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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오프 더 레코드 - 여자들끼리만 공유하는 연애의 모든 것
박진진 지음 / 애플북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발언권은 오랫동안 남자에게 있었다. 남자의 고향은 화성이고 여자는 금성이라는 걸 알려준 존 그레이를 비롯해서 많은 이들이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준답시고 우리에게 충고를 해댔다. 하지만 남성만의 관점에서 본 사랑법은 서로를 힘들게 했고, 첫사랑의 95%가 깨지는 걸 필두로 주위의 기대를 받고 시작한 커플들이 오래지 않아 결별하는 일이 잦아졌다. 남성들이 여성을 잘 모르는데다 자신들이 꿈꿔온 환타지를 여성에게 이식시킨 데서 비롯된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는데, 이에 대한 반동으로 여자들의 관점에서 사랑과 성에 대해 얘기해 주는 책이 각광을 받게 되었다.
<연애, 오프 더 레코드>는 미녀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과 오랜 기간의 상담 경력을 발판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올바른 연애에 대해 기술한 책이다. 한때 알라딘에서 화려한 필력을 과시했던 저자의 글솜씨는 이 책에서도 여전해,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책장을 넘기다보면 어느 새 마지막 장에 다다른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아니 서른셋밖에 안된 사람이 연애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삶에서 나이가 중요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80세 할머니가 쓴 연애 지침서가 더 진리인 것은 아니잖는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여자’가 사랑에 대해 발언하는 주체가 되었다는 것, 온통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거기에 있다. 조금 더 적나라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성과 사랑에 대해 얘기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이 정도에서 만족하련다.
저자의 유머가 돋보이는 대목, “남자들은 자신의 성기가 가려우면 참지 않는다. 어째서 조금도, 약간도 가릴 생각을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어릴 때 코딱지 팔 때도 그렇게 당당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약간의 부끄러움조차 없는 남자를 보면 이제 서로 똥 싸는 모습을 지켜볼 일만 남았는가 싶다…방귀를 끼는 건 어쩔 수 없다 치지만 제발 손으로 총 모양을 하고 나를 향해 발사하지 말았으면 (좋겠다)”(212-213쪽)
동의할 수 없는 대목도 있다.
“여자에게 교복을 입히는 것은 실제 여고생과 섹스를 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냐는데, 그것이야말로 가장 멍청한 오해이다. 상대는 여고생을 겁탈하고 싶으나 차마 그럴 사정이 안되어서 여자친구에게 여고생 교복을 입히는 게 아니라, 내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교복을 입은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다. “(86-7쪽)
글쎄다. 제복 환타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너무 좋게 봐주는 건 아닐까? 이 책이 칼럼을 묶은 것이라 주장의 근거를 일일이 제시하기 어렵긴 해도, 간혹 “진짜 그럴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런 대목도 있다.
“주변 남자들은 여친이 먼저 (섹스를) 원하는 건 싫다고 한다. 그들은 그게 현실이라고 했다. 저자 자신도 ‘섹스의 주도권은 어찌 되었건 남자들이 잡고 있다’고 한다(141쪽).”
하지만 결론에선 여자가 먼저 (섹스를) 하자고 시도를 하잔다. 그러면서 저자는 덧붙인다.
“여자가 밝히면 큰일나는 세상은 이미 지나갔다” (143쪽)
하지만 주변 남자들이 아직 저렇게 보수적이라면, 여자가 밝히면 큰일나는 세상이 이미 지나간 건 아니지 않을까? 내가 너무 문구 하나에 민감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의 주장에 약간의 근거가 뒷받침되었다면 글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끝으로 한마디, “친구야, 책 잘 읽었다! 넌 역시 멋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