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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로 조선을 꿈꾸다 - 정조의 리더십과 무예도보통지
최형국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4월
평점 :
무예로 조선을 꿈꾸다
언뜻 보면 정조와 무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런데 역사를 읽어가면서 그 둘은 떼려야 땔 수 없는 관계인 것을 알게 되었다.
수많은 암살시도가 있었다 한다. 현직 왕을 암살하려고 궁궐에까지 침입을 했다니, 그런 정조에게 무술, 무예는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다.
비단 개인의 신변 문제만 있었던 게 아니라, 무술은 나라를 지키는 데 필요했었다.
이런 기록 살펴보자.
대내외적인 변화에 가장 기민하게 대처해야 하는 곳이 군대다.
만약 적군의 전술이 바뀌었었는데, 그 전술을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전투를 치를 수 없다. 임진왜란이 그 대표적인 예다. (118쪽)
조선 초기부터 북방의 여진족을 주적으로 방어하는 데는 기병으로 주축을 이루었고, 왜구에 대한 방비도 기병을 위주로 했다는 것이다. 왜구들이 배를 타고 육지로 상륙했을 때, 기병들이 빠르게 추격해 소수 병력으로 각개 격파하는 방법이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진왜란 때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은 근접 무기로는 왜검과 장창을 내세워 조선군의 기병 전술을 깨뜨리는 전법을 구사했다. 그래서 개전한지 불과 20일만에 한양이 함락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런 것을 살펴보면, 국왕이 무예를 알고 그런 전법까지 알고 있어야 나라 전체의 국방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정조는 바로 그런 능력이 있는 왕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물론이거니와 나라를 통할하는데 필요한 무예, 그것을 위하여 정조는 『무예도보통지』를 편찬하여 보급하도록 한다.
이 책은 그런 정조의 리더십과 그 리더십의 결과 도출된 『무예도보통지』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장 정조의 정치 읽기
2장 『무예도보통지』를 만든 사람들
3장 『무예도보통지』 속 무예 이야기
각각 정리해 둘 것들, 기록해 둘 것이 많이 보인다.
1장 정조의 정치 읽기
정조에 관해서는 평소에도 관심이 많았기에 여러 책을 읽었지만 이 책에서는 정조의 또다른 면을 살펴보게 된다.
정조가 왕위에 앉자마자 내세운 정치개혁 4가지 사항이 있는데, 그건
민산 (民産) : 백성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인재 (人才) : 교육을 통해 좋은 사람을 키운다.
융정 (戎政) : 전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국방력을 증진한다.
재용 (財用) : 국가의 재정 상태를 건전하게 운용한다. (16- 17쪽)
그런 개혁방침을 확실히 하여,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원수를 갚는 대신 나라 전체를 생각하면서 정치를 해나갔다,
특히 인재에 대해서는 사도세자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된 사람이라 할지라도 능력이 있으면 버리지 않고 일을 맡겼다. 구선복이라는 사람이 그 예다. (94쪽)
이 중 융정에 대한 정조의 노력은 바로 『무예도보통지』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에 대하여는 이 책 2장과 3장에 자세하게 드러나고 있다.
2장, 3장 『무예도보통지』
무예의 핵심은? (157- 158쪽)
일담(一膽) : 용기를 말한다.
이력(二力) : 담력을 갖추었다면 그 다음에는 힘을 길러야 한다.
삼정(三精) :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쾌(四快) : 실전에서는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
지여도장 동여풍우 (止如堵墻 動如風雨)
멈출 때에는 담장처럼 굳건하게, 움직일 때는 비바람처럼 매섭게 하라. (162쪽)
활쏘는 자세는? (175쪽)
안전을 위해 지형을 살피고, 바람의 방향을 가늠한다.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자세를 바로 잡는다.
앞 손은 힘껏 밀고, 시위를 잡은 뒷손은 화살을 쥐고 팽팽히 끌어당겼다가 쏜다.
그러니 선찰지형, 후찰풍세다.
그밖에 여러 방법이 등장한다.
틈홍문세( 177쪽)
항장기무세 (183쪽)
한고환패상세 (185쪽)
이런 것들이 역사에 등장하는 사건들, 이야기들과 관련이 있다는 것 또한 흥미롭다.
그러니 이런 무예를 배우다 보면, 저절로 역사상의 사건들도 이해하게 된다.
이런 것도 알게 된다.
사극에서 지휘관이 수천수만 명 되는 부대 앞에서 목이 터져라 “돌격하라”고 외치는 식의 지휘방법은 불가능하다. 해당 부대를 상징하는 깃발로 지휘하는 것이 옳다. (192쪽)
난세에 영웅 난다는 말을 철저하게 부정하고 좋은 시절에 인재를 길러야 난세를 풀어갈 인재를 만들 수 있다. (96쪽)
다시. 이 책은?
온고지신(溫故知新) : 옛것에서 배워 새로운 것을 깨닫는다.
여기에서 온(溫)은 따뜻할 온이 아니라 배울 온이다.
배운다는 다른 글자도 많이 있는데, 왜 여기서는 온을 쓸까?
저자는 이를 ‘따뜻한 배움’으로 풀이한다. (78쪽)
따뜻한 배움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다시 이를 풀어 말하기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차가운 지식이라면 그것은 서고에 먼지와 함께 처박힌 낡은 구시대의 유물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런 생각에 공감한다.
그래서 『무예도보통지』를 편찬한 정조의 백성과 나라를 위한 따뜻한 마음씨가 부쩍 그리워진다. 그런 임금이 있었다는 것, 역사의 행운이었다.
이 책, 모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책을 덮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