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남기는 글쓰기 - 쐐기문자에서 컴퓨터 코드까지, 글쓰기의 진화
매슈 배틀스 지음, 송섬별 옮김 / 반비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흔적을 남기는 글쓰기

 

이 책은?

 

이 책 흔적을 남기는 글쓰기<쐐기문자에서 컴퓨터 코드까지, 글쓰기의 진화>를 다루고 있다. 원제는 Palimpsest: A History of the Written Word이다.

 

저자는 매슈 배틀스 (Matthew Battles), <글쓰기와 도서관에 관해 쓰는 작가이자 예술가.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를 비롯한 여섯 권의 책을 썼다. 하버드대학교 버크먼인터넷과사회센터의 실험적 강의.연구실인 메타랩을 이끌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의 원제는 Palimpsest: A History of the Written Word인데 팸림프세스트(Palimpsest)’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팰림프세스트(Palimpsest)란 고대에 이루어진 양피지의 재활용으로, “원본 글이 삭제되거나 일부 지워진 자리 위에 새로운 글을 적어 넣은 표면이라고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정의하고 있는데,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그 개념을 다음과 같이 확장하고 있다.

특히 예전 형태의 흔적을 여전히 간직한 채로 재사용되거나 변경되었다는 의미에서 이런 표면과 엇비슷한 것을 가리킨다. (12)

 

토마스 드퀸시의 이런 말은 그 의미를 더욱더 의미심장하게 만들어준다.

인간의 두뇌만큼이나 자연적이며 힘센 팰림프세스트가 또 어디 있겠는가?” (13)

 

이 말을 기본으로 하여, 저자는 팰림프세스트(Palimpsest)를 더 깊게 살펴보고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323쪽 이하를 참조하시라.

 

셰익스피어로 시작하는 책

 

저자는 이 책을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한 구절을 인용함으로 이 책을 시작한다.

뜻대로 하세요에서 DUKE SENIOR (퍼디난트 공작)은 이렇게 말한다.

 

나무에게서 말을,

흐르는 개울 속에서 책을,

돌 속에서 설교를 찾으며,

모든 것에서 선()을 찾으십시오, (15)

 

저자는 이 구절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찾아낸다.

글 읽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글쓰기는 최근에 발명된 것이다.

그런데 글쓰기가 최근에 발명된 것이기는 하지만 글쓰기를 통해 충족할 수 있는 욕구는 오래된 것이다. (15-16)

 

소크라테스의 글자에 대한 생각은?

 

글자는 사람들의 기억을 위한 노력을 등한시하게 만들어 결국 잘 잊어버리게 만들 것입니다. 그들은 스스로 기억하는 대신 외부에 있는 글자에 의존하고 말 것입니다. (55)

 

소크라테스가 타무스의 입을 빌려 하는 말이다.

이 말 일리있다. 요즘 본인의 전화번호조차 외우려고 하지 않고 기기에 의존하고 있으니, 이런 추세라면 언젠가는 우리 인간의 뇌는 컴퓨터 조작 및 스마트폰 작동하는 정도에 그치고, 나머지는 모두 그 안에 담아놓고 살아갈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전기가 생산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래서 이런 암기 촉진 방법, 필요하다.

호메로스나 헤시오도스의 서사시에서 사용된 방법인데, 열거, 형용어구, 리드미컬한 반복 어구를 활용(154) 하여 이야기를 외워나가듯, 그런 방법을 사용, 주변 사물을 뇌에 기억해 두는 것이다.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글 읽기, 쓰기차원으로 읽어본다.

 

다음 몇 작품을 글 읽기, 쓰기측면으로 읽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164쪽 이하)

소설 속 주인공인 핍이 겪는 기나긴 고난에 문해력이라는 은빛 실이 내내 엮여 있다.

그러니 소설의 첫 장면부터 핍이 부모의 묘지에서 묘석의 글을 (글을 모르니) 짐작하는 장면부터 시작하여 드디어 글을 쓰게 되어 편지를 써서 보내는 장면이 등장하고, 이렇게 그에게 일어난 변화는 소설의 진행과 함께 이루어진다.

그러니 이 책을 글 읽기, 쓰기차원으로 읽어보면서 핍의 변화,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171쪽 이하)

인간의 삶에서 글쓰기가 차지하는 자리의 커다란 변동은 오로지 역사적이고 지리적인 시간 규모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관찰과 표기법이라는 가장 밀접한 단위에서도 일어난다(172).

 

읽기는 참으로 귀하다.

 

책 읽기가 귀중한 것은 독자가 저자의 글에서 얻는 지식 때문만이 아니라 그 글이 독자의 정신 속에서 상호 공명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책을 읽을 때 열리는 고요한 공간 속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연상하고 추론하고 유추하며 자신이 생각을 길러낸다. 깊이 읽을수록 깊이 생각하게 된다.

(299)

 

이런 것 새롭게 알게 된다.

 

햄릿의 기억의 서판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에서 햄릿은 유령의 모습을 한 아버지의 나를 기억하라는 명령을 고찰하며 기억의 서판을 언급한다.

 

기억의 서판은 어떤 것일까?

저자는 위대한 유산속의 미스 해비셤이 한 장의 어음을 써주면서 주머니에서 금테로 장식된 빛바랜 상아 수첩을 꺼내더니 목에 걸고 있던 빛바랜 금 뚜껑 달린 연필로 그 위에 글씨를 썼다는 말에서 수첩을 언급하며 찰스 디킨스가 미스 해비셤의 수첩을 고안해내면서 햄릿의 기억의 서편을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168 - 169)

 

길가메시 서사시와 셰익스피어

 

길가메시 서사시는 그 박력과 감수성으로 이후 등장한 수많은 문학 작품의 패턴을 형성한 것같다. 셰익스피어의 할 왕자는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그 원형을 찾아볼 수 있으며, 엔키두는 성벽을 쌓고 숲을 파괴하면 무엇을 얻고 또 잃을지 알려주는 폴스타프의 더 젊고 감성적인 버전이라 할 수 있다. (147)

 

에우리피데스의 힙시필레(Hypsipyle)(207-208)

 

파피루스 조각에서 에우리피데스의 단편 비극이 발견되었다.

그전까지 오로지 다른 고대 저자들의 작품 속 인용으로만 알려져 있던 렘노스 섬의 여왕 힙시필레와 그녀가 아프로디테로부터 저주를 받은 일을 다룬 이 작품은 약 200개의 파피루스 조각을 짜 맞추어 복원되었다.

 

한자 선()은 노아의 방주를 의미?

 

()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이 글자는 8을 의미하는 , 입을 의미하는 , 배를 의미하는 로 구성되어 있다.

이 형상은 노아와 그의 가족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따라서 이 글자는 성서의 홍수 설화를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인다. (100)

 

다시, 이 책은?

 

결국 저자가 말하는 팰림프세스트(Palimpsest)양피지 위에 가치를 새긴 인간 정신의 흔적이라 할 수 있는데, 우리의 글쓰기는 이 팰림프세스트처럼 언제나 이전의 흔적을 남기면서 진화해왔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질그릇과 도자기에 새겨진 글, 진흙에 새겨진 쇄기문자로부터 컴퓨터로 쓰는 글, 그리고 글 읽기와 쓰기에 대한 온갖 자료들, 정보들을 이 책에 담아 놓았다. 비유하자면 보물 창고라 할 수 있다.

 

독자인 나는 저자가 제공해주는 - 문자’, ‘글 읽기’, ‘글 쓰기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접하고, ‘그렇게 깊은 뜻이!’ 하는 경탄을 금할 수 없다. 그저 놀라고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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