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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욕망의 연금술
강준만.전상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선행가수로 유명한 김장훈은 <혼잣말>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추억이 소중한 이유/흐름속에 머물러 있다는 것
조금도 변하지 않은 너와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아무리 그리워도 두 번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없기에..."
무서운 얘기지만, 내 나이는 어느 새 마흔을 돌파했다. 마흔 후에도 아름다운 삶이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고마운 일이지만, 가끔은 내 나이가 스스로 믿겨지지 않는다. 아무리 젊은 척을 하고 살아도 건강보험공단에서 '생애전환기 신체검사'를 받으라고 친절하게 통보했을 때, 어쩌다 받는 설문조사에서 '40대 이상'에 체크를 해야 할 땐 서글퍼지기도 한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적다는 걸 깨닫고 나니 자꾸만 과거를 회상하는 책을 읽게 된다. 강준만의 '현대사산책' 시리즈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90년대의 히트 광고를 보며 그 시대를 회고해 보는 <광고, 욕망의 연금술>을 집어든 것도 20대였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서였으리라.
평소와 달리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내가 나이 많은 게 좋았다. 90년대에 내가 20대여서, 당시 히트 광고들을 죄다 기억할 수 있었으니까. '따봉'을 비롯해서 TTL 광고까지, 내가 살아온 90년대의 모습이 다 여기 있었고, 개중엔 내가 모르던 사실도 꽤 있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에이스 침대의 광고를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혼란을 준다'고 반대했다는데, 왜 굳이 '가구가 아닌 것을 고르시오'라는 문제를 냈는지가 더 이해가 안갔다. 내가 보기엔 초등학교 때 영어를 배우는 게 더 혼란을 줄 것 같은데, 그 광고를 반대했던 교사나 학부모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따봉'이나 요구르트 '이오' 선전처럼 히트한 광고가 상품판매의 호조로 이어지지 않은 광고도 있지만, 대부분의 광고들은 해당 상품의 매출액을 크게 상승시켰단다. "참 이상해. 광고 하나 나왔다고 그걸 또 사는 사람은 뭐야?"라고 혼자 잘난 체를 하다가, 광고가 내 삶에 미친 영향을 떠올려 봤다. 베이비복스가 "착각하지 마, 아이스크림이라고!"라며 '와'라는 아이스크림을 선전했을 때 난 '와'를 매일 사먹었고, 강리나가 '나는 이오니카'라며 이오니카를 선전할 때 난 "나도 이오니카!"라며 그 음료를 먹었다. 차승원이 선전하는 진라면이 맛있어 보여 지금도 진라면만 먹는다. 사람은 다 똑같고, 광고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니 혼자 잘난체 할 일은 아니다. 우리 모두는 매스컴의 영향 아래 놓인 '대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