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수다와 속삭임 - 보다, 느끼다, 채우다
고유라 지음 / 아이템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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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수다와 속삭임

 

나는 지금 모처의 미술관에 들어서고 있다.

그저 아담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미술관나혼자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흐뭇한 마음으로 미술관에 들어선 참이다.

 

혼자 하는 감상이 그림 감상에 제격이니까 말이다.

사람에 떠밀려 제대로 이모저모 살피지도 못하고지나가는 행인 1’로 감상을 마치면 그건 그림을 그린 화가에 대한 모독이 아니겠는가?

 

입구에는 전시회의 주제가 세로 글씨로 나를 반긴다.

그림과 수다와 속삭임

수다도속삭임도 좋다그림이 나에게 해주는 수다그리고 속삭임은 더더욱 좋다.

 

먼저 그림 입구 한쪽에 놓여있는 그림 목록을 집어든다무려 140점이다.

이건 적어도 몇 박 며칠 걸리는 대장정으로 감상해야 하다.

주마간산 식으로 그림을 봐서는 애써 그린 화가에게 정말 염치없는 일이다.

 

몇 박 며칠 가능하다요즘말로 하면 책은 가상의 공간으로 들어서는 입구가 되니얼마든지 그게 가능하다.

게다가 그림 곁에는 저자가 붙여놓은 수다즉 증강현실처럼 눈에 들어오는 설명이 붙어있으니 더더욱 좋다그림이 어떤 것인지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알 수 있으니나의 미술에 대한 부족한 지식도 채울 수 있는 셈이다.

 

먼저 목록을 훑어보니아는 그림본 그림유명한 그림도 보인다.

그러나 그런 거 따지지 말고 보자는 생각이다아는 그림이라도 해서 내가 얼마나 알겠는가해서 오롯이 이 그림들은 생전 처음 본다는 생각으로 미술관 안으로 발을 딛는다.

 

첫 번째 그림은?

첫인상 클로드 모네 인상해돋이

 

이게 다 기획자인 저자의 의도가 참으로 아름답다.

첫 번째 그림에 저자가 붙인 안내판에는 첫인상이라고 써있다.

그렇지모든 게 첫인상이 좋아야지아무렴!

전시된 모네의 작품은 제목이 <인상해돋이>.

 

이른 아침포구에 펼쳐지는 붉은 해 사이로 발갛게 물든 잔잔한 파도와 배에서 뿜는 흰 연기하늘과 안개의 조화된 분위기가 평화로운 바다의 한순간을 포착해낸다. (19)

 

저자의 설명은 계속된다의미있는 발언들이다.

 

이 작품은 우연히 재발견한 자연의 순수함을 그대로 묘사하기 위해 빛의 진동을 대담한 붓놀림과 섬세한 터치로 표현해내 초자연적인 색감이 무지갯빛으로 빛나고 있다.

 

그 다음 작품은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

 


 

저자는 이 작품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한다.

 

생각하는 인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프리드리히그에게 허락된 그림은 오로지 바위에 우뚝 서서 거칠게 부서지는 파도와 맞서는  생각하는 인간뿐이었다그래서 그 생각하는 사람은 바위 위에 서서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며무언가 생각에 잠겨있다.

 

그런 모습아름답다고 말한다그러나 그런 아름다움보다는 집채만한 파도가 삶을 휘몰아치더라도 나는 내 길을 걸어갈 뿐이다’(20)라는 각오가 드러나 보이는데.....그게 그렇지그래서 아름다운 것이다저자가 내린 평가공감이 간다그런 인생아름답다.

 

그다음 작품은 세잔의 사과와 오렌지.

 

저자는 그 작품의 의미를 아름답다는 것으로 잡는다.

 

하얀 식탁보 위에 빨간 사과가 탐스럽게 가득차 있다.

절대적 구도로 완성한 색과 면의 배치가 견고한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23)

 

세계에서 몇 손가락안에 드는 세잔의 사과 그림이다.

뉴턴윌리암 텔하면서 손으로 꼽는 인류 역사에 남는 사과에 드는 또다른 사과세잔의 사과다.

저자는 여기에서 아름다움이 빛나는 것을 포착해낸다.

 

그림을 보면서집에 있는 실제 사과를 꺼내 빛에 비쳐본다.

그 사과는 나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살펴본다.

다르다세잔의 사과와는 다르게 보인다그저 먹고 싶은 대상으로만 보인다.

내 그림 보는 눈이 그 정도인가아니면 실제 사과와 그림 속의 사과는 애초부터 다르기 때문인가.

 

이렇게 여기 전시된 그림들은 나로부터 소위 생각을 이끌어낸다.

 

하나 하나 살펴보면서저자가 붙여놓은 설명을 읽으면서같이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해서 여기는 나만의 공간이다.

나만의 공간이니나만의 생각이 오롯이 흘러나온다.

그런 생각여기 다 풀어놓을 수는 없지만그림 보고생각하게 하는 힘이 여기 이 책에 있다.

 

이 책의 부제가 <보다. 느끼다. 채우다>인데 각각의 단어 앞에 들어갈 말은 어느 게 적당할까?

<그림을 보다내가 느끼다나를 채우다정도가 아닐까?

보고 느끼고 생각으로 나를 채우는 일그림으로 가능하다이 책으로 그런 일 처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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