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화제가 되었던 <88만원 세대>를 이제야 읽었다.

사놓고 오래도록 안읽었던 이유는 각종 매체에서 그 책에 대해 하도 떠들어대는지라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대는 삼성전자나 한국전력 같은 데 취직을 못하고 비정규직으로 남아 88만원을 받아야 한다”는 게 그 책의 요지 아니던가?

한 가지가 더 있다면, 책 표지에 있던 격문도 내게 거부감을 줬다.

“20대여,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

아니 지금이 어느 땐데 짱돌을 들라는 걸까?

20대가 그렇게 한다면, 20년 전의 시민들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사람들이 20대를 응원이라도 한데?


하지만 이런 것들은 다 내가 잘못 생각한 거였고,

<88만원 세대>는 충분히 읽을 만한 책이었다.

경쟁이란 바로 옆에 있는 내 동료와 하는 것이라고만 알고 있던 내게

‘세대 간 경쟁’이란 개념은 새로운 지평을 열어 준 느낌이다.

게다가 저자가 말한 “짱돌을 들라”는 구호는 실제의 짱돌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20대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대신

20대가 사장인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도 커다란 저항이 될 수 있다는 거다.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장황하고 지루한 면은 있었지만,

내게 깨달음을 줬다는 점에서 고마운 책이라 할만하다.

이 책의 미덕은 문제점만 나열한 게 아니라

그에 대한 해법들도 충분히 제시를 하고 있다는 건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읽혀서 20대, 나아가서는 10대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들이 마련되면 좋겠다.


끝으로 이 책을 읽기 싫었던 이유를 한가지만 더 말해본다.

이 책이 나오고 난 뒤 많은 기성세대들이 20대를 질타했다.

“너희는 왜 저항하지 않니?”

“그때랑은 시대가 다르잖아요”라고 대답하면 이런 조롱이 돌아왔다.

“그래서 너희들은 88만원을 받아야 하는 거야.”

즉 사람들은 이 책을 빌미로 20대를 욕하기 바빴고,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자기 세대들의 우월감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이 책을 사용했다.

20대도 아닌 난 그런 얘기들을 들을 때마다 강렬한 저항감을 느꼈는데,

그것도 이 책을 오래도록 처박아 놨던 이유였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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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9-09-28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저도 딱 그런 이유에서 저 책 안 읽었는데...
너무너무 공감합니다. 추천 꾹.

풀먹는사자 2009-09-28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구, 유기농 생협에 가입했지요 ㅎㅎ

결혼이 늦어지는 이유, 20대 여자들의 외모 올인 전략 같은 얘기가 재미있더군요.
"88만원 세대" 재밌다고 대학생들에게 추천해줘도
'저런거 읽다보면 비정규직 밖에 안되요. 사람은 긍정적으로 살아야해요',
'전 비정규직 안될거니까 읽을 필요가 없겠네요'
이런 답변이 돌아오면
'난 비정규직 안될거야'라며 비정규직 법 때문에 운동하는 애들 무시하던 저의 대학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구요.....
생각난김에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참고로 우석훈 최고의 책은 "조직의 재발견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 인거 같습니다

마냐 2009-09-29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그런 이유로 20대를 욕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이군요.그분들은. 내참.
전 한동안 열렬한 우석훈님 팬이었고...한때의 사랑이 살짝 식긴 했으나 여전히 좋아합니다. 그분 저작들. 마태님 오랜만이어요~ ^^

soyo12 2009-09-29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목이 너무 무서워서 아직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태우스 2009-10-02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요님/그러시군요. 읽으면 암담해진다는...
마냐님/글게요 정말 오랜만이네요. 우석훈 씨가 이 전에도 이미 유명한 분이셨군요. 하여간 제가 가는 사이트에서 어찌나 20대에 대한 비아냥이 심하던지, 재수가 없더군요.
풀먹는사자님/책에 보면 대안도 제시하고 있구, 읽어보면 좋을 것 같은데 안읽는단 말이죠. 저같은 40대가 읽구^^ 조직의 재발견 읽어보겠습니다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딸기님/오랜만이네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엔 추천에 목이 말라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