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보니 노무현이 종친회 사람들과 오찬-오찬이 뭘까? 까마귀 반찬? 아님 반찬이 다섯가지?-을 함께 했단다. 야당에서는 그걸 두고 "총선용"이라고 비난한다. 하기사, 선거 때가 아니면 종친회 사람을 왜 만나겠는가? 궁금한 건 그게 총선용인가 아닌가가 아니다. 난 종친회라는 곳이 도대체 뭘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모임이란 뭔가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단순히 성과 본관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모임이 될까? 숫자가 얼마 안되는 '편'씨나 '판'씨면 전혀 말이 안될 게 없지만, 전주이씨 종친회 같은 사람들은 누가, 어떻게 모이며, 뭘 하는지 정말 궁금하다. TV에서 보니 사무실도 따로 있던데...

어쨌거나 무슨무슨 종친회 그러면 난 일단 숨이 막힌다. 듣기만 해도 '고리타분' '수구' 이런 단어들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언젠가 문신에 관한 찬반의견을 TV에서 한 적이 있다. 문신을 반대하는 측 의견을 듣기위해 기자가 찾아간 곳은 유명한 모씨 종친회. 그들이 하는 말은 '역시나'였다. 그들은 문신을 "범죄자들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혐오감을 조장하는 반사회적 행위"로 규정했다.

종친회1: 문신하는 애들은 군대 보내면 안되. 우리편 사기가 떨어지잖아.

종친회2: 아냐. 혐오감을 주니, 최전방에 보내면 적들이 놀라지 않을까?

물론 난 문신을 좋아하지 않고, 내가 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문신이란 게 자기 몸을 이용해 뭔가를 표현하는 것이며, 그건 전적으로 그 사람의 자유고,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은 한다. 문신을 했다고 군대를 못가게 한다는 건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다. 조폭들이 문신을 많이 하는 건 사실이지만, 문신을 했다고 다 조폭은 아니잖는가?

기자는 종친회 회장의 집에 찾아갔다. 그의 부인 역시 문신에 적대적이었고, 마루를 닦고있던 며느리도 "그런 걸 왜하느냐"며 질색을 한다. 원래부터 그런 사람을 뽑은 것인지, 아니면 들어와서 세뇌시킨 건지, 투철한 사상으로 무장되어 있는 그들을 보면서 숨은 어떻게 쉬고 사는지 측은해졌다. 모르긴 해도 그들은 몇십대 조상까지 제사를 아주 자알---모실테고, 남자들은 부엌 근처에 얼씬도 하지않을 것이다.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 이런 철학이 가장 잘 구현되는 곳이 그집이 아닐까.

그러고보니 호주제 폐지 얘기만 나오면 갓쓰고 나와 시위를 하는 것도 그들이 아닌가. 예비군 동대장들 때문에 향토예비군 제도를 없애지 못하듯, 시대착오적인 호주제가 유지되는 것도 다름아닌 종친회 때문이리라. 표심을 좌우하는 종친회가 버티고 있는데 어느 의원이 감히 호주제 철폐를 주장하겠는가.

호주제 폐지의 전도사 고은광순의 말대로 '면면히 이어져내려온 성씨'는 허구다. 난 서씨와 김씨의 자손이며, 아버지는 서씨와 김씨, 어머니는 김씨와 임씨의 자손, 이런 식으로 10대만 거슬로 올라간다면 나란 놈이 수많은 성씨로부터 비롯된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우리의 성씨라는 것도 중국과 교통하게 되면서 신라 귀족이 중국을 모방해 성씨를 사용한 것이며, 조선시대 중반까지 양반이 아닌, 즉 인구의 절반 가량이 성씨가 없었"단다. 족보가 가장 많이 만들어진 것은 바로 일제 강점기, 상황이 이럴진대 성씨라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종친회라는 게 필요한 시기도 없진 않았겠지만,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모든 이가 연결되는 21세기까지 종친회가 힘을 쓰는 현실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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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side 2004-02-07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성씨란건 다분히 허구적입니다. 난 울 엄마랑 똑같이 생겼는데, 성이 다르죠.. 대전에는 '성씨 공원'이란게 있는데요, 각 성씨를 나타내는 조형물이 늘어서 있답니다. 가족끼리 놀러간 그곳에서, '진주 정씨' 조형물 앞에서 소외되었던 울 엄마를 보며 씁쓸했던 기억이 나네요.

겨울 2004-02-07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외된 어머니의 성씨를 이름의 맨 앞에 놓는 일을 실천하려합니다. 서명에서부터 시작해야죠. 어떤 성과 어떤 성의 아들 혹은 딸로 인지되는 것은 평화로운 공존의 향기가 납니다.

진/우맘 2004-02-09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찬 - 여느 때보다 잘 차려 먹는 점심. 주찬(晝餐).
이라는군요. 저도 오찬, 오찬하면 아침밥인지 낮밥인지 언제나 헷갈리던 차에, 찾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