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이란 책에서 쿤데라는 이런 말을 한다. "모든 걸 결정하는 것은 바로 목소리"라고. 여러 사람이 모였을 때, 낮으면서도 부드럽고, 감미롭고, 힘차게 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자는 좌중의 관심을 끈다는 얘기다. 반면 이 책에 나오는 벵상처럼 목소리가 여리고 뾰족한 사람은 말을 시작해도 잘 알아듣지 못하며, 그래서 언성을 높일 수밖에 없고, 사람들은 그가 고함을 지른다고 생각을 한다. 나는 벵상과 같은 과, 그래서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서 긴 얘기를 못한다. 내가 뭔가 얘기를 시작하면 누군가 이런다.

"참, 오늘 야구 어떻게 되었지?" 그러면 사람들은 내 얘기를 무시하고 거기에 관해 얘기한다. 그때의 비참한 심정은 당해보면 안다. 난 그게 내가 말을 조리있게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목소리 탓이었다는 걸 쿤데라 덕분에 알게 되었다. 하긴,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높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날 물끄러니 바라보다 이렇게 말씀하셨으니까. "넌 목소리가 왜 그러냐?"

하지만 어쩌랴. 목소리는 바꿀 수 없는 것을. 그럼 난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쿤데라가 다른 책에서 목소리가 안좋은 사람이 주목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주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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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2-08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좌중의 주목을 쉽게 받는 목소리와, 그렇지않은 목소리가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전 그차이가 목소리에 실린 '기'때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ㅎㅎ

마태우스 2004-02-08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라구요. 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 같네요. 전...'기'도 없어요. 식당 같은데서 제가 종업원을 부르면 온적이 거의 없거든요.

진/우맘 2004-02-09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구나... 저도 높고, 가늘고, 여린데다가...좌중의 주목을 받겠다고 목에 힘을 줄라치면 바르르 떨려서 "왜 우냐?"는 질문을 받는, 최악의 목소리입니다.
그래도, 이런 목소리가, 시낭송이나 성경 낭독이나 나레이션에는 득이 될 수도 있답니다. 힘내세요.(하지만...마태우스님은 남자였지...ㅋㅋㅋ)

보이스 2011-05-21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폴포츠같은 목소리를 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