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사 4 - 386세대에서 한미FTA까지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4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홍구 선생의 <대한민국사> 시리즈는 내가 아는 최고의 현대사 교과서다. 이 책들을 읽으면서 난 학교에서 절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던 우리 현대사를 배울 수 있었는데, 이 훌륭한 책을 두고 뉴라이트는 왜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 같은 이상한 책을 만들었을까? 유신을 찬양하는 교과서로 공부해야 했던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이 책과 더불어 강준만의 <한국 현대사 산책> 시리즈로 현대사를 마스터할 수 있는 요즘 애들이 부럽다.


그런데, 내가 들고 있는 이 책을 보더니 우리 학교 조교선생이 이렇게 말한다.

이거 좀 읽어봤는데요, 글이 너무 과격하더군요.”

과격이라니? 대체 어디가 과격하다고? 42쪽을 보자. “망해가는 나라를 팔아 잡수신 친일파들도 있었다.” 아니, ‘팔아 쳐먹은’이라고 쓴 것도 아닌데 웬 과격? 그에게 물었다.

그러니까....주장하는 내용이 과격하다고요.”

그랬다. 그는 이 책에서 하는 말들이 낯설었던 거였다. 좋은 노래란 게 많이 들어서 귀에 익은 것이듯, 많은 사람에게 ‘옳은 주장’은 어려서부터 익히 들어오던 것. 남자만 고생하지 말고 여자와 남자가 힘을 합쳐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주장이 마초들에게 ‘과격’하게 들리는 것처럼, 아버지의 죄를 신고하지 않으면 감옥에 가야 하는, 과격하기 이를 데 없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는 온건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 그에게는 ‘과격’하게 들렸던 거다. 자신이 배웠던 것들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한다면 이 책이 전혀 과격하지 않을텐데, 이래서 조기 교육이 중요하다는 거다.


<대한민국사 4권>이 이전 것들보다 더 재미있다면, 그건 저자가 한겨레에 해오던 연재를 중단해 4권이 마지막이 될 거라는 섭섭함 탓도 있겠지만, 여기 실린 주제들이 한홍구 선생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일이어서 더 생생하게 들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딱 한가지 아쉬운 점은 ‘철들지 않고 사는 즐거움’을 수록한 것. 전당대회 때 벌어진 386들과 유시민의 싸움에서 자신의 친구인 유시민을 편든 글이어서 아쉽다는 게 아니라, 그 논리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아서다. 그의 말은 이렇다. “유시민은 탱크가 몰려오던 80년 5월의 그날, 혼자 학교를 지켰다. 그때 거기 없던 니네들은 입을 닥치라.” 26년 전에 잘했다고 지금도 옳다는 보장은 없지 않을까. 다른 데서는 그렇듯 날카롭던 그의 붓끝이 왜 친구 앞에서는 이렇듯 무뎌지는지 안타깝고, 알게 모르게 많은 비난을 받았던 이 글을 굳이 수록한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물론 이건, 이 책을 읽으면서 배운 수많은 지식들에 비하면 옥의 티에 불과하고, 어느 책을 읽어야 할지를 내게 물어온다면 난 당연히 <대한민국사> 시리즈를 권할 것이다. 한홍구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6-12-30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6-12-30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현대사 산책을 볼 때조차 저는 걱정어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마 우리가 배우던 시대의 조심스러움 때문이겠지요.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대부분 저와 같은 세대니까요.
하지만 우리 다음 세대 즉 제 아들같은 경우는 의외로 아무렇지 않은 듯 강준만이 제시한 책 속의 현실을 받아들이더군요.

가넷 2006-12-30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고 보니 본다고 해놓고 안본지가 오래네요. 언제 빌려서 봐야되는데...-

마냐 2006-12-30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보긴 봐야겟다 싶은데...갈길이 멀군여. 님의 지적하신 '옥의 티'도 팍팍 와닿슴다.

비로그인 2006-12-30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 만화로 보고 있어요. 역사관련책 독서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올바른 역사관으로 쓴 책들을 읽어야할 것 같아요. 내 일상의 주변사람이 위의 조교와 같은 편견을 갖고있음 좀 좌절스럽죠.. 그래도 그들을 조금씩 설득하려는 맘을 놔버리면 안 될 것 같아요.

픽팍 2006-12-31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홍구 선생님 너무너무 좋아한답니다. 이런 사람이 고등학교 때 역사 선생님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들도 해 본답니다.
저는 지금 1.2권은 봤고 3권은 사놓고 아직 보지는 못했습니다.
부대에 들어가면 꼭 봐야 되겠네요 ㅋ

이팝나무 2007-01-12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89학번 대학 1학년 때 '해방전후사의 인식'이라는 책으로 열심히 선배들과 학습했던 기억이 나더군요...지방에서 선배들과 뿔뿔히 흩어져 연세대로 상경해 새우잠 자며 집회에 얼렁뚱땅 합류하고 머리 위로 쏟아지는 최루탄을 피해 건물로 들어가서 무서워 했던 생각에 잠시 웃어봅니다.
마테우스님의 글을 읽고 이 책을 주문하고야 말았습니다. 과격하다고 했는데 기대됩니다.^^

마태우스 2007-01-12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팝나무님/해방전후사의 인식이란 책, 한홍구님도 젊은 시절 읽었다고 하던데... 연대가 시위의 메카이던 90년대에 그 현장에 계셨군요... 꾸벅...
픽팍님/그러게요 이런 분이 역사선생님이셨다면....절 가르친 선생님들을 부정하지 않아도 될텐데요..
라라님/글쎄요...나이가 드니까 누군가를 설득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싶어요 저 하나 잘하는 것도 어려운데 말입니다... 그게 다 노XX 때문에 그리 된 거라는......... 이 정치적 허무주의에서 어서 탈출해야 하는데..
마냐님/님께서 댓글 남겨주실 때마다 황송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늘사초님/보시고 실망하심 어쩌나 걱정되옵니다...
승연님/그런 걸 보면 역사는 진보하는 게 맞는가봐요. 근데 너무 진자운동을 많이 하면서 앞으로 나가니 보고 있다가 좌절하는 일도 있는 듯......
속삭님/감사합니다. 알려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