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 그린 - 버지니아 울프 단편집
버지니아 울프 지음, 민지현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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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그린 버지니아 울프 단편집

 

버지니아 울프, 나에겐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자기만의 방』은 잘 나가다가, 그만 『댈러웨이 부인』에서는 막혀버렸다.

겨우 겨우 역자 해설에 힘입고 기타 참고자료를 읽어가며 읽기는 했는데, 그래도 속시원하지는 않았다.

 

그게 소위 말하는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나 뭐라나, 하여튼 버지니아 울프는 그랬다.

그런 아픔이 있는 버지니아 울프, 이번에는 단편집이다. 단편집이니 조금은 낫겠다 싶어 손에 들었는데, 과연?

 

이 소설집에는 표제작인 <Blue & Green>을 비롯하여 모두 18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그 중 <현악 4중주>를 예로 들어보자.

 

현악 4중주는 보통 2명의 바이올린 연주자와 1명의 비올라 연주자, 1명의 첼로 연주자로 이루어진다. 현악 4중주는 최소의 악기로 최대의 음악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편성이기 때문에 실내악에서 가장 중요하고 완성도가 높은 장르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소설을 읽으면서 이 작품에서 울프의 음악관을 알 수 있으리라 기대했었다. 과연 그랬을까?

 

울프가 쓴 <현악 사중주>에는 악기 이름 몇 개 등장한다.

 

대기실에서 난 소리는 제2 바이올린이 조율하는 소리였나?

저기 온다. 검은 옷을 입은 네 사람이 악기를 들고 들어와 쏟아지는 조명 아래 놓인 흰색의 사각형을 마주하고 앉는다. 활 끝을 보면대에 얹었다가 동시에 들어올려 가볍게 자세를 취한다. 그러고는 앞에 앉은 연주자를 본다. 제1 바이올린 주자가 수를 센다. 하나, 둘, 셋.....(223쪽)

 

그렇게 연주는 시작된다.

(그리고 선율을 묘사하는 듯, 문장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

 

“모차르트 초기의 음악이네요. 물론.....”

“그렇지만 그의 곡조가 다 그렇듯이 사람을 절망하게 하죠. 아니, 희망이라고 하려던 거였어요. .........”

 

여기서 이어지는 대화를 통해 울프의 감상을 읽게 된다.

아니 그전에 (그리고 선율을 묘사하는 듯, 문장이 이어진다.)라고 한 부분이 더 중요하다.

울프는 연주되는 음악을 (      ) 안에 묘사해놓았다.

 

그러니 연주 실황을 울프는 의식의 흐름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역자의 해설에 의하면, 울프의 모더니즘적 실험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라 한다. (272쪽)

역자는 덧붙이기를, 모차르트의 현악 4중주 연주가 흐르고......(생략)

 

이왕에 읽었으니, 모차르트의 현악 4중주가 무엇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모차르트는 현악 4중주를 모두 23곡 남겼는데, 첫 번째 곡인 <로디>에 이어 이탈리아 여행중에 작곡한 6곡의 <밀라노 4중주>와 1773년 18세때 작곡한 6곡의 <빈4중주곡> 까지를 그의 초기 시대 작품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니 울프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차르트의 현악 4중주는 위의 작품중 어느 곡인가일 것이다.

 

이 책 덕분에 모차르트의 현악 4중주 곡을 찾아 들으며, 울프를 읽었다.

 

“보여주는 장면” 구성하기

 

그런데 이 작품은 다음의 해설에 힘입어 조금 이해가 되는 편이었다. 적어도 『댈러웨이 부인』만큼은 아니어서, 읽기 괜찮았다. 

여기 수록된 단편 18개 중 다음 몇 작품은 이런 해설 덕분에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울프의 글이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 “보여주는 장면”을 구성하는데 더 치중하는 듯 보인다.(257쪽)

 

그렇게 보여주는 장면을 구성하는 작품은 다음과 같다.

<Blue & Green>, <밖에서 본 여자 대학>, <과수원에서>, <전화>

<존재의 순간들 ‘슬레이터네 핀은 끝이 무뎌’>

 

또한 <현악 4중주> 역시 “보여주는 장면”을 구성하는 작품으로 읽을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버지니아 울프에 조금은 더 가까이 갈 수 있었다. 그게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참, 하나 더 있다. 역자의 해설에서 이런 대목 만났다.

 

셰익스피어 소네트에 “그대를 여름날에 비할까”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대학 시절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에, 왜 하필이면 사랑하는 연인을 ‘여름날’에 비유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한국인으로서 ‘여름’은 숨 막히는 더위와 뜨거운 태양이 연상될 뿐이었다. 이 의문은 영국에서 몇 년을 생활하며 풀렸다. 영국의 여름은 비바람 부는 어둡고 습한 겨울이 지나고 시작되는, 햇살 가득한 따스하고 쾌적하며 꽃과 초록이 만발한 생동감 넘치는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가 연인의 아름다움을 비유한 ‘여름날’은 영국의 여름을 알아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이었던 것이다. (242쪽)

 

나 역시 셰익스피어의 그 시를 읽으면서 왜 ‘여름’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 해설을 읽으면서 풀렸으니 그 또한 고마운 일이다. 이렇게 이 책을 읽으며 하나 더 깨우치는 기쁨 맛볼 수 있었으니, 이 책 그런 면에서 가치가 있다.

그런 가치 나혼자가 아니라 많은 독자들이 알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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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그 화려한 역설 - 69개의 표지비밀과 상금 5000만원의 비밀풀기 프로젝트, 개정판
최인 지음 / 글여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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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그 화려한 역설

 

소설이다. 문명비평을 주제로 하는 소설.

저자의 지적 자부심이 충만한 소설이다.

폴리스인 주인공 모제의 ‘오디세이아’라고 할까. 장대한 지적 모험을 나서는 그의 뒤를 따라가면서, 정말 ‘세계는 넓고 배울 것은 많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책은 폴리스(등장인물들은 경찰, 형사라는 말 대신 폴리스라는 말을 선호한다)인 주인공 모제가 수많은 여인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써내려간 ‘강의록’이다.

 

일단 이 소설의 구조는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된다.

여인과 관계를 설명하고, 그 여인과 만나는 장소라든가 등과 관련되어 나오게 되는 지식들을 하나 가득 풀어놓는다. 예컨대 어머니를 만나서는 서양화가들을 다음과 같이 적어놓는다. (165 - 166쪽)

 

어머니는 서양화를 전공했다. 그런 어머니의 발언, 들어보자.

 

그림이 품위 있어 보이지?

서양화가 동양화보다 더 그림같다. 동양화는 서양화에 비해서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거든, 동양화는 사 놔봐야 가격도 별로 뛰지않고.

 

어머니 집에 있는 그림은?

마티스가 그린 오달리스크.

르동, 마리 보트킨의 아스트라칸 코트.

 

어머니와 이복 동생(제니)을 제외한 다른 여인들과의 만남에서는 지식 강의록에 이어서 한바탕의 섹스가 펼쳐진다. 그러니 [여인과 만남 - 강의록 - 섹스]로 이어지는 패턴이 성립된다.

 

그가 만난 여인들을 살펴보자,

 

유리 : 사라진 애인

마리 : 유리의 동생, 자살한다. (423)

파라 : (27세) 편하게 만나는 사이 (14), 미국으로 간다

피여나 : 꽃집 여자

다미 : (16세) 가출한 소녀

마담 지바 : 요정 폰타네, 37세, 섹스 파트너, 미국으로 간다

디나 : 22세 (119), 자살 (333)

나래 : 20세, 화교 3세, (12, 168)

미사 선배 : 35세, 트랜스레이터 (226), 아마존으로 떠난다.

 

그런데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한결같이 서양식이다. 우리말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그가 출입하는 가게들 이름도 한결같다. 상호가 고급지다.

 

유토피아 나이트 클럽(125)

스피드 쿠킹점 (12)

하이틴 식당 다프니 (22)

레스토랑 로마네스크 (42)

코린토스 : 아이스크림 가게 (124)

카페 프로방스 (138)

락카페 엔타시스 (173)

비잔틴 : 술집 (206)

드림 컨츄리 : 카페 (459)

 

세상은 넓고 배울 것은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다음과 같은 항목들이다.

 

꽃이름 19쪽

 

클래식 음악

오페라 춘희 (259,261쪽)

타르타니의 소나타 2악장 (269쪽)

 

팝송

로드 스튜어트 세일링 (182)

캐스케이더스, 리듬 오브 더 레인 (237쪽)

 

그리스 신화 : 41,

포스트 모던 작가 : 148쪽

그림들

해바라기, 고갱의 장미와 소상, (154쪽)

 

번역가인 사미 선배가 번역하고 있는 <화보집>에는 화가들(229쪽)이 등장한다.

앙리 루소, 들라크루아 등

 

시드니 민츠 (233쪽)

괴테 (257쪽)

플로베르 (257쪽)

 

그밖에 국제 정세와 역사를 논하고 있는 강의록도 등장한다.

 

미국 패권주의, 구형 구조와 신형 구도 (208쪽)

러시아 여인으로부터 시작한 러시아 역사와 정세 강의록 (400쪽 이하)

 

러시아 음악가들 :

차이코프스키, 무소르크스키, 림스키코르사코프, 프로코피에프, 라흐마니노프, 쇼스타코비치 (400쪽)

 

미국의 문화에 대하여 (407쪽 이하)

 

그러는 가운데, 유토피아 나이트 클럽에서 집주를 만나게 되는데 그로부터 결국은 문명의 역설에 대하여 듣게 되고, 점점 그에게 빠지게 된다.

그게 이 소설의 주제가 된다.

 

집주는 지배인을 대신하는 말인데, 유토피아 클럽의 집주는 마치 천국의 관리자 같은 모습니다. 그가 유토피아의 건물을 관리하는데, 그 안에는 마치 <신곡>에 등장하는 연옥, 지옥 같은 형태로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암시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그럼 이 소설의 주인공 모제는 집주에게 어떠한 사람인가?

모제는 소위 말하는 ‘택한 자’이다.

 

집주가 한 말을 새겨보자.

 

현실에 적응해서 약삭빠르게 살아가는 인간보다, 선생처럼 단순하게 사는 사람이 필요하지요. 나보다 남을 더 생각하고,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타인을 껴안고 사랑하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이지요. (469쪽)

 

그러면서 모제에게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자고 한다. 흰부르의 겨울이 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흰부르의 겨울, 그건 신들과 그들의 세계가 멸망하는 때를 말한다.

 

그렇게 시작된 집주와의 만남은 결국 모제의 인생을 바꾸어놓는데......

 

다시, 이 책은?

 

일단 이 소설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한국 사회를 비롯하여 세계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도 훌륭하다. 위에 언급한 강의록이라는 부분은 소설과는 별도로 새겨보면서 읽어야 할 것들이다.

문명, 우리가 그 속에서 살아가기에 그 전체를, 본 모습을 볼 수 없다. 우리가 살아가느라, 소비하느라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그 문명의 화려함 속에 들어있는 본질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 또한 칭찬받을만하다.

그래서 이 소설을 통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시대를 날카롭게 통찰한 저자의 안목이 부럽다.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는 필치 또한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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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천재들의 생각 아포리즘 - 0에서 1을 만드는 생각의 탄생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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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천재들의 생각 아포리즘

 

이 책의 쓰임새는 실로 다양하다. 대단하기도 하고.

 

첫째, 실리콘밸리 천재들을 다 모아놓았다.

 

그러니 그 천재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셈이다.

누구누구를 여기 모아놓았는지 그 면면을 살펴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애플 창립자 스티브 잡스 Steve Jobs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 Bill Gates

구글 전 CEO 래리 페이지 Larry Page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Sergey Brin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 Elon Musk

아마존의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 Jeff Bezos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 Mark Zuckerberg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 Jack Dorsey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 피터 틸 Peter Thiel

 

지금 전 세계를 쥐락펴락 한다는 사람들이 다 모여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얼마나 대단한 모임인가, 그런 사람들을 독자들은 만나고 있는 것이니 이런 행운도 정말 엄청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 다음, 그들의 주옥같은 말을 들을 수 있다. 이것 또한 행운이다.

 

실리콘밸리의 천재들이 하는 말, 한마디도 귀하고 귀한데 수많은 천재들을 모셔놓고 그들의 말들을 수집해놓았으니 정말 귀한 일이다.

 

이런 말, 그래서 밑줄 긋고 새겨보는 것이다.

 

0535 마이크로소프트와 인류 간의 경쟁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습니다. (191쪽)

 

이 말을 누가 했을까? 마이크로소프트라는 말이 나온 것 보니 빌 게이츠 Bill Gates가 했을까? 만약 그가 이런 말을 했다면, <이런 배짱을 보았나? 하기야 그러니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닐까? 말 속에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그런 기개로 일을 하는 것이다>라고 평했을 것인데, 빌 게이츠가 한 게 아니라, 오라클 창업자인 레리 앤더슨이 한 말이다.

 

그러니 이번에는 다른 느낌이 든다. 맨 끝에 나오는 말, 근소한 차이(only a slight)라는 말에 레리 앤더슨의 각오가 느껴지는 것이다, 그 정도 차이밖에 나지 않으니 우리도 해볼 수 있다는 각오를 피력한 것이다.

 

0536 내 성공을 결정하는 데 있어 내 성격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전문가에 대해 의심하고, 권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었다. 부모님, 선생님과의 관계에서는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인생에서는 매우 유용하다.

 

관계에 있어 그런 고통을 각오하면서까지 의문을 제기할 때에 비로소 성공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고통을 예상하고 의문 제기를 지레 포기한다면 성공은 요원할 뿐이다.

 

0553 사업에 있어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하다가는 손해를 보기 쉽다. 우리가 앞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남들과 다르게’ 하는 것이다.

 

남들 뒤따라가봐야 잘 하면 2등이 아닌가? 2등은 그야말로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새상이다. 그러니 남들과 다르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0639 좋은 아이디어는 언제나 미친 것처럼 보이지만, 실현되면 단지 혁신적인 것일 뿐입니다.

 

누구나 색다른 아이디어를 처음 내놓으면 처음에는 미쳤다는 소리를 듣게 되어 있다. 그걸 이겨내야 혁신의 대열에 올라설 수 있다.

 

그럼 이런 말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일단 명심보감처럼 활용할 수 있다

마음에 새겨두고 때때로 꺼내보면서 실생활에 적용해 보는 것이다,

 

0166 당신에게 훌륭한 아이디어 하나가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잘 풀리리라는 것은 이상적인 생각이다. 진짜 핵심은 실행과 전달이다,

 

맞다. 머릿속에 들어있는 아이디어는 그게 아무리 좋고 훌륭하다 할지라도 머릿속에 머물러 있었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것이 밖으로 나와 실행으로 옮겨져야만 하는 것이다.

 

0270 무엇을 만들던 정성스럽게 만들어라, 무언가 대단한 것을 만든 사람은 정성을 들여서 만들었을 것이다.

 

물건을 하나 사용하면 금방 알게 된다. 그 물건을 만든 사람이 거기에 정성을 들였는가 아닌가를. 그러니 우리가 무엇을 만들 때에는 역지사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정성을 들여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다음에 이 책을 생각 아포리즘의 창고로 활용하는 것이다,

글을 쓸 때나 생각을 정리할 때, 이 책은 상황에 알맞은 아포리즘을 꺼내 사용할 수 있으니, 이 책을 말 그대로 창고로 쓰면 좋을 것이다.

 

다시, 이 책은?

 

맨 처음에 실리콘밸리의 사업가들을 천재라 칭송하며 그들의 행동과 말을 자주 인용하는 것을 보면서, 천재라고? 얼마나 대단하기에 천재라고 그럴까, 하면서 시큰둥했던 것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말로 성찬을 차리는 게 아니라, 실적으로 세상을 바꿔나가는 것을 보면서 그들의 말이 새삼 다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그들의 말을 금과옥조, 하나하나 새겨가며 읽었다.

이 책은 그래서 그들의 천재되는 법, 천재로서 세상을 바꿔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아주 좋은 교과서이기도 하며, 그들의 빛나는 아포리즘을 모아놓은 보물창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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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로 조선을 꿈꾸다 - 정조의 리더십과 무예도보통지
최형국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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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로 조선을 꿈꾸다

 

언뜻 보면 정조와 무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런데 역사를 읽어가면서 그 둘은 떼려야 땔 수 없는 관계인 것을 알게 되었다.

수많은 암살시도가 있었다 한다. 현직 왕을 암살하려고 궁궐에까지 침입을 했다니, 그런 정조에게 무술, 무예는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다. 

비단 개인의 신변 문제만 있었던 게 아니라, 무술은 나라를 지키는 데 필요했었다.

 

이런 기록 살펴보자.

 

대내외적인 변화에 가장 기민하게 대처해야 하는 곳이 군대다.

만약 적군의 전술이 바뀌었었는데, 그 전술을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전투를 치를 수 없다. 임진왜란이 그 대표적인 예다. (118쪽)

 

조선 초기부터 북방의 여진족을 주적으로 방어하는 데는 기병으로 주축을 이루었고, 왜구에 대한 방비도 기병을 위주로 했다는 것이다. 왜구들이 배를 타고 육지로 상륙했을 때, 기병들이 빠르게 추격해 소수 병력으로 각개 격파하는 방법이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진왜란 때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은 근접 무기로는 왜검과 장창을 내세워 조선군의 기병 전술을 깨뜨리는 전법을 구사했다. 그래서 개전한지 불과 20일만에 한양이 함락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런 것을 살펴보면, 국왕이 무예를 알고 그런 전법까지 알고 있어야 나라 전체의 국방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정조는 바로 그런 능력이 있는 왕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물론이거니와 나라를 통할하는데 필요한 무예, 그것을 위하여 정조는 『무예도보통지』를 편찬하여 보급하도록 한다.

 

이 책은 그런 정조의 리더십과 그 리더십의 결과 도출된 『무예도보통지』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장 정조의 정치 읽기

2장 『무예도보통지』를 만든 사람들

3장 『무예도보통지』 속 무예 이야기

 

각각 정리해 둘 것들, 기록해 둘 것이 많이 보인다.  

 

1장 정조의 정치 읽기

 

정조에 관해서는 평소에도 관심이 많았기에 여러 책을 읽었지만 이 책에서는 정조의 또다른 면을 살펴보게 된다.

 

정조가 왕위에 앉자마자 내세운 정치개혁 4가지 사항이 있는데, 그건

민산 (民産) : 백성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인재 (人才) : 교육을 통해 좋은 사람을 키운다.

융정 (戎政) : 전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국방력을 증진한다.

재용 (財用) : 국가의 재정 상태를 건전하게 운용한다. (16- 17쪽)

 

그런 개혁방침을 확실히 하여,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원수를 갚는 대신 나라 전체를 생각하면서 정치를 해나갔다,

특히 인재에 대해서는 사도세자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된 사람이라 할지라도 능력이 있으면 버리지 않고 일을 맡겼다. 구선복이라는 사람이 그 예다. (94쪽)

 

이 중 융정에 대한 정조의 노력은 바로 『무예도보통지』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에 대하여는 이 책 2장과 3장에 자세하게 드러나고 있다.

 

2장, 3장 『무예도보통지』

 

무예의 핵심은? (157- 158쪽)

 

일담(一膽) : 용기를 말한다.

이력(二力) : 담력을 갖추었다면 그 다음에는 힘을 길러야 한다.

삼정(三精) :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쾌(四快) : 실전에서는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

 

지여도장 동여풍우 (止如堵墻 動如風雨)

멈출 때에는 담장처럼 굳건하게, 움직일 때는 비바람처럼 매섭게 하라. (162쪽)

 

활쏘는 자세는? (175쪽)

안전을 위해 지형을 살피고, 바람의 방향을 가늠한다.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자세를 바로 잡는다.

앞 손은 힘껏 밀고, 시위를 잡은 뒷손은 화살을 쥐고 팽팽히 끌어당겼다가 쏜다.

그러니 선찰지형, 후찰풍세다.

 

그밖에 여러 방법이 등장한다.

 

틈홍문세( 177쪽)

항장기무세 (183쪽)

한고환패상세 (185쪽)

 

이런 것들이 역사에 등장하는 사건들, 이야기들과 관련이 있다는 것 또한 흥미롭다.

그러니 이런 무예를 배우다 보면, 저절로 역사상의 사건들도 이해하게 된다.

 

이런 것도 알게 된다.

 

사극에서 지휘관이 수천수만 명 되는 부대 앞에서 목이 터져라 “돌격하라”고 외치는 식의 지휘방법은 불가능하다. 해당 부대를 상징하는 깃발로 지휘하는 것이 옳다. (192쪽)

 

난세에 영웅 난다는 말을 철저하게 부정하고 좋은 시절에 인재를 길러야 난세를 풀어갈 인재를 만들 수 있다. (96쪽)

 

다시. 이 책은?

 

온고지신(溫故知新) : 옛것에서 배워 새로운 것을 깨닫는다.

 

여기에서 온(溫)은 따뜻할 온이 아니라 배울 온이다.

배운다는 다른 글자도 많이 있는데, 왜 여기서는 온을 쓸까?

저자는 이를 ‘따뜻한 배움’으로 풀이한다. (78쪽)

 

따뜻한 배움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다시 이를 풀어 말하기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차가운 지식이라면 그것은 서고에 먼지와 함께 처박힌 낡은 구시대의 유물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런 생각에 공감한다.  

그래서 『무예도보통지』를 편찬한 정조의 백성과 나라를 위한 따뜻한 마음씨가 부쩍 그리워진다. 그런 임금이 있었다는 것, 역사의 행운이었다.  

이 책, 모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책을 덮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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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븐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책세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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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븐

 

소설이다. 일본소설.

주인공은 중학생으로 학교에서의 왕따와 집단 괴롭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남학생인 ‘나’와 여학생인 고지마가 당하는 아이들이고,

그 반대편에 서서 이들을 괴롭히는 니노미아, 모모세 등의 아이들이 있다.

 

괴롭힘을 당하는 이유는?

‘나’는 눈이 사시라는 것 때문이고, 고지마는 더럽게 하고 다닌다는 이유에서다.

이 책의 시작은 이렇다.

 

어느날 학교에서 ‘나’는 필통을 열자, 그안에 쪽지 한 장이 놓여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쪽지는 ‘우리는 한 편이야’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그 쪽지는 고지마라는 여학생이 넣어둔 쪽지였다.

 

'한 편'이란 '같은 편'이라는 말이다.

각각 다른 학생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니 동병상련이랄까, 해서 같은 편이 된 것이다.

고지마는 여학생인데 몸도 씻지않고 옷도 더러운 채로 입고 다녀서 따돌림을 받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 쪽지로 연락을 하게 된 두 사람은 그후 별도로 만나기도 하면서 우정아닌 우정을 키워가게 된다.

 

고지마에겐 나름 사연이 있었다.

그 사연이란,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을 했는데, 아버지가 힘들게 지내고 있었다.

그런 아버지를 기억하기 위해 그녀는 옷도 몸도 제대로 빨지 않고 씻지 않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럼 ‘나’의 경우는?

단지 사시라는 것 때문에 반아이들에게 왕따와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그런 처지, 한 편이 된 둘은 방학한 첫날 학교 밖에서 만나 미술관을 가게 된다.

고지마가 헤븐을 보여준다며 가자고 한 것이었다.  

그래서 둘은 전철을 타고 미술관을 향하여 간다.

거기에서 고지마가 헤븐이라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하는데, 헤븐이 무엇인지?

 

맨처음 ‘나’는 헤븐이 건물인줄 알고 묻는다.

헤븐은 미술관이구나?

고지마는 그게 아니라, 그림이라고 답한다.

덧붙이기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지’ 한다.

 

그럼 그 그림의 제목이 ‘헤븐’인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란다. 

그 헤븐이 무엇인가, 소설 속의 ‘나’도 궁금했지만 소설 밖의 나도 궁금했는데, 어찌어찌 하다가 고지마도 작가도 그것이 어떤 그림인지 말하지 않은 채 지나가버렸다.

 

그래서 헤븐의 정체가 못내 궁금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그게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데 말이다. 그렇게 말해주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왕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이런 추론을 해보게 된다.

그들에게 헤븐은 없다, 그것이 아닐까. 그들이 반아이들의 괴롭힘에서 빠져나올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여러모로 그 방법을 강구해보는데 제대로 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괴롭힘 때문에 얻은 상처를 치료하러 병원에 갔다가 뜻밖의 희소식을 듣게 된다. 바로 사시를 교정하는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어려서 수술을 받은 적이 있긴 하지만 별로 나아지질 않았었는데. 이제 기술이 많이 좋아졌으니까 희망을 가지고 다시 한번 수술을 받아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소식을 고지마에게 전하자. 뜻밖의 반응이 돌아온다.

수술을 받는다면, 같은 편이 아니게 된다는 것이다. (236쪽)

 

여기서 의아해진다. 고지마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나’가 수술을 받아 정상이 되면 왕따를 당하지 않게 되고, 그러면 고지마 혼자 왕따를 당하게 되니 그게 싫은 것일까? 같은 편이 없어진다는 것이?

 

결국 ‘나’는 수술을 받는다. 그래서 이제 제대로 세상을 보게 되는 걸로  소설은 끝이 난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고지마는? 그 아이도 ‘나’처럼 왕따당할 거리를 없애면 되는 것 아닐까?

 

다시. 이 책은?

 

그렇게 생각하다가, 아니지 싶었다.

그렇게 왕따당할 거리를 개별적으로 없애서 왕따에서 벗어나게 되면, 고지마 말대로 니노미아 일당에게 굴복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234쪽) 결국 가해자에게 굴복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건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되는 것이다.

 

결국 그래서 현실에서 헤븐은 없다.

왕따와 집단 괴롭힘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곳인 헤븐은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두 학생이 진지하게 현실을 바라보면서 나누는 대화, 그 대화를 통하여 얻어낸 방법은 안타깝게도 ‘없다’이다. 그저 한 아이만 겨우 빠져나왔을뿐이다.

고지마는 어떻게 지낼까, 그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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