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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 1
이철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3월
평점 :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 1
이 책은?
이 책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은 소설이다. 장편 소설,
1,2 권 모두 두 권으로 출판되었는데, 그 중의 첫 번째 책이다.
저자는 이철환, <소설과 동화를 쓰는 작가이다. 수년 동안 여러 지면에 ‘침묵의 소리’와 ‘풍경 너머의 풍경’을 주제로 그림을 연재했다. 지난 10여 년간 TV·라디오 방송과 학교, 기타 공공기관 및 기업체 등에서 1000회 이상 강연을 했으며, 풀무야학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펴낸 책으로는 『연탄길(전3권)』 외 많은 작품이 있는데, 『연탄길(전3권)』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소설이니, 등장인물을 먼저 살펴보자.
배경은 고래반점, 중국집, 중국음식을 요리하여 판매하는 식당이다.
그곳의 운영자인 장용팔과 그의 부인 영선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부부의 아들, 동현과 동배가 있다.
동현의 학교 같은 반 친구, 서연과 아버지 최대출.
최대출은 고래반점 건물의 건물주이기도 하다.
고래반점에 짜장면을 먹으러 온 인혜, 인석 남매. 고아다.
정인하, 장용팔이 독서모임에 만난 사람으로 전직 역사 교사다.
이런 인물들이 모여, 만나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용팔, 고래반점의 주인이다. 그는 대단한 지식인이다.
알고 있는 것도 많고, 독서 모임에 출석하며 꾸준히 책을 읽어 자기 자신을 채워가는 사람이다.
부인인 영선이 아이들에게 하는 말, 들어보자.
“아빠는 워낙 책을 많이 읽어서 상상력 하나는 끝내주거든. 아빠 어릴 적엔 동화 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대.” (217쪽)
용팔이 영선에게 하는 말, “먼저 들어가, 나는 책 좀 읽다가 자려고.” (333쪽)
해서 그의 머리에는 웬만한 지식은 다 들어있다. 엄청남 지식을 구사하는 사람이다.
아들 방에 붙어있는 글귀를 보고 단박에 그 말의 출처를 알아낸다.
“진보는 2보도, 3보도, n+1보도 아니다. 진보는 1보다.”(167,203쪽)
발터 벤야민이 한 말이다.
그는 아들에게 이런 말도 해준다. 발터 벤야민의 발언이다.
“유토피아는 미래에 다가올 이상적인 사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유토피아는 위기의 순간 섬광처럼 번쩍이는 과거의 기억 속에 있다.” (204쪽)
그가 즉석에서 발터 벤야민의 『역사 철학의 테제』에서 풀어낸 말이다.
그는 이말을 풀어주면서, 아들에게 묻는다.
“동의할 수 있겠어?” 그 아들은 고등학교 2학년이다.
읽는 책에 대한 평가도, 수준급이다.
『고도를 기다리며』 사무엘 베케트 (332쪽)에 대한 평이다.
“재미도 없고 마음 속에 남는 대사도 없는데 이야기 전체가 묵직한 서사로 남아.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생각하면서도 부조리한 세계를 빠져나올 수 없는 인간의 실존이 사무엘 베케트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그려져 있다고 할까?” (332쪽)
그는 책을 단지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읽는 게 아니다. 책을 읽고, 그 책에서 얻은 통찰력을 현실 세계에 적용하기도 한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장미를 들어 부인과 대화를 한다. (39쪽)
또한 영화, 뮤지컬도 두루 두루 꿰뚫고 있다. 뮤지컬 <캐츠> (12쪽)
또한 그는 틈이 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휴대하고 다니는 수첩에 적어놓는다.
그의 수첩에는 그런 ‘생각들’이 차곡차곡 담겨진다.
마음이 불러주는대로 적는다. (42쪽)
불현듯 다가온 문장 (60쪽)
불현듯 떠오른 문장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기 전에 (67쪽)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문장 (101쪽)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 (264쪽) 들을 수첩에 적어 놓는다.
주인공 용팔의 수첩 중에서 (몇 개 발췌)
수평선을 그려본 사람은 안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없음을. 어째서 허접한 인간의 삶이 하늘의 질서와 맞닿아있는지를. (96쪽)
용팔은 문득 자신의 이십대 시절이 생각났다. 용팔이 지나온 청춘의 풍경은 그들과 분명히 달랐다. 용팔은 윗주머니에서 스프링 수첩과 볼펜을 꺼냈다. 용팔은 차분한 마음으로 떠오른 생각을 수첩에 써내려갔다.
수치로 환산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그것을 증명하려고 숫자 0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180쪽)
어둠은 어둠이 아니었다. 어둠이 감추고 있는 빛의 실체가 있었다. 카를 구스타프 융은 그것을 ‘어둠의 빛’이라 명명했다. 캄캄한 시간을 통해서만 깨닫게 되는 것이 있었다. 오직 어둠을 통해서만 인도되는 빛이었다.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107쪽)
빨간색과 흰색을 섞으면 분홍이 된다. 정말 그럴까?
문제는 비율이다. (333쪽)
문명에 대한 통찰 :
역사의 전개 과정에서 문명의 중심축은 끊임없이 이동했다. 중심이 변방이 되기도 하고, 변방이 중심이 되기도 했다.
세계 4대 문명인 황하문명, 인더스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집트 문명의 중심축은 서양의 그리스로 이동했다. 그리스 문명은 서양 문명의 근간이 되었지만 그리스를 주도했던 아테나와 스파르타는 27년간 1,2 차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치루며 힘을 잃었다. 그후 문명의 중심축은 이탈리아 로마로 향했다. (237쪽)
그는 이런 사람들의 말을 즐겨 인용한다.
고미숙(67쪽), 최진석 (95쪽), 김누리 (127, 258쪽),
정인하의 경우를 살펴보자.
또한 고래반점에 들러서 음식을 먹는 정인하, 역시 대단한 지성인이다.
그는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 생활을 10년간 하다가 시력 때문에 그만두고 글을 쓰고 있다.
장용팔과는 독서모임에서 만난 사이(118쪽)다.
그는 장용팔이 가겟세 인상을 걱정하자, 협상 전문가인 스튜어트 다이아몬드(51쪽)를 거론하며 협상의 방법을 알려준다.
그림에도 일가견이 있다. 마네와 모네의 구별법 (54쪽)
“마네와 모네의 그림을 구분할 때 사용되는 미술계의 유명한 이야기가 있어요.
사람이 많으면 마네의 그림이래요. 사람이 ‘많아’서 ‘마네’하는 것입니다.” (54쪽)
그는 장용팔과 더불어 양명학(144쪽)을 주제로 깊은 대화를 나눈다.
신영복(123쪽), 클라우스 슈밥(188쪽), 정재승(188쪽), 송진구 (188쪽) 등이 입에서 술술 나온다.
다시, 이 책은?
이런 인물들이 모여, 만나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1권 마지막까지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줄 뿐이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며 어떤 생각들을 하고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문제는 1권에서 뜸을 들여온 사건들이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예열단계다. 그 폭발을 예고하는 조짐들이 여기 저기 보인다.
그래서 기대가 된다.
1권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렇게 고상한 지식과 철학을 지닌 사람들인데. 평범을 넘어선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과연 그런 폭발성 있는 상황들을 어떻게 견뎌낼지, 은근히 기대가 되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은, 그런 일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슬기로운 대처가 과연 가능할지, 아니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