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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혐시대의 책읽기
김욱 지음 / 개마고원 / 2018년 5월
평점 :
김욱 교수가 쓴 <책혐 시대의 책읽기>를 받았을 때,
“이 책은 또 뭐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거의 마지막으로 낸 책이 <서민독서>고,
그 책은 ‘독서’를 권하는, 아니 강요하는 책이다.
처음엔 <책은 도끼다>와 쌍벽을 이루는 책이 될 것으로 믿었건만,
판매고는 내 예상치의 100분의 1도 안될 지경이다.
게다가 시중에는 독서를 권하는 책이 계속 나온다.
가뜩이나 어려운 이 때, 김욱교수처럼 지명도가 있으신 분이
‘권독서’를 한 권 냈으니 내가 기분이 좋을 리가 있겠는가?
내가 우려했던대로 이 책은 매우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책읽기를 권하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독서의 장점까지 나열했는지라 배우는 바가 많았다.
책이 나온 건 4월,
이 책을 읽어버린 건 5월,
그럼에도 내가 오래도록 리뷰를 쓰지 않은 건
이 책이 나와서 승승장구할 때 날개를 달아주지 말아야겠다는 치졸한 마음 때문이었다.
더 얍삽한 것은 책에서 본 문구를 내 강의 때 써먹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책 25쪽부터 34쪽에 나온,
책 추천을 부탁하는 분들에 대한 저자의 한탄을 잽싸게 가져다 이렇게 정리했다.
[독서에 관한 강의 때마다 책 추천 좀 해주세요, 라고 묻는 분이 있습니다.
그분은 어떤 마음으로 그러는 걸까요?
첫째, 난 책 안읽고도 잘 살고 있다
둘째,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셋째, 하지만 네가 그렇게 독서를 권하니, 추천하는 책 한 권 정도는 읽어주겠다.
넷째, 만약 그 책이 재미없으면, 난 다시는 책을 읽지 않겠다]
그것 말고도 이 책에서 감명받고 또 강의에서 우려먹는 부분이 한두곳이 아닌데,
반년이 지난 지금 갑자기 이 책의 리뷰를 쓰는 건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일말의 양심
첫째, 이 책을 견제한다고 서민독서가 잘 팔릴 것 같지 않아서.
셋째, 조금 있으면 다른 내용의 책이 나오니 거기에 집중하려고, 등등이다.
한 마디로 마음을 비웠다는 뜻인데,
마음을 비운 이 리뷰가 <책혐시대의 책읽기>로 인도하는 안내판이 됐으면 한다.
원래 좋은 책은 반년쯤 묵혀뒀다 읽으면 더 재미있는 법이니 말이다.
여기에 넘어가지 않는 분들을 위해 떡밥을 하나 더 던진다.
저자는 책을 읽지 않고 좋은 말들, 즉 명구만 수록된 소위 ‘명구집’만 읽는 행태를 비판하면서 이런 말을 한다.
[우리가 명구의 역사적 사연을 이해하고 그 명구가 품은 뜻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책읽기라는 번잡한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다. 나는 오히려 의미도 모르는 명구 찾기를 책읽기라고 생각하며 즐기는 것이야말로 시간낭비라고 생각한다.(121쪽)]
장담컨대 이 책에는 이런 주옥같은 말들이 가득하다.
니체가 말한 ‘신은 죽었다’를 들어는 봤지만 뜻은 모른다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시라.
원래 책을 안읽던 분들은 맹렬히, 원래 읽던 분들은 더 맹렬히 책을 읽게 될 테니까.
● 리뷰를 쓰면서 꺼림직했던 점이 하나 있다. 김욱교수는 후반부에 각 분야별로 읽어야 할 책을 추천해 놨는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자연과학 책에 내가 쓴 책들을 하나도 집어넣지 않았다! 특히 <기생충열전>을 빠뜨리다니, 너무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