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괜찮다, 다 괜찮다 - 공지영이 당신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
공지영.지승호 지음 / 알마 / 2008년 8월
평점 :
꽤 오랫동안 “소설가는 소설로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내가 ‘저자와의 대화’ 같은 모임에 잘 가지 않는 것도 가봤자 무슨 별 얘기가 있겠느냐는 지레짐작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공지영에 대한 인터뷰로만 책 한권을 만든 <괜찮다, 다 괜찮다>를 읽으면서 소설가도 때로는 말을 할 필요가 있다는 걸 느낀다. 이 책이 아니었던들 난 공지영에 대해, 그리고 그가 겪었던 일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작가로 사는 동안 공지영은 숱한 비난에 시달렸다. 예컨대 공지영의 책 세권이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된 1994년, 사람들은 그에게 이런 비난을 했단다. “얼굴로 책을 판다, 운동과 페미니즘을 팔아서 책을 판다, 대중에게 영합해서 책을 판다.” 유치한 비난이다. 책을 사준다고 작가가 만나 주는 것도 아닌데, 책날개에 있는 저자 사진 때문에 책을 사는 사람이 나 빼고 얼마나 될까? 운동과 페미니즘이 비매품이란 소리는 처음 들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하고 등을 져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보기에 그네들은 별로 솔직하지 못했다. 그냥 공지영이 싫다고 할 것이지, 왜 엉뚱한 걸 가지고 비난을 할까?
우석훈이 잘 지적했듯이 한국의 40대 남자들 중에는 공지영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남자뿐 아니라 여자들도 마찬가지인데, 문학계에서 말발 좀 있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공지영을 싫어하는 이유는 별 게 없다. 공지영이 여자고, 예쁘고,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것. 이게 이유다. 좀 끔찍한 소리지만 공지영이 나처럼 생겼다고 가정해 보시라. 아마도 평론가들은 그에게 “신의 작가” 어쩌고 했을 거다. 그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었다면, 그래서 지지리 궁상인 삶을 살았다면 평론가들은 미모도 되고 술도 잘 마시는 그를 좋아했을 거다. 그가 세 번의 이혼을 한 건 여자들이 그를 싫어하는 이유가 된다. 예컨대 이런 것.
“공지영 자기가 뭔데 세 번이나 결혼을 해? 하여간 있는 것들이 더하다니까. 그러니 내 차례가 안오지.”
조선일보 기자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대해 열심히 인터뷰를 하고 나서 다음과 같은 제목을 뽑았으니 말이다.
“세 번 이혼하고 성 다른 애 셋 키워요.”
그 기자가 이런 뜬금없는 제목을 단 건 이런 심리다.
‘그러게 나랑 결혼하지 그랬어? 내가 행복하게 해줄텐데 왜, 왜?’
이랬어봐라. 평론가들이 왜 욕을 하겠는가?
남들이 싫어하거나 말거나 공지영은 여전히 잘 나가고 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이어 <도가니>까지 히트시키며 사회파 소설가로 거듭나기도 했는데,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본다는 속담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늘 좋은 소설로 날 기쁘게 해준 공지영에게, 그리고 최고의 인터뷰어 지승호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