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고양이
이용한 지음 / 꿈의지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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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개빠지만, 고양이도 좋아한다 (개빠 대부분이 그러지 않을까?)
길냥이들에게 참치캔을 뜯어서 접시에 담아준 적이 족히 100번은 될 것이며,
길고양이 한 마리를 구조해 다른 이에게 분양해준 뒤 사료비를 매달 보내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이유는
1) 이미 개를 키우고 있다.
2) 개들이 눈이 튀어나와, 고양이와 장난치다 눈에 상처가 날 확률이 높다
3) 사람에게 밀착한다는 점에서 개가 뛰어나다, 등등인데
그렇다 해도 고양이가 개보다 행동 면에서는 훨씬 귀엽다고 생각한다.


이용한 작가의 <당신에게 고양이>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건
내 안에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어서다.

저자가 고양이아빠가 된 것은 고양이로부터 선택을 받아서였다.
길고양이 랭보는 어느 날 수시로 고양이밥을 주던 저자의 가슴에 매달렸다.
“녀석은 가슴에서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뒤에서 목덜미를 들어 올려도 녀석은 완강하게 내 옷에 발톱을 박고 버티었다...결국 나는 녀석을 가슴에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 (18쪽)
랭보가 대견한 것은 저자가 자신이 매달리면 어쩌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챘다는 점,
그리고 한번 마음을 굳히고 난 뒤 실행에 옮기고 버텨냈다는 점이리라.
그렇게 저자 이용한은 고양이 아빠가 됐다.
여기엔 저자의 아내분도 저자만큼 고양이를 예뻐하고,
심지어 처가 역시 그렇다는 점도 한몫을 했다.
저자 부부가 나와 질적으로 다른 것은
내가 족보가 있는, 그래서 가격도 비싼 강아지들을 데려와 키웠던 반면
저자가 데려온 것은 길고양이라는 데 있다.
일정한 거처가 없고 제때 먹을 것을 먹지 못하는 길냥이로 살았다면
랭보와 랭이 일가의 수명은 길어야 3년을 넘지 못했을 테지만,
저자의 은총 덕분에 그들은 어엿한 집고양이로 장수하고 있다 (랭이의 일은 슬펐다).
그들에게 아름다운 삶을 선사해 준 이용한 작가는 참 좋은 사람이며,
책 곳곳에서 그 선함이 티가 난다.


많은 이들이 애가 태어나면 개나 고양이를 없애라고 난리를 친다.
대부분이 그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파양을 하지만,
저자 부부는 그런 것에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주변에서 아기가 태어났는데 아직도 고양이 키우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당연하게 그럼요 하고 대답한다. 당연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222쪽)
아기가 고양이와 노는 모습으로 보건대 그 아이도 저자만큼 선한 어른으로 자라,
이 사회를 더 밝게 해줄 것으로 믿는다.
열혈 개빠라 앞으로도 쭉 개만 키우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고양이에 대한 호감도가 더 커졌다.
발랑 뒤집는 게 유일한 특기인 우리 개들과 달리 고양이들은
별 것 아닌 도구-예를 들면 박스-를 가지고도 포토제닉을 만든다.
고양이들이 천장에 맞닿은 높츤 책장에 올라가 있는 사진을 보면,
자신들을 위해 설치한 낮은 계단도 잘 못올라가는 우리 아이들 생각에 웃음짓게 된다.

 

 

저자는 스스로를 고양이주의자라고 칭한다.
이 땅엔 수많은 ‘주의자’가 있다.
민주주의자, 환경주의자, 종교 주의자 등등.
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고양이주의자만큼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고양이주의를 응원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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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8-09-26 1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너무 좋아요 ㅎㅎ 저도 냥이를 키워서인지 공감이 확 가네요 ㅎㅎ 물론 지나다니면서 산책 다니는 개를 보면 입꼬리가 귀까지 올라가기도 합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면 개도 좋아하는 게 대부분 아닐까요?^^

마태우스 2018-09-27 11:02   좋아요 0 | URL
요정님은 이미 키우고 계시군요. 개빠와 고양이빠는 서로 cross 하는 거 같습니다. ^^

blanca 2018-09-27 0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새 반려동물 키우고 싶어 고양이 눈여겨 보고 있어요. 그런데 너무 사랑하게 될까봐 --;; 무서워서 못 키우겠어요. 키우기 전부터 헤어질 걸 생각하는 나이가 되어버렸나 봐요.

마태우스 2018-09-27 11:01   좋아요 0 | URL
그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그런다고 하고픈 일을 못해서야 되겠습니까. 맘껏 사랑하고 또 이별하는 게 인생의 행복이랍니다. 전 젤 걱정되는 것이 제가 개보다 먼저 죽는 건데요. 그럼 개들이 어찌되나 생각하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