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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븐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책세상 / 2023년 4월
평점 :
헤븐
소설이다. 일본소설.
주인공은 중학생으로 학교에서의 왕따와 집단 괴롭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남학생인 ‘나’와 여학생인 고지마가 당하는 아이들이고,
그 반대편에 서서 이들을 괴롭히는 니노미아, 모모세 등의 아이들이 있다.
괴롭힘을 당하는 이유는?
‘나’는 눈이 사시라는 것 때문이고, 고지마는 더럽게 하고 다닌다는 이유에서다.
이 책의 시작은 이렇다.
어느날 학교에서 ‘나’는 필통을 열자, 그안에 쪽지 한 장이 놓여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쪽지는 ‘우리는 한 편이야’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그 쪽지는 고지마라는 여학생이 넣어둔 쪽지였다.
'한 편'이란 '같은 편'이라는 말이다.
각각 다른 학생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니 동병상련이랄까, 해서 같은 편이 된 것이다.
고지마는 여학생인데 몸도 씻지않고 옷도 더러운 채로 입고 다녀서 따돌림을 받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 쪽지로 연락을 하게 된 두 사람은 그후 별도로 만나기도 하면서 우정아닌 우정을 키워가게 된다.
고지마에겐 나름 사연이 있었다.
그 사연이란,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을 했는데, 아버지가 힘들게 지내고 있었다.
그런 아버지를 기억하기 위해 그녀는 옷도 몸도 제대로 빨지 않고 씻지 않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럼 ‘나’의 경우는?
단지 사시라는 것 때문에 반아이들에게 왕따와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그런 처지, 한 편이 된 둘은 방학한 첫날 학교 밖에서 만나 미술관을 가게 된다.
고지마가 헤븐을 보여준다며 가자고 한 것이었다.
그래서 둘은 전철을 타고 미술관을 향하여 간다.
거기에서 고지마가 헤븐이라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하는데, 헤븐이 무엇인지?
맨처음 ‘나’는 헤븐이 건물인줄 알고 묻는다.
헤븐은 미술관이구나?
고지마는 그게 아니라, 그림이라고 답한다.
덧붙이기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지’ 한다.
그럼 그 그림의 제목이 ‘헤븐’인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란다.
그 헤븐이 무엇인가, 소설 속의 ‘나’도 궁금했지만 소설 밖의 나도 궁금했는데, 어찌어찌 하다가 고지마도 작가도 그것이 어떤 그림인지 말하지 않은 채 지나가버렸다.
그래서 헤븐의 정체가 못내 궁금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그게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데 말이다. 그렇게 말해주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왕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이런 추론을 해보게 된다.
그들에게 헤븐은 없다, 그것이 아닐까. 그들이 반아이들의 괴롭힘에서 빠져나올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여러모로 그 방법을 강구해보는데 제대로 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괴롭힘 때문에 얻은 상처를 치료하러 병원에 갔다가 뜻밖의 희소식을 듣게 된다. 바로 사시를 교정하는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어려서 수술을 받은 적이 있긴 하지만 별로 나아지질 않았었는데. 이제 기술이 많이 좋아졌으니까 희망을 가지고 다시 한번 수술을 받아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소식을 고지마에게 전하자. 뜻밖의 반응이 돌아온다.
수술을 받는다면, 같은 편이 아니게 된다는 것이다. (236쪽)
여기서 의아해진다. 고지마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나’가 수술을 받아 정상이 되면 왕따를 당하지 않게 되고, 그러면 고지마 혼자 왕따를 당하게 되니 그게 싫은 것일까? 같은 편이 없어진다는 것이?
결국 ‘나’는 수술을 받는다. 그래서 이제 제대로 세상을 보게 되는 걸로 소설은 끝이 난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고지마는? 그 아이도 ‘나’처럼 왕따당할 거리를 없애면 되는 것 아닐까?
다시. 이 책은?
그렇게 생각하다가, 아니지 싶었다.
그렇게 왕따당할 거리를 개별적으로 없애서 왕따에서 벗어나게 되면, 고지마 말대로 니노미아 일당에게 굴복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234쪽) 결국 가해자에게 굴복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건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되는 것이다.
결국 그래서 현실에서 헤븐은 없다.
왕따와 집단 괴롭힘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곳인 헤븐은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두 학생이 진지하게 현실을 바라보면서 나누는 대화, 그 대화를 통하여 얻어낸 방법은 안타깝게도 ‘없다’이다. 그저 한 아이만 겨우 빠져나왔을뿐이다.
고지마는 어떻게 지낼까, 그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