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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생물과 산다 - 인류 기원부터 시작된 인간과 미생물의 아슬아슬 기막힌 동거
김응빈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4월
평점 :
<서민독서>가 우리집에 배송된 날, 책장을 넘기던 난 아내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한다.
“여보, 이제 고생 끝났어. 이젠 기다리기만 하면 돼.”
여기서 말한 기다림은 그 책이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는 순간을 지칭하는데,
<책은 도끼다>를 넘는 엄청난 책이 될 것을 기대했던 그 책은
‘도끼’의 속편 격인 <책은 다시 도끼다>도 넘어서지 못했다.
간만에 판매에 욕심을 냈던 책이라 실의에 빠져 시간을 보내던 중
메일 한 통이 온다.
“안녕하세요. 저번에 추천사 써주신 덕분에 제 책이 잘 나갑니다.”
메일을 읽고 생각했다.
책이 잘 나간다면 어느 정도일까? 분야별 50위?
별 생각없이 그 책의 판매지수를 보던 난 깜짝 놀란다.
분야별이 아니라 ‘종합’, 그것도 10위 안에 그 책이 있는 거다!
나중에는 그 책이 종합 1위에 오르더니 한동안 그 자리를 지키기까지 했다.
무례한 사람에게 대처하는 요령을 적은 그 책이 왜 그렇게 잘팔렸을까?
그때는 조현민과 이명희 모녀의 갑질이 화제가 되기도 전인데 말이다.
잠시 생각을 해보던 난 저자의 말을 믿기로 했다.
내가 쓴 추천사가 그 책이 잘 팔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내 안에 놀라운 재능이 숨어 있다는 걸 안 건 그때였다.
내가 베스트셀러를 쓰진 못하겠지만, 남이 쓴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줄 수는 있다!
혹시 내 추천사 덕분에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 또 없을까 했더니,
있었다.
김민식 피디가 쓴 <영어책 한권 외워봤니>가 바로 그 책이다.
혹자는 그 책에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추천사를 썼지 않느냐고 할지 몰라도,
조인성이나 김제동처럼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쓴 추천사가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그들의 추천사를 읽다보니 내 추천사가 유난히 더 빛이 난다.
알라딘에선 내 추천사가 잘렸기에 여기다 전문을 싣는다.
[<매일 아침 써봤니>는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는가, 에 관한 책이다. 글쓰기 책을 내고 강의도 다니는 내가 라이벌이라 할 이 책에 추천사를 쓰는 이유는 영화 <공범자들>의 “김장겸은 물러나라!”가 떠올라서만은 아니었다. 난 원래 강한 상대를 만나면 기꺼이 무릎을 꿇는 스타일이며, 추천사를 통해 그 강자에게 잘 보이는 게 더 낫다 싶어서였다. 이 책이 꼭 베스트셀러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도 베스트셀러에 추천사를 쓴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
다시 읽어봐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 책이 알라딘 종합 top 10에 5주간이나 머물렀던 건 바로 이 추천사 덕분이다, 라고 우겨본다.
그러자 더 큰 욕심이 생겼다.
추천만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책을 기획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 말이다.
모 방송프로에서 세균 전공자인 연세대 김응빈 교수를 만났을 때, 바로 이분이다, 라고 생각했다.
내가 기생충을 사랑하듯 자신의 전공인 세균을 사랑하는 분,
내가 기생충을 말로만 사랑할뿐 몸에 키우지 않는 것과 달리
100조마리의 세균을 직접 몸에서 키우시는 분이 바로 김응빈 교수님이다.
그분한테 물었다. 책을 쓸 생각이 없느냐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난 과학 분야에선 ‘굴지’라고 할만한 을유문화사에 김교수님을 추천했고,
그 결실이 얼마 전 책으로 나왔다.
그 책에도 내 추천사가 들어 있으니, 최소한 종합 top 10은 들어가지 않을까.
혹시 이 책이 종합 1위를 한다면 을유문화사에 얘기할 거다.
“저...삼겹살이라도 좀 사서야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