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의 인터뷰어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책을 좀 읽는 사람이면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이 “지승호”라고 대답을 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승호는 우리나라에서 척박한 분야였던 ‘인터뷰’를
전문 영역으로 승화시킨 사람이다.
여러 권의 인터뷰집을 통해 그는 진보와 자유주의자들의 목소리를
우리에게 들려줬다.



그의 인터뷰를 읽을 때면 인터뷰를 위한 사전 준비가 얼마나 철저했는지에 감탄하게 되는데,
그가 ‘전문 인터뷰어’로 명성을 드날릴 수 있게 된 비결은 거기에 있었을 거다.
예컨대 영화감독들의 이야기를 담은 <감독, 열정을 말하다>를 위해
지승호는 해당 감독의 영화를 수도 없이 봤다고 한다.
그러니 그가 인터뷰이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밖에.
하지만 대중들은 인터뷰가 전문 영역임을 인정하는 데 인색했고,
“왜 너는 진보나 자유주의 성향의 사람들만 인터뷰하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나 역시 그런 바보같은 질문을 한 적도 있는데,
지승호의 이념적 지표가 진보 혹은 자유주의에 속하고,
그리고 인터뷰라는 게 상호 공감에 기초해 이루어진다는 걸 고려한다면
박근혜 등 보수쪽 사람들을 인터뷰하라는 주문은
사실상 지승호에게 그 사람들과 싸워달라는 얘기였을 거다.
아무튼 우수한 저작들을 많이 냄으로써 그의 이름이 서서히 알려지긴 했지만
그의 책 중 베스트셀러까지 된 건 거의 없었던 것 같고,
책 판매가 왕성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건 본인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의 책을 읽다가 “이거 되겠다!” 싶었던 책이
신해철을 인터뷰한 <쾌변독설>이었을 거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실린 기존 책들과 달리
그 책은 오직 신해철의 이야기만 담고 있어서
오히려 더 흥미로웠던 것 같다.
그 이후 공지영을 다룬 <괜찮다, 다 괜찮다>의 책날개에는
정확한 숫자는 기억이 안나지만 내가 꿈에서나 그리던 ‘몇십쇄’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걸 봤을 때 가슴이 뭉클했던 게,
한 우물만 열심히 판 사람이 단물을 길어올리는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져서였다.



그 후 지승호는 장하준, 김규항, 박원순, 우석훈, 신성일 등을 인터뷰한 책을 냈고,
알마라는 출판사와 손잡고 여러 권의 인터뷰집을 낼 예정이란다.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을 보기 힘든 시대고,
더구나 남들이 안가는 길을 묵묵히 가는 사람은 더더욱 보기 힘든 이때,
지승호의 성공은 내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수줍어하는 성격으로 미루어 볼 때 본인은 ‘성공’이란 말을 쓰는 걸 그리 좋아하진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