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하는 시간 - "삶이 힘드냐고 일상이 물었다."
김혜련 지음 / 서울셀렉션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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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속절없이 흘러간 시간을 위하여 

    - 밥하는 시간

 

이런 글 읽어보자.

 

이런 글 읽어보자. 이 책에 반한 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다.

 

<압력밥솥 뚜껑을 열고 김이 막 오르는 밥을 나무주걱으로 살살 젓는다. 먹빛이 도는 자그마한 자기 그릇에 소복이 담는다. 현미잡곡밥에 들깨미역국, 두부구이, 김치, 식탁에 단정히 앉아 손을 모아 감사드린다.

한 입씩 먹는다. 현미밥은 오래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밥이 다 넘어가면 국을 뜬다. 미역의 미끌한 느낌과 들깨의 고소한 향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현미유에 구은 따뜻한 두부의 말랑하면서도 쫄깃한 맛, 약간 신 김치의 톡 쏘는 알싸한 맛을 느끼면서 천천히 먹는다.> (178)

 

나는 이 글을 프린트해서 어딘가 붙여놓고 싶다. 특히 밥먹을 때 잘 보이는 곳에다가.

그래서 한 입 먹고, 이 글 한 번 읽고, 한 입 먹고 다시 읽고.

물론 이 글을 한 번 읽으면서 한 입 들어간 음식물을 천천히 씹는 거다.

 

프린트는 나중에 하기로 했기에, 식탁에 차려진 음식, 그 중에 밥을 한 입씩 넣고 씹어가면서 이 글을 떠올리며 먹어 보았다. 국물도 한 입 떠먹고, 반찬도 입에 넣고 음미하면서, 어느 반찬에서 어떤 느낌이 나며, 어떤 향으로 입안을 채우는지, 느껴보면서 먹어본다.

 

씹지 않고 허겁지겁 먹는 것은 저자가 말한 대로, ‘아마도 자동차에 연료를 넣는 의미 이상은 못될 것이다. 그렇게 먹고 사는 삶은 자동차나 기계가 되는 것이니까. (178)

 

모든 글이, 모든 페이지가 아포리즘이다.

 

저자가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써놓은 기록들, 글자 한 자가, 한 단어가, 한 문장이 모두 아포리즘이다. 새기고 음미하고, 향기 맡으며 지니고 싶은 글들이다.

어떤 글은 맥락에 상관없이 새겨놓고 싶을 정도다.

 

헛살았다는 것은 알겠으나 제대로 사는 게 뭔지는 모호하기만 ....(22)

 

나는 삶의 의미를 나 밖의것에서 찾는데 익숙했다. 자기 존재감이 없으니 타자를 통해 그것을 얻으려고 했다.(80)

 

드러내는사람들의 공통적 특징이 있다. 자기 안의 샘물은 솟아나, 흘러야 한다. 그런데 샘물이 미처 차오르기도 전에 또는 샘물의 양보다 과도하게 자기를 드러낸다. 샘물의 바닥을 긁다가 안 되면 없는 샘물까지 상상으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런 욕망이 있는 것이다. (80)

 

많은 경우, 깨달음은 허망하다. 그 깨달음의 내용이 지극히 당연한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151)

 

저 너머를 바라보다가 지금 여기, ‘이 세상으로 온 거다. 비로소 세상 속에서 터져나오는 기쁨이 보인다. 하찮게 여겨, 보이지도 않던 것들이 보인다. 작고 여린, 세세한 생명들이 보이고, 그것들이 작지 않은 생명임이 보인다. 봄의 터져나오는 기쁨에 온몸을 담글 수 있다. 나 또한 그 숱한 생명의 하나로 이 지상에 함께 존재한다는 연대감에 깊이 안도할 수 있는 것이다. (249)

 

걷기에 대하여

 

큰돈을 들여 몇 박 며칠 히말라야 트래킹의 '심오한' 경험을 하고 와서도 여전히 일상을 걸을 수 없다면, 그것은 그저 소비다. (127)

 

페미니즘, 이런 발언 어디서나 듣는단다.

 

처음 마을에 드나들 때 사람들이 물었다.

뭐 하세요?”, “ 남편은, 애들은요?”

( ……)

처음 만나면 사람들이 내게 제일 먼저 묻는 말이 뭐 하냐?”남편은?”이었다. (67)

 

이 글 어디선가 읽었던 듯 기시감이 든다.

바로 며칠전에 읽었던 책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에서다.

 

<몇년 전 버지나아 울프에 대해서 강연한 적이 있다. 강연 후 질문이 이어졌고, 청중 가운데 많은 사람은 울프가 아이를 낳아야 했을까 하는 질문을 가장 흥미롭게 여기는 듯 했다.> (14)

 

그렇게 여자가 혼자 있다 싶으면 사람들은 그 이유가 궁금해지는 모양이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밥하는 시간이다.

밥하는 시간이 갖는 의미, 그 시간이 주는 의미를 천착하는 저자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이 된다. 그런데 독자들이 제목만 보고 이 책을 에 한정해서 생각할까봐 조바심이 난다. 그러면 안되는데...

 

이 책은 밥을 넘어선 일상의 모든 순간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우리가 그냥 시간이 아깝다고 얼른 해버리고 지나가는 일들얼른 해치워버리고 다른 더 귀중한 일에 매진한다는 의미에서 하찮게 생각하는 일조차, 삶의 한 부분, 아니 그렇게 말하면 안 되겠다. 그런 일조차 삶의 한 부분이 아닌 삶 자체인 것이다.

 

청소기를 돌리면, 청소기는 일을 하고, 나는 그 청소기를 사용함으로 남는 시간을 더 좋은데 사용할 수 있다, 는 차원에서 집안에 청소기를 들여놓고 쓰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청소기를 사용한다면, 청소는 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청소기 대신 빗자루를 들고 방을 쓸고 닦는다면? 어떤 일이 생기게 될까?

 

저자는 그런 시간을 이렇게 말한다.

<비로 쓸면 천천히 내 속도대로 일을 하게 된다. 내 몸을 느끼고, 방바닥을 느낀다. 청소와 청소하는 내 몸이 분리되지 않는다. 청소를 하면서 나 자신이 맑고 단단해진다. 단정해진 방에서 나 또한 단정해진다.>(132)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살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다시 허물고 지어야 할 내 삶의 모습이 보인다. 인생 자체가 아니라, 살아가는 모든 순간의 모습이 마치 남의 인생을 사는 것처럼, 그래서 나와는 별상관 없는 것처럼 그냥 스쳐 지나간 시간이 얼마나 될까? 그것도 나의 삶인 줄도 모른 채.  나의 소중한 삶 자체인 것을 모르고 남의 일처럼 무심히 넘겨버린 것이다.

 

더 들어보자.

<일상의 여러 가지 일들, 이를테면 차를 마시거나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할 때, 청소를 하거나 마당의 풀을 뽑을 때 내 몸과 함께 있으면 일상의 순간순간이 빛난다. 지루한 일이 되기보다 깨어있는 순간들이 된다.

일상적 행위를 습관적으로 하는 것과 그 의미를 자각적으로 알고 하는 행위는 하늘과 땅 차이다. 자각적 앎을 통해 새로운 창조가 가능하다. 일상 행위의 의미를 자각적으로 알고 하는 행위, 이것을 통한 자기 내면의 고양이 일상의 성화(聖化).>

 

바로 모든 순간에 집중하는 게, 심지어 밥을 먹는 시간도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바로 일상의 성화인 것을. 이제 알게 된다.

 

해서 이제 앞으로나, , 인생의 많은 시간들을 잘 바라보고, 내 것을 결코 흘려보내지 않고, 내 것으로 알고 잘 살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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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의 질량 한국추리문학선 6
홍성호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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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의 질량

 

오랜만에 읽는 한국 추리 소설

 

오랜만에 우리 소설, 추리소설을 읽는다.

악의의 질량

제목에서 어떤 무게가 느껴진다.

 

저자는 홍성호, 다음과 같이 소개할 수 있다.

<홍성호 작가는 2011년 한국추리작가협회 계간 미스터리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뛰어들었다. 2014년 한국추리작가협회 황금펜상을 수상하였고, 이후 사회파 추리소설과 본격 추리소설을 넘나들며 작품을 꾸준히 써 왔다.>

 

더 소개하자면, 저자는 <개인사정으로 앞으로는 글을 쓰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하는데, 아마 현재 법원에서 양형조사관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책 읽기에 앞서

 

먼저 이 책에 얼굴 없이 이름만 등장하는 인물 김내성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김내성이란 추리작가를 알지 못하고서는 사건의 전개가 이해되지 않으니, 읽기 전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라도 그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안 다음에 읽어야 한다.

 

저자는 이 책을 <이 작품을 김내성 작가에게 바칩니다.> 라고 김내성에게 헌정하고 있다.

 

김내성, 그는 누구인가?

김내성 (金來成, 1909 - 1957) 호는 아인(雅人)

(* 이름을 한자로 쓰려고 세 글자(김내성)을 같이 클릭하고 한자 변환을 하니 한자 金來成이 바로 뜬다. 그만큼 유명한 인물이다.)

 

우리나라 본격 추리 소설의 효시가 아닌가 생각되는 인물로,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추리소설 전문 작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가 창조한 인물로 탐정 유불란이 있다. 탐정 유불란은 그가 아르센 뤼팽 시리즈 작가 모리스 르블랑의 이름에서 빌려온 이름이다.

 

등장인물과 줄거리

 

김내성 : 추리소설 작가. 이름이 아인(雅人) 김내성과 같으며, 그와의 어떤 추억을 가지고 있다.

오상진 : 추리소설 작가.

백민수 : 추리소설 작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

김미정 : 북카페의 주인, 오상진 팬 카페 부회장.

정진영 : 오상진 팬카페 회장.

김상태 : 북컬렉션의 편집장.

 

줄거리는?

오상진 작가의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거기에서 등장인물들이 소개된다.

그리고 그 다음날 오상진 작가의 아버지가 살해된다. 범인은?

경찰이 수사한 바에 의하면 오상진이다. 오상진이 거주하고 있는 오피스텔에서 나와 차를 타고 아버지가 살고 있는 집으로 가고, 다시 돌아오는 모습이 CCTV에 다 찍혔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사건, 몇 번의 반전을 거쳐, 뜻밖의 인물이 범인으로 드러난다.

 

다시 이 책은? - 복선은 김내성이다.

 

추리소설에는 추리할 게 있어야 한다. 독자들은 작가가 여기저기 보여주고, 숨겨둔 것들을 찾아내며 저자가 만들어가고 있는 줄거리를 따라가며 범인을 찾는 재미를 느껴야 한다.

 

저자가 만들어 가고 있는 복선이 그래서 너무 뻔해서도 안 되고, 너무 갑작스러워서도 안 된다. 저자 혼자서만 알고 있는 복선은 추리 소설 규칙 위반이다.

 

여기서는 김내성이 복선이다.

실존 인물인 추리작가 김내성이 그 한 명이요, 이 소설에서 김내성이란 이름을 가진 추리소설 작가가 두 번째 김내성으로 등장한다.

 

또하나 이번에는 김내성이란 이름이 아니라, ‘마인이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마인은 아인 김내성의 대표작이다.

 

<마인의 블로그> 라는 정체불명의 글이 이 소설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다. 그게 복선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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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생각하기 - 나무처럼 자연의 질서 속에서 다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자크 타상 지음, 구영옥 옮김 / 더숲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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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생각하기

 

이 책은?

 

나무를 인간과 연결시켜, 연결고리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이 책, 자크 타상이 지은 나무처럼 생각하기.

 

저자 자크 타상은 <‘시인이자 철학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식물학자로서 현재 프랑스 국제농업개발연구센터에서 식물생태학을 연구하고 있다. 식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하였는데, 그의 글쓰기는 과학자적 시각을 넘어 문학과 사회, 경제를 넘나드는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런 저자의 눈에 보인 나무는 우리가 보는 나무와 다르다.

저자는 단순히 나무를 사물로, 우리와 아무 관련없는 사물로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짧은 생각인지, 알려주고 있다.

, ‘나무에서 영감을 얻는 것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나무를 바라보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60)라고 말하면서, 우리에게 나무를 비롯한 사물을 제대로 보는 법을 알게 해준다.

 

철학자들은 지식의 나무를 말하는데.

 

이 책을 어디까지 읽었던가, 읽던 중 얼마 전에 읽었던 책 중 한 대목이 떠올랐다

로버트 단턴의 고양이 대학살, 그중 이런 파트가 있었다.

<5, 철학자들은 지식의 나무를 다듬는다.>

 

지식의 나무

그 중 몇 문장만 인용해 본다.

 

<‘지식의 나무라는 메타포로서, 그것은 지식의 가지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지식은 유기적인 전체로 자라날 수 있다는 관념을 전달하였던 것이다.>(위의 책, 275)

 

<체임버스는 지식의 구분을 나무의 가지로 표현하였는데 그것은 정신의 세 가지 능력에 연유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는 역사적 지식의 근원인 기억력이고 두 번째는 시의 근원인 상상력, 세 번째는 철학의 근원인 이성이었다.> (위의 책, 278)

 

그렇게 나무가 메타포로 작용한다는 것, 나무가 그런 메타포로 사용되는 연유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넘어갔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다. 나무가 그렇게 사용되는 이유와 그렇게 사용되기 시작한 역사까지도.

 

나무는 우리의 사고를 구조화하고 활력있게 만드는 유추의 저장고이자 논리적 사유다, 라고 말한 건 로베르 뒤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나무의 형상은 우리가 모든 혼란으로부터 논리적 구조를 도출하는 데 적합하다고 한다. (138)

 

르네 데카르트가 자신의 사유를 정립하는데 근거를 둔 것도 나무의 이러한 형상이다.

그는 뿌리를 형이상학으로, 몸통을 물리학으로, 나뭇가지를 여러 학문으로 여기며 서양의 철학을 나무로 묘사한다. (139)

 

이에 대해서는 5장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나무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134쪽 이하)

나무는 어떻게 상징이 되는가/ 나무에서 발달한 논리적 사고

계통발생학과 나무의 관계 / 인간의 역사와 함께해온 나무

 

나무, 나무를 제대로 보는 법

 

저자는 나무의 말에 귀 기울이자 말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저자의 말은 그러지 못한 우리를 향한 안타까움이 그대로 묻어 있다.

 

<그러나 나무는 우리 모두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어서 시인만이 나무를 제대로 바라본다. 그래서 나무는 점점 사고와 상징, 표상으로 대체되고 우리와의 감성적 유대에서 떨어져서 더는 우리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185)

 

그러면서 다시 나무를 발견하자고 하면서 나무의 존재 방식을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게 느껴지기를 바란다는 말로, 나무가 주는 말을 들어보기를 원한다.

 

나무가 건네주는 생각들, 말들

 

저자가 건져 낸 다음과 같은 나무의 말들, 생각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들을 제공해준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인간과 나무는 다르지 않지. 빛을 향해 높은 곳으로 오를수록 더 깊은 곳, 어둠 속, 심연 속, 불 속, 즉 깊은 땅속에 뿌리를 박는다.”(40)

 

우리의 몸과 생명은 세상과 분리되어 완성된 시스템이 아니다. 몸과 생명을 개체의 육체에 한계 지을 필요가 없다. (64)

 

식물은 뇌가 없으므로 나무처럼 이타적으로 생각할 때에만 나무를 바라보는 시선이 정확해진다. 우선 나무를 마주 보며 자기 중심에서 벗어나려고 해야 한다.(85)

 

나무는 가르침을 준다. 사랑하고, 성찰하며 지식보다는 생명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187)

 

다시, 이 책은?

 

나무는 준다, 아낌없이. 그래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인식하고 있었다.

나무, 거기까지였다. 나무에 관한 생각은.

 

이 책을 읽고, 나무가 어떤 의미인지, 우리 인간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아낌없이 주는데 더하여, 인생에 대한 통찰까지도 하게 만드는 영감도 아낌없이 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나무처럼 생각하기. 그런데 생각하기살아가기의 뿌리다, 기본이다.

따라서 이 책은 나무처럼 생각하며 살아가라는 것이다. 나무처럼 살아가기가 더 정확한 제목이다.

나무처럼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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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사랑한 세계작가들 1 - 세계의 책 속에 피어난 한국 근현대 한국을 사랑한 세계작가들 1
최종고 지음 / 와이겔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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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사랑한 세계작가들

 

이 책을 왜 읽게 되었는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골프장 살인사건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구절을 만났다.

 

<나중에 좀 더 잘 알게 되었을 때 느낀 것이지만 가브리엘 스토너는 상당히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아프리카에서 맹수 사냥을 하고 한국을 여행했는가 하면, 캘리포니아에서는 목장을 경영했고 남양 제도에서는 무역업을 했다.> (111)

 

애거사 크리스티가 한국이란 나라를 작품 중에 언급한 것은, 한국이란 나라를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하고 많은 나라 중에 콕 한국을 짚어 거론한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한국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여튼 그렇게 외국 작가인 크리스티가 우리나라를 거론한 것을 보면서, 크리스티가 그런 걸 보면, 다른 작가들도 그럴 수 있을 건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어떤 작품에?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한 게 나만 아닌 모양이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여러 작품을 찾아보았고,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사랑해서 그들의 책에 한국을 남기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런 발견을 기록한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는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졌는데, 세계의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한국 문화를 과연 얼마나 담아냈을까, 라는 생각으로 세계의 작가들이 출간한 책들 속에서 우리 문화의 흔적을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이 책이 탄생한 것이다.

여기 모두 70명의 인물들을 찾아 그들이 그려낸 우리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 1권에서는 구한말의 조선을 생생히 소개한 영국의 여성 여행 작가 이사벨라 버드 비숍 (Isabella Bird Bishop)’을 비롯하여 모두 35명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하여 어떤 것을 알 수 있을까?

 

당시 우리나라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외국인들이 생경한 나라인 조선에 와서 백성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서 느꼈던 것들을 생생한 글과 그림으로 옮겨 놓았다,

 

조선 민중들의 삶을 극심한 수탈로 인해 피폐해진 삶을 산다”(17) 라든가, “조선인들은 그의 작고 어둡고 더럽고 악취나는 방에서 겨울을 보내는”(18) 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당시 역사를 알 수 있다.

 

명성황후 시해 당시의 생생한 현장을 릴리어스 언더우드가 기록해 놓고 있다.(72-74)

 

<그 뒤에 곧 거기서 그다지 멀지 않은 작은 숲으로 시체를 옮겼고 그 위에 등유를 부었다. 그리고 불을 붙였고 뼈 몇 줌만이 남았다.>

 

나라 잃은 슬픔, 힘이 없는 나라의 모습이 그러하다.

한 나라의 왕비가 일본 낭인의 칼에 난자되어 불태워져서 뼈 몇 줌으로 남았다는 기록으로 남다니!

 

당시의 문화도 조명해 볼 수 있다.

 

길가에 세워진 정승은 외국인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

 

이 목재 기둥의 한 면은 거칠게 깎여있으며 보다 높은 부분은 툭 튀어나온 이빨을 거칠게 조각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빨과 뺨이 약간 채색되었으며 전반적인 모습은 아주 잔인하게 보인다,”(63)

 

처음 보는 사람눈에는 분명 그렇게 보였으리라, 아주 잔인하게!

그리고 그 의미도 잘 찾아 기록하고 있다.

<마을과 길에서 귀신을 위협하여 쫓아내려는 의도로 세워진 것>

 

더하여 저자의 노력으로 외국인들이 기록한 책들을 찾아내고, 또한 독자들을 위하여 그중에서 어떤 책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출판되었는가를 일일이 기록해 놓고 있다.

 

<각 해당 작가의 작품들은 번역서가 있는 경우 번역서의 제목과 함께 원서의 제목을 기재하였고, 번역서가 없는 경우 저자의 번역으로 원서의 제목과 함께 한국어 제목을 괄호 안에 기재하거나 원서 제목만 기재하였습니다.> (일러두기 중에서)

 

다시, 이 책은?

 

다음과 같은 기록을 한 외국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한 번 읽어보자. 윌리엄 헐버트의 책에서 인용한 글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는 동안에 한국이 이토록 위기에 빠지게 된 추이와 미국을 포함한 여러 열강들은 그 비극을 연출하는 데에 어떠한 역할을 했는가를 알게 될 것이다.>(172)

 

윌리엄 헐버트가 을사조약이 체결될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덧붙인 말이다.

우리나라 백성도 아닌 사람이 우리나라의 형편을 저토록 소상하게 알고 있는데, 항차 이 땅에 살면서, 살아가면서 우리나라의 모습과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정녕 부끄러운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느낀 건 바로 역사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다.

한편으로는 우리 역사가 부끄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외국인들도 우리나라를 사랑하거늘, 우리들은 과연 나라에 대한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또 요즘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 힘이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되니, 이 책이 주는 감회가 여러 갈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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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평전
간호윤 지음 / 소명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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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평전

 

왜 이 책을 읽는가?

 

이 책 연암평전<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 국어선생을 거쳐 지금은 대학 강단에서 가르치며 배우고 있는> 간호윤이 쓴 연암 박지원의 평전이다.

 

이 책을 손에 들게 된 것은 첫째 연암 박지원에 관한 책이니까 그런 것이고, 둘째는 글쓴이가 간호윤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쓴 책을 몇 권 읽었는데, 일단 글감에 대한 접근 방식이 남달라, 글 읽는 이의 마음을 새롭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손에 잡았는데, 역시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것, 먼저 말해둔다.

 

이 책의 내용은?

 

앞서 말하길, 저자의 글쓰기에 대해일단 글감에 대한 접근방식이 남다르다했는데, 이 책 역시 그렇다.

 

평전하면 일반적인 형식으로는 인물의 일대기와 평가를 덧붙이는 게 상례인데, 이 책은 그런 일반적인 평전과는 궤를 달리한다.

 

저자는 평전을 쓰기를 저자 혼자 주욱 써내려가는 대신 11명의 평자를 내세운다.

박지원과 관련된 열한 명이 이름을 걸고 박지원에 대하여 말들을 한다.

이를테면방송에서 한 인물의 일대기를 만들면서, 열한 명의 관련자들에게 마이크를 쥐어 주는 꼴이다. 각자의 입으로 그 인물을 평하게 하고, 전체적인 것은 독자, 시청자들이 알아서 평가하라는 것이다.

 

그럼 이 책에서 마이크 대신 펜을 들고 나선 이가 누구인가? 다음과 같다.

 

유한준 : 벗이었다가 정적이 된 사람

정조  : 연암을 아끼지만, 연암의 문체에 대하여는?

박규수 : 연암의 장손, 구한말의 개화파로 이름이 높다.

오복 : 김오복, 연암의 집에서 일하던 청지기.

이씨 부인 : 연암의 부인

박종채 : 연암의 아들, 연암에 관해 과정록이란 책을 남겼다.

이재성 : 연암의 처남이다.

백동수 : 연암의 제자

유언호 : 연암에게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준 벗.

 

거기에 연암 본인도 나서고, 저자인 간호윤도 말을 보탠다.

 

그러니까 연암을 아주 가까이에서 본 사람으로부터 적에 이르기까지 총망라하였으니, 박지원이란 인물을 평하는 데는 어느 구석 하나가 빠지지 않도록 치밀하게 짜놓은 것이다.

 

이런 사실도 알게 된다.

 

다산 선생과 초정 박제가 어른은 나이를 초월한 사귐을 하셨으니 연암 어른과도 안면이 있으셨겠습니다. 다산 어른의 경세유표를 보니 열하일기의 내용을 많이 인용하셨더군요.” (107)

 

천자문은 천문 개념에서 색채 개념으로, 또 다시 우주 개념으로 급격한 사고 전환을 하기에, 어린 학동들이 일관성 있게 사물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셨지요. (……) 물론 주역』 「곤괘」 「문언무릇 검고 누런 것은 하늘과 땅 색깔 섞임이니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하였지만 이를 아이들이 이해할 리 없지요. (119)

 

연암의 글 내용은 어떤가?

 

연암 어른의 글이 대부분 양반들의 각성을 촉구하거나 닦아 세우며 이 시대의 상식의 궤를 파죽지세로 가르는 글 아닌가. (117)

 

우언이란 사물을 바르집어 말하지 않고 들떼놓고 말하는 수법입니다. 연암어른께서도 비분강개한 마음을 정공법으로 풀자니 시휘에 저촉될까 염려하여 만부득이 우언을 쓰셨습니다만, 이 우언은 철저한 타자 지향의 글쓰기임을 상기한다면 오히려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우언의 목적은 언어의 이면에 감춰진 참다운 의미를 통해 보편적인 진리를 깨닫게 하는 수법 아닙니까. 이 조선의 이끄는 양반네들 중 몇이나 연암 어른의 이 우언을 챙기려 들겠습니까? (120)

 

내 글쓰기는 선비로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래 글쓰기는 내 삶의 맞잡이요, 현실이요, 미래다. 내 글쓰기는 전쟁이요, 극한이다. (286)

 

연암 박지원 - 3

 

연암 박지원 : 열하일기

박종채 : 연암의 아들, 과정록을 썼다.

박규수 : 박종채의 아들, 즉 연암의 손자로서 실학과 개화사상을 연결한 선각자로 평가받는다.

 

연암과 아들, 손자, 그들의 면면을 보면, 그들이 우리나라 역사에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연암집이 갑신정변을 일으켰지라는 말이 성립한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배움은 사적인 행위로되 공적인 가치를 지향한다. 공적인 가치란 인륜을 돈독히 하고 염치와 도의를 바탕으로 불편부당을 몸에 다져 넣으며 심결을 잡도리해야만 한다. (286)

 

북학을 잘만 챙긴다면 우리 조선도 부강한 나라가 되거늘 오랑캐 나라라고 손가락질만 해댄다. 본 것이 적은 자는 해오라기를 기준으로 까마귀를 비웃고 오리를 기준으로 학을 위태롭다고 여기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308)

 

다시, 이 책은?

 

저자는 이 책에서 연암을 문장’, ‘성정’, ‘학문’, ‘미래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분석을 한다.

그렇게 네 가지 키워드를 통하여 연암 박지원의 삶과 생각을 훑어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지금껏 알고 왔던 연암을 이제는 제법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역사적인 인물, 연암 박지원을 이런 식으로 그려보게 되다니, 뜻밖의 기쁨이다.

 

이제 그 네 가지 키워드를 지니게 되었으니, 앞으로 연암의 글을 읽을 때든지, 연암에 관한 글을 읽을 때든지, 든든한 도구 하나를 장만한 기분이다. 연암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그건 너무 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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