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여행자
김수우 지음 / 호밀밭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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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여행자

 

이 책은?

 

이 책 『어리석은 여행자』는 산문집이다.

 

저자는 김수우, <부산 영도에서 태어났다. 1995년 『시와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늦깎이로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고,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서아프리카 사하라와 스페인 카나리아섬에서 십여 년 머무르기도 했으며, 틈틈이 여행길에 오르는 떠돌이별로 사진을 좋아한다. 이십여 년 만에 귀향, 부산 원도심에 글쓰기 공동체 <백년어서원>을 열고 너그러운 사람들과 퐁당퐁당, 공존을 공부 중이다.>

 

이 책의 내용은?

 

수필집인줄 알았는데, 산문집이다.‘

수필은 대개 산문이지만, 산문집이라고 밝힌다는 것은 글이 에세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글이 목적이 있다. 주장도 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에세이와는 다르다. 결이 다르다.

해서 읽을 때, 정색을 하고 읽어야 한다. 저자의 글에 경청하는 자세를 지녀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어리석음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우선 어리석음을 몇 가지 방향에서 파고 들어간다.

 

1부 어리석음의 이유: 영혼과 영원을 위하여

2부 어리석음의 방법론: 거닐며 공부하기

3부 어리석음의 숨은 능력: 상상력과 감수성

 

그러므로 저자에게 어리석음은 도달해야 할 목적지이다.

가야할 길이기도 하다. 그 어리석음이란 곳에 도달하면 상상력과 감수성이 있다. 생긴다. 발견한다.

어리석음에 도달하는 방법은, 거닐며 공부하는 것이다.

그렇게 어리석어야 할 이유는 무얼까? 우리 영혼과 영원을 위하여, 이다.

 

그렇게 도달해야 할 어리석음, 그곳에 가보자.

 

저자가 말하는 어리석음이란 어디에 가는 것일까?

가장 먼저 생각해볼 것은 인문학이다.

 

인문학이란 결국 바보 정신을 배우는 학문이 아닐까. 바보들은 결과를 따지지 않는다. 손해를 보고도 손해라고 생각지 않는다. (15쪽)

 

이렇게 정의할 수 있는 게 인문학인데, 그게 바로 어리석음의 첫 번째 모습이다.

내가 공부해봐서 아는데, 인문학, 그거 돈 되는 것 아니다. 바보들이나 공부하는 것이다. 맞다. 바보들이 모여서 바보 정신을 배우는 게 인문학이다.

 

남들은 모여 부동산이니, 주식이니 돈벌이 할 궁리하고 앉아있는데, 그런 것 생각하지 않고 1층에선 철학 특강, 2층에선 상고사 강의를 그리고 3층에선 문학 토론을 하는 게 어찌 바보들이 하는 짓 같지 않은가? (84쪽)

 

저자가 그렇단다. 저자가 운영하는 ‘백년어서원’에서 동시에 환히 불 밝힐 때가 있단다.

그 3층 건물에서, 인문학을 공부한답시고 모여 불밝히는 그 시간, 그건 바보들의 합창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저자가 얼마나 떳떳한지 보라, 그걸 자랑스레 말하고 있지 않은가?

 

더해서 이런 말도 한다.

인문은 마이너스 정신이고, 이 마이너스는 곧 어리석음이라는 새로운 문이다. (84쪽)

 

그래서 나 또한 저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어리석음이란 문에 들어서게 된다.

저자는 요구한다.

인문은 촘촘히 공부하는 것(86쪽)이라고,

또한 인문은 응시의 능력이라 한다. (87쪽)

 

저자가 말한 인문은 촘촘히 공부하는 것, 이란 말에 밑줄 굵게 그었다.

 

촘촘하다. 그 말이 나를 가르친다. 지금껏 해온 공부를 반성하라 한다.

촘촘하게 공부해!

어설프게, 듬성듬성 책 읽고 어설프게 생각해 온 것들을 버리고, 촘촘하게 공부하라 한다.

그래서 응시, 또한 필요하다.

 

이런 문장들, 억수로 만난다. 나를 인문학의 자리로 인도하는 글, 굉장하다.

 

저자가 응시의 모범을 보여주는데, 한번 들어보자.

달팽이, 가끔 만나기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본 적 없으니 당연히 응시해본 적이 없는 생물이다. 그런데 저자는 응시한다.

 

물결 모양으로 기어다니는 것도 그렇다. 그 튼튼한 근육 발은 지나간 자리마다 하얀 길을 만든다. (89쪽)

달팽이는 날카로운 면도날 위로 걸어갈 수 있다. 그 느림의 힘 때문이다. (91쪽)

 

면도날, 그 위로 뭐든 걸어간 것, 본적이 없는 나에겐 그야말로 신기한 일이고, 놀라운 응시다.

 

그런 저자의 응시에 포착된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 대상은 우리에게 인문학의 모습으로 다가오게 되고, 우리의 지평을 넓혀주니, 우리에게 행운이라는 말이다.

 

이런 글 읽으면서, 가슴에 손 얹고 반성하게 된다, 그러니 행운이다.

 

책을 만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유용한 것들은 우리를 억압한다. 영어가 대화를 위한 것이면 자연스러운 생명감이 되지만, 입시나 취업의 도구가 되면 삶을 억압한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 지식과 정보로 만난다는 것은 불행이다. 책이 도구가 되면 오히려 억압이 된다.

어떤 필요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존재론적인 즐거움이 사라진다. 우리는 결코 도구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137쪽)

 

다시, 이 책은?

 

그렇게 해서 어리석음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발견하면, 기뻐하자.

우리는 이제 어리석음의 능력을 받게 되는 ‘능력자’가 될 수 있으니.

 

그렇다고 능력자가 된다고, 세상에 이름 날리거나 출세하는 것과는 상관없으니, 이 또한 확실히 해두자. 저자는 미리 말했다. 인문학이란 결국 바보 정신을 배우는 학문이라고, (15쪽)

 

그래서 이 책 읽고나면, 마음에 한 줄기 즐거움이 휘몰아온다.

이게 책 읽는 기쁨이구나, 이제 어리석음에 도달한 것이구나.

 

다시 앞으로 돌아가보자

 

그래서 어리석음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가장 근원적인 틈을 찾아 스며든다. 틈새에 핀 꽃처럼 말이다. 우기엔 아가미로, 수년 수개월의 건기엔 폐로 숨을 쉬던 고생대 물고기 폐어처럼 철저히 자신의 밑바닥에 들어간다. 묵묵함과 겸허함. 세계와 자신의 존재 이유를 향한 끊임없는 성찰은 어리석음에서 나온다. (39쪽)

 

세계와 자신의 존재이유를 알게 된다면?

그러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어리석어져야 한다.

어리석어 지기를 배워야 한다. 배우고 훈련해야 한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이 『어리석은 여행자』이다. 물론 목적지는 어리석음이라는 것,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 어리석음이 주장되고 있다는 것, 선포되고 있다는 것, 그것만 아는 것도 복이다.

이 책을 읽은 자는, 그래서 복이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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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인류 - 메타버스 시대, 게임 지능을 장착하라
김상균 지음 / 몽스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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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의 시대에 들어선 『게임 인류』

 

이 책은?

 

이 책 『게임 인류』는 <메타버스 시대, 게임 지능을 장착하라>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저자는 김상균, <지금 글로벌 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미래 산업 분야의 키워드, ‘메타버스’ 관련 국내 최고 전문가.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 인지과학, 교육공학, 로보틱스와 산업공학을 공부하고 게임 세상을 탐험 중인 인지과학자. 저서로는 『메타버스』를 비롯하여 『기억 거래소』, 『교육, 게임처럼 즐겨라』 등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게임에 별관심이 없는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바로 ‘메타버스’란 말 때문이다.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접하고 조금더 구체적인 자료를 찾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나니, 메타버스 뿐만 아니라 게임의 세계를 알게 되어 메타버스도, 게임도,

한걸음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 먼저 밝혀둔다.

 

이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 웰컴 투 플레이 월드

2 앞선 기업은 게임을 연구한다

3 게임의 나비 효과

4 게임은 시대의 표준문화다

 

게임의 의미를 다음 문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혀 관련이 없어서 그 의미를 찾지 못하던 게임, 이 책으로 그 의미를 새겨본다

 

우리는 대부분 설명으로 세상을 배운다. 그런데 게임은 직접 해볼 수 있는 세계다. (153쪽)

 

사람은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책이 기초 지식을 전달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매체임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게임은 경험을 증가기키는 매체다. (165쪽)

 

탐험-소통-성취의 과정은 인간이 인생을 살면서 가장 필요로 하는 3가지 요소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세 가지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면 좋으련만, 많은 이들이 실생활에서 결핍을 느낀다. 예를 들어 나는 스포츠를 탐험하면서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은데, 회사에 가면 상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탐험하라고 강요한다. 그 스트레스가 쌓이면 퇴근 후 집에 돌아왔을 때 동굴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탐험-소통-성취의 과정을 모두 이루고 싶어진다. (57쪽)

 

그렇게 원하는 탐험-소통-성취의 과정을 비록 현실에서는 이루지 못하나, 게임에서는 얼마든지 이룰 수가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훌륭한 대체 경험이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이 게임의 의미라 할 수 있다.

인생이 하나의 스토리를 완성시켜 나가는 과정이라고 가정할 때, 사람들은 인생이란 여정에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하기를 갈망한다. (57쪽)

 

‘게임’에 대한 새로운 인식

 

게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된 데에는 ‘세계관’이란 게 있었다.

그리고 게임의 세계에서는 엄격한 규칙이 존재하고 지켜진다는 것, 그게 현실세계와 완전히 다른 점이다.

그게 게임 플레이어들에게 매력적인 요소가 되는 것이다.

 

게임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배경이 되는 이야기, 즉 세계관이다. 게임의 본질은 경험이고, 경험은 이야기에서 나온다, 그래서 게임은 문학적이다. (240쪽)

 

저자는 『기억 거래소』라는 소설을 썼다. (244쪽)

기업에서 사용하는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 그의 생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세계관을 갖춘 이야기꾼을 발견하지 못해 결국 저자가 소설을 썼다. 결국 세계관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메타버스 (metaberse)와 게임, 그리고 의미

 

메타버스란 유니버스(universe)와 메타(meta)라는 말을 합한 것.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와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를 합한 것으로, 3차원 가상세계를 말한다. (16쪽)

가상현실보다 진보된 개념으로, 경제 활동이 일어나고 사회적 활동이 이뤄지는 온라인 공간이다.

 

메타버스는 다음과 같은 4가지로 나뉘어진다. (260쪽)

AR - 증강현실 (augmented reality) 

라이프로깅 (lifelogging)

거울 세계 (mirror world)

가상 세계 (virtual world)

 

AR - 증강현실 (augmented reality)

메타버스가 현실의 공간과 상황에 가사의 이미지와 스토리 등을 덧입힌 현실 기반의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방식을 뜻한다. (260쪽)

 

그 의미를 더 확실하게 알기 위해 다른 책도 찾아보았다.

사용자의 시야에 비친 현실 세계에 가상의 물체나 정보를 덧씌워 보여주는 기술이다.

가상현실이 모두 만들어진 배경이라면 증강현실은 실제 현실을 배경으로 한다는 차이가 있다.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물을 비추면 관련된 정보들이 겹쳐서 보이는 식이다.

영화에서 특정 안경을 쓰면 수많은 정보가 보이고 벗으면 사라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미디어 읽고 쓰기』, 이승화, 145쪽)

 

라이프로깅 (lifelogging) :

자신의 삶에 관한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기록하고 저장하며 공유하는 것. 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이에 해당한다.

 

거울 세계 (mirror world) :

메타버스가 현실 세계의 모습과 정보, 구조 등을 가져가 복사하듯이 만든 세상. 각종 지도 서비스와 길 찾기, 음식 배달 앱이 여기 속한다.

 

가상 세계 (virtual world) ;

현실과는 다른 공간과 시대적, 문화적 배경, 등장인물, 사회제도등을 디자인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메타버스를 의미한다.

 

메타버스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메타버스의 중심은 게임이고, 메타버스가 발전해도 우리가 더 몰입감 있는 다양한 게임을 즐기게 될 뿐 현실 세계의 업무, 학업, 공공 서비스, 일상생활 등에 큰 변화를 주지 못할 것이라 오해하면 안 된다. 메타버스는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 모델을 만들 것이며, 기업의 새로운 마케팅 채널로 자리 잡을 것이다. 물리적 거리와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소통과 협업이 이뤄지고, 물리적 접촉을 위한 각종 위험과 역효과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발전할 것이다. (266쪽)

 

사족, 하나

 

이런 글 읽으니, 셰익스피어와 공,맹자가 갑자기 측은해진다.

우리의 독서 현실이 어떤지, 잘 보여주는 글이라서.  

독서를 하더라도 아이들은 재미있는 웹툰을 보고 싶은데, 부모는 두꺼운 권장도서를 사주고 읽기를 강요한다. 주말에 밀린 드라마 보고 싶은데, 자녀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나 사서삼경을 건네며 “책 읽으면서 쉬세요.”라고 하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그 황당함이 ‘책 보면서 쉬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164쪽)

 

물론 그 하고자 하는 말 취지는 이해하지만, 셰익스피어와 공자 맹자의 책을 그렇게 치부하다니, 안타깝다. 이는 시대가 그만큼 변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다시, 이 책은?

 

이런 글로 이 책의 의미를 다시 새겨볼 수 있다.

 

사회 경제가 급격하게 변하는 기로에 놓여있다. 굴곡의 방향이 바뀌는 자리를 나타내는 곡선 위의 점을 변곡점이라 부른다. 하지만 곡선 위의 점이 방향이 없듯, 사회 속에 속한 우리는 변화의 방향을 정확하게 인지하기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사고력을 키워 거시적 관점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상상을 통해 미래를 시각화하고 각 변화들 사이의 연관성을 통해 입체적으로 사고할 줄 알아야 한다. (119쪽)

 

사회속에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를 알 수 없으니, 이런 책으로 그 방향을 깨닫게 된다. 세상은 이제 메타버스의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코로나로 인하여 사람들은 점점 비대면, 온라인의 방법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그 흐름을 이 책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책 읽은 보람이 있다.

 

어제 (2021.4. 23) 오후 한 TV 방송에서 이 책의 저자인 김상균 교수가 출연하여 사회자와 전화통화로 메타버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런 대화를 다른 때 같으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흥미있게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이 책을 읽은 효과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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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수다와 속삭임 - 보다, 느끼다, 채우다
고유라 지음 / 아이템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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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수다와 속삭임

 

나는 지금 모처의 미술관에 들어서고 있다.

그저 아담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미술관, 나혼자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흐뭇한 마음으로 미술관에 들어선 참이다.

 

혼자 하는 감상이 그림 감상에 제격이니까 말이다.

사람에 떠밀려 제대로 이모저모 살피지도 못하고, 지나가는 ‘행인 1’로 감상을 마치면 그건 그림을 그린 화가에 대한 모독이 아니겠는가?

 

입구에는 전시회의 주제가 세로 글씨로 나를 반긴다.

『그림과 수다와 속삭임』

수다도, 속삭임도 좋다. 그림이 나에게 해주는 수다, 그리고 속삭임은 더더욱 좋다.

 

먼저 그림 입구 한쪽에 놓여있는 그림 목록을 집어든다. 무려 140점이다.

이건 적어도 몇 박 며칠 걸리는 대장정으로 감상해야 하다.

주마간산 식으로 그림을 봐서는 애써 그린 화가에게 정말 염치없는 일이다.

 

몇 박 며칠 가능하다. 요즘말로 하면 책은 가상의 공간으로 들어서는 입구가 되니, 얼마든지 그게 가능하다.

게다가 그림 곁에는 저자가 붙여놓은 수다, 즉 증강현실처럼 눈에 들어오는 설명이 붙어있으니 더더욱 좋다, 그림이 어떤 것인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알 수 있으니, 나의 미술에 대한 부족한 지식도 채울 수 있는 셈이다.

 

먼저 목록을 훑어보니, 아는 그림, 본 그림, 유명한 그림도 보인다.

그러나 그런 거 따지지 말고 보자는 생각이다. 아는 그림이라도 해서 내가 얼마나 알겠는가, 해서 오롯이 이 그림들은 생전 처음 본다는 생각으로 미술관 안으로 발을 딛는다.

 

첫 번째 그림은?

첫인상 클로드 모네 / 인상, 해돋이

 

이게 다 기획자인 저자의 의도가 참으로 아름답다.

첫 번째 그림에 저자가 붙인 안내판에는 ‘첫인상’이라고 써있다.

그렇지, 모든 게 첫인상이 좋아야지, 아무렴!

전시된 모네의 작품은 제목이 <인상, 해돋이>다.

 

이른 아침, 포구에 펼쳐지는 붉은 해 사이로 발갛게 물든 잔잔한 파도와 배에서 뿜는 흰 연기, 하늘과 안개의 조화된 분위기가 평화로운 바다의 한순간을 포착해낸다. (19쪽)

 

저자의 설명은 계속된다. 의미있는 발언들이다.

 

이 작품은 우연히 재발견한 자연의 순수함을 그대로 묘사하기 위해 빛의 진동을 대담한 붓놀림과 섬세한 터치로 표현해내 초자연적인 색감이 무지갯빛으로 빛나고 있다.

 

그 다음 작품은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

 


 

저자는 이 작품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한다.

 

‘생각하는 인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프리드리히, 그에게 허락된 그림은 오로지 바위에 우뚝 서서 거칠게 부서지는 파도와 맞서는  생각하는 인간뿐이었다. 그래서 그 생각하는 사람은 바위 위에 서서,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무언가 생각에 잠겨있다.

 

그런 모습,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아름다움보다는 ‘집채만한 파도가 삶을 휘몰아치더라도 나는 내 길을 걸어갈 뿐이다’(20쪽)라는 각오가 드러나 보이는데...... 그게 그렇지.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다. 저자가 내린 평가, 공감이 간다. 그런 인생, 아름답다.

 

그다음 작품은 세잔의 사과와 오렌지.

 

저자는 그 작품의 의미를 ‘아름답다는 것’으로 잡는다.

 

하얀 식탁보 위에 빨간 사과가 탐스럽게 가득차 있다.

절대적 구도로 완성한 색과 면의 배치가 견고한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23쪽)

 

세계에서 몇 손가락안에 드는 세잔의 사과 그림이다.

뉴턴, 윌리암 텔, 하면서 손으로 꼽는 인류 역사에 남는 사과에 드는 또다른 사과, 세잔의 사과다.

저자는 여기에서 ‘아름다움이 빛’나는 것을 포착해낸다.

 

그림을 보면서, 집에 있는 실제 사과를 꺼내 빛에 비쳐본다.

그 사과는 나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살펴본다.

다르다. 세잔의 사과와는 다르게 보인다. 그저 먹고 싶은 대상으로만 보인다.

내 그림 보는 눈이 그 정도인가, 아니면 실제 사과와 그림 속의 사과는 애초부터 다르기 때문인가.

 

이렇게 여기 전시된 그림들은 나로부터 소위 ‘생각’을 이끌어낸다.

 

하나 하나 살펴보면서, 저자가 붙여놓은 설명을 읽으면서, 같이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해서 여기는 나만의 공간이다.

나만의 공간이니, 나만의 생각이 오롯이 흘러나온다.

그런 생각, 여기 다 풀어놓을 수는 없지만, 그림 보고, 생각하게 하는 힘이 여기 이 책에 있다.

 

이 책의 부제가 <보다. 느끼다. 채우다>인데 각각의 단어 앞에 들어갈 말은 어느 게 적당할까?

<그림을 보다. 내가 느끼다. 나를 채우다> 정도가 아닐까?

보고 느끼고 생각으로 나를 채우는 일, 그림으로 가능하다. 이 책으로 그런 일 처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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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브랜딩 - 대전환 시대, 데이터는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김태원 지음 / 유엑스리뷰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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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지 알려주는 『데이터 브랜딩』

 

이 책은?

 

이 책 『데이터 브랜딩』은 <대전환 시대, 데이터는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부제처럼, 데이터와 브랜드를 새롭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는 책이다.

 

저자는 김태원, <이노션 월드와이드 데이터 커맨드 센터 국장. 광고업계에서 20년간 다양한 전략가의 경력을 쌓아왔다. 오리콤 브랜드 전략 연구소의 브랜드 컨설턴트를 시작으로 전략 플래너Strategic Planner로 활동했다. 다양한 전략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이노션 데이터 커맨드 센터에서 데이터 기반의 브랜드·캠페인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마케팅에 관한 기존 인식, 그 틀을 깨야 한다.

 

마케팅에 관하여는 광고와 연결시켜, 지금껏 ‘마케팅 퍼넬’이란 용어로 설명을 해왔다.

마케팅 퍼넬(funnel) 은 마케팅 깔때기라는 의미다. 깔때기는 입구가 큰 용기에서 작은 용기로 투입할 때 사용하는 도구이다. 물건을 깔때기에 집어넣어 작은 용기 안으로 집어넣듯이 소비자들을 깔때기에 집어넣어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 깔때기를 사용하면 어떤 단계를 거치는가 하면,

인지, 흥미, 고려, 의도, 평가, 구매의 순으로 진행이 된다. 

 

그러네 이제는 그런 마케팅 퍼넬의 효용가치는 사라져버렸다.

소비자들은 그런 단선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게 아니라, 복잡하게 얽혀있는 ‘네트워크 구조’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고, 구매를 하게 된 것이다.

 

그 중심에 바로 데이터가 있다.

 

이를 ‘Dual Transformation’ 즉 이중 대전환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디지털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의 결합,

데이터적인 것과 브랜드적인 것의 결합, 이를 이중 대전환이라 한다. (31쪽)

 

이제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

세상 모든 것들이 데이터로 전환되어 우리가 정보로 인식할 수 있고,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65쪽)

 

세상 모든 것들이 수치화되고 정량화되고 있다.

세상 모든 것들이 저장되고, 정제되어 분석이 가능해졌다. (65쪽)

 

그런 데이터가 수치화되고 저장될 수 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디지털 시대가 되어 우리의 모든 활동은 흔적을 남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사든, 무엇을 먹든지, 어디를 가든지, 인터넷으로 무엇을 하든, 다 흔적이 남게 된다.

그런 흔적들이 모여 데이터가 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수많은 흔적들 모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졌지만,

이제는 전부 고스란히 데이터로 저장됩니다.

이 흔적들을 중심으로 하여 소비자 행동을 분석하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소비자 행동 패턴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70쪽)

 

그렇게 모아진 데이터, 그 많은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여기에 데이터를 보는 시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73쪽)

이걸 저자는 조사에서 수사로 전환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데이터를 이용해서 상황에 대한 이해에 초점을 맞추는 데에서 벗어나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는 수사를 하는 것처럼 데이터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80쪽)

 

그래서 이제 데이터는 의미있는 데이터로 거듭나는 것이다.

 

데이터는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데이터는 스스로 말하지 않으며, 결코 객관적이지도 않다.

따라서 데이터를 모아놓았다고 해서, 그걸 가지고 어떤 일을 해 낼 수 없다.

그걸 가지고 원하는 결과에 활용할 수 있도록 목적과 관점을 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111쪽)

 

데이터를 스토리로 만들어야

 

<4강 Data Storytelling>에서는 데이터를 스토리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말한다.

 

데이터에서 중요한 부분을 추려 내고 이를 해석해 의미를 전달하는 것, 숫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능력, 데이터에서 가치를 추출해 내고 시각화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모든 과정, 이것이 바로 데이터 스토리텔링, 데이터텔링입니다. (136쪽)

 

사람은 스토리텔링 애미멀이라 한다. 스토리에 모두 귀를 기울인다.

그러니 데이터를 데이터로만 제시할 게 아니라, 스토리텔링으로 제시하면, 데이터는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 엘렌 케이 (39쪽)

 

다르기를 바라면서 항상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 아인슈타인 (93쪽)

 

다시. 이 책은?

 

디지털 시대가 되었다.

이 책 처음 부분에 재미있는 테스트를 한다.

‘디지털 카메라’를 보여주면서, 그걸 무어라 부르는지 묻는다.

 

대개 사람들은 그게 ‘디지털 카메라’이니 ‘디지털 카메라’라 부르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게 다르다는 것이다.

이제 디지털 시대가 되었으니 굳이 앞에 ‘디지털’이란 말을 붙일 필요가 없이, 그냥 ‘카메라’라 불러야만,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47쪽)

 

이는 마치 요즘 영화를 ‘총천연색 칼러 영화’라고 소개할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얼마 전에 개봉한 영화 <자산어보>를 소개하면서 ‘흑백영화’라고 강조하는 것도 그런 이치이다.

이제 디지털 시대라는 말을 강조한 필요조차 없는 디지털 시대다.

그래서 저자 이렇게 말한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디지털 네이티브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디지털을 대하는 근본적인 사고부터 전환해야 합니다. (47쪽)

 

이제 우리에게 디지털은 일상의 삶이고 보통의 삶이 된 것이다.

그런 인식하에 이 책을 읽어보면, '데이터와 브랜딩'에 관한 우리 인식이 달라져야 할 필요를 절실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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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의 시간 - 결국 현명한 자는 누구였을까
안석호 지음 / CRETA(크레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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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지나갈 『장벽의 시간』

 

이 책은?

 

이 책 『장벽의 시간』 은 20세기에 만들어진 다섯 개의 장벽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결국 현명한 자는 누구였을까>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저자는 안석호, <연세대학교 경법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클라호마대학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1년 동안 방문학자로 연수했다. 세계일보를 거쳐 현재 TV조선 기자로 재직 중이다.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카슈미르, 캅카스 등 주요 국제 분쟁 현장을 찾아다니며 르포를 작성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에는 장벽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다음과 같은 다섯 개의 장벽이야기.

 

베를린 장벽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이의 분리장벽,

미국의 멕시코 국경 장벽,

한반도 비무장지대에 만들어진 철책과 장벽,

그리고 ‘보이지 않는 장벽’인 무역 장벽이다.

 

맨처음 살펴보는 베르린 장벽은 현재 사라졌지만 나머지 4개의 장벽은 목하 건재하다. 아니 더더욱 더 높게 쌓아지고 있는 중이다.

 

이들 장벽은 과연 누가 쌓았을까? 누가 쌓았고, 그 장벽 때문에 누가 고통을 받고 있는가, 하는 성찰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각각 장벽이 만들어지게 되는 계기와 그 후의 과정을 간단하게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사건 - 장벽 - 탈출 - 붕괴 -그 후

사건 - 장벽 - 탈출

사건 - 장벽 - 탈출 - 그 후

사건 - 장벽 - 그 후

 

‘사건’이란 항목에서 저자는 그 장벽이 세워지기까지의 역사를 훑어본다.

장벽이 어느날 갑자기 세워지는 게 아니라, 다 사연이 있는데, 그 사연을, 역사적 사연을 저자는 살펴보고 있다.

 

지금은 역사가 되어버린 베를린 장벽

 

예컨대, 베를린 장벽의 경우는, 사연이 길다.

2차 세계 전쟁이 독일의 패배로 막을 내린 다음에, 연합국 -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 이 독일에 진주하면서 일이 벌어지게 된다. 그 다음이 문제다.

 

4개의 나라가 자기 나라에 할당된 지역을 관리했으면 베를린 장벽은 없었을 것인데, 동독에 위치한 베를린의 관리를 두고 독일에 진주한 소련과 다른 나라의 속셈이 달랐던 게 도화선이 된다.

 

그렇게 해서 결국 베를린을 둘로 나누고, 그 다음에는 아예 장벽으로 갈라놓는다.

 

‘사건 - 장벽 - 탈출 - 붕괴 -그 후’

그렇게 장벽이 들어서자, 그 장벽을 넘어 탈출하려는 일이 생긴다. 그 탈출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희생된다. 탈출 과정에서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 다음 세월이 흘러, 베를린 장벽은 무너지고, 지금에 이르렀다.

그런 과정이 세세하게 그려지고 있다.

 

한반도 비무장지대에 만들어진 철책과 장벽.

 

지금은 다만 역사로만 남아있는 ‘베를린 봉쇄’니, ‘베를린 장벽’이니 하는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에도 지금 장벽이 남아있는 까닭이다.

 

예전에는 삼팔선, 지금은 휴전선으로 한반도가 갈라져 있는데, 그 가운데를 막는 장벽이 서있는 것이다. 이름하여 DMZ.

 

그럼 위에 열거한 도식 중에서 우리나라의 장벽을 설명하는 도식은 어떤 것일까?

<사건 - 장벽 - 그 후> 이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장벽을 설명하는 ‘사건’은 1950년 6월 25일부터 시작된다.

그날 비가 갠 서울 하늘은 맑았단다. 일요일 아침 오전 10시 거리에 군용 지프가 다급하게 나타나, 장병들은 복귀하라고 방송을 하고 다녔다. 그로부터 전쟁의 화마가 나라를 휩쓸고, 결국은 허리가 동강나고 그 자리에 장벽을 쌓았다.

 

‘사건 - 장벽 - 그리고 탈출과 여러 곡절’이 있는 게 현재의 상황이다.

 

미국의 멕시코 국경 장벽,

 

미국과 멕시코는 어떤가?

전에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던 시절에 뉴스에 자주 나오던 이야기가 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모두 다 쌓아버리겠다는 호언장담....아니 협박?

 

그러나 이 책을 보니, 그게 그리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과 멕시코 경제는 서로에게 끌릴 수밖에 없는 여러 조건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뛰어난 기술과 자본이 풍족하고 산업 기간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다양한 일자리와 노동 기회가 많은데다 구매력도 높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멕시코는 이런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 천연자원이 많이 매장돼 있고 노동력이 풍부해, 임금은 미국의 10분의 1에서 20 분의 1 수준이다.

두 나라가 각이 장단점을 잘 보완해 협력한다면 모두가 득을 보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 기대했다

브리세로, 마킬라도라, 나프타로 이어지는 경제 협력은 이런 배경에서 이뤄졌다. (195쪽)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런 장밋빛 전망은 금세 사라지고, 멕시코는 모든 면에서 대미 종속화가 이루어지고, 이는 곧 멕시코에서 미국으로의 이주 행렬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불법이 개입되고, 많은 사람이 희생되는 일이 벌어진다.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는 사막도 있고 평지도 있고 또 강도 있다.

이런 곳을 어떻게 통과하느냐, 그게 불법 이주자들의 고민거리다. 이런 일도 있다.

 

짐승 열차가 지나는 곳은 밀입국자를 뜯어먹으려는 범죄자가 들끓는다. (……) 짐승 열차가 범죄조직과 카르텔이 장악한 구간을 통과할 때면 뇌물과 보호비를 내야 한다. 조직원들은 열차에 올라타 통행료를 받고 밀입국자들의 돈과 귀중품을 갈취하기도 한다. 돈이 없다고 버티면 여지없이 주먹이 날아들고, 부녀자는 성폭행당하기 일쑤다. 반항하거나 힘으로 맞서는 밀입국자는 그대로 열차 밖으로 떠밀어 버린다. 달리는 열차에서 떨어지면 바퀴에 팔다리가 끼어 중상을 입거나 그 자리에서 숨지기도 한다. 목숨이 붙어 있다 하더라도 반경 수십 킬로미터 내에 인적도 없는 사막지역에 떨어져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211쪽)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이의 분리장벽,

이 참참한 아이러니라니!

 

2004년 12월, 동예루살렘 장벽 건설현장에서 저자와 현지인 사이의 대화 한토막이다.

 

“저 인부들이 어디서 왔는지 아세요?”

생각지 않은 질문이었다. 이스라엘 분리장벽이니 당연히 이스라엘 노동자이겠지….

“이스라엘 사람이겠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에요. 지금 우리를 가두는 장벽을 쌓는 일을 우리 손으로 하는 거예요. 욕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쩌겠어요. 먹고 살아야 하는데…. 저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굶어 죽는 사람들이에요.” (134쪽)

 

이런 사실도 있었다니!

 

미국 정부는 한국 대통령 이승만을 제거할 계획을 세웠다. 이승만이 북한 인민군의 공세에 밀려 임시 피란 수도인 부산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 우선 그를 서울이나 다른 도시로 유인해낸 뒤 참모와 정부 요인들을 모두 체포하려는 것이었다. 서울과 의정부, 춘천, 원주 등에 미군을 포함한 병력도 배치할 작정이었다. 이승만을 감금한 뒤 군정을 실시한다는 아이젠하워 대통령 정부의 에버래디 계획(Plan Everready)이었다. (251쪽)

 

미국은 왜 이승만을 제거하려 했던 것일까.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 책 251~ 257쪽을 참조하시라.

 

다시, 이 책은?

 

저자가 이 책의 제목을 『장벽의 시간』으로 잡은 데는 깊은 뜻이 있을 것이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니, 언젠가는 장벽이 무너지고, 지금의 베를린 장벽처럼, 다만 시멘트 조각이 기념품으로 팔리는 것처럼, 그런 시간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제목을 지었을 것이다.

 

지금은 비록 장벽의 시간이지만, 훗날에 그런 시간은 다만 추억거리로 남고, 우리의 장벽도 서울 어딘가 리어카에서 ‘ 이게 한때 우리나라를 갈라놓았던 장벽의 한 조각입니다’ 라며 팔리는 시간이 오기를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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