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다. 봄을 예찬한 사람들은 무수히 많지만, 그에 대한 비판은 거의 없었다. 난 이 자리를 빌어 최대한 객관적으로 봄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1. 기간
봄이다. 가을과 더불어 책읽기 좋은 계절인 봄,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의 봄은 점점 없어져 가고 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는가 싶으면, 어느새 30도를 웃도는 날씨로 변해 버리니까. 더위를 유난히 타는-살이 쪄서 그런거지만-나는 오늘도 너무 더워서 힘이 들었는데, 다가오는 여름을 어떻게 보낼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오늘도 기온만 본다면 잠바 같은 건 걸치지 않아도 되지만, 잠바 없이 와이셔츠만 입으면 사람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난 입지도 않을 잠바를 팔에 걸치고 출근을 하고, 수업에 들어갈 때도 그렇게 들어갔다. 거추장스러워 죽겠다... 벌써부터 반팔을 입은 용감한 사람이 눈에 띈다. 어제 어떤 여인네는 아예 소매없는 옷을 입고 거리로 나섰더만. 기온이 높아서인지 벚꽃이 피는 날짜가 점점 당겨지는 느낌인데, 이런 추세로 나가다간 10년쯤 후엔 아예 봄이 실종되지 않을까?
2. 옷
봄이 오니 길거리를 걷기가 힘들다. 여인네들이 짧은 치마 아래로 늘씬한 다리를 뽐내며 다니기 때문. 이 여자를 보려면 저 여자가 눈에 띄고, 저 여자를 보고 있자니 그 여자가 등장한다. 옛날처럼 서울 거리에 뚜껑없는 맨홀이 여기저기 있다면, 많은 사람이 맨홀에 빠질 듯. 난 그다지 뻔뻔하지가 못한지라 안보는 척하면서 눈을 돌려 보려니, 집에 들어오면 눈이 몹시 피곤하다 (지하철에서는 유리에 비추어 보기도...^^). 요즘 애들은 어쩜 그렇게 다리가 길고 이쁜지 모르겠다. 혹자는 우리가 서구식으로 먹어서 그렇다는데, 육식이 다리가 길어지는 지름길이라면, 고기만 무진장 먹어온 나는 왜 이렇게 다리가 짧은 걸까? 다리 길이가 유전자에 각인된 것이라는 주장은, 엄마, 아빠가 모두 키가 작은데도 늘씬한 여인이 나오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원인이야 어찌되었건, 그녀들의 존재는 두고두고 감사할 일이다.
3. 몸
봄은 헬스의 계절이다. 바캉스에서 멋진 몸을 과시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부지런히 헬스를 다녀야 하니, 헬스장은 3월부터 대목을 맞는다. 그러고보니 수영이라는 걸 해본 적이 꽤 오래된 것 같다. '몸 만들어서 가겠다'는 생각이 나로 하여금 수영장에 가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 배를 집어넣겠다는 허황된 생각을 버리던지, 아니면 몸을 진짜로 만들던지, 올해 여름엔 수영장에 한번은 가봐야겠다.
4. 나른함
봄은 사람을 졸리게 한다. 나도 기차에서 졸다가 제때 못내릴 뻔한 적이 여러 번이다. 오늘도 손에 들고있던 책을 떨어뜨리는 통에 놀래서 깼더니 영등포역, 서둘러 내릴 수 있어 다행이다. 봄엔 왜 졸리는 걸까? 네이버를 찾아봤더니 "춘곤증 때문"이란다. 뭐야 그게? 내 생각을 말하자면, 땅에서 올라오는 아지랑이가 사람을 졸리게 하지 않을까? 아니면 따스한 봄 햇살 속에 수면효과를 나타내는 성분이? 혹시 아는가? 봄은 졸린다는 편견이 사람을 졸리게 만드는지도. 어찌되었건 빨리 이 비몽사몽의 상태가 지나갔으면 좋겠다.
봄이다. 내가 봄을 불렀더니 봄이 어느새 다가와 벚꽃이 되었다. 한번...따라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