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 1
이철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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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 1

 

이 책은?

 

이 책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은 소설이다. 장편 소설,

1,2 권 모두 두 권으로 출판되었는데, 그 중의 첫 번째 책이다.

 

저자는 이철환, <소설과 동화를 쓰는 작가이다. 수년 동안 여러 지면에 ‘침묵의 소리’와 ‘풍경 너머의 풍경’을 주제로 그림을 연재했다. 지난 10여 년간 TV·라디오 방송과 학교, 기타 공공기관 및 기업체 등에서 1000회 이상 강연을 했으며, 풀무야학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펴낸 책으로는 『연탄길(전3권)』 외 많은 작품이 있는데, 『연탄길(전3권)』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소설이니, 등장인물을 먼저 살펴보자.

 

배경은 고래반점, 중국집, 중국음식을 요리하여 판매하는 식당이다.

 

그곳의 운영자인 장용팔과 그의 부인 영선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부부의 아들, 동현과 동배가 있다.

 

동현의 학교 같은 반 친구, 서연과 아버지 최대출.

최대출은 고래반점 건물의 건물주이기도 하다.

 

고래반점에 짜장면을 먹으러 온 인혜, 인석 남매. 고아다.

 

정인하, 장용팔이 독서모임에 만난 사람으로 전직 역사 교사다.

 

이런 인물들이 모여, 만나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용팔, 고래반점의 주인이다. 그는 대단한 지식인이다.

알고 있는 것도 많고, 독서 모임에 출석하며 꾸준히 책을 읽어 자기 자신을 채워가는 사람이다.

 

부인인 영선이 아이들에게 하는 말, 들어보자.

“아빠는 워낙 책을 많이 읽어서 상상력 하나는 끝내주거든. 아빠 어릴 적엔 동화 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대.” (217쪽)

 

용팔이 영선에게 하는 말, “먼저 들어가, 나는 책 좀 읽다가 자려고.” (333쪽)

해서 그의 머리에는 웬만한 지식은 다 들어있다. 엄청남 지식을 구사하는 사람이다.

아들 방에 붙어있는 글귀를 보고 단박에 그 말의 출처를 알아낸다.

 

“진보는 2보도, 3보도, n+1보도 아니다. 진보는 1보다.”(167,203쪽)

 

발터 벤야민이 한 말이다.

그는 아들에게 이런 말도 해준다. 발터 벤야민의 발언이다.

 

“유토피아는 미래에 다가올 이상적인 사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유토피아는 위기의 순간 섬광처럼 번쩍이는 과거의 기억 속에 있다.” (204쪽)

 

그가 즉석에서 발터 벤야민의 『역사 철학의 테제』에서 풀어낸 말이다.

그는 이말을 풀어주면서, 아들에게 묻는다.

“동의할 수 있겠어?” 그 아들은 고등학교 2학년이다.

 

읽는 책에 대한 평가도, 수준급이다.

『고도를 기다리며』 사무엘 베케트 (332쪽)에 대한 평이다.

 

“재미도 없고 마음 속에 남는 대사도 없는데 이야기 전체가 묵직한 서사로 남아.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생각하면서도 부조리한 세계를 빠져나올 수 없는 인간의 실존이 사무엘 베케트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그려져 있다고 할까?” (332쪽)

 

그는 책을 단지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읽는 게 아니다. 책을 읽고, 그 책에서 얻은 통찰력을 현실 세계에 적용하기도 한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장미를 들어 부인과 대화를 한다. (39쪽)

 

또한 영화, 뮤지컬도 두루 두루 꿰뚫고 있다. 뮤지컬 <캐츠> (12쪽)

또한 그는 틈이 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휴대하고 다니는 수첩에 적어놓는다.

그의 수첩에는 그런 ‘생각들’이 차곡차곡 담겨진다.

 

마음이 불러주는대로 적는다. (42쪽)

불현듯 다가온 문장 (60쪽)

불현듯 떠오른 문장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기 전에 (67쪽)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문장 (101쪽)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 (264쪽) 들을 수첩에 적어 놓는다.

 

주인공 용팔의 수첩 중에서 (몇 개 발췌)

 

수평선을 그려본 사람은 안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없음을. 어째서 허접한 인간의 삶이 하늘의 질서와 맞닿아있는지를. (96쪽)

 

용팔은 문득 자신의 이십대 시절이 생각났다. 용팔이 지나온 청춘의 풍경은 그들과 분명히 달랐다. 용팔은 윗주머니에서 스프링 수첩과 볼펜을 꺼냈다. 용팔은 차분한 마음으로 떠오른 생각을 수첩에 써내려갔다.

 

수치로 환산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그것을 증명하려고 숫자 0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180쪽)

 

어둠은 어둠이 아니었다. 어둠이 감추고 있는 빛의 실체가 있었다. 카를 구스타프 융은 그것을 ‘어둠의 빛’이라 명명했다. 캄캄한 시간을 통해서만 깨닫게 되는 것이 있었다. 오직 어둠을 통해서만 인도되는 빛이었다.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107쪽)

 

빨간색과 흰색을 섞으면 분홍이 된다. 정말 그럴까?

문제는 비율이다. (333쪽)

 

문명에 대한 통찰 :

역사의 전개 과정에서 문명의 중심축은 끊임없이 이동했다. 중심이 변방이 되기도 하고, 변방이 중심이 되기도 했다.

세계 4대 문명인 황하문명, 인더스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집트 문명의 중심축은 서양의 그리스로 이동했다. 그리스 문명은 서양 문명의 근간이 되었지만 그리스를 주도했던 아테나와 스파르타는 27년간 1,2 차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치루며 힘을 잃었다. 그후 문명의 중심축은 이탈리아 로마로 향했다. (237쪽)

 

그는 이런 사람들의 말을 즐겨 인용한다.

고미숙(67쪽), 최진석 (95쪽), 김누리 (127, 258쪽),

 

정인하의 경우를 살펴보자.

 

또한 고래반점에 들러서 음식을 먹는 정인하, 역시 대단한 지성인이다.

그는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 생활을 10년간 하다가 시력 때문에 그만두고 글을 쓰고 있다.

장용팔과는 독서모임에서 만난 사이(118쪽)다.

 

그는 장용팔이 가겟세 인상을 걱정하자, 협상 전문가인 스튜어트 다이아몬드(51쪽)를 거론하며 협상의 방법을 알려준다.

 

그림에도 일가견이 있다. 마네와 모네의 구별법 (54쪽)

“마네와 모네의 그림을 구분할 때 사용되는 미술계의 유명한 이야기가 있어요.

사람이 많으면 마네의 그림이래요. 사람이 ‘많아’서 ‘마네’하는 것입니다.” (54쪽)

 

그는 장용팔과 더불어 양명학(144쪽)을 주제로 깊은 대화를 나눈다. 

신영복(123쪽), 클라우스 슈밥(188쪽), 정재승(188쪽), 송진구 (188쪽) 등이 입에서 술술 나온다.

  

다시, 이 책은?

 

이런 인물들이 모여, 만나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1권 마지막까지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줄 뿐이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며 어떤 생각들을 하고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문제는 1권에서 뜸을 들여온 사건들이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예열단계다. 그 폭발을 예고하는 조짐들이 여기 저기 보인다.

그래서 기대가 된다.

 

1권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렇게 고상한 지식과 철학을 지닌 사람들인데. 평범을 넘어선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과연 그런 폭발성 있는 상황들을 어떻게 견뎌낼지, 은근히 기대가 되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은, 그런 일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슬기로운 대처가 과연 가능할지,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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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35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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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학의 기본 -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이 책은?

 

이 책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문학론이다.

 

여기서 ‘시학(詩學)’에서의 ‘시’란 지금의 ‘시’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비극, 희극, 서사시, 서정시 등을 모두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저자인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B.C. 384~322에 살았던 사람이다.

<그는 스승인 플라톤과 함께 2천여 년 서양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그가 다룬 분야들은 논리학, 형이상학, 인식론, 심리학, 윤리학, 정치학, 수사학, 미학, 동물학, 식물학, 자연학, 철학사, 정치사 등으로 아주 폭이 넓었다.

그의 대표적 저서로는 이 책 『시학』을 비롯하여 『니코마코스 윤리학』, 『형이상학』, 『자연학』, 『정치학』, 『범주론』, 『명제론』, 『수사학』 등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금도) 살아있다!

 

“드라마 구성과 전개, 플롯 구성의 방법”이 담겨 있는 이 책은 2천여 년이 지난 지금도 살아있다. 해서 책, 『놀라움의 해부』(베라 토빈)에서 다음과 같이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난다.

 

도로시 세이어즈 -  탐정소설가 - 는 1935년 한 강연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비극의 풀롯 구성 원칙중 다수가 자신이 주로 쓰는 장르인 탐정소설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제대로 된 비극이라면 사건들이 점점 더 복잡하게 중첩되어야 하며, 예측 가능하지 않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뒤죽박죽이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사건들이 “예기치 않게, 그러나 인과관계에 따라‘일어나고(1452a 2-4), 급전에서 절정을 이루며, 이상적으로라면 이와 동시에 무지에서 앎으로의 이행이 일어나고, 그에 이어지는 설명에 의해 앞에서 얽혔던 문제가 모두 풀리거나 소멸되면서 종결되어야 그 비극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219쪽)

 

위의 책에 언급된 『시학』 (1452a 2-4)는 어떤 내용일까?

 

시인은 완결된 사건 뿐 아니라 공포와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사건도 모방한다. 그러한 행위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인과관계로 인해 일어난다면, 그 효과는 극대화된다.(이 책, 38쪽)

 

비극은 완결된 행동의 모방일 뿐 아니라 공포와 연민의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사건의 모방이다. 이런 사건들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상호간의 인과관계에서 일어날 때 최대의 효과를 거둔다. (『시학』, 천병희 역, 374쪽)

 

이렇게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비극의 플롯 구성 원칙>이 지금도 적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 『시학』 은 그래서 극작을 하는 작가들에게 지금도 영감과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그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시학』, 몇가지 정리해 본다.

 

플롯  

가장 훌륭하다는 평을 받는 플롯은?

『오디세이아』

이중적 플롯을 전개해 나가다가, 고귀한 인물과 악한 인물이 서로 정반대의 결말을 맞는다. (49쪽)

 

연민과 공포

 

연민은 사람이 부당하게 대접받는 모습을 볼 때 생기는 감정.

공포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과 관련이 있다. (46쪽)

 

미덕과 정의가 남달리 뛰어나지는 않지만, 악덕이나 악행이 아니라, 어떤 실수나 결함 때문에 불행해진 사람이어야 한다.

훌륭한 플롯은 결말이 단일해야지, 이중적이어서는 안 된다. (47쪽)

 

가장 훌륭한 비극은 플롯이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어야 하고, 공포와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나 사건이 있어야 한다(이것이 비극이라는 모방의 고유한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귀한 사람이 행복했다가 불행해지는 것을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은 공포나 연민이 아니라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악인이 불행을 겪다가 행복해지는 것을 보여주어서도 안 된다. 그런 것은 비극적인 것과는 가장 거리가 멀고, 비극의 효과를 조금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수긍할 수도 없고, 연민이나 공포도 느끼지 못한다. (45쪽)

 

성격 ;

성격 -  선함, 적합성, 유사성, 일관성

 

반전 :

상황이 앞에서 일어난 것과 정반대로 변하는 것이다. (40쪽)

이것도 개연성이나 필연성에 따라 일어나야 한다.

『오이디푸스 왕』의 경우, 코린토에서 사자가 와서 오이디푸스를 기쁘게 해주고, 어머니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하려 했지만, 정작 오이디푸스의 정체가 드러나자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간다. (40쪽)

 

인지 : 전에 모르던 일이 갑자기 드러나는 것으로 특히 어떤 일이 나타나면서 대단원이나 결말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61쪽)

 

이때 등장인물은 극에서 설정한 행운이나 불운에 따라 친국 혹은 원수가 된다.

이런 일이 반전과 동시에 일어날 때 최고의 인지가 된다. (41쪽)

가장 훌륭한 예가 『오이디푸스 왕』의 경우다.

 

이 책, 그리스 비극 공부에 도움이 된다.

 

비극의 발전과정을 알게 된다.

 

아이스킬로스는 처음으로 배우의 수를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늘렸고, 합창을 줄이고 극이 대화 위주로 진행되게도 했다.

소포클레스는 배우의 수를 세 명으로 늘렸고, 무대에 배경 그림을 도입했다. (21쪽)

 

아리스토텔레스의 작품 분석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극작 이론을 설명하는 가운데, 호메로스와 그리스 3대 비극작가를 비롯한 여러 작가들의 실제 작품을 예로 들어 구체적인 사례를 분석, 제시하고 있다.

 

아이스킬로스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64

『필록테테스』 89, 95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왕』 40, 41, 46, 50, 59,65, 100,115

『안티고네』 53,

『부상당한 오디세우스』 52,

『테레우스』 63,

『엘렉트라』 100

 

에우리피데스

『타우리케의 이피게네이아』 42, 63, 64, 65, 67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58

『메데이아』 52, 58, 112

『크레스폰데스』 54,

『오레스테스』 57, 112

『트로이의 여자들』, 95

 

호메로스에 대하여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남긴 호메로스에 대하여도, 역시 분석을 하고 있다.

 

반면에 호메로스는 다른 점에서도 뛰어나지만, 배워서 익힌 것이든 타고난 것이든 이 점을 잘 알았던 것 같다. 『오디세이아』를 쓸 때 호메로스는 주인공에게 일어난 일을 다 다루지는 않았다. 예컨대 주인공이 파르낫소스 산에서 다친 일이나, 출전하지 않으려고 미친 척한 일 같은 것은 다루지 않았다. 이 두 사건은 개연성이나 필연성 측면에서 주인공에게 일어난 다른 일과 연관성이 없기 때문이었다. 도리어 호메로스는 앞에서 말한 하나의 통일된 행위를 중심으로 『오디세이아』를 구성했고, 『일리아스』도 마찬가지였다. (34쪽)

 

다시, 이 책은?

 

『시학』에는 비극편만 들어있다. 희극편은 없다.

학자들은 원래 『시학』에는 희극편도 들어있었는데 중간에 망실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근거로 하여 움베르토 에코는 『장미의 이름』이란 걸작을 썼다.

그러니 아리스토텔레스는 남아있는 비극편으로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없어진 부분으로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니, 이 책 『시학』 대단한 책이라는 것, 다시 확인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지 않고서는 문학을 논할 수 없다는 점, 강조하고 싶다. 해서 이 책은 모든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 꼭 읽어야 할 기본 텍스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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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거울 - 바로크 미술에 담긴 철학의 초상
유성애 지음 / 미진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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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철학자의 거울』

 

이 책은?

 

이 책 『철학자의 거울』은 < 바로크 미술에 담긴 철학의 초상>을 매개로 하여 엮어내는 철학책이다.

 

저자는 유성애, <한양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문신저술상, 한국조각평론상 등을 수상했다. 주요 관심사는 예술과 정치철학이다. 관심 분야에서 다양한 글쓰기를 모색 중이다. 15년째 공부모임을 이어오며 예술 관련 주제를 공부 중이다. 대학시절 미술가의 꿈을 품었으나, 지금은 읽고 쓰는 사람으로 예술과 함께한다. 예술의 중립성과 객관성이라는 허상을 뛰어넘어, 현실과 연계된 예술의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 최근에는 예술과 감정, 정치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일단 철학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근대 이후의 철학자들은 사진이란 문명의 이기 덕분에 그 얼굴을 알고 있지만, 예컨대 고대 그리스 시대의 철학자들 얼굴 어디 생각할 수나 있었나? 헌데 이 책에서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화가들이 그려 놓은 덕분이다.

 

데모크리토스, 헤라클레이토스, 디오게네스(41쪽), 아리스토텔레스 (37쪽),

소크라테스 (95쪽), 아스파시아(226쪽), 플라톤 (325쪽)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의 모습을 그린 화가들은,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의 기록, 플루타르코스, 호라티우스의 역사서 등을 참고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223쪽)

 

디오니게스는 특히 많은 화가들이 즐겨 선택한 철학자다.

디오니게스는 여러 명의 화가들이 그렸는데, 다음과 같은 작품들이다.

 

<디오니게스가 있는 풍경> 41쪽

<컵을 버리는 디오니게스> 46쪽
<인간을 찾아다니는 디오니게스> 90쪽

<정직한 인간을 찾아다니는 디오니게스> 95쪽

<참된 인간을 찾아다니는 디오니게스> 281쪽

 

17세기 바로크 시대

 

이 책을 관통하는 시대는 바로크 시대다. 17세기의 예술인 바로크.

 

바로크 작품 속 철학자는 자기 반성적 인간을 상징한다. 특히 거울을 든 철학자 이미지는 17세기 철학자 그림의 핵심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거울은 철학자의 도구, 자기 발견의 매개다

거울은 내면을 비추는 은유다. (323쪽)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철학자의 거울』인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그림 속의 철학자는, 가난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 이유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철학자는 자발적으로 가난한 삶을 선택하지만, 가난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진정한 목적은 자유다. 자기를 옭아매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려 한다. 소유는 언제나 타인과 연관되어 있다. 더 많이 가지려면 내가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거나, 반대로 그를 제압해야 한다. (61쪽)

 

철학과 철학자, 저자는 철학자들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철학자들이 추구한 철학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려고 한다. 해서 다음과 같은 발언은 철학의 모습들이다.

 

철학자의 진리는 타인을 항상 필요로 한다. 타인은 새로운 가능성의 원천인 동시에 취약점이다. (76쪽)

 

질문과 의심은 철학자의 주요 무기다. 철학자가 던지는 질문은 소통의 도구다. (98쪽)

 

과거 없이 미래를 모색할 수 없다. 고대 그리스인은 시간을 뛰어넘어 기억되는 불멸을 꿈꿨다. 철학자의 지혜는 자기 시대에 한정되지 않는다. 시대마다 재해석되어 기억된다. (162쪽)

 

그림 몇 개 살펴보자.

 

<호메로스 두상을 보는 아리스토텔레스> (74쪽)

 

네델란드 화가 렘브란트는 아리스토텔레스를 그렸다. 호메로스의 두상을 바라보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등장한다.

작품 속 아리스토텔레스는 부유한 귀족 같다. 매끈한 원단에 풍성하게 주름 잡힌 우아한 옷과 화려한 장신구가 돋보인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남자의 표정을 읽기 어렵다. 좋은 추억에 젖은 듯 미소 지은 얼굴에는 문즉 회한이 스친다.

장막 뒤 가득 쌓여 있는 책이 눈에 띈다. 책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다. 글쓴이는 죽어서도 현재의 독자와 함께 살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호메로스라는 과거에 빚을 지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두른 금빛 사슬은 그저 장식 요소가 아니다. 『일리아스』의 황금 밧줄 이야기를 암시한다. (…… ) 아리스토텔레스의 금빛 사슬은 흔들리지 않는 정신, 고양의 가능성을 상징한다. 호메로스의 유산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유 안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자크루이 다비드가 그린 <소크라테스의 죽음>

 

18세기 신고전주의의 대표 화가 자크루이 다비드가 그린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살펴보자.

 

먼저 이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보자.

소크라테스가 있다. 그는 작품의 중앙에 침대에 앉아, 왼손을 들고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그리고 그의 왼쪽에 서 있는 사람, 손에 잔을 들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마셔야 할 독이 든 잔이다. 그는 소크라테스를 차마 똑바로 보지 못하고, 그저 잔만 건네고 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의 무릎에 손을 얹고 있는 사람은?

크리톤이다.

플라톤이 저술한 『크리톤』의 실제 인물이다. 그는 소크라테스에게 탈옥과 망명을 권유한 사람이다. 그 과정이 『크리톤』에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런 그가 이제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현장에 같이 있는 것이다.

 

그밖의 인물은?

오른 편에 있는 사람들은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비통해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니, 그의 추종자 또는 제자로 짐작이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그림에서 이상한 모습이 하나 포착이 된다. 이런 장면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등을 돌리고 있는 사람, 그림의 가장 왼쪽에 앉아 있는 사람이다.

그는 누구이며, 왜 그렇게 현장과 등을 돌리고 앉아있는 것일까?

 

이 책을 읽다가 그 답을 찾았다. 여기 소개한다.

 

작품에서 플라톤의 배치가 특이하다. 등을 돌린 플라톤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마치 등 뒤의 소란과 아무 상관없다는 듯, 그는 다른 인물과 전혀 섞이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보면 왜곡된 묘사다.

소크라테스의 형 집행 당시, 20대 청년이던 플라톤은 현장에 없었다.

다비드는 왜 부재했던 플라톤의 자리를 만들고 그를 중년으로 묘사했을까?

플라톤 밑에 놓인 종이와 잉크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 작품에는 다중의 시간과 해석이 겹쳐있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죽음 이후 시간에 있다. 그는 스승의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 플라톤 뒤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의 머릿속에서 재현된 과거이다.

그는 중년을 훌쩍 넘긴 나이에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글로 썼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실화를 바탕으로 플라톤이 구성하고 의미 부여한 이야기다. 플라톤이 아니었다면 소크라테스의 사유와 선택은 지금처럼 이해되지 못했을 것이다.

(152쪽)

 

 

베르나르도 스트로치의 <운명의 세 여신 >The Three Fates

 

헤시오도스가 쓴 『신들의 계보』에 의하면, 운명의 여신은 이렇게 세상에 태어났다.

 

밤은 또 운명의 여신들과 무자비하게 응징하는 죽음의 여신들을 낳으니,

이 여신들은 인간들과 신들의 범법을 추척하되

죄지은 자들을 응징하기 전에는 무서운 노여움을

결코 풀지 않는다.

 

운명의 여신이란,

[인간들이 태어날 때 그들에게 행운과 불행을 정해주는

클로토와 라케시스와 아트로포스를] 말한다.

(『신들의 계보』, 헤시오도스, 천병희 역, 47쪽)

 

이에 대하여 역자는 다음과 같은 각주를 달아놓았다.

 

운명의 여신들(Morai 라/ Fata 또는 Parcae) 은 ‘각자가 맡은 몫’이란 뜻의 morai(Moirai의 단수형)가 신격화된 것으로, 호메로스 이후에는 클로토(Klotho, 실 잣는 여자), 라케시스(Lachesis, 할당하는 여자), 아트로포스(Atropos, 되돌릴 수 없는 여자, 가차없는 여자) 세 자매인데, 한 명이 실을 자으면, 다른 한 명은 이를 감고, 나머지 한 명은 명(命)이 다하면 이를 끊음으로써 각자의 수명을 조절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그 세 여신을 이미지로 살펴보자.

 

17세기 회화에서 운은 주로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운의 여신 형상을 활용해서 그려진다. 운의 여신이라고 다 같지 않다. 운명 (fate)과 운(fortune)은 구분된다.

운명의 여신은 인생 행로의 필연성을 강조한다.

 

베르나르도 스트로치의 작품 속 세 여인은 그리스 신화에서 운명을 관장하는 여신, 모이라이(Moirai)다.

이들의 상징은 실타래다. 바구니에 실타래가 가득하다. 실은 인생을 뜻한다.

왼편에서 실을 뽑는 여인은 클로토(Clotho), 옆의 백발 여인은 라케시스(Lachesis), 실을 자르려는 노파는 아트로포스(Atropos)다.

이들은 각각 인간의 시간을 대표하기도 한다. 실을 뽑는 클로토는 생이 진행되는 현재, 실의 길이를 재고 있는 라케시스는 과거, 생의 마지막을 결정하는 아트로포스는 미래를 가리킨다.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조합이다.

 

라케시스의 역할이 특히 눈에 띈다. 실의 재료인 솜뭉치가 라케시스의 머리에 닿아서, 마치 클로토의 왼손이 라케시스의 머리카락 끝을 쥐고 있는 듯하다.

한편 라케시스는 아트로포스의 뒤에 있어, 라케시스가 이미 골라낸 실은 아트로포스의 가위가 닿지 않는다.

세 여인의 위치와 행동은 인간 시간의 독특한 관계를 보여주는 듯하다.

현재는 과거가 녹아들어 있다. 과거는 미래와 그리 멀지 않지만, 서로 함부로 침범해서는 안 된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모든 실의 시작과 끝은 세 여신의 손에 달려 있다.

(189쪽)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조르다노가 그린 플라톤은 자기와 투쟁하는 인간이다.

작은 탁자에는 『법률』의 한 구절이 적혀 있다.

“최고의 승리는 자기 자신에게 이기는 것.” (325쪽)

 

‘자기 자신에게 이겨야 한다’는 말의 원조가 바로 플라톤이라는 것, 이제 알게 된다.

 

다시, 이 책은?

 

저자는 왜 철학자를 17세기를 나타내는 인물들로 뽑은 것일까?

저자는 이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철학자는 17 세기 화가들이 세운 가장 아름다운 인간이다. 그는 일상인도, 그렇다고 영웅도 아니다. 인간 능력의 한도 내에서 자기 삶을 의미 짓고 책임지려는 사람이다. (219쪽)

 

그래서 자기 삶을 책임 지고, 의미를 부여하려는 철학자, 그들은 비록 누더기를 걸쳤다 하더라도 아름답다.

 

아름다움은 인간 삶을 의미 지우는 가치다. 거지 철학자의 누더기는 언제 보아도 예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성실한 믿음으로 고통과 시련을 인내하는 인간의 아름다움은 부정될 수 없다. (73쪽)

 

철학은 반드시 철학자만 하는 게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은 철학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여기 보여주는 초상화를 자기 자신의 얼굴로 대신해보면, 어떨까?

자화상이 철학하는 자로 보인다면, 내면도 외면을 따라 철학자가 될지 모른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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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란 무엇인가
테리 이글턴 지음, 이강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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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란 무엇인가』

 

이 책은?

 

이 책 『문화란 무엇인가』은 문화 비평서라 할 수 있다.

 

저자는 테리 이글턴 (Terry Eagleton), <영국의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문화비평가이자 문학평론가. 1943년 영국 샐퍼드의 아일랜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났다. 영국 문화 연구의 창시자인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제자로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를 졸업했다. 옥스퍼드대학교와 맨체스터대학교 영문학 교수를 거쳐 현재 랭커스터대학교 영문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세기 이후 영미문학을 주로 연구했으며, 문학사상론, 포스트모더니즘, 정치, 이념, 종교 등 분야를 넘나들며 왕성한 저술활동과 사회참여를 병형해왔다.> 

많은 저서가 있는데, 그 중 『셰익스피어 정치적 읽기』를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다면적인 의미가 있는 문화에 대하여, 여러 가지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

문화와 문명의 차이점, 그 다음에 문화주의의 원칙들 - 다양성, 복수성, 혼종성, 포용성 - 을 살펴본다.

문화의 개념을 에드먼드 버크와 요한 고트프리트 헤르더의 견해를 중심으로 논한 다음에

그 다음으로는 T.S 엘리엇과 레이먼드 윌리엄스, 그리고 오스카 와일드의 생각을 살펴본다.

 

특이한 점은 이런 저자의 발언에서 나타난다.

 

명민한 독자들은 스위프트, 버크, 와일드에서 아일랜드의 반식민주의 정치에 이르기까지, 아일랜드의 모티브가 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것이다. (9쪽)

 

그러고 보니, 여기 등장하는 인문들의 대다수가 아일랜드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고, 저자 또한 <영국 샐퍼드의 아일랜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났다.>

 

해서 책을 읽다보면, 중간 중간에 아일랜드의 식민지와 독립에 대한 언급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문화란, 다음 네 가지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예술적이고 지적인 작업들 전체

둘째, 정신적이고 지적인 발전 과정

셋째, 사람들이 살아가며 따르는 가치, 관습, 신념, 상징적 실천들

넷째, 총체적 삶의 방식 (13쪽)

 

문화와 문명의 관계 

 

이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는데, 그중 몇 개 발언 기록해 둔다.

 

문화라는 단어는 애초에는 문명과 동의어였고, 한동안은 그렇게 사용되었다. (32쪽)

 

일상의 경험이 삭막하고 빈곤해질수록, 그와 대조적인 방식으로 문화는 이상적인 것으로 홍보되었다. 문명이 더 지독스럽게 물질적으로 변해갈수록, 문화는 더 고귀하고 현실 초월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4쪽)

 

문명은 사실의 문제가 된 반면, 문화는 가치의 문제가 된 것이다. (23쪽)

 

문명은 문화의 전제조건이다. (25쪽)

 

문화는 자신이 일정한 정신적 기반을 대여해주려 애쓰는 바로 그 문명이 만들어낸 피조물이다. (25쪽)

 

에드먼드 버크와 요한 고트프리트 헤르더 등

 

이 책에서 문화를 논의하기 위해 동원된 학자들은 다음과 같다.

 

에드먼드 버크, 요한 고트프리트 헤르더, 프리드리히 실러, T. S. 엘리엇, 레이먼드 윌리엄스, 오스카 와일드 등 시대를 대표한 사상가들이 총동원된다.

 

이 책을 통하여 그들의 생각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다.

 

문화, 그 필요를 논하지 마라.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서 다음과 같은 대사가 등장한다.

 

거너릴 : 제 말 똑똑히 들으세요.

한 집에서 시중 들 종자가 별도로 25명, 10명, 5명이 무슨 필요가 있어요?

그 두배의 하인들이 아버지의 시중을 들려고 대기중인 마당에

리건 : 한 명은 무슨 필요가 있어요?

리어 : 오, 필요를 따지지 말아라(reason not the need). 우리 중에 가장 비천한 거지들도 가장 가난한 그들의 소유 가운데 잉여를 가지고 있다. (2막 4장)

 

딸들에게 나라 전부를 주고 난 다음에 마음 편하게 여생을 보내려 한 리어왕은 뜻밖의 난관에 봉착한다. 나라를 받아 챙긴 딸들이 아버지의 시종 수가 많다며 줄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 때 리어왕이 한 말, “필요를 따지지 말아라”는 인구에 회자되는 말이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 말을 다음과 같이 반추하고 있다. 

장식이란 단순한 필요를 채운 후에 남은 것이라는 의미로, 우리가 문화에 부여하는 의미 중 하나다. ( …… )

과잉의 필요가 그 자체로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한 가장 면밀한 탐구는 『리어왕』이다. 가령 농담이나 녹색의 술 사르트뢰즈처럼 유용성을 뛰어넘어 실용적 면이 전혀 없는 것들에 기뻐하는 것도 우리의 본성이다. ‘남아돈다’는 것이 반드시 ‘무가치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39-40쪽)

 

문화가 물질적 필요를 넘어서는 일은, 『리어왕』이 인식하고 있듯, 우리의 본성이다. (144쪽)

 

저자는 리어왕의 발언을 매개로 하여 잉여와 필요를 문화에 대입하여, 문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욕망의 선한 쓰임새

 

욕망은 결핍으로 존재를 뒤덮고, 주어진 것을 넘어 손아귀를 벗어나는 모든 것을 향하도록 우리에게 박차를 가하면서, 인간을 구멍 난 존재로 만든다. 이런 의미에서 욕망은 문명화된 존재를 움직이는 원동력 자체라고 할 수 있다. (41쪽)

 

시대적 흐름에 비추어 본 문화

 

18세기 후반 산업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문화는 유명해졌지만, 한편으로 혁명 개념에 대한 질책이기도 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문화는 낭만적 민족주의 언어에서 핵심 개념이 되었다.

 

19세기가 시작되자 문화 개념은 식민주의와 인류학에 대한 논의에 휘말려들었으나 또한 시들어가고 있던 종교적 가치의 대체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20세기 초에 문화는 주요 산업의 하나로 성장해서 전례없이 새로운 방식으로 대중의 의식 속으로 들어갔다.

 

20세기 중반, 문화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갈등에 있어 핵심 요소, 즉 다문화주의와 정체성 정치라는 모습으로 현재 우리 시대에 불쑥 등장한 하나의 현상이 되었다. (147쪽)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우리가 향상할 수 있다는 말은 우리 자신 내부에 창조적 힘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며, 우리가 스스로 향상할 필요가 있다는 말은 그보다는 덜 낙관적인 이야기를 함축한다.

그리고 결코 본성에 양육이 담기지 못하는 이들이 언제나 존재하는데,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 나오는 자비로운 인물 프로스페로는 추악하고 무도한 칼리반을 그런 사람이라고 보았다. (44-45쪽)

 

다시, 이 책은?

 

이 책의 결론은 문화가 현대 사회에서 결코 핵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결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의가 펼쳐지고 있는데, 저자의 마지막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문화를 말하는 이들이 문화 개념을 과장되게 부풀리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핵심으로 만들어낼 능력이 없다면 입을 닫고 침묵을 지키는 편이 낫다. (203쪽)

 

그런 결론이지만, 이 책을 통해 얻는 수확에 대하여는 입을 다물 수 없다는 점, 밝혀둔다.  

문화라는 개념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는 것, 문화의 기능에 대한 논의 또한 살펴볼 만하다는 것,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에 점점 문화에 대한 생각이 넓고 깊어진다는 것, 역시 기록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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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해변
이도 게펜 지음, 임재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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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소설다운 소설을 읽었다 - 『예루살렘 해변』

 

이 책은?

 

소설을 읽었다. 정말 소설다운 소설을 읽었다.

읽다가 새삼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새겨보게 되는, 그런 소설을 읽었다.

 

흔히들 소설에서 반전을 이야기 하는데, 그래서 이 책 역시 책 뒤표지에 <독특한 문체, 탁월한 상상력, 놀라운 반전>이라고 써 놓았는데, 이 소설은 반전 차원을 넘어선다. 소설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기분, 이런 기분 느낀 책, 처음이다.

 

이 책 『예루살렘 해변』은 이스라엘 작가 이도 게펜의 소설을 모아놓은 소설집이다.

저자 이도 게펜은 <1992년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현재 텔아비브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사골 뇌 연구소Sagol Brain Institute, 소라 스키 의학센터, 텔아비브 대학 부속기관인 ‘가상 증강 현실 연구소’에서 신경 인지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인간 정신에 대한 이해를 증폭시킬 수 있는지 탐구하는 작가다. 그는 현재 이 연구소에서 스토리텔링과 증강 현실을 이용해 파킨슨병의 양상을 진단하는 혁신적인 연구를 이끌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소설을 읽다가 몇 번이고 앞으로 돌아가 저자의 경력을 훑어보곤 했다.

대체 이런 소설을 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어떤 경력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소설을 쓰지, 하는 궁금증이 일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가상 증강 현실 연구소’에서 신경 인지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인간 정신에 대한 이해를 증폭시킬 수 있는지 탐구하는> 작가이기에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다, 그거다. 그래서 작품 하나 하나를 읽어갈 때마다, 새록새록 스토리텔링의 그 깊숙한 의미가 다가오는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은 표제작인 <예루살렘 해변>을 비롯하여 모두 14편인데, 14편 모두가 새겨볼 만하다. 그러나 그중에서 한 편을 꼽으라면, 단연 <파리와 고슴도치>다.

 

여기 수록된 작품 중 가장 짧은 소설이다. 쪽수로 겨우 5쪽에 불과한데, 그리고 시작도 뭔가 엉성한데 읽다가 그만 울컥해지는, 그래서 작가의 솜씨에 감탄, 경탄하게 되는 작품이다.

 

시작은 이렇다. 첫문단이다.

 

요나단 형이 입대한 날부터 나는 시간을 잡아보려고 노력했다. 말 그대로 붙잡으려고 양손을 뻗어 손가락 사이를 지나갈 때를 기다렸다가 주먹을 재빨리 쥐고 최대한 많은 덩어리를 잡으려 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 시간을 잡는 것은 정말 까다로운 일이었으니까. 어찌 되었든 난 어설픈 파리 한 마리조차 잡아 본 적이 없다. (383쪽)

 

이게 뭔소리? 시간을 손으로 잡다니? 그야말로 ‘헐’이다.

그런데 눈에 띄는 단어 하나 '파리', 손으로 파리조차 못 잡는데, 보이는 파리조차 못잡는데, 보이지 않고 형체가 없는 시간을 어떻게....

 

(여기서, 등장하는 ‘파리’가 제목의 ‘파리’이고, 그 ‘파리’가 가지게 되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다 읽고 나서 알게 된 것, 저자에게 미안한 일이다.)

 

그러나, 그건 오산이었다. 처음에 그런 생각에 빠져 그 뒤 글들을 허투루 읽었던 모양이다.

그 다음 장면, 형이 군대에서 휴가를 왔는지, 집에 다니러 온 형이 가족들과 식사를 하면서 군대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준다. 거긴 안전하다면서 가족을 안심시키는 말도 하면서.

 

형은 계속 말했다. 전초 기지에서 아무일도, 정말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걸 믿을 수 없다고, 오히려 집에 있는 것보다 북쪽에 있는 그곳이 훨씬 더 안전하다고. (383쪽)

 

휴가 나온 형을 동생은 졸졸 따라다닌다. 면도하는 형의 모습, 이렇다.

 

그날 저녁 늦게 형은 집안을 서성거렸고 나는 그림자처럼 졸졸 따라다녔다. 형은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며 면도를 했지만, 실은 고슴도치 쓰다듬는 느낌을 싫어하는 메이탈을 위한 거였다. (384쪽)

 

10살짜리 동생이 군대에 가서 휴가 나온 형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 그려지지 않는가? 게가다 형이 면도하는 모습도 어린 동생에게는 멋지게 보일 것이다.

 

여기서 ‘고슴도치’가 등장한다. 제목에 등장하는 고슴도치다.

 

그리고 형은 화자인 동생에게 말한다.

 

형은 2주 안에 한창 분쟁중인 가자 지구로 보내질지도 모른다는 거였다. 어머니와 아버지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384쪽)

 

그리고 형은 어린 동생에게 시간을 잡는 법을 가르쳐준다. 시간을 잡아 병에 집어넣는 방법을. 이게 동생이 형을 기억하는 방법이 된다.

 

군대에 가서 죽은 형을 기억하는 방법!

그런데도 거기까지 읽으면서도 전혀 바로 다음 문장에 나올 사건을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 채집이라는 황당함에 주의를 뺏긴 탓이었을까?

 

이런 것, 역시 눈치 채지 못하고 읽었다.

 

나는 형이 내게 들려주었던 모든 이야기의 시간을 끌어모아 계속 병을 채웠다. (386쪽)

 

이윽고 등장하는 문장, “모두들 조의를 표하러 왔다.” (386쪽)

 

나는 그 문장을 읽으면서, 뒷통수를 한 대 세게 맞았다.

 

지금 10살짜리 사내아이인 화자는 형을 그렇게 기억하는 것이다.

형의 시간, 형과 같이 한 시간, 가족이 형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모아 모아, 병속에 담아두고 싶어하는 그 절절한 마음을, 저자는 두 손으로 잡아 이 작품 속에 담아 놓았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그것을 느꼈다. 거의 보이지 않았고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사라질 뻔 했지만, 내 손에 쥐어진 것이 시간 덩어리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385쪽)

 

나는 이 집 전체를 시간으로 채우고 싶다. 내 평생 갈 만큼. (387쪽)

 

다시, 이 책은?

 

이 책에 모두 14편의 소설이 실려있다. 그 중 어느 한 작품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

여기 모두 분석해서,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저자는 주제를 잡아내어, 그걸 어떻게 하면 스토리텔링으로 녹아낼 것인지 치밀한 연구 끝에 구체적으로 형상화한 다음에 우리에게 내어 놓는다. 그러니 작품 속에 주제가 살고, 이야기가 살아 움직인다. 소설 속 이야기에 들어있는 인물들도 그래서 모두 진짜 살아 움직인다.

 

이게 소설이다. 진짜 소설이다.

그러니 이 소설집을 읽을 때는, 한 문장, 한 글자도 허투루 읽지 말고, 모두다 가슴에, 심장에 새긴다는 각오로 읽어라. 그게 이 소설집을 대하는 독자의 태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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