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날더러 노빠라고 부른다. 노사모였고, 노무현에게 표를 던졌고, 노무현의 당선에 침까지 흘리며 좋아했으니 노빠가 맞을 것이다. 난 이렇게 생각한다. "창빠면 쪽팔리지만, 노빠는 자랑스러운 거 아냐?"
그의 당선 이후, 난 그를 잊었다. 온갖 난관을 뚫고 대통령이 되었으니 지가 알아서 잘 하겠지 하면서. 내가 노무현을 주목할 때는 이라크 파병이나 FTA처럼 잘못된 결정을 내릴 때 뿐이었다. 일상 생활에서 내게 중요한 건 노무현이 아니라 친구가 빌려간 돈을 왜 안갚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나보다 더한 노빠들이 많다. 그들은 나만 만나면 끊임없이 노무현을 화두로 올린다. "니가 뽑은 노무현이 경제를 망치고 있다"느니 "노무현이 이런 말을 했는데, 대통령으로서 적절하다고 생각을 하느냐" 정치에는 정답이 없는 법이니 성향이 다른 것을 알면 정치 얘기는 안하는 게 예의지만, 노빠들에겐 그런 게 전혀 없다. 그저 노무현을 화두로 삼아 나와 한판 붙어보려는 야욕을 드러낼 뿐. 대부분의 경우 난 적당히 대답해주곤 했고, 너무 무식한 소리를 할 때는 싸운 적도 있다.
하지만 탄핵안이 가결된 후 노빠들은 더더욱 기승을 부린다. "노무현이 탄핵을 유도했다" "충분히 그럴만한 인간이다"라는 말은 그 하이라이트. 그러니까 그들에겐 이 세상의 모든 일은 다 노무현이 자행하는 음모고, 노무현은 그 모든 걸 할 수 있는 대단한 사람이 된다. 그런 그들이야말로 나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노빠가 아니겠는가?
조선일보를 보라. "이순간 가장 중요한 몫을 맡아야 할 사람은 노 대통령이다"라는 헛소리를 한다. 탄핵으로 권한이 정지된 대통령이 뭘 하라는 걸까? 강준만의 말마따나, 신종 노빠들은 지구도 노무현을 중심으로 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가 할 일은 이 노빠들을 잘 구슬러서 생업에 종사하도록 만드는 것이리라. 세상에는 노무현 말고도 중요한 게 아주아주 많다는 것을 설득시켜야 한다.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그들과 공존해야 하는 이상, 그렇게 되도록 노력은 해야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