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 그린 - 버지니아 울프 단편집
버지니아 울프 지음, 민지현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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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그린 버지니아 울프 단편집

 

버지니아 울프나에겐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자기만의 방은 잘 나가다가그만 『댈러웨이 부인에서는 막혀버렸다.

겨우 겨우 역자 해설에 힘입고 기타 참고자료를 읽어가며 읽기는 했는데그래도 속시원하지는 않았다.

 

그게 소위 말하는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나 뭐라나하여튼 버지니아 울프는 그랬다.

그런 아픔이 있는 버지니아 울프이번에는 단편집이다단편집이니 조금은 낫겠다 싶어 손에 들었는데과연?

 

이 소설집에는 표제작인 <Blue & Green>을 비롯하여 모두 18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그 중 <현악 4중주>를 예로 들어보자.

 

현악 4중주는 보통 2명의 바이올린 연주자와 1명의 비올라 연주자, 1명의 첼로 연주자로 이루어진다현악 4중주는 최소의 악기로 최대의 음악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편성이기 때문에 실내악에서 가장 중요하고 완성도가 높은 장르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소설을 읽으면서 이 작품에서 울프의 음악관을 알 수 있으리라 기대했었다과연 그랬을까?

 

울프가 쓴 <현악 사중주>에는 악기 이름 몇 개 등장한다.

 

대기실에서 난 소리는 제바이올린이 조율하는 소리였나?

저기 온다검은 옷을 입은 네 사람이 악기를 들고 들어와 쏟아지는 조명 아래 놓인 흰색의 사각형을 마주하고 앉는다활 끝을 보면대에 얹었다가 동시에 들어올려 가볍게 자세를 취한다그러고는 앞에 앉은 연주자를 본다바이올린 주자가 수를 센다하나.....(223)

 

그렇게 연주는 시작된다.

(그리고 선율을 묘사하는 듯문장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

 

모차르트 초기의 음악이네요물론.....”

그렇지만 그의 곡조가 다 그렇듯이 사람을 절망하게 하죠아니희망이라고 하려던 거였어요. .........”

 

여기서 이어지는 대화를 통해 울프의 감상을 읽게 된다.

아니 그전에 (그리고 선율을 묘사하는 듯문장이 이어진다.)라고 한 부분이 더 중요하다.

울프는 연주되는 음악을 (      ) 안에 묘사해놓았다.

 

그러니 연주 실황을 울프는 의식의 흐름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역자의 해설에 의하면울프의 모더니즘적 실험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라 한다. (272)

역자는 덧붙이기를모차르트의 현악 4중주 연주가 흐르고......(생략)

 

이왕에 읽었으니모차르트의 현악 4중주가 무엇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모차르트는 현악 4중주를 모두 23곡 남겼는데첫 번째 곡인 <로디>에 이어 이탈리아 여행중에 작곡한 6곡의 <밀라노 4중주>와 1773년 18세때 작곡한 6곡의 <빈4중주곡> 까지를 그의 초기 시대 작품으로 분류할 수 있다그러니 울프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차르트의 현악 4중주는 위의 작품중 어느 곡인가일 것이다.

 

이 책 덕분에 모차르트의 현악 4중주 곡을 찾아 들으며울프를 읽었다.

 

보여주는 장면” 구성하기

 

그런데 이 작품은 다음의 해설에 힘입어 조금 이해가 되는 편이었다. 적어도 『댈러웨이 부인만큼은 아니어서읽기 괜찮았다. 

여기 수록된 단편 18개 중 다음 몇 작품은 이런 해설 덕분에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울프의 글이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 보여주는 장면을 구성하는데 더 치중하는 듯 보인다.(257)

 

그렇게 보여주는 장면을 구성하는 작품은 다음과 같다.

<Blue & Green>, <밖에서 본 여자 대학>, <과수원에서>, <전화>

<존재의 순간들 슬레이터네 핀은 끝이 무뎌’>

 

또한 <현악 4중주역시 보여주는 장면을 구성하는 작품으로 읽을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버지니아 울프에 조금은 더 가까이 갈 수 있었다그게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하나 더 있다. 역자의 해설에서 이런 대목 만났다.

 

셰익스피어 소네트에 그대를 여름날에 비할까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대학 시절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에왜 하필이면 사랑하는 연인을 여름날에 비유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한국인으로서 여름은 숨 막히는 더위와 뜨거운 태양이 연상될 뿐이었다이 의문은 영국에서 몇 년을 생활하며 풀렸다영국의 여름은 비바람 부는 어둡고 습한 겨울이 지나고 시작되는햇살 가득한 따스하고 쾌적하며 꽃과 초록이 만발한 생동감 넘치는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셰익스피어가 연인의 아름다움을 비유한 여름날은 영국의 여름을 알아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이었던 것이다. (242)

 

나 역시 셰익스피어의 그 시를 읽으면서 왜 여름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이 책 해설을 읽으면서 풀렸으니 그 또한 고마운 일이다이렇게 이 책을 읽으며 하나 더 깨우치는 기쁨 맛볼 수 있었으니이 책 그런 면에서 가치가 있다.

그런 가치 나혼자가 아니라 많은 독자들이 알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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