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유에프오>의 영화포스터를 봤을 때, 매우 촌스러운 제목이라고 생각을 했다. 아주 옛날에 유행했던 '안녕, 오사까' 버젼이지 않는가? "저런 걸 누가보냐"고 했더니 여친이 이런다. "이범수 나오는데?" 그 말 한마디에 난 갑자기 그 영화가 보고싶어져 버렸다.
이범수. <정글쥬스>에서 그를 처음 봤을 때는 "뭐 저런 배우가 다 있냐?"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영화가 후진 탓이지 이범수의 잘못은 아니었다. 이범수는 그후 <싱글즈> <오 브라더즈> 등에서 열연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배우로 거듭나는데, 나 역시 그가 나온다고 하면 웬만하면 보려고 한다. 다른 대작들이 많아 관객동원에 성공할 것 같지는 않지만, 이 영화 역시 이범수의 매력이 물씬 뿜어져 나오는 수작이었고, 수채화처럼 잔잔한 감동을 내게 선사했다. 보라. 남들도 이렇게 말하지 않는가.
-가슴 따뜻한 이야기.. 좋았습니다.
-짝짝짝... 넘 좋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이범수 연기도 잘하고.. 내용도 깔끔하고..

문제는 이은주였다. 이은주. <번지점프>에서 처음 봤을 때, 난 저렇게 이쁜 여자가 있느냐며 놀랐다. 아는 여자애한테 이은주 칭찬을 했더니 대번에 이런다. "저거 다 고친거야!" 아니 누가 자연미가 뛰어나댔나? 고쳤거나 말거나 어찌되었건 이쁜 건 맞잖아? <연애소설>에서도 이은주는 매력면에서 손예진을 압도해-내가 보기에 그렇다는 거다-내 가슴을 뛰게 했는데, 이 영화에서 클로즈업된 이은주를 자세히 관찰해보니 의외로 별로다. 안이쁘면 어떠냐, 연기만 잘하면 되지. 그런데 연기도 진짜 못한다. 장님 연기를 해야 하려면 눈에 촛점이 없거나 그래야 하는데, 눈에 생기가 자르르 흐른다. 여친의 말이다. "인어공주에서 아리영 엄마는 진짜 장님같던데" 그래서 내가 이랬다. "그사람 진짜야" 여친, 정말이냐고 놀란다. 순진하긴...

조연으로 나온 봉태규도 참말로 귀엽다. 그를 보면 나보다 못생겨도 영화배우를 할 수 있구나 싶은데, 이 말을 들은 여친은 이렇게 말한다. "봉태규가 얼마나 귀여운데!" 그래, 나 못생겼다, 어쩔래. 영화 속에서 이은주는 UFO가 나타날 때마다 잠깐씩 눈이 보이는데, 장님인 채 사귀어온 이범수의 얼굴을 보면서 빙긋이 웃는 게 마지막 장면이다. 이범수니까 웃었지, 막상 눈을 떠보니 내가 웃으며 서있다, 이랬으면 아마도 다른 반응을 보였을 거다.
"꺄아악!!!"이라던지, "저리 가! 가란 말야!"라고 하든지. 잘생기기는 애당초 틀렸으니, 노력을 해서 봉태규 정도의 귀염성을 갖추도록 해야겠다. 가진 게 없으니 서러워 살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