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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아름다운 옆길 - 천경의 니체 읽기
천경 지음 / 북코리아 / 2020년 9월
평점 :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
이 책은?
이 책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은 <천경의 니체 읽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천경’이란 저자의 필명이다.
저자는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그동안 기자 및 편집장으로 일했다. “피로 써라. 그러면 피가 곧 넋임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니체의 문장을 좋아한다. 현재 서울 홍대 인근에 위치한 대안연구공동체에서 미셀 푸코, 질 들뢰즈, 프리드리히 니체, 레비스트로스 등의 저서를 읽고 공부하는 <잡종의 책 읽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작가 천경이 지난 2017년 11월부터 2019년 7월까지 국내 한 신문사에 「천경의 니체 읽기 칼럼」이라는 제목으로 매주 게재한 내용을 엮어서 출간한 것이다.>
일단 이 책은 니체를 이렇게 읽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니체를 위대한 철학자로, 그의 글을 어렵게 생각하게 만드는 대신에 그의 글을 이렇게도 생각하게, 이렇게도 적용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해서 니체를 가깝게, 그리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니체, 글쓰기에 대해 말하다
니체의 발언 중 이런 게 있다. 책쓰기, 글쓰기에 관한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도록 전달되어야만 할 자기 자신에 대한 극복을 표시하는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 인간적인 II』, 152 이하)
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몇 가지 인용해본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객관화시켜 나를 이긴, 내가 소화한 정직한 기록이어야 하는 것이다. 삶과 몸으로 익히고 터득한 나만이 쓸 수 있는 무엇. (158쪽)
우리는 상처받을 때에만 쓸 수 있다. 나를 ‘내리치는 도끼’, 그것이 현실의 것이든, 상상의 것이든 그 찍힘으로 피흘렸을 때, 상처난 나를 들여다보며, 내 안의 풍경에 대해 쓸 수 있다. 말하자면 사유가 침략과 상처로 발생하듯이, 그 발생한 사유를 나의 관점으로 구성해내는 행위, 그것이 글쓰기일 것이다. (169쪽)
해서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은 무서운 욕망이다. 타인에게 침범하고 간섭하고 타인의 안으로 들어가려는 떨리는 쾌락이며 나를 적대적으로 관찰하는 냉담한 시선이며 익숙하고 정든 나와 결별하는 행위이다. 나를 이기는 행위이다. (161쪽)
그런데, 니체의 발언과 저자의 설명을 읽고, 이해하기 위해선 이 책의 몇 개 문장을 소환하여 되새김을 할 필요가 있다.
나를 객관화시켜 나를 이긴 -
아는 분에게서 들은 게 떠오른다며, 저자가 소개한 ‘몇 년간 담배를 피웠던 사람’의 이야기다.
의사나 지인의 충고에도 끄덕없이 담배를 피우던 그 사람, 어느 날 한 장면을 목도하게 되는데 골목길에서 구부정한 중년의 남성이 몸을 움츠린 채 급히 담배를 피우는 모습, 추레하고 서글픈 실루엣. 그 순간 ‘저게 내 모습이구나’하는 생각이 퍼뜩 스쳤다. 그날 이후 바로 담배를 끊었다는 이야기. (233쪽)
그 - ‘나에게서 떠나 바라본 나의 모습, 나를 객관화시켜 바라본 나.’ - 는 자기를 비웃을 수 있데 된 것이다. 그리고 자기와 결별한다. 즉 그는 자신을 이긴 것이다.
사유가 침략과 상처로 발생하듯이 -
저자는 들뢰즈를 인용하며, 저자만의 사유를 보여준다.
‘모든 사유는 침략이 된다’. 들뢰즈의 말이다.
‘문제와 물음’ 앞에서 우리는 드디어 사유하게 된다. (21쪽)
‘자기 동일성’ 속에서 사유는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전혀 사유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어떤 문제나 질문을 받을 때에 습관적인 무사유에서 벗어나 비로소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걸 저자는 조지 오웰의 삶에서 그 모범을 찾아내 보여준다. (22쪽)
새롭게 알게 된 것들
도덕경 3장은 백성을 우민화한다는 이유로 유가 사상가들로부터 격렬하게 공격을 받는다. (127쪽)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깊은 고통은 사람을 고귀하게 만든다. (83쪽)
우리는 고통 안에서 정신의 깊이에 도달하는 것이다. 자신의 영혼을 돌보는 힘을 갖게 된다.
신앙이 축복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면 신앙은 믿어지지도 않을 것이니 신앙이란 얼마나 가치가 없나? (110쪽) - 니체
삶의 벽 앞에 서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다. 벽은 기댈 언덕이며 새로운 세계를 향한 문, 혹은 캔버스 화폭이라는 사실을 알 테니까. (157쪽)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니체의 저작을 읽으면서, 쓰는 에세이다.
니체를 읽으면서, 니체를 활용하여 인생을 돌아보는 것이다.
우리 삶을 돌아보는데 니체는 훌륭한 재료가 된다. 표준이 된다고 단정은 하지 못하겠지만, 그간 우리가 표준삼아 살아온 가치에 전복을 꾀할 수 있는 아주 적절한 '철학'을 한 인물이다.
저자는 이점을 마음껏 활용하여, 니체가 어떤 사람인지, 니체의 저작에, 니체의 발언에 힘입어 우리가 삶의 자세를 새롭게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