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에서도 말했지만 난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슬퍼한다.
대통령직에 있을 땐 실망도 많이 했지만,
퇴임 후 시골에 내려가 사는 모습을 보면서 '그답다'는 생각을 했고,
언젠가 나도 그곳에 가서 그분과 악수라도 할 수 있기를 바랐다.
게다가 그는 내가 열렬히 좋아했던 유일한 정치인이었다 (유시민에 대해서는, 난 글쟁이로서의 그를 더 좋아한다.)
하지만 작금의 분위기는 좀 불편하다.
지지율 10%대의 인기없는 대통령이었던 그에게 쏟아지는 찬사들이란!
내가 다니던 사이트마다 추모의 물결이 넘쳐나, 다른 주제로 글을 쓰는 게 어려울 지경이다.
모 스포츠 사이트에서 어느 분이 농구에 대한 글을 올렸을 때 이런 댓글이 달렸다.
"지금 분위기에 이런 글을 올리다니, 자삭하시죠."
도루를 자제하겠다는 이종범이 찬사의 대상이 되고,
대통령의 서거와 500 도루가 무슨 관계가 있냐고 물으면 "생각없는 놈"이 되버린다.
그래서 그 사이트는 지금 노무현에 대한 애도 이외에는 다른 글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 사이트가 엄연히 스포츠 사이트임에도.
누가 보면, 간디 쯤 되는 분이 돌아가신 줄 알겠다.
진보나 보수 할 것 없이 거침없는 욕을 해댔던 대상이
그것도 개인 비리로 검찰조사를 받다 목숨을 내던진 분이
단지 죽었다는 이유로 이렇듯 찬사를 받다니, 한국 사회는 역시 죽음에 관대하다.
이쯤되면 연희동에 계신 그분도 한번쯤 자살을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그가 자살한다면 이런 말이 나올지도 모르니 말이다.
"평생 29만원밖에 모으지 못할만큼 청렴한 분이셨지.
사람은 많이 죽였어도 카리스마는 있었어."
물론 그가 자살을 택할만큼 얼굴이 얇진 않지만, 누가 알겠는가.
죽기 이틀 전에 자살함으로써 찬사를 받는 길을 택할지.
한 사람의 죽음은 분명 가슴아픈 일이다.
하지만 죽음이 모든 걸 미화해서는 안되며,
그게 다른 말을 할 자유를 억압하는 근거가 되서는 더더욱 안될 것이다.
게다가 자살은,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죄값을 치르지 않겠다는 비겁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분을 애도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분의 공과를 정확히 따져서 다시 실패한 대통령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 글을 올리기 전 몇번을 망설이게 되네요. 그냥 올리지 말면 편할텐데, 하는 생각을 애써 떨쳐 버리고 여기다 올립니다.
** 제가 어느 분한테 전두환과의 비교는 좀 너무하지 않느냐고 했었는데, 지금 저도 그러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