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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 1 - 미래에서 온 살인자,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모 학교에서 독서를 주제로 강의를 했다.
강의 후 어느 분이 질문을 주셨다.
“저는 무협지를 좋아합니다. 무협지 말고 다른 건 재미가 없어서요. 이런
독서도 괜찮나요?”
그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무협지는 안 된다고 하면 내가 무협지를 무시하는 무협지 차별주의자가
될 것 같았다.
잠시 머뭇거리다 갑자기 생각난 책이 바로 <곰탕>이었다.
워낙 말이 어눌하다보니 제대로 전달을 못했지만, 그때 하고픈 말은 이거
였다.
[재미있는 책이 좋은 책이 맞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재미만 있다고 다는 아니어요. 책은요, 읽고 난 뒤에 몸과 마음에 약간이라도 울림을 줘야 합니다. 그래야 읽은 보람이 있는 거죠. 근데 무협지는 그런 울림이 전혀 없어요. 한 사람이 엄청난 무공을 길렀는데 또 어떻게 하다보니 엄청난 의술을 익히게 됩니다 (영웅문의 장무기). 이 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울림을 받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곰탕>이란 소설은 다릅니다. 재미로 따지면 무협지 못지않게 재미있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이유는 모르지만 이상하게 슬프고 착잡한 느낌이 들어요. 인간이란 무엇인가, 윤리란 또 무엇인가 같은 생각이 들고, 우리의 미래에 대해 상상해보게 돼요. 다 읽고나서 재밌다, 이러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뒤로도 가끔씩 그 책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런 걸 저는 울림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울림이 자신을, 그리고 사회를 더 낫게 만드는 데 기여합니다.]
내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다음 장면이 떠올라서였다.
<곰탕>에서 인류는 과거로 시간여행을 갈 수 있게 됐다.
잘못하면 죽을 수 있는 거라 극히 일부만 가겠다고 나섰는데,
대부분의 시간여행자들은 “인심 쓰듯 사람들의 헛된 바람들을 받아 적고
그 바람을 이루어주겠노라 푼돈을 챙겼다.”
하지만 소설 속 인물인 박종대는 그렇게 하는 대신 공부를 한다.
[박종대는 권력이 돈 위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외우고 있는 정보들이 그 권력에 쉽게 다가가도록 도울 거라는 걸 알았다. 이 현재에선 하찮았지만 그곳으로 가게 되면 그는 미래를 아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그게 곧 권력이라는 걸 박종대는 빨리 깨달았다.](1권 224-225)]
그러니까 ‘앎’이야말로 가장 큰 권력인 셈인데,
타임머신이 없는 지금, 그 앎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가 아니겠는가.
다시 무협지 질문을 하신 분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그가 그 뒤로 무협지 말고 다른 책을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곰탕>은 읽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곰탕>은 그로 하여금 곰탕을 먹고싶게 만드는 것 이외에,
다른 소설에도 관심을 갖게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다른 책이면 모르겠지만 <곰탕>이라면, 해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