 수시로 만나 술을 먹는다. 물론 술을 마시면서 친목을 다지는 게 필요한 측면은 있다. 밋밋하게 축구만 하고 헤어진다면, 재미가 없잖아? 중요한 것은 균형일 터, 그런 의미에서 우리 테니스 모임은 아주 건전....하지 않은 모임이다. 테니스 도중 부상으로 은퇴한 선수가 많은 것도 그렇지만, 문제는 술이다.
물론 횟수는 그다지 많지 않다. 테니스는 매주 일요일마다 치는데 비해, 술은 기껏해야 한달에 한번 정도 마시니, 등산 모임보다야 훨씬 낫다. 문제는 그 내용이다. 이것들은 꼭 1차를 마치고 나면 2차를 음란한 곳으로 간다. 건전하게 맥주를 마시자는 내 주장은-맥주가 건전하긴 한가?-"우리끼리 더 할 얘기가 뭐가 있냐?"는 친구의 말에 의해 묵살되고, 2차는 대부분 단란한 곳으로 간다. 어제도 그랬다. 8시 반, 무지하게 이른 시각에 요즘 테니스를 치는 4명과, 부상으로 은퇴한 2명, 모두 6명이 우르르 단란한 곳에 몰려가 2시간을 놀았다. 집에 오니까 밤 11시, 그때부터 맞고를 20판쯤 치다 잤는데, 분담금을 낼 생각을 하니 돈이 좀 아깝다.
30대는 그런 나이인가보다. 20대라면 우리끼리 조국통일과 세계평화를 이야기하느라 밤새는 줄 모르지만, 30대에 접어들면 남자들끼리는 더 이상 할 얘기가 없게 되버린다. 불황, 불황 하지만 단란한 곳은 언제나 미어터지고.... 가끔 무섭긴 하다. 어느날 갑자기 단속이 들이닥쳐 우리를 잡아가고, 카메라는 소파 뒤에 이쁘게 숨은 내 얼굴을 비춘다. "이 중에는 놀랍게도 대학교수도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과연 뭘 가르칠지 궁금합니다. 이상 카메라출동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추태교수 물러나라'고 항의를 하고, 교수들은-자기도 간 경험이 많으면서-짐짓 놀라는 척한다. "아니 서교수가 그런 데를 간단 말이야? 너무하네!"라며. 학장이 날 부른다. "음...서교수가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판정이 나왔네. 내가 징계 정도로 막아보려 했는데, 잘 안됐어. 미안하네. 내가 사식 넣어줌세"
이런 일이 닥치기 전에, 회개를 하고 바르게 살아야 할지어다.
* 물론 어제의 술자리가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벽돌집>만 고기집인 줄 알았던 저에게, <기찻길옆...>이란 이름을 가진 고기집은 그야말로 혁명이었습니다. 맛도 훨씬 좋았고, 값도 쌌습니다. 무엇보다 물이 좋았으며, 물은 셀프였습니다! 그 집을 알자마자 전 17일의 서재모임 장소를 잽싸게 바꿨습니다. 위치는 홍대 정문에서 신촌으로 가는 길목에 산울림소극장이 있는데, 그 맞은편 건널목을 건너면 먹자골목이 나오고, 거기서 가장 큰 간판을 가진 곳입니다. 6시부터 거기 있을테니, 잘 모르면 전화 하세요. 017-760-5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