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의 정치학 - 안철수와 로스 페로의 부상과 추락
조기숙 지음 / 인간사랑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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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의 정치학

 

안철수, 그 예외적인 존재

 

이 책을 읽는 동안에 4. 13 총선이 끝나고 선거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안철수는 이제 명실상부한 3당의 대표가 되었다. 38명의 국회의원이 국민의당 이름으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안철수, 이상한 현상이 그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정치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무협지로 비유해 보자면, 정치를 위한 준비과정, 즉 문파에서 수많은 수련을 마친 다음에 모진 역경을 딛고, 어느 정도 내공을 쌓았다 판단이 되면 강호에 등장하는 것이 상례다. 그런데 안철수의 경우는 다르다. 정치에 관한 내공은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분야에서의 내공을 쌓은 것을 인정받아 정치권에 입문하였다. 그러니 전혀 검증받지 않고 정치라는 강호에 등장한 것이다. 그래서 많은 시행착오를 하고 있다는 것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배척하려는 시도는 적어도 언론, 특히 종편에서 - 보이지 않는다. 정치에 전혀 문외한임에도 그것을 용납하는 분위기다. 아직은 경험이 일천하니 어느 정도 정치계에서 있다 보면 무언가 보여주는 게 있을거란 관용이 그를 둘러싼 분위기다. 우리 정치계에 이런 경우가 있었던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안철수처럼 그렇게 특별대우 받은 인물이 있었던가, 고개를 갸우뚱거릴 밖에 없다.

 

예컨대, 안철수가 더민주당- 당시는 새정치민주연합 - 을 탈당하고 나서 새로운 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범했다. 그럴 때마다 그 부족함을 종편에서는 비판한 것이 아니라, 초선의원이니, 정치계 경험이 일천하니, 하는 식으로 그를 감쌌다. 그래서 심지어 몇 년만에 술을 먹었다는 등의 가십 거리가 그의 부족함을 메꿔주는 값진 재료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총선후인 지금은 어떤가? 일국의 경제담당 부총리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결례 부총리를 일부러 무시하는듯한 언행 - 를 범해도 그것을 나무라지 않는다.

 

그의 안하무인 태도를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선에서 그를 용납한다. 그에게 현재의 부족함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종편 언론은 그에게 현재의 잘잘못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언젠가는 그야말로 희대의 성군(?)이 되리라는 관용과 기대만 있을 뿐이다.

 

포퓰리즘이란 분석도구

 

이것을 저자 조기숙 교수는 포퓰리즘으로 분석한다.

안철수와 같은 포퓰리스트의 등장은 정치권과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기존정당이 더 실패하게 만들고 더 큰 정치냉소주의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라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228)

 

포퓰리즘은 제도를 우회하여 지도자와 추종자가 만난다는 점에서 대의제와 제도정치에 해가 된다. 한국사회에는 대의민주주의의 발전을 가로막는 다양한 요인이 존재한다.

 

예컨대 국민의 참여를 방해하는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정당의 조직이라든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대표하지 않는 지역주의 정당이 그것이다. 또한 포퓰리스트 역시 대의제에 위협적이다.

 

안철수에 대한 평가

 

안철수는 아직도 애매모호한 화법으로 자신이 왜 정치를 하는지 국민에게 분명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229)

 

안철수 현상이 한국 정치에 기여한 공이 있다면, 유아인 같은 연예인이나 정치 무관심층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229)

 

안철수 신당은 모든 포퓰리스트 정당이 그렇듯이 리더 개인기에 의존하는 사당(私黨)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30)

 

정치인 개인에 대한 냉철한 평가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심도있는 검토를 해야 할 단계에 와있다.

한 정치인이 선거에 의해 정권을 맡았을 경우에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하여 우리 국민은 이미 충분한 경험을 했다. 아니 겪었다.

이제 그 경험을 충분히 했다고 보기 때문에 이제는 단지 그런 현상을 결과로만 분석할 게 아니라, 그 본질을,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샅샅이 훑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그런 논의는 이미 학계에서 학문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이 일반 대중에게 이르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그런 논의가 단지 학계에만 머물지 말고 캠퍼스 밖으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널리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출판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학계 일각에서만 논의되는 사안을 이제 시민들이 접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그 대상이 누구인가?

언론이 제 3당의 출현이라 대서특필하는 안철수 국민의당공동대표가 아닌가?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그는 이미 우리 정치에서 빼놓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지 않는가?

그런만큼 더 엄중한 검토를 요하는 인물인 것이다.

 

그런 인물을 대상으로 하여 냉철한 분석을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의 출판,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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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인 1
최지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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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인 1

 

고지인’(高地人)이란?

 

이 소설을 읽고서 영화 <하이 랜더 (High lander)>를 보았다.

그 영화 첫 부분에서 불사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불사신 (immortals)

- 그들은 머리를 잃어야만 죽을 수 있다.

- 그들은 다른 불사신을 죽임으로써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 아이를 가질 수 없다.

 

영화의 제목인 하이랜더(High lander)’가 바로 그 불사신이다. 그런 불사신인 하이랜더를 그대로 한국어로 번역해 놓으면 고지인(高地人)이 된다. 그게 바로 이 소설의 제목이니, 이 소설은 그 하이랜더의 개념을 그대로 차용하여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하이랜더에 적용되는 것들이 그대로 고지인에게도 적용이 된다. 단 세 번째 사항만은 여기 1권에서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들과 그들의 뒷 배경

 

이 소설의 역사적 배경은 조선조. 청나라의 칩입으로 세자와 왕자가 청나라로 볼모가 되어 끌려가 인질 생활을 마친 후에 귀국한다.

그 때 소현세자는 서양과 청나라 문물들과 수종들던 청나라 사람들을 같이 데리고 온다.

그 후 소현세자는 의문의 죽임을 당하고, 이 때 어의 이형익이 그 주모자로 의심을 받는다.

 

이런 시대 배경을 바탕으로 하여 주인공 세 명이 등장한다.

염일규, 아리, 그리고 흑도 강무웅.

이중 염일규와 강무웅은 이미 흡혈귀 즉 고지인이 된 상태.

 

염일규는 미관말직인 시구문의 시체를 관리하는 직책에 있다가 종 5품 종사관이 되어 제주도에 파견된다. 염일규는 소현세자와 어떤 연관이 있는가?

 

주인공 염일규의 장형 염일주는 소현세자의 호위무관이었다.

염일주는 소현세자가 의문을 죽음을 당한 후, 한을 풀기 위하여 노력하다가 결국 역모에 연루되고, 그 활동이 발각되어 결국은 자살하고 말았다,

그 영향으로 출세길이 막힌 염일규, 시구문의 시체를 괸리하는 미관 말직으로 하루하루를 지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제주도의 연쇄살변을 해셜허기 위하여 제주도에 파견된다,

 

또다른 주인공 아리는 제주도 관아의 관비.

그녀는 소현세자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

아리는 소현세자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 어의 이형익의 딸이다,

 

또다른 인물 흑도(黑刀) 강무웅은 인조 때 우의정을 지낸 강석기의 서자(庶子). 강석기는 소현세자의 장인으로 그의 딸 강빈이 바로 소현세자의 비다. 소현세자가 의문의 죽임을 당한 후 강빈 역시 인조의 미움을 받아 인조의 수라에 독을 넣었다는 악랄한 누명을 쓰고 죽임을 당한다. 이른바 '강빈의 옥'이다. 즉 강무웅은 강빈의 배다른 동생인 것이다.

 

그리고 또 흑도 강무웅을 보살펴 준 사람은 소현세자를 따라 조선에 온 청나라 여인 조미. 소현세자가 죽은 후에 화려한 기루인 수연옥을 차리게 되고, 청의 세작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236)

 

그러니까, 그들이 가진 배경으로 그들의 관계를 살펴보면, 염일규와 아리는 사랑해서는 안 될 관계이고, 염일규와 흑도 강무웅은 오히려 같이 있어야 하는 관계다.

그렇지만 염일규와 강무웅은 현재 그들의 사이를 모르고 있다. 게다가 고지인이 된 강무웅은 고지인 염일규를 죽여 그 피를 빨아먹으려고 잡기 위해 아리를 인질로 붙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인연으로 얽히고설킨 세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가?

 

소재와 이야기의 신선함

 

물론 영화 하이랜더에서 착안한 고지인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그런 발상을 조선조시대에 틈입시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 저자의 발상이 신선하다.

 

고지인이 되어버린 운명, 또한 자신의 신분 때문에 현재의 삶이 철저하게 제약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 그러한 운명의 굴레를 세 주인공들은 과연 어떻게 헤쳐 나갈지, 세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궁금증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증폭이 된다.

 

그 결말은 아무래도 다음 권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니, 그 책의 출간을 기다리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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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스트링
미치 앨봄 지음, 윤정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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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스트링 

 

 

음악가 이야기니까,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속한 인물 이야기니까, 지루할 줄 알았다.

 

그래서 책장 넘기기가 어려울 줄 알았는데 첫 페이지를 펴는 순간, 반전이 일어났다. 읽어야 할 페이지가 점점 줄어들면서, 이야기가 조금 더 조금만 더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뭔가? 그런 생각을 다잡기도 전에, 책장을 덮게 될 줄이야. 그만큼 책의 흡입력이 크다는 말이다.

 

 

음악인 프랭키 프레스토 - 기타리스트 겸 싱어- 의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아마 그건 순전히 작가의 힘이 아닐까? 이 소설의 저자 미치 앨봄은 우리에게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 도르와 함께한 인생여행로 알려진 작가이니 그럴만도 하다.

 

 주인공, 프랭키 프레스토는 어떤 사람인가?

 

 

또 하나 이 책을 흥미롭게 만든 요인은 작가가 만들어 낸 프랭키 프레스토라는 인물이 가진 매력 때문이리라. 

 

실제 인물 같지만, 실제 인물이 아닌 프랭키 프레스토의 일대기.

 

이렇게 말하면 족할까? 아니다 부족하다. 주인공 프랭키는 실존인물보다 더 실재적인 사람이다

 

그는 이 책에서 어떻게 녹아들고 있는가? 저자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사실 이 책은 .........가 없었으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라는 말은 자신들의 삶에 프랭키 프레스토를 끼워 넣도록 허락해준 수많은 아티스트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552)

 

이 책에는 실존인물들인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등장하는데, 그들 사이에 실존인물이 아닌 프랭키 프레스토를 끼워 넣었다는 말이니, 분명 그는 실재인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 끼어넣음이 얼마나 감쪽같은지. 실재인물을 넘어서 실재인물에게 영향을 준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그게 또 사실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예상했듯 예상하지 않았든 프랭키의 이야기에 등장해준 유명 인사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장고에서 앨비스까지, 리틀 리처드에서 행크 윌리암스까지 그들에 대한 모든 묘사는 그들의 재능에 대한 깊은 경의에서 나왔다.>(557)

 

그래서 주인공, 프랭키 프레스토는 살아있는 인물이 되었고, 전설적인 인물이 되었다.

 

우리가 속해 있는 밴드, 관계

 

 

저자는 또한 프랭키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사람과 사람이 모여서 만들어 가는 관계를 밴드 음악을 하기 위하여 모인 단체 에 비유해, 프랭키와 그 사람과의 관계를 명쾌하게 정리하고 있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어느 밴드에든 들어가죠.” (16, 25, )

 

하나의 관계가 시작하고 끝날 때마다 저자는 그런 말로 관계를 정리해 놓고 있다인생에서 그 관계, 밴드는 이렇게 시작하고 끝이 난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첫 밴드 틈에서 태어나죠. 여러분의 어머니가 큰 역할을 해요. 그녀는 여러분의 아버지 그리고 형제자매들과 무대를 함께 하죠. 아니면 여러분의 아버지는 조명 아래 비어있는 의자처럼 안계실지도 몰라요. 그래도 그는 밴드의 설립 멤버예요. 어느 날 그가 나타난다면 그의 자리를 내주어야 하죠.> 

 

<그리고 밴드의 운명이 대개 그렇듯 대부분의 밴드는 해체될 것예요. 거리 때문에, 의견 차이 때문에, 이혼 때문에, 또는 죽음 때문에.>(25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는 경우 이렇게 정리한다.

 

소녀 오로라를 만나는 시점이다.

그는 모르는 사이 또 다른 밴드에 들어갔어요.” (116)

 

하지만 밴드는 이리저리 해체되지요.” (129)

 

어떤 밴드는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죠.” (513 )

 

아내 오로라가 죽은 후, 장례를 치르고 난후, 프랭키와 오로라의 관계를 그렇게 정리한다.

 

기억해 두고 싶은 글

 

 

넌 무엇이 될지, 위대한 가수가 될지, 위대한 기타 연주자가 될지 결정해야 해.”

둘 다 될 수 없어요?”

둘 다 된다는 것은 둘 다 되지 못한다는 의미야.”(100)

 

 

군인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 자들의 무덤 앞에서 오로라와 프랭키가 나누는 대화다.

 

뭔가 연주해줘

너를 위해?”

그들을 위해.”

뭘 연주해야하지?”

몰라. 우리가 그들을 잊지 않을 거라고 말해주는 노래.”(110)

 

누군가를 기억하기 위해 많은 것이 필요하지는 않단다.”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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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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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책과 저자의 정체가 한 마디로 설명이 되지 않았다. 이 책 뭐지? 저자는 대체 누구지? 하는 의문이 남아있는 채로, 떼어서 책 사이에 끼워두었던 띠지를 다시 책에 걸치는 순간, 거기에 이런 글이 있었다.

거침없는 솔직함으로 심각한 것도 가볍게 만드는 시크한 그녀가 왔다.”

 

바로 그거다. 그 말이 이 책을 설명해주고, 저자의 모습을 한마디로 묘사하는 것이다.

"심각한 것도 솔직함으로 가볍게 만든다!"

 

. 좋은 재주다가지고 싶은 재주다.

더군다나 그것을 글로 풀어낼 수 있다니, 대단한 재주다.

 

심각한 것을 저자는 정말 가볍게 만들 수 있는가?

 

저자 사노 요코는 일본의 작가로, 그 이력이 독특하다.

일본제국주의가 한창 위세를 떨칠 시기에 중국에서 태어나 종전후 일본으로 건너왔다.

그 시기를 묘사한 대목이 있는데, 어머니를 추억하는 글 중 일부분이다.

<중국인이 집 안 살림을 들어내려고 차를 대놓고 신을 신은채로 집안에 들어왔을 때, 아이들을 조르르 세워놓고 엉망진창인 중국어로 남편은 전사하고 나는 병든 몸에 보다시피 아이들도 많다. 부디 당신 아이가 있다면 사정을 봐 달라고 콧물 눈물 닦아가며 한바탕 연극을,,,,,,>(41)

 

물론 아버지가 전사한 것은 아니다. 그 부분을 유머러스하게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5분후에 집주변을 산책하던 전사한아버지는 콧노래를 부르며 돌아왔다.”(41)

 

그렇게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 과거의 기억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 - 을 가볍게, 가벼운 것으로 만드는 재주,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기쁨이다.

 

그 중의 하나.

 

<8년째 되는 해에 내 차는 깡충깡충 토끼마냥 뛰어 오르더니 굉장한 폭발음과 연기를 내면서 주유소 앞에서 죽었다.>(95)

 

몰고 다니던 차가 더 이상 어찌해 볼 도리 없을 정도로 망가져 버렸다. 남들 같으면 펄쩍 펄쩍 뛰면서 화가 나는 상황인데, 저자는 그것을 가볍게 토끼마냥 가벼운 것으로 만들었다.

 

이런 생각해 내는 작가라면, 읽을 만하다.

 

그뿐이 아니다. 문장으로 상황을 가볍게 만드는 재주는 아무 것도 아니다. 저자의 생각의 깊이와 넓이가 독자들의 생각을 뛰어 넘어, 놀라게 한다.

 

지붕에 관한 묵상

 

<아무리 누추한 집에도 지붕은 있는 법이었다. 그래서 지붕이야기를 하겠다.

어떤 민족을 봐도 집에는 지붕이 얹혀있다. 대개의 지붕은 하늘을 향해 손을 모으는 형태로 되어 있다. 그것은 하늘을 향해 부디 허락해 달라, 이 쩨쩨한 인간의 존재를하고 비는 형상이다. 또는 해님에게 이 지상에 바지런히 집을 짓고 사는 것을 봐 주세요. 그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보세요. 이렇게 두 손을 모으고 있잖아요라고 말하는 형상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그것은 사람이 사람이었던 때의 겸손했던 마음을 형태로 나타낸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어느샌가 목수와는 격이 다른 건축가라는 것이 출현해 지붕을 치우고 평평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사람이게 한 겸손을 내던지고 하늘에 도전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해님에 대해 실례되게도 머리털이 없는 사람같은 건물이 일본에 쑥쑥 나기 시작한 거다.> (113-114)

 

지붕의 형태를 보고 손을 모으고 하늘을 향해 빌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나는 여기서 처음 본다.

 

사람얼굴을 구분해 내는 초인적인 능력

 

<사람이 사람의 얼굴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해 보면 무섭다. 거의 비슷한 면적에 눈 두 개와 코 하나, 입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레이아웃도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눈과 입의 위치가 반대인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별안간 현관에 나타난 사람을 ,,,,,,착각하는 일 없이 대응한다. ....인간이란 굉장하다. 구별할 수 있는 능력만으로 충분하니까.> (126)

 

얼마 전 인공지능 로봇은 고양이와 개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런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을 구별할 수 있을까? 그러니 사람이 사람의 얼굴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로 인간은 인간인 게다. 그야말로 초인적인 인간인 것이다.

 

주변부 인간에 신경써 본적이 있는지?

 

<어렸을 때, 영화를 보면 아무래도 석연치 않은 느낌이 있었다. 주인공이 아닌 인간의 인생은 너무 부당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그런 느낌은 잠시뿐, 오직 주인공의 운명에만 마음 졸였다. 그런데 때때로 잊고 있던 주변 인간이 문득 되살아나곤 했다.>(132)

 

저자는 더스틴 호프만의 연가를 보면서, 그런 주변부 인간 같은 그에게 마음이 쏠린다.

<사실 처음엔 코가 엄청 크고 키는 좀 모자라는 남자가 자신의 변변치 못한 인생의 드라마를, 힘껏 분발하여 연기하는 것을 보는 게 기뻤다. 왠지 중심인물이 아닌 나에게도 그 나름의 드라마를 세상이 허락해 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줬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 한번도 해 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저 그런 저자의 생각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렇게 힘들게 타이핑 하면서 기록할 생각까지 할 정도로.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겉으로 보면 가벼운 에세이다. 그러나 그냥 한번 읽어 넘어가는 것이 에세이 류의 특징이라면, 이 책은 당연히 그런 범주에서 벗어난다.

인생의 쓴 맛 단 맛을 다 본 사람이 건네주는 인생의 무게, 그러나 그 무거움을 그대로 건네지 않고 거기에 처방 하나를 덧붙여 놓았다.

 

<인생이 무겁습니까? 그래서 힘이 든다면 어디 이 책으로 가볍게 만들어 보시면 어떨까요?>

 

그런 저자의 목소리가 들릴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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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의 거울, 키루스의 교육 - 아포리아 시대의 인문학 - 그리스 군주의 거울
김상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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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의 거울

 

군주의 거울(Mirror for Princes)’이란?

 

이 책의 제목은 군주의 거울(Mirror for Princes)이다.

그렇다면 군주의 거울이란 어떤 의미일까?

 

군주의 거울은 기원후 8세기, 카롤링거 왕조(Carolingian Dynasty) 시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인문학의 리더십 과정이다.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는 탁월한 리더에 대한 갈망과 기대가 싹트기 마련이다. 세상이 혼탁하면 할수록 대중의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고, 나라의 미래 지향점을 제시할 수 있는 탁월한 리더를 갈구하게 된다. 그래서 기원후 8세기부터 중세 유럽 사회에서는 탁월한 리더를 양성하기 위한 특별한 인문학 교과과정이 개발되었다.

 

이 때 사용한 교재가,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 헤로도토스의 역사,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플라톤의 국가이다.

 

아포리아 시대에 탄생한

 

그런데 이 군주의 거울이란 개념은 아포리아라는 개념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다.

 

'아포리아'란 무엇일까? 저자는 아포리아의 개념을 몇 가지로 정리한다.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상태, 길 없음의 상태, 출구 없음의 상태.”(17)

 

이것은 위기보다 더 심각한 상태다. 위기상황에서는 그래도 어떤 조치를 취해볼 수 있다. 그러나 아포리아 상태에서는 더 이상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리스의 '아포리아'가 중세의 지혜로.

 

그리스는 신화의 나라, 철학과 민주주의의 고향, 예술의 요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런 그리스에 기원전 5세기 절체절명의 순간이 다가왔다.

바로 페르시아 전쟁의 발발이다. 그게 첫 번째 아포리아다.

두 번째 아포리아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이다.

그리고 세 번째 찾아온 아포리아는 소크라테스의 죽음이다.

 

그렇게 찾아온 세 번의 아포리아. 그런데 현명한 그리스국민은 그런 아포리아를 그냥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매번의 경우에 거기에 알맞은 기록을 남겨 아포리아 극복을 위해 노력한 것이다.

 

그래서 헤로도토스의 역사가 탄생하고,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국가가 등장하게 돤 것이다『키루스의 교육』또한 마찬가지다.

 

그런 책들은 8세기 유럽에서 다시 사용이 된다.

 

군주의 거울, 왜 필요한가?

 

무엇보다도, 저자는 이 책을 우리 현실에 적용하고 있다. 과거 그리스와 유럽에서 사용되었던 군주의 거울을 이 시대에 다시 꺼낸 것은 그때의 현실과 지금 우리의 현실이 너무나 유사하다는 점이다. 그리스 시대에 있었던 아포리아, 또한 군주의 거울을 통하여 리더의 자세를 성찰하려 했던 그들의 지혜를 우리 현실에서 활용, 이 아포리아의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바람은 비단 저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리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군주의 거울의 필요성을 재삼재사 강조한다.

 

<진정한 군주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인물이 리더의 위치에 오르면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를 믿고 따르는 백성들은 도탄에 빠지고, 그 사회는 아포리아에 처하게 된다. 행복에 대한 그릇된 생각을 가진 왕과 명예욕에 불타올라 불필요한 전쟁을 일으킨 군주, 그리고 물질에 대한 탐욕에서 벗어나지 못한 장군이 나라를 이끌면 그 나라는 쇄락을 면치 못하게 되고 온 국민이 고통의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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