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날, 신나게 거짓말을 하고 다녀도 모자랄텐데, 대전에 끌려가야 하는 내 심정은 울적하기만 했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할 수는 없는 노릇, 대전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이런 메시지를 대량으로 발송했다.
"저 민주당서 공천 받았어요. 고민했는데 나가기로 했어요. 자세한 건 나중에 말씀드릴께요"
민주당을 택한 것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인재가 제법 많아, 나같은 사람에게 차례가 올 리가 없고, 자민련은 거짓말 티가 너무 나기 때문이었다.

1) 누나
메시지를 보낸지 이분도 안되어, 누나가 전화를 했다.
누나: 너, 돈있어?
나: 당에서 다 내주기로 했어.
누나: 엄만 뭐라셔?
나: 안된다는 걸 겨우 설득했지.
누나: 건강도 해치고, 그런 걸 왜해?
나: 선거운동 안할거야. 난 그저 이름만 빌려주는 거지. 후보를 못내면 창피하다나? 혹시 알아? 될지^^
누나: 되면 경사지...
아무래도 모를 것 같아서 달력을 보라고 하자, 그제서야 웃었다.

2) 심복
설대에 있는 내 심복도 뒤질세라 전화를 걸어왔다. 참고로 여자다.
심복: 어쩌다 그러셨어요? 그리고 왜 하필 민주당?
나: 오라는 데가 거기밖에 없어서...
심복: 선생님들이 알면 어떡해요? 난리날텐데..
나: 모르겠죠. 선거운동 안하고 조용히 있을 겁니다.
심복: 그래도 모를 수가 있을까... 책이 잘팔려서 공천된 거예요?
나: 그건 아닌거 같고, 이번에 교수가 뜨잖아요. 혹시 알아요? 될지.
심복: xx가 그러는데 마포가 한나라당 텃밭이래요.
나: 제가 마포서 술마신 게 얼만데요?
역시 모를 것 같아 자백을 했다.
나: 오늘이 만우절인 거 몰라요?
심복: 어머, 그럼 거짓말이에요?
나: 그럼요^^
심복: 아니지? 진짜 나가지?
나: 내가 거길 왜나가? 거짓말이라니까요.
심복: 정말?
나: 네...
심복: 휴...다행이다. 난 이양반이 드디어 공부를 포기했구나 싶어서 얼마나 심란했는데...

3) 내가 아는 누나
이런 답변을 보냈다. "축하해야 되는거냐. 정치하는 사람 싫던데"
안되겠어서 전화를 걸었다.
누나: 축하한다, 민아.
나: 저, 오늘 만우절인데..
누나: 뭐야? 허----- 갑자기 기분이 나빠지려고 해.
나:^^
누나; 너 담주에 만나면 죽었어!!

4) 출판사 사람
내책을 만들어준, 긴머리를 가진 여자분.
"빅뉴스네요. 이제 무지 바쁘시겠어요"
만우절이라고 답신을 보내자,"어~ 너무해요, 이런... 당했군요"

5) 나랑 노는 여자들 중 가장 이쁜 Kah양
내 메시지를 보고 총선 사이트에 들어가 내이름을 확인했단다. 그리곤..
'이상하다... 왜 없지? 아직 업데이트가 안되었나?'
직장동료로부터 "오늘 나 그만둬"라는 말을 듣기 전까지, 그녀는 내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6) 내 남자친구들의 답신
친구1, "난 성동갑에서 우리당으로 출마한다. 당선되면 한턱 쏠게"
친구2, "너도? 우리 국회에서 보자"
친구3, "그래 밀어줄게. 만우절 공천!"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해 보면 남자는 안믿고 여자는 다 믿었다. 그러니까 여자들은 날 더 신뢰하고 있었다는 뜻? 하지만 예외는 있다.

7) 나랑 전공이 같은 남자친구
그: 아니 너 왜 그랬어?
나: 그냥 그렇게 됐어. 선생님들한텐 말하지 마.
그: 신문보면 알게 될텐데 뭘. 어쩌려고 그래?
나: 아마 모르실 거야. 만우절이니까...
그: .................너 나이가 몇인데 이런 장난을...

8) 딴지일보의 도대체 기자, 참고로 미녀다
이런 답변을 보내왔다.
"전 공화당으로 나가는데 지역이 겹치지 않길 바랍니다. 힘내서 꼭 당선되세요"

이거 말고는 허리 아프다고 자꾸 워크숍 중 땡땡이를 치시는 선생님 한분께, "출석불렀어요!"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 선생님의 당황하는 표정이란... 만우절이라고 하니, 즐거워하셨다. 50이 넘으셔도 출석에 민감한 것, 그리고 그토록 해맑은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게 불가사의했음. 나도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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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4-04-02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전에서 달로 가는 우주선이 있나요? 다음번엔 꼭 같이 가죠^^

다연엉가 2004-04-02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태우스님 항상 웃습니다. 만우절날 그 남들이 하는 거짓말 한번 못고...
남편왈 "내 애인 생겼다" 만우절인 줄도 모르고 "젊고 쌈빡하제? 집에 한번 데리고 와봐라"
"진짜라니까" "누가 뭐라해요. 축하한다고?" "야 오늘 만우절이다" "엄마나 그럼 거짓말이가?"
이 여자가 정말? 끊어!

비로그인 2004-04-03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래도 의외(?)로 어느정도의 인지도가 있나 봅니다. 믿는 사람이 있는 걸 보니...

비로그인 2004-04-03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만우절에 마태우스님 거짓말에 못당한게 왠지 서운한데요~ ^^

마냐 2004-04-05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앤티크님처럼 서운하긴 한데...그래두...후기라도 볼 수 있어 넘 재밌어요...ㅋㅋ

마태우스 2004-07-06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이 책은 글 자체로 보았을 땐 문학적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연구 성과가 담긴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별 다섯 개를 주는 건, 인간이 고귀한 가치를 위해 희생하고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결코 별점으로 평가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줄 수 밖에 없는 건 별을 주지 않으면 리뷰에 올라갈 수 없기 때문일 뿐이다.



2. 역시 스텔라님 리뷰에 나오는 거죠. 답은 3


3. 서른 일곱이란 늦은 나이에 그것도 2살 연하의 남성과 결혼을 했다.
4. 스타리스카이님/여백의 미를 지나치게 살린 편집과 그에 비해 비싼 가격 때문에 별 하나 감함.

5. 4) 멍든사과님의 리뷰에서 퍼옴
6. 아영엄마님의 리뷰, 자루 속의 뼈, 스티븐 킹
댄 브라운은 다빈치 코드, 마츠모토 세이죠는 물만두님 이미지에 나오는 모래그릇을 씀.
7. 호밀밭님이 쓰신 권지예 저, <폭소>의 리뷰에서 인용했습니다.
8. 지금은 21세기입니다. 도대체 언제까지나 아들, 딸 타령을 해야 하나요? 더군다나 그 방법도 너무나 비과학적입니다. 합방하는 날짜가 어떻고 방향이 어떻고, 남자나 여자가 먹어야 하는 음식이 어떻고... 자신의 비과학성을 숨기기위해 중국의 역사를 갖다붙이는 수법이 너무나 치졸합니다.
9. 책울타리님의 서재에서 퍼왔어요. 답은 4)
10. 2) 자주 읽고싶지 않다고 했어요
11. 3) 복돌이님 글, 빨간 나무는 희망의 상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는 소녀가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 곧 생의 기다림에 주목하고 싶다.
12. 가을산님이죠
13. 5) http://www.aladdin.co.kr/foryou/mypaper/486160
14. 마냐님 리뷰에 나오죠 세상에, '아!만리성'이야말로, 김용선생의 작품의 최고봉이라고 확신해요 일단, 주인공 영호충...어디서 많이 들었다 싶은 분은 '동방불패'를 기억하시라. 바로 이 책을 토대로 만든 영화가 '소오강호'와 '동방불패'다. 홍콩 무협영화 르네상스를 열었던 그 영화들이다.
15. <제 8요일>리뷰에서....나는 프랑스 영화 배우들 중 최근 가장 좋아하는 남자 배우는 '다니엘 오떼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