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 - 인문학의 첫걸음 <천자문>을 읽는다
윤선영 편역 / 홍익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다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

 

이 책은?

 

이 책 다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인문학의 첫걸음 천자문을 읽는다>는 부제가 있는데, 부제가 책 내용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천자문을 인문학의 첫걸음으로 생각하며, 새롭게 읽어보는 것이다.

 

저자는 윤선영, <현재 국립고궁박물관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대학에도 출강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천자문, 요즘에는 별 관심을 받지 못하는 책이지만, 읽을 때마다 그 안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곤하니, 이 책의 가치가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천자문을 읽으면서 가장 신기하게 여기는 것이 그 안에 들어있는 글자, 천개의 글자, 또한 글자들을 조합하여 만들어진 단어, 문장들의 뜻이 심오하다는 것이다.

 

먼저 우주(宇宙)라는 말.

저자는 회남자를 인용하며, 이 단어를 해설한다.

<회남자에서 우()는 공간적 개념을 나타내는 말로 위아래와 동서남북의 상하사방(上下四方)’을 뜻하고, ()는 시간적 개념을 나타내는 말로 옛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의 모든 시간을 말하는 왕고내금(往古來今)’을 의미한다.> (17)

 

그러니 우주는 단순히 지구가 존재하는 우주가 아니라, 보다 더 철학적인 개념인 것이다.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

 

천지창조와 관련하여 중국에서는 반고(盤古)라는 인물이 커다란 달걀에서 나와 혼돈한 세계에 도끼질을 하여 하늘과 땅을 구분하였다는 천지개벽설(天地開闢說)이 신화처럼 내려오고 있다. (19)

 

()과 등()의 구분 (26)

()은 발로 어딘가를 직접 올라가는 행위를 가리키며 등산(登山) 등의 단어로 쓰인다.

()은 말의 몸이 공중으로 뛰어오른다는 의미가 더해져 허공으로 빨리 뛰어오르는 형상을 가리켜, 폭등(暴騰), 급등(急騰) 등의 단어로 쓰인다.

 

갖은자 (51)

갖은자란 숫자를 나타내는 한자에서 쓰이는 것으로, 본래의 한자보다 획을 더 추가하여 영수증 등에서 숫자를 쉽게 고치거나 위조하지 못하도록 만든 글자를 말한다.

두 이()의 갖은자는 이(), 석 삼()의 갖은자는 삼(), 열 십()의 갖은자는 십()이다.

 

검은 하늘과 붉은 하늘 (19, 197)

흔히들 말하길 하늘은 푸르다라고 한다. 그래서 창공(蒼空)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천자문에서는 하늘이 검다라고 말한다.

천지현황(天地玄黃), 즉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천자문의 이 부분에서 시험(?)에 든다.

 

왜 파란 하늘을 검다라고 하는가?

실제 어떤 글을 읽으니, 그 사람은 천자문을 읽으면서 이 부분이 과학적인 견지와 다르기 때문에, 천자문의 가치를 평가절하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그것을 분명히 밝혀 놓았다.

 

하늘은 검고 땅이 누렇다는 것은 천지의 성질을 표면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늘은 우리 눈에서는 푸른 듯이 보이지만,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산란하는 빛이 적기 때문에 암흑처럼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늘이 검다고 표현한 것입니다.(19)

 

또 천자문에서는 하늘을 붉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다음 구절에서다.

유곤독운 능미강소

游鯤獨運 凌靡絳?

노나는 곤어는 홀로 움직이다가

붕새로 변하여 붉은 하늘에 도달한다.(195)

 

이 문장에서 강소(絳?)붉은 하늘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왜 붉은 하늘이라 하는가?

저자는 이를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다.

<강소(絳?)붉은 하늘이란 뜻으로, 하늘의 가장 높은 곳을 의미한다. 본래 하늘의 색은 푸른색인데 이를 붉은 하늘이라 부르는 것은, 옛사람들이 천상계를 관찰하면서 북극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머리를 들어 보게 되는 부분은 북극을 기준으로 하면 남쪽이 되기 때문에 남방(南方)을 가리키는 색을 빨간 색으로 대입하여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197)

 

그러니, 우리가 그저 하늘을 푸르다라고 말하는 것과는 달리천자문에서 하늘이 검다’, ‘하늘이 붉다’, 할 때는 보다 더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그림을 그리는 일은 바탕을 희게 칠한 다음의 일이다.”(繪事後素)

 

논어<팔일>에 나오는 말로, 이는 먼저 아름다운 바탕을 갖춘 뒤에 수식을 더해야 한다는 의미다. (183)

()는 본래 희다라는 뜻으로, 아무런 꾸밈을 하지 않은 질박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접하게 되는 중국 고전들

 

저자는 단순히 글자만 해설하는 게 아니라, 그 글의 유래, 사용처 등 다양한 전거를 거론하면서, 그 글자를 다각도로 분석하며, 뜻을 찾아내고 있다.

해서 독자들은 그 글자를 한 자 한 자 읽으면서 각종 중국의 고전들을 함께 맛볼 수 있게 된다.

 

<주역>, <논어>, <맹자>, <대학>, <시경>, <서경>, <사기>, <사자소학>, <한비자>, <예기>, <열자>, <회남자>, <명심보감>, <공자가어>, <좌전>

 

다시, 이 책은?

 

한문 공부를 하기 위하여 천자문을 읽으면서 개개의 한자 천 글자를 그저 공부하는 것과 이런 책을 통하여 그 글자의 의미를 파고 들어가며 공부하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그 의미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해서 이런 해설서의 의미가 각별한 것이다.

 

이 책, 다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인문학의 첫걸음 천자문을 읽는다>는 취지로, 천자문을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 천자문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게 하고 있다. 해서 이 책은 천자문을 통해서 한자에 대해서도, 인문학에 대해서도, 보다 친근하게 대할 수 있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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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방 - 개정증보판
오쓰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고요한숨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일곱 번째 방

 

이 책은?

 

이 책 일곱 번째 방은 기담 작가로 알려진 오츠 이치의 소설집이다.

 

오츠 이치는 <기담 전문 작가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논란과 찬탄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마성의 천재 작가이다. 그의 소설들은 설화적 모티프와 현대적 공포 감성에 이르는 다양한 범주를 넘나들며, 끔찍하거나 오싹한 느낌의 호러라기보다는 오래 잔잔히 맴도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에는 표제작인 <일곱 번째 방>을 비롯하여 모두 10편이 담겨 있다.

그것들의 제목은?

 

일곱 번째 방 / SO-far / ZOO / 양지暘地의 시

신의 말 /카자리와 요코 / Closet /혈액을 찾아라

차가운 숲의 하얀 집 /떨어지는 비행기 안에서 /옛날 저녁놀 지던 공원에서

 

이 중에서 가장 읽을만한 작품은 <양지暘地의 시>라 생각된다.

탄생과 죽음을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자신을 알아간다'는 점 또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단편이기 때문에 이야기의 진행이 빠른 편인데, 특이 이 작품은 저자의 의도를 일찍 밝히고 시작한다.

 

배경 설명을 하자면, 갑자기 병원균이 창궐하여 모든 인간이 다 죽었고 이제 마지막 남은 사람이 를 만들어낸다. 그러니 는 인조인간인 셈이다.

에게 널 만든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도 이제 얼마 후에 죽게 되어 있다. 해서 이런 부탁을 한다.

나를 올바르게 매장하기 위해 죽음에 대하여 공부해 주었으면 좋겠어.”

 

이런 과업을 가지고 지내는 가 서서히 죽음이 무엇인가를 깨달아가는 과정, 그리고 살아가는 순간 순간 에게 다가오는 것들을 인식하고 교감을 하기 시작하면서 생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이 잘 그려지고 있다

 

또한 거의 모든 작품이 소설 기법중 반전 기법을 잘 활용하고 있는데, 특히 <카자리와 요코>는 압권이다.

 

쌍둥이 자매인 카자리와 요코, 얼굴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똑 같다. 그중 언니인 요코는 어머니로부터 모진 구박을 받으며 지낸다. 어머니는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요코를 심지어 집에서 잠자는 곳도 차별할 정도다. 그러던 어느날 ......(이건 스포일러니까 중간 이야기 생략) 밖에서 만난 두 자매는 옷을 바꿔입고 집에 들어가게 되는데........

 

또 하나의 반전 드라마는 <Closet>

미키는 시동생인 류지의 협박을 받고 그를 죽이게 된다. 그 시체를 치우려고 급한 마음에 옷장 속에 넣고 감추려 하는데......여기 기막힌 반전이 뒤따른다.

 

이 책에 실린 10편의 이야기, 어느 것 하나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모두가 가슴이 조이게 하고, 흥분 지수를 높이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해서 읽을 때, 불은 반드시 환하게 밝히고 읽어야 할 듯.

 

다시, 이 책은?

 

이 소설집을 다 읽고, 저저 소개글을 읽는데, 오츠 이치는 <그의 소설들은 설화적 모티프와 현대적 공포 감성에 이르는 다양한 범주를 넘나들며, 끔찍하거나 오싹한 느낌의 호러라기보다는 오래 잔잔히 맴도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라는 부분이 마음에 와 닿는다.

 

그러니 공포로 끝나는 작품 또한 그 감정에 이르는 과정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그 무엇들이 있다는 것, 그것을 발견하는 것도 이 책을 읽어가는 또다른 재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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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영혼에게 물어라 - 행복을 위한 아포리즘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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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영혼에게 물어라

 

이 책은?

 

이 책 당신의 영혼에게 물어라<행복을 위한 아포리즘>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문자 그대로 행복에 관한 아포리즘을 모아 놓았다.

 

저자는 강준만, 저자 강준만 교수에 대하여 굳이 소개는 필요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는 이 책의 성격에 대하여 이런 말을 한다.

 

<인간이 사회생활을 한 이래로 수많은 현인이 인간의 이모저모에 대해 많은 명언을 남겼습니다. 그 명언들을 음미해보면서 시공을 초월한 인간 여행을 나서보는 건 어떤지요.> (9)

 

해서 이 책은 저자가 모아놓은 아포리즘 중에서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을 제시하면서, 그 아포리즘을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것이다.

 

저자는 다른 이들이 만들어 놓은 아포리즘을 인용하면서, 각각 코멘트를 다는 방법으로 저자의 생각을 덧붙이고, 때로는 정리해간다. 해서 나도, 저자가 뽑아 놓은 아포리즘에 대해 코멘트하는 것을 다시 아포리즘 삼아, 음미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진정성 있는 칭찬을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상대방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19)

 

자기계발용 고독 (99)

고독은 훈련이 필요하다. 전략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실천하기 위해선 규칙적으로 고독을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말 정말 약이 된다.

<외로움에 가장 좋은 약은 고독이다.> (100)

 

왜 그럴까? 고독은 우리가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정신상태을 말한다. 반면 외로움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밖에 집중한다. 그러니 견디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외로울 때는 고독해지는, 즐길 수 있는 고독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현금이 많이 들어있는 지갑일수록 잃어버렸을 때 찾기 쉽다. (111)

내가 지갑을 주운 사람이라고 가정하고 생각해보면 수긍이 갈 법하다.

이런 심리는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액수가 클수록 분실한 사람에 대한 동정심(이타주의)이 커지거나 도둑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는 압박 심리가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

 

고미숙은 여행을 싫어하며, 여행에 대해 냉소적이라며 그 이유는 외부자가 낯선 땅을 '흘깃' 바라보고서 자신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허상을 경계하기 때문이라 하는데(125), 여행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객의 이런 행태는 싫어하기에, 고미숙의 생각에 공감한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무엇보다도 영혼 때문에 몸을 단련할 필요가 있다. - 장 자크 루소 (115)

 

산책은 위대한 예술이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118)

 

단지 물가에 서서 바라보는 것만으론 바다를 건널 수 없다. - 타고르 (173)

 

이상은 별과 같다. 우리는 결코 별에 도달하지 못하지만 바다의 항해사처럼 그걸 보고 우리의 나아갈 길을 결정한다. - 칼 슈츠 (180)

 

처음 보는 말도 있다.

 

다음 문장에서 만나게 되는 말 씨즐감이 무슨 뜻인가?

 

푸드 포르노의 수준을 결정짓는 건 영상의 씨즐감과 먹는 이의 연기력이다.” (129)

 

이 문장에서 씨즐감이란 말이 생소해서 사전을 찾아보니, 사전에는 없는 말이었다.

해서 네이버에서 찾아보니, <sizzle이란 영어 단어, ‘지글지글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음식을 할 때 나는 소리를 나타내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다시, 이 책은?

 

일단 이 책은 50개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저명인사들의 발언을 들어볼 수 있다.

그런 발언들을 일차적으로 읽고, 나의 삶에 적용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책 뒤편에 주석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저자의 지식의 양과 질이 어디 보통인가? 그런 독서를 통해서 수집해 놓은 저명인사들의 아포리즘을 얻어 듣는다는 게, 먼저 기쁜 일이다.

 

그 다음으로는 그런 아포리즘에 대하여 저자가 코멘트 한 것, 그것도 보통일이 아니니, 그걸 읽는 독자로서는 저명인사들의 아포리즘을 체로 걸러듣는 것이다. 그런 말들을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식견으로 정리해가면서 듣는 것이니, 저자가 말한 바 인간 여행을 제대로 한 번 해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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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은 도시의 유쾌한 촌극
스티븐 리콕 지음, 허윤정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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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은 도시의 유쾌한 촌극

 

이 책은?

 

이 책 어느 작은 도시의 유쾌한 촌극은 캐나다 마리포사라는 조그만 도시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스케치한 소설이다. 원제는 <Sunshine Sketches of a Little Town>이다.

저자는 스티븐 리콕, <영국 출생으로 캐나다 온타리오주로 이민을 갔다. 토론토 대학교에서 언어학과 문학을 공부하였고, 미국의 [Truth][Life], 토론토에서 발행되는 [Grip] 같은 잡지에 글이 실리면서 유머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소설의 배경은 캐나다 마리포사라는 조그만 도시.

이 도시를 배경으로 유쾌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화자는 맨 먼저 마리포사의 지리적 배경을 소개하는 것으로 소설을 시작한다. 이곳에 호수 하나가 있는데 이 호수도 이야기 거리가 되니, 기억해 둘 일이다.

그 호수 이름은 위사노티 호수, 그 호수로 흘러드는 강은 오사위피강.

 

중심가는 미시나바가()인데, 거기에 스미스 호텔, 콘티넨탈 호텔, 마리포사 하우스, 그리고 은행 두곳 - 상업은행과 외환은행- 이 있다.

 

먼저 사건이 일어나는 곳은 스미스 호텔이다. 그곳의 사장인 스미스씨에게 일어난 사건이다.

호텔에서 영업시간 외에 술을 판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그래서 재판이 벌어지고, 판결은 스미스에게 폐업까지 3개월 유예 기간을 준다는 것이었다,

스미스, 거구인 스미스씨는 과연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그러나 걱정마시라, 결론은 해피엔딩이다. 참고로 이 소설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그러니 책을 읽으면서 마음 졸일 필요 없다.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기대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면 된다.

 

저자는 졸깃졸깃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재주가 있다.

예컨대 은행원 피터 펍킨이 은행에 들어온 강도를 만나 죽게 되는 일이 벌어지는데, 저자가 어떻게 사건을 끌고 가는지 살펴보자.

 

<이튿날 아침 7시 반 외환은행의 창구 직원인 피터 펍킨이 은행 건물 보관실에서 은행 강도의 총에 맞아 죽었다는 소식이 온 사방에 알려졌다.> (212)

 

그쯤 되면 독자들은 , 이런 이 친구 죽으면 안 되는데. 그러면 제나 페퍼리하고의 연애는 어떻게 되는 거지?’ 하는 안타까움에 잠시 가슴이 아파지려는 순간, 저자는 이렇게 말을 덧붙인다.

 

<7시 반에 알려진 소식은 그런 내용이었다. 물론 사람들은 더 많은 내용을 알게 되었다. 8시에는 펍킨이 죽지는 않았지만, 가슴에 중상을 입어 위독하다고 전해졌다. 830분에는 그가 가슴에 총을 맞은 게 아니라 총알이 배를 뚫었다고 전해졌다.> (212)

 

그렇게 독자들의 애간장을 태운 저자는, 이렇게 마무리한다.

<9시에는 펍킨의 배는 멀쩡한데 오른 쪽 귀에 총알을 맞아 귀가 떨어져 나갔다고 알려졌다.>(213)

 

, 이것도 완전한 마무리는 아니다.

<최종적으로는 정확히 귀가 떨어져 날아가지는 않았다고 했다. 다시 말해 총알이 명중해서 귀가 날아가지는 않았지만 머리를 가볍게 스치는 바람에 그가 기절한 것이라고 했다.>라는 게 최종 마무리다.

 

그제야 휴, 하는 소리로 한숨 돌리게 된다이제 남은 일은 펍킨과 페퍼리 판사의 딸 제나 페퍼리와의 연애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 되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 이야기를 비롯하여, 아기자기하고, 가슴 졸이지만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는 이야기들이 다음과 같이 담뿍 담겨 있다.

 

1. 스미스 호텔

2. 제퍼슨 소프의 투기

3. 우애 공제회의 유람선 나들이

4. 드론 사제의 목회

5. 마리포사 회오리 캠페인

6. 언덕 위의 횃불

7. 펍킨 씨의 특별한 연애 관계

8. 제나 페퍼리와 피터 펍킨의 운명적 사랑

9. 마리포사 은행의 미스터리

10. 미시나바주 총선

11. 스미스 씨의 출마

 

다시, 이 책은?

 

그런 이야기 중에서 독자들 가슴을 가장 졸이게 하는 이야기는 뭐니뭐니 해도 마리포사벨 호()의 조난 사건이다. 서두에 그 도시에 위사노티 호수가 있다고 소개한 이유가 바로 이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이다. 우애 공제회 회원들이 배를 타고 나들이 가는데, 그만 배가 사고가 난 것이다. 이 조그만 도시의 주민들을 잔뜩 태운 배가 그만 사고가 났으니! 어쩐담?

 

그러나, 울음소리로 이야기를 끝맺음하는 건 저자의 성격에 맞지 않다. 배에서 구명보트로 분주하게 사람들이 대피하고 난리 법석이 일어나는 와중에, 조용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하여간 읽어보시라. 저자의 반전 매력이 한껏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런 작품들로 가득찬, 유쾌한 이야기들이 독자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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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0-03-02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팎으로 유머가 필요한 시기, 그런 좋은 작가와 작품 소개, 감사합니다. 우선 책표지가 참 마음에 들어요. 담아갑니다. 오늘도 건강히 지내시길요.
 
새해
율리 체 지음, 이기숙 옮김 / 그러나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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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이 책은?

 

이 책 새해는 소설이다. 독일 소설가 율리 체의 작품이다.

 

이 책의 내용은?

 

다리가 아프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 시작이 이채롭다.

주인공 헤닝은 지금 자전거를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는 중이다.

어딘가가 목적이 아니라, 운동을 하기 위해 자전거 타고 그냥 어딘가로 가고 있는데, 다리가 아프다.

 

그 시각은?

11일이다. 해서 소설의 제목이 새해.

새해 아침, 주인공 헤닝은 자전거에 몸을 싣고 어딘가로 가는 중이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내내, 그는 생각을 떠올린다. 아니 생각이 떠오른다.

그렇게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 내려간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여기서 저자는 하나의 복선을 위한 힌트 하나를 넌지시 깔아놓는다.

바로 기억에 관한 것이다.

<그가 아는 한, 인간의 기억은 보통 다섯 살이나 여섯 살이 돼서야 시작된다. 언젠가 그는 출판사에서 인간의 기억을 다룬 책을 편집한 적이 있다. 거기엔 어릴 적 기억이 사실은 사진이나 남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생성되는 경우가 많다고 적혀 있었다. 심지어 성인에게 조작된 과거 사진을 보여주면 기억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게 하면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14)

 

기억, 지금 주인공 헤닝은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이것, 저것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기억은 언제적의 기억부터 남아있지? 보통 다섯 살이나 여섯 살이 돼서부터!

그는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부지런히 페달을 밟아, 길을 줄인다.

 

<오늘은 페메스에 오르기 좋은 날이다. 간밤이 엉망진창으로 지나갔어도 푹 쉰 기분이다. 11. 도전하기에 안성맞춤인 날. 헤닝은 곧 새해에 대고 마음속 말을 다 풀어낼 것이다. > (26)

 

새해에 대고 마음속 말을 다 풀어낸 것이 이 소설이다.

해서 헤닝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자전거 안장위에 앉아 있는 그에게 끝없이 떠오른다.

그런 일을 기억 속에 떠올리면서, 헤닝은 새해에 대고 말한다.

 

그런데 그렇게 그의 기억을 따라 읽어가다 문득 걸리는 게 하나 등장한다.

바로 그것이란 말. ‘그것이라 말하는데 구체적인 언급이 바로 나오질 않는다. 해서 궁금증이 인다. ‘그것이란 게 대체 무어지?

 

그것의 정체는 드디어 독자들에게 알려진다. 공황발작과 범불안 장애.(45)

헤닝에게 일어난 그것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새해 아침 열 시다. 밖에 나온 지 겨우 두 시간밖에 안되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이제는 산을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71)

<헤닝은 산꼭대기에 도달한다.> (81)

 

그곳에 페메스가 있다. 그리고 환상처럼 만난 한 여인, 리자.

리자의 집에서 헤닝은 어릴 적 사건 하나를 떠올린다.

그리고 ......

 

다시, 이 책은?

 

소설을 읽고 리뷰를 쓸 때 가장 망설여지는 부분이 줄거리를 소개하느냐 마느냐이다. 리뷰를 쓰기 위해서는 줄거리를 언급해야 하는데, 그 줄거리가 나중에 소설을 읽을 독자들에게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그게 문제다. 줄거리를 언급하면서 리뷰를 쓰자니 스포일러, 줄거리를 말하지 않고 리뷰를 쓰자니 두루뭉술 그 자체니, 그게 문제다.

 

이 소설은 그런 작품이다. 줄거리를 말하기 어렵다. 중반과 후반의 줄거리를 요약이라도 하는 순간, 나중에 읽는 독자들에게 치명적이다. 김이 새는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소개할 수밖에. 이야기의 초반에는 약간 지루하게 이것 저것 기억을 꺼집어내더니, 중반부터는 그 기억중 하나를 꺼집어내어 주인공의 실상을 다 보여준다. 그가 왜 그것에 휘둘리고 있는지를.

 

이런 말,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말하는 게 아닐까?

<헤닝과 루나는 오래도록 인간의 기억과 의식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현실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직접 주고받는 모든 이야기들의 합 이상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205)

 

다리가 아프다, 라고 시작한 이 소설, 그게 다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다리가 아프다, 라는 말을 시작으로 한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정작 아픈 데가 어딘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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