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한나라당이 1당된다
선거 판세가 급격히 바뀐 모양이다. 탄핵 역풍으로 소속당을 숨겨야 했던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될 확률이 높다고 하니 말이다. 사실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난 이런 결과를 오래 전부터 예측해 왔으니까.
한나라당의 지지도 상승은 그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박근혜가 대표가 된 뒤 보인 변신이 유권자의 호감을 얻은 탓이 결코 아니다. "우리가 남이가"로 대표되는 지역주의와 수십년간 한나라당만 찍어온 관성, 이게 더 정확한 분석이 아닐까? 한나라당의 우세가 예상되는 지역이 대부분 영남 지역이라는 점을 상기해보자. 마찬가지로 열린우리당의 지지도 하락은 '노(인)풍'으로 일컬어지는 정동영 대표의 실언, 그리고 개혁적이지 못한 후보의 공천 탓이 절대 아니다. 그런 게 없었다해도 탄핵 직후의 지지도가 유지되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내가 "아무리 그래도 한나라당이 1당이 될거야"라고 말할 때마다, 주위 사람들은 손을 내저었다. "이번엔 그렇지 않아!"라면서. 하지만 내가 그렇게 주장했던 이유는 우리 국민들을 믿기 때문이었다. 우리 국민들의 역사에 대한 망각을, 기억의 빈혈을. 탄핵이 일어난 3월 12일은 총선일과 한달 이상의 차이가 나고, 그때의 기억을 지금까지 간직하라는 것은 우리 국민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였다. 나만 그렇게 믿은 게 아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확실한 지지기반을 가진 두 지역당 역시 우리 국민들의 냄비근성을 신뢰했다. 당장은 역풍을 맞을지라도, "우리가 남이가" 한마디로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 테니까. 민주당은 모르겠지만, 한나라당은 68석이나 되는 영남 지역 대부분을 석권할 태세고, 그 여세를 몰아 제1당의 영광도 그쪽에 돌아갈 것같다.
옛날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건 97년 11월 21일, 한달 후 치뤄진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경제를 망친 한나라당에게 거의 당선권에 육박하는 표를 던져줬다. 이인제가 당을 깨고 나가지 않았던들, 40년만의 정권교체는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대선에서는 실패했지만, 3년 후 치뤄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영남권 전체를 싹쓸이해 제1당이 된다. 경제를 망친 당, 부패에 찌들은 당이 선거에서 심판을 받지 못하는 나라, 그러니 정당들이 구태여 자기들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정치개혁에 나설 리가 없다. 국민들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비판하지만, 정작 우리 정치를 후진적으로 만드는 건 기억의 빈혈에 빠진 우리들이다. 그러니 일부 언론과 학자들이 내뱉는 "국민은 위대하다"라는 말에 너무 현혹되지 말지어다.
2. 나는 누구를 찍어야 하나?
이번에 난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투표를 할거다(정당은 민노당). 하지만 민주화투쟁으로 옥고를 치뤘다는 것 말고는 그 후보에 대해 아는 게 없어 기쁘게 찍을 수는 없을 것같다. 조기숙 교수는 "국민들은 정당을 보고 투표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런 식이라면 막대기만 꽂아놔도 당선이 되었던 특정지역 선거와 뭐가 다를까? 난 그래서 김근태의 지역구에 사는 내 친구가 부럽다. 유시민이 나오는 덕양갑 사람들도 부럽긴 마찬가지다. 우리 동네의 현재 국회의원은 한나라당의 박주천,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아 구속수감된 그는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했는데, 그는 무소속으로 나오는, 후안무치의 극치를 보여준다. '옥중출마'란다. 독재시절 민주화투쟁으로 구속된 사람이 그렇게 당선된 적도 있지만, 비리로 구속된 사람이 그런 걸 내세우니 우습기 짝이 없다. 그를 두 번이나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준 우리 동네 사람들, 모두 반성합시다. 다음 선거 때는 김근태 의원의 지역구로 이사를 가버릴까....
우리 할머니의 연세는 무려.................1917년생이니까...... 88세다. 총명하셨던 할머니는 지금 기억이 많이 가물가물해지셨는데, 엊그제 성당 부활절 미사에 갔다가 선거운동을 하던 김민석을 만났다(우리 할머니는 영등포 을이다). 난 몰랐는데, 철새의 표상인 김민석은 언제 또 국민통합21을 탈당했는지 민주당 공천을 받은 상태였다. 그가 할머니 손을 잡고 한표를 호소하자 우리 할머니는 이러셨단다. "그럼요. 안그래도 찍으려고 했소"
나중에 어머니가 "할머니 열린우리당 찍으라니깐요"라고 하시자 이렇게 대답하신다. "김민석이가 열린우리당 아니냐? 머리가 나빠서 큰일이네"
아무래도 선거날 아침에 전화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3번입니다, 3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