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반장 - 방송 50주년 기념 작품
조동신 지음 / 리한컴퍼니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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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사실화극 수사반장

 

이 책은?

 

이 책 수사반장MBC 수사실화극 <수사반장>을 소설로 재구성한 것이다.

 

저자는 조동신, < 한국추리작가협회 황금펜상 수상등 다양한 이력이 있고, 많은 저서가 있다. 이외에 매년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다수의 장·단편 소설을 발표하며 2008KBS 이야기 발전소 출연, KBS 라디오 문학관 단편 [등패] 드라마 방영, 2014TVN 드라마 [꽃할배 수사대] 사건구성 자문, 한국추리작가협회 사무국장 등 다양한 대외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배우이며 탤런트인 최불암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아마 <전원일기>가 먼저 떠오를 것이고, 그 다음엔 <수사반장>일 것이다.

 

<드라마 [수사반장]197136일에 방영을 시작하여 19841018일에 종영되었다가, 시청자들의 성원으로 198552일에 다시 방영하여 19891012일까지 무려 880회에 걸쳐 방영되었다. 시대적 배경이 되었던, 70년대 말과 80년대 초 한국에서 있었던 강력 사건들을 모티브 삼아 제작되었다.>

 

당시 출연진은 다음과 같다.

수사반장 (박반장) - 최불암 / 김형사 - 김상순

조형서 - 조경환 / 남형사 - 남성훈

 

여기 출연진과 배역을 소개한 이유는, 이 책을 읽을 때, 탤런트 얼굴을 떠올리면서 읽으면 훨씬 더 실감이 날 것으로 생각되기에 그렇다.

 

애거서 크리스티, <수사반장>에서 맹활약하다.

 

이 책에는 7개의 사건이 수록되어 있다.

<야구 모자>, <우편집배원>, <쥐덫>, <독살>, <바텐더>, <소도둑>, <미라의 저주>

 

<수사반장>에서 애거서 크리스티가 활약했다는 것, 알게 된다.

이중 몇 개의 이야기에 애거서 크리스티가 등장한다.

형사들이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즐겨 인용하면서 수사에 참고한다는 사실, 흥미롭다.

 

먼저 <쥐덫>.

 

사건의 현장은 연극이 공연되는 극장. 이들은 연극 <쥐덫>을 열흘 동안 공연했고 그날이 마지막날이었다. (96)

연극 공연이 끝난 후, 출연진 배우 한 명이 살해된다.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형사진, 박반장은 어떻게 이 사건을 해결할까?

 

박반장은 먼저 상연된 작품 <쥐덫>에 대한 분석으로 시작한다.

 

<쥐덫>의 작품 개요를 이 책에 나온 정도만 소개한다.

 

이 작품은 1947년에 영국 왕비 메리의 팔순 생일 축하 선물로 크리스티 여사가 썼다.(107)

영국 시골에 있는 어느 여관이 폭설 때문에 완전히 고립됐는데, 그 안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105)  

런던에서 어느 날,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데 현장에 있던 목격자가 살인 용의자를 봤지만, 겨울이라 코트를 입고 모자도 써서 인상착의는 모른다. 그런데 그 살인 용의자가 수첩을 떨어뜨렸는데, 수첩에 현장의 주소가 적혀있었고, 또 다른 주소가 바로 그 여관이었다. (105)  

여관에 예약 손님들이 하나둘 모여드는데, 폭설로 여관이 고립되고 경찰에서 전화가 온다. 곧 형사를 여관으로 보내겠다고 한다.(105)  

그 형사는 스키를 타고 도착한다.

형사가 도착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런던의 그 살인 현장에 세 마리 눈먼 쥐라는 동요 가사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이게 첫 번째 쥐다라는 말까지 있다. (106)

 

영국이랑 미국의 유명한 추리소설 중에는 동요를 사건 배경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애거서 크리스티가 그런 작가 중에서 제일 유명해요. <쥐덫>은 범인이 표적으로 삼은 사람이 셋이라서 세 마리 눈먼 쥐라는 노래 가사를 남긴 거죠. (108)

 

농장에서 학대당한 뒤 죽은 아이들의 복수를 하는 이야기다. (132)

 

연극 <쥐덫>에 출연하는 배역은 다음과 같다.

 

몰리, 가일스, 트로터 형사, 크리스토퍼 렌,

보일 부인, 파라비치니, 메트카프 소령, 케이스웰

 

박반장은 연극 출연진을 배역에 따라 한 명씩 조사해가면서, 용의선상의 인물들을 추적해 나가는데.......

 

그 다음 이야기 <독살>에서도 크리스티가 등장한다.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이 작품에서는 독으로 사람을 죽인 독살사건이 일어난다.

형사들이 독살사건을 해결하는데, 애거서 크리스티가 소환되어 사건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한다.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서는 대저택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그리고 유산을 둘러싼 친척이나 친구들 간의 싸움이 자주 일어난다. 특히 크리스티는 간호사 출신이라 약을 잘 알았기 때문에 독살에 대한 소설을 많이 썼다. (137)

 

독살 하니까 크리스티가 생각나서요. 크리스티가 간호사 출신이라서 자기 작품에 나오는 살인이 대부분 독살이거든요. 거기다 독살은 여자의 범죄라는 말도 있어요. (142)

 

이 정도 크리스티의 작품을 배경으로 한 분석이 등장하면, <독살>에서 범인은 누구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용의자 중에서 여성을 주목하라!

 

크리스티의 비밀 서랍

 

순간, 그녀의 눈에서 빛이 났다.

맞다. 크리스티!”

또 애거서 크리스티야?”

크리스티 작품 중에, 비밀 서랍이 나오는 게 있어요!”

그래?”

비밀 서랍 안에, 다른 비밀 서랍이 있어요!” (172)

 

범인의 집을 수색했는데 증거물이 나오지 않는다. 화장대를 수색하며 비밀 서랍이 있는 것을 알고 거길 수색했지만 없었다. 그 때 크리스티의 작품에서 힌트를 얻는다. 비밀 서랍 안의 또 다른 비밀 서랍, 거기에 증거물이 들어 있었다. (173)

 

그리스 신화의 창조적(?) 활용

 

그리스 신화가 재미있게 활용된 사례가 등장한다.

이 책의 <바텐더>라는 이야기에서, ‘디오니라는 술집 바가 등장한다. (197)

 

왜 그런 이름을 지었으며, 그 의미는 무엇일까?

(여기 등장하는 사건들은 실제 일어난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니, 이 술집 이름도 실제 있었을 것이다.)

 

<바텐더>에서는 마약을 파는 사람들을 검거하는 이야기인데. 이런 대화가 오간다.

 

어디서 들었어? 그리고 임사장은 어디서 그걸 알아낸 거야?”

소스 보다, 더 센 걸 어떻게 알아냈나 봐요!”

웬 소스?”

제가 주는 약을 소스라고 불렀습니다!”

, 스테이크에 마약을 쳐서 먹기라도 했어?”

우리 가게 이름이 디오니잖아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줄여서 그렇게 지은 것이니까요.”

재미있네, 참 재미있어.” (201)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자기 이름이 갈가리 찢겨 디오니는 술집 이름으로, ‘소스는 마약의 이름으로 사용된 것을 알면? 기분 나쁘다고 술 한 잔 하지 않을까?

 

아무리 작은 거라도, 수사엔 단서가 된다.

 

수사관이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선,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의 직감이 놀랍다.

언뜻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형사들의 눈에는 다르게 보이는 게 틀림없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지만, 그들은 다르게 보고, 듣고, 거기에서 실마리를 찾아낸다.

6<소도둑> 편에서 곰탕과 설렁탕은 어떻게 다른가를 얘기하다가 꼬리곰탕이 나오게 되고, 결국 그 말이 실마리가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박반장, 수사관은 언어에서 꼬리를 잡기도 한다. 직감이 발달한 게 분명하다.

 

다시, 이 책은?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 작품집에는 <야구 모자>, <우편집배원>, <쥐덫>, <독살>, <바텐더>, <소도둑>, <미라의 저주>, 모두 7편의 사건이 실려 있는데. 그중에서 <야구 모자>, <바텐더>, <미라의 저주> 이렇게 세편은 연결이 된다. 이어진다.

 

첫 번째 이야기인 <야구모자>에서 일어난 사건, 주범은 잡히지 않고, 도주한다. 그런데 그 사건에만 매달려 해결해도 모자랄 판에 다른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니 자연 수사팀의 힘은 분산이 될 수밖에. 그래서 그렇게 여기저기 다른 사건들을 해결하느라 바쁜 중에도 수사팀은 드디어 바텐더의 꼬리를 잡는 데 성공한다. 해서 드디어 일망타진, 수사팀에게 사건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수사반장>은 종영되었지만, 그 후로도 수사물은 계속하여 이름만 바꾼 채 방송이 되고 있다. 극은 실제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니까.

그 반대로 생각하면, 극이 있으면  실제 사건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극중에 등장하는 수사관들과는 별개로 실제 수사관들은 실제 현장에서 오늘도 동분서주, 애를 쓰고 있을 것이다. 사건의 해결, 그 끝을 볼 때까지. 이 세상의 범죄들이 없어지거나, 아니면 줄어들거나, 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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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
손문숙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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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

 

이 책은?

 

이 책 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는 서평집이다.

 

저자는 손문숙, < 인천광역시교육청에서 28년째 근무하고 있는 교육행정공무원이다.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먼저 읽어야 한다는 글쓰기 강사의 조언을 듣고 독서 학습 공동체 숭례문학당에서 독서 토론을 공부했다. 직장 내 독서 토론 모임을 만들어 여자 동료들과 4년째 독서 토론을 하고 있다. 동료들과 독서 토론한 내용을 주로 블로그에 남긴다. 퇴직 후에도 책을 쓰면서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지인들과 같이 운영하는 꿈을 꾸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다행이다. 저자가 읽고 소개하는 책을 훑어보니, 그래도 반절은 읽었다.

반절을 읽었으니, 반절은 읽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서 이 책의 반절은 나는 이렇게 읽었는데 저자는?’ 하는 마음으로, 나머지 반절은 저자가 읽고 소개해주는 것이니, 나도 읽어야 할 것인지 잘 들어보자하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특별히 후자의 생각을 더 얹어 읽었다.

 

저자가 책을 소개하는 스타일을 살펴보자.

우선 저자는 책에 대해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저자 소개라든가개요는 아예 거론도 하지 않는다. 대신 저자의 주변 일상에서 이야기거리를 찾아내, 아주 편안하게 접근하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며느리 사표라는 재미있는 책이 있다. 9남매 장남인 시아버지와 3남매 장남인 남편이 일군 시월드에서 23년간 살다가 시부모님에게 며느리 사표를 내고 남편에게는 이혼을 선언한 50대 여성 이야기다. ( …… ) 자신만의 꿈을 찾기 위해 며느리 사표를 내고 자기만의 공간을 얻어 책을 썼다는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109-110)

 

여기까지만 읽고, 다음에 올 말이, 어떤 작품이 떠오르는지?

 

주요 단서가 되는 말은 자기만의 공간이다.

그러면, 자기만의 공간........이 나오고,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 나타나는 것이다. 저자는 그렇게 글 한 꼭지를 시작하는 것이다.

 

글을 마저 읽어보자.

자신만의 꿈을 찾기 위해 며느리 사표를 내고 자기만의 공간을 얻어 책을 썼다는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 연상되었다. (109-110)

 

어때, 자연스럽게 며느리 사표라는 책에서 자연스럽게 자기만의 방으로 들어서지 않는가?

그렇게 서두를 시작한 저자, 또 버지니아 울프의 역사적 위치니 여성사적 의의 같은 것은 또한 말도 꺼내지 않는다. 바로 그 책에서 한 구절을 꺼내든다.

 

버지니아 울프의 주장을 간단하게 짚어보고, 그 말에 저자의 경우를 대입, 성찰의 시간을 가진다.

 

울프는, 여성들이 지적 자유를 갖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쓰기를 통해 자기 자신이 되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실재(reality)를 파악하라는 것이다. (110)

 

이런 글쓰기, 이렇게 책을 소개하는 것은, 독자를 하시하지 않는 태도다.

독자들에게 젠 체, 난 체 하지 않는 것이다. 그저 나는 이 책 읽고, 이 부분이 맘에 드는데, 이 부분에 빨간 줄 그었어요라고 그냥 모임에서 하듯이 수더분하게 말을 건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다음에, 결론에 이르게 된다.

버지니아 울프가 당부했던 것처럼 여성들은 글쓰기를 통해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 (115)

 

이런 식으로 저자가 독서모임을 통하여, 모여서 읽고, 토론하고, 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간 시간이 여기 이 책에 오롯이 담겨있다. 모두 27편이다.

 

독서 스펙트럼이 넓다.

 

저자가 읽고 소개해 준 책들을 살펴보니, 스펙트럼이 넓고 다양하다.

이 책의 분류가 그걸 말해준다.

인간, 죽음, 여성, 그리고 사회 이렇게 4개의 장으로 되어 있다.

 

특별히 사회 편에서 소개해주는 책은 한번쯤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들이라, 여기 그 제목을 소개해둔다.

 

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

밤 산책찰스 디킨스

소년이 온다한강

거짓말이다김탁환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

모멸감김찬호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수 클리볼드

이것이 인간인가프리모 레비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81)

 

상황이 인간을 만든다라는 나약한 명제에 나의 선택과 행동을 합리화해서는 안 될 것이다. (181)

 

산다는 것은 곧 시련을 감내하는 것이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시련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한다. (195)

 

다시, 이 책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저자가 소개한 책의 절반은 읽었기에 나머지 반절은 저자가 읽고 소개해주는 것이니, 나도 읽어야 할 것인지 잘 들어보자하는 마음으로, 특별히 후자의 생각을 더 얹어 읽었는데, 그랬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읽었다고 생각했던 책들이 내가 읽었던 게 아니다, 라고 생각할 정도로 다시 살펴보게 했다는 점에 이 책의 가치가 있다.

 

내가 읽었던 책들, 여기서 다시 만난다 할 정도로, 저자의 글을 읽고 다시 생각하게 되고, 결국 몇 권의 책은 꺼내 다시 읽고, 또 읽을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게 이 책을 읽고 얻게 된 가장 큰 수확이다.

 

나의 책읽기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책이다. 해서 이 말, 나에게 꼭 맞는 말이라, 꼭꼭 눌러 가슴에 새겨놓는다.

 

시야를 확장하기 위한 성찰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

내가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지적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내 시야가 미치지 못한 사각지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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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을 남기는 글쓰기 - 쐐기문자에서 컴퓨터 코드까지, 글쓰기의 진화
매슈 배틀스 지음, 송섬별 옮김 / 반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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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흔적을 남기는 글쓰기

 

이 책은?

 

이 책 흔적을 남기는 글쓰기<쐐기문자에서 컴퓨터 코드까지, 글쓰기의 진화>를 다루고 있다. 원제는 Palimpsest: A History of the Written Word이다.

 

저자는 매슈 배틀스 (Matthew Battles), <글쓰기와 도서관에 관해 쓰는 작가이자 예술가.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를 비롯한 여섯 권의 책을 썼다. 하버드대학교 버크먼인터넷과사회센터의 실험적 강의.연구실인 메타랩을 이끌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의 원제는 Palimpsest: A History of the Written Word인데 팸림프세스트(Palimpsest)’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팰림프세스트(Palimpsest)란 고대에 이루어진 양피지의 재활용으로, “원본 글이 삭제되거나 일부 지워진 자리 위에 새로운 글을 적어 넣은 표면이라고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정의하고 있는데,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그 개념을 다음과 같이 확장하고 있다.

특히 예전 형태의 흔적을 여전히 간직한 채로 재사용되거나 변경되었다는 의미에서 이런 표면과 엇비슷한 것을 가리킨다. (12)

 

토마스 드퀸시의 이런 말은 그 의미를 더욱더 의미심장하게 만들어준다.

인간의 두뇌만큼이나 자연적이며 힘센 팰림프세스트가 또 어디 있겠는가?” (13)

 

이 말을 기본으로 하여, 저자는 팰림프세스트(Palimpsest)를 더 깊게 살펴보고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323쪽 이하를 참조하시라.

 

셰익스피어로 시작하는 책

 

저자는 이 책을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한 구절을 인용함으로 이 책을 시작한다.

뜻대로 하세요에서 DUKE SENIOR (퍼디난트 공작)은 이렇게 말한다.

 

나무에게서 말을,

흐르는 개울 속에서 책을,

돌 속에서 설교를 찾으며,

모든 것에서 선()을 찾으십시오, (15)

 

저자는 이 구절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찾아낸다.

글 읽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글쓰기는 최근에 발명된 것이다.

그런데 글쓰기가 최근에 발명된 것이기는 하지만 글쓰기를 통해 충족할 수 있는 욕구는 오래된 것이다. (15-16)

 

소크라테스의 글자에 대한 생각은?

 

글자는 사람들의 기억을 위한 노력을 등한시하게 만들어 결국 잘 잊어버리게 만들 것입니다. 그들은 스스로 기억하는 대신 외부에 있는 글자에 의존하고 말 것입니다. (55)

 

소크라테스가 타무스의 입을 빌려 하는 말이다.

이 말 일리있다. 요즘 본인의 전화번호조차 외우려고 하지 않고 기기에 의존하고 있으니, 이런 추세라면 언젠가는 우리 인간의 뇌는 컴퓨터 조작 및 스마트폰 작동하는 정도에 그치고, 나머지는 모두 그 안에 담아놓고 살아갈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전기가 생산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래서 이런 암기 촉진 방법, 필요하다.

호메로스나 헤시오도스의 서사시에서 사용된 방법인데, 열거, 형용어구, 리드미컬한 반복 어구를 활용(154) 하여 이야기를 외워나가듯, 그런 방법을 사용, 주변 사물을 뇌에 기억해 두는 것이다.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글 읽기, 쓰기차원으로 읽어본다.

 

다음 몇 작품을 글 읽기, 쓰기측면으로 읽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164쪽 이하)

소설 속 주인공인 핍이 겪는 기나긴 고난에 문해력이라는 은빛 실이 내내 엮여 있다.

그러니 소설의 첫 장면부터 핍이 부모의 묘지에서 묘석의 글을 (글을 모르니) 짐작하는 장면부터 시작하여 드디어 글을 쓰게 되어 편지를 써서 보내는 장면이 등장하고, 이렇게 그에게 일어난 변화는 소설의 진행과 함께 이루어진다.

그러니 이 책을 글 읽기, 쓰기차원으로 읽어보면서 핍의 변화,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171쪽 이하)

인간의 삶에서 글쓰기가 차지하는 자리의 커다란 변동은 오로지 역사적이고 지리적인 시간 규모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관찰과 표기법이라는 가장 밀접한 단위에서도 일어난다(172).

 

읽기는 참으로 귀하다.

 

책 읽기가 귀중한 것은 독자가 저자의 글에서 얻는 지식 때문만이 아니라 그 글이 독자의 정신 속에서 상호 공명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책을 읽을 때 열리는 고요한 공간 속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연상하고 추론하고 유추하며 자신이 생각을 길러낸다. 깊이 읽을수록 깊이 생각하게 된다.

(299)

 

이런 것 새롭게 알게 된다.

 

햄릿의 기억의 서판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에서 햄릿은 유령의 모습을 한 아버지의 나를 기억하라는 명령을 고찰하며 기억의 서판을 언급한다.

 

기억의 서판은 어떤 것일까?

저자는 위대한 유산속의 미스 해비셤이 한 장의 어음을 써주면서 주머니에서 금테로 장식된 빛바랜 상아 수첩을 꺼내더니 목에 걸고 있던 빛바랜 금 뚜껑 달린 연필로 그 위에 글씨를 썼다는 말에서 수첩을 언급하며 찰스 디킨스가 미스 해비셤의 수첩을 고안해내면서 햄릿의 기억의 서편을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168 - 169)

 

길가메시 서사시와 셰익스피어

 

길가메시 서사시는 그 박력과 감수성으로 이후 등장한 수많은 문학 작품의 패턴을 형성한 것같다. 셰익스피어의 할 왕자는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그 원형을 찾아볼 수 있으며, 엔키두는 성벽을 쌓고 숲을 파괴하면 무엇을 얻고 또 잃을지 알려주는 폴스타프의 더 젊고 감성적인 버전이라 할 수 있다. (147)

 

에우리피데스의 힙시필레(Hypsipyle)(207-208)

 

파피루스 조각에서 에우리피데스의 단편 비극이 발견되었다.

그전까지 오로지 다른 고대 저자들의 작품 속 인용으로만 알려져 있던 렘노스 섬의 여왕 힙시필레와 그녀가 아프로디테로부터 저주를 받은 일을 다룬 이 작품은 약 200개의 파피루스 조각을 짜 맞추어 복원되었다.

 

한자 선()은 노아의 방주를 의미?

 

()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이 글자는 8을 의미하는 , 입을 의미하는 , 배를 의미하는 로 구성되어 있다.

이 형상은 노아와 그의 가족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따라서 이 글자는 성서의 홍수 설화를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인다. (100)

 

다시, 이 책은?

 

결국 저자가 말하는 팰림프세스트(Palimpsest)양피지 위에 가치를 새긴 인간 정신의 흔적이라 할 수 있는데, 우리의 글쓰기는 이 팰림프세스트처럼 언제나 이전의 흔적을 남기면서 진화해왔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질그릇과 도자기에 새겨진 글, 진흙에 새겨진 쇄기문자로부터 컴퓨터로 쓰는 글, 그리고 글 읽기와 쓰기에 대한 온갖 자료들, 정보들을 이 책에 담아 놓았다. 비유하자면 보물 창고라 할 수 있다.

 

독자인 나는 저자가 제공해주는 - 문자’, ‘글 읽기’, ‘글 쓰기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접하고, ‘그렇게 깊은 뜻이!’ 하는 경탄을 금할 수 없다. 그저 놀라고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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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아름다운 옆길 - 천경의 니체 읽기
천경 지음 / 북코리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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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아름다운 옆길

 

이 책은?

 

이 책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천경의 니체 읽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천경이란 저자의 필명이다.

저자는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그동안 기자 및 편집장으로 일했다. “피로 써라. 그러면 피가 곧 넋임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니체의 문장을 좋아한다. 현재 서울 홍대 인근에 위치한 대안연구공동체에서 미셀 푸코, 질 들뢰즈, 프리드리히 니체, 레비스트로스 등의 저서를 읽고 공부하는 <잡종의 책 읽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작가 천경이 지난 201711월부터 20197월까지 국내 한 신문사에 천경의 니체 읽기 칼럼이라는 제목으로 매주 게재한 내용을 엮어서 출간한 것이다.>

 

일단 이 책은 니체를 이렇게 읽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니체를 위대한 철학자로, 그의 글을 어렵게 생각하게 만드는 대신에 그의 글을 이렇게도 생각하게, 이렇게도 적용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해서 니체를 가깝게, 그리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니체, 글쓰기에 대해 말하다

 

니체의 발언 중 이런 게 있다. 책쓰기, 글쓰기에 관한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도록 전달되어야만 할 자기 자신에 대한 극복을 표시하는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 인간적인 II, 152 이하)

 

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몇 가지 인용해본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객관화시켜 나를 이긴, 내가 소화한 정직한 기록이어야 하는 것이다. 삶과 몸으로 익히고 터득한 나만이 쓸 수 있는 무엇. (158)

 

우리는 상처받을 때에만 쓸 수 있다. 나를 내리치는 도끼’, 그것이 현실의 것이든, 상상의 것이든 그 찍힘으로 피흘렸을 때, 상처난 나를 들여다보며, 내 안의 풍경에 대해 쓸 수 있다. 말하자면 사유가 침략과 상처로 발생하듯이, 그 발생한 사유를 나의 관점으로 구성해내는 행위, 그것이 글쓰기일 것이다. (169)

 

해서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은 무서운 욕망이다. 타인에게 침범하고 간섭하고 타인의 안으로 들어가려는 떨리는 쾌락이며 나를 적대적으로 관찰하는 냉담한 시선이며 익숙하고 정든 나와 결별하는 행위이다. 나를 이기는 행위이다. (161)

 

그런데, 니체의 발언과 저자의 설명을 읽고, 이해하기 위해선 이 책의 몇 개 문장을 소환하여 되새김을 할 필요가 있다.

 

나를 객관화시켜 나를 이긴 -

 

아는 분에게서 들은 게 떠오른다며, 저자가 소개한 몇 년간 담배를 피웠던 사람의 이야기다.

 

의사나 지인의 충고에도 끄덕없이 담배를 피우던 그 사람, 어느 날 한 장면을 목도하게 되는데 골목길에서 구부정한 중년의 남성이 몸을 움츠린 채 급히 담배를 피우는 모습, 추레하고 서글픈 실루엣. 그 순간 저게 내 모습이구나하는 생각이 퍼뜩 스쳤다. 그날 이후 바로 담배를 끊었다는 이야기. (233)

 

- ‘나에게서 떠나 바라본 나의 모습, 나를 객관화시켜 바라본 나.’ - 는 자기를 비웃을 수 있데 된 것이다. 그리고 자기와 결별한다. 즉 그는 자신을 이긴 것이다.

 

사유가 침략과 상처로 발생하듯이 -

 

저자는 들뢰즈를 인용하며, 저자만의 사유를 보여준다.

모든 사유는 침략이 된다’. 들뢰즈의 말이다.

 

문제와 물음앞에서 우리는 드디어 사유하게 된다. (21)

자기 동일성속에서 사유는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전혀 사유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어떤 문제나 질문을 받을 때에 습관적인 무사유에서 벗어나 비로소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걸 저자는 조지 오웰의 삶에서 그 모범을 찾아내 보여준다. (22)

 

새롭게 알게 된 것들

 

도덕경 3장은 백성을 우민화한다는 이유로 유가 사상가들로부터 격렬하게 공격을 받는다. (127)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깊은 고통은 사람을 고귀하게 만든다. (83)

우리는 고통 안에서 정신의 깊이에 도달하는 것이다. 자신의 영혼을 돌보는 힘을 갖게 된다.

 

신앙이 축복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면 신앙은 믿어지지도 않을 것이니 신앙이란 얼마나 가치가 없나? (110) - 니체

 

삶의 벽 앞에 서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다. 벽은 기댈 언덕이며 새로운 세계를 향한 문, 혹은 캔버스 화폭이라는 사실을 알 테니까. (157)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니체의 저작을 읽으면서, 쓰는 에세이다.

니체를 읽으면서, 니체를 활용하여 인생을 돌아보는 것이다.

우리 삶을 돌아보는데 니체는 훌륭한 재료가 된다. 표준이 된다고 단정은 하지 못하겠지만, 그간 우리가 표준삼아 살아온 가치에 전복을 꾀할 수 있는 아주 적절한 '철학'을 한 인물이다.

 

저자는 이점을 마음껏 활용하여, 니체가 어떤 사람인지, 니체의 저작에, 니체의 발언에 힘입어 우리가 삶의 자세를 새롭게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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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갓 오 마이 로드 - 바이러스 · 종교 · 진화
방영미 지음 / 파람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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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갓, 오 마이 로드

 

이 책은?

 

혹시 책을 읽다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는지?

고개를 자기도 모르게 끄덕이다가, 문득 그걸 깨닫고, 저절로 나오는 말.

, 나도 모르게 이 말에 그만 공감해버렸어!’

그런 외침, 자주 한 책이 있다.

바로 이 책, 오 마이 갓 오 마이 로드이다.

<바이러스종교진화>라는 이 시대를 통찰할 수 있는 적절한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는 방영미, <방 박사는 팟빵 종교모두까기의 운영자로 코로나19 이전이나 이후나 한결같이 제도화된 종교를 모두 까고 있다. 팟빵 사씨맨투맨의 출연자로 시사·예능 방송에서 교양 지식을 담당(아마도 시작은?), 극우 유튜버 들의 동태를 살피며 극우 논리를 습득하다 급기야 멘탈 붕괴, 이로 인한 자아 이탈을 해탈로 오인하는 정신승리 과정에 대한 분석가로 거듭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가 이 책의 부제로 <바이러스종교진화>라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 소개에서 그 이유를 추론해 볼 수 있다.

 

<종교학 전공자, 종말론 묵시록 연구자로서 방 박사는 말한다. 바이러스 테러를 운운하며 정작 교회가 시민사회를 위협하는 공공의 적이 돼버린 현실에서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 나와 우리 이웃이 덜 상처 입도록, 이미 내상이 깊다면 치유할 수 있도록 종교를 아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여겨 이 책을 썼다.>

 

또한 이런 발언, 역시 부제의 의미를 밝혀주는 글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그런 문제 제기가 전혀 근거 없지 않았다는 점을 어느 정도 드러냈다. 전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시민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저버려 교회는 바이러스 전파의 온상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거친 입으로 비난받았던 전광훈 목사는 드디어 국가의 방역 체계를 위해하는 심각한 사태를 초래했다.>(21)

 

가뜩이나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상황이 엄중한 이 시기에, 교회가 도움은 주기는커녕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으니, 문제라는 것이다.

그럼 대체 지금의 시점에서 종교는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가?

여러 종교가 있지만, 현재 기독교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종교로만 국한해 살펴보자.

 

우선 저자의 발언, 두 가지 먼저 들어보자.

 

오늘날처럼 대형교회의 비리가 만연하고 이른바 이단이라고 하는 종교단체가 사회문제를 계속 일으킨다면 종교는 게토화할 가능성이 크다.(127)

 

대체 왜 신도들은 전광훈의 거친 표현에 열광하고, 단순무지한 행동에 영혼을 빼앗기는 것일까? 대체 왜 저런 말초적인 자극에 그토록 약한 것일까? (20)

 

나도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 대체 한국교회는 왜 이 모양이 되었으며, 왜 저런 사람에게 휘둘리고 있는 것일까?

 

전광훈 : 현재 상황은?

 

한국교회는 가뜩이나 추락 중이었는데, 전광훈이라는 망가진 날개로 수직낙하의 가속도가 붙어버렸다. 어쩌면 이것이 그의 소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는 탐욕과 거짓 위에 세워진 위선의 교회를 지금 제대로 붕괴시키고 있다. (21)

 

동성애 :

교회가 신경을 써야 하는 곳이 태산 같은데, 엉뚱한 문제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으니, 그게 동성애. 기독교가 얼마나 헛된 데 힘을 쏟고 있는지, 그 문제점을 저자는 정확히 지적한다.

 

개신교는 한국 사회가 아직 껄끄러워하는 동성애 문제를 꼭 짚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곧 동성결혼도 합법화될 것이라고 겁박하는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41)

약자간의 혐오를 부추기는 곳이 종교계에서는 극우 개신교다. 종북좌빨에 대한 혐오감이 약간이나마 옅어지자마자 동성애와 이슬람 혐오에 전력을 쏟고 있다. 왜냐면 동성애와 무슬림들이 우리사회에선 소수자 곧 약자이기 때문이다. 혐오를 이용해서 권력을 유지하는 자들은 절대로 강자를 건드리지 않는다. (118)

 

문제가 되는 보수 개신교는 항상 외부의 적이 필요하다. 더구나 최근 빨갱이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가 옅어지는 사회 분위기 탓에 이를 대신할 강력한 사탄이 필요해졌다. 이슬람은 충분히 혐오 정서에 적합한 상대이긴 하나 문제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 그들의 영향력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새로운 혐오대상을 물색하던 차에 딱 걸린 게 동성애다. (167)

 

다윗의 범죄 그리고 회개라는 훌륭한 사례

 

다윗은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를 불법적으로 취하여 수태시킨 다음에, 이를 감추고자 남편 우리야를 죽이기까지 한다. 이후 밧세바 사이에서 낳은 첫아이의 죽음과 다윗의 회개로 성서는 우리야의 사건을 정리해버린다. (152)

 

이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이상하게, 훌륭하게(?) 활용되고 있다.

교계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들은 이 사건을 활용, 이런 발언으로 엄중한 추궁을 피한다.

다윗같은 위대한 왕도 실수하잖아. 회개하고 하나님의 용서를 받으니 더 위대한 왕이 되었어.’

이런 발언이 전가의 보도처럼 나부낀다. 성범죄자들은 다윗의 회개를 조자룡 헌 칼 쓰듯이 들먹이며 휘둘러댄다.

 

이런 발언에 이의 있다. 그들에게 이렇게 소리쳐주고 싶다.

첫째, 당신은 다윗이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결코 될 수 없다.

그 다음, 다윗왕은 그 범죄에 합당한 벌을 받았다. 그런데 당신은 아무런 벌도 받지 않고 있는데?

그 다음에 이런 말, 지금이 무슨 왕권시대라도 되는 줄 아느냐? 당시 다윗은 왕국의 왕이었다, 그런데 당신은 왕은커녕, 왕 근처에 가지도 못한 일개 시민에 불과하다. 당신이 다윗처럼 골리앗을 물리친 적이 있다면 혹시 모르겠다.

 

물론 이런 말 해도, 어디 그 사람들이 들을 귀가 있기는 한가? 그게 문제다.

 

니체가 죽었다는 신은 어떤 신인가?

 

흔히 하는 얘기가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했기에 저주를 받아 미쳤다고 한다.

과연 그런 얘기가 맞는 것일까?

 

그 말이 맞는가 살펴보기 위해선, 니체가 죽었다고 말한 신은 어떤 신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말한다. 니체가 죽었다는 신은, 인간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도용하고 남용한 왜곡으로 굴절된 신이다. (217)

 

그런 신이 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면, 기독교에서 말한 우상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니 니체가 죽었다고 말하기 이전에 기독교의 은 당연히 그런 신을 죽였을 것이 분명하다. 니체는 단지 이를 선언한 것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니 니체를 그런 우상이 된 가짜 신을 죽었다고 선언한 공로를 인정해서 칭찬하지는 못할망정 저주의 말을 퍼부어서는 결코 안 되는 것이다.

 

통찰의 언어들

 

저자는 이상과 같이 도처에, ‘오 마이 갓이라는 비탄조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어디 그뿐인가, ‘오 마이 갓이라는 감탄사에 이어 이번엔 오 마이 로드라고 무릎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말, 있으니, 여기 몇 개만 적어본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인식의 폭이 넓어지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보다는 경험으로 선입견이 생겨서 사고를 편협하게 가둬버리는 일이 더 비일비재하다. (124)

 

내 안의 완고함이 다양함과 상이성을 열등한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내 안의 무지함이 독선과 아집을 정당화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매순간 성찰할 일이다.(129)

 

개념이 하는 역할은 구체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지 일상의 세세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129)

 

우리가 성서에서 경직된 교훈만 얻는다면, 그건 아주 슬픈 일이다. 성서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 않고 구속한다면 그건 창조주의 뜻이 아니다. (195)

 

내세는 너무 멀고 사후는 모르겠고, 지금 당장 삶이 힘들어서 종교에 의지하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태생적으로 종교는 그런 것이다. ( …… ) 이런 종교의 속성, 그 속물성을 통제하기 위해 신학이 필요한 것이다. (212)

 

다시, 이 책은?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숫자를 혹시 세어본 적이 있는가?

그런 셈 해본 적이 없지만, 해본다면 아마 이 책이 톱에 들지 않을까?

오 마이 갓에 해당되는 부분도, ‘오 마이 로드에 해당되는 부분도, 모두 고개를 끄덕일 테니.

 

그런 끄덕임 차치하고, 이 책을 읽고나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체 왜 기독교가 문제가 되는지, 그 문제를 해결하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길이 보일 것이다. 기독교로 비롯된 현안문제에 대한 시원한 대답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읽으면? 시원하다. 더하여, 기독교, 좀 시원하게 만들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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