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 - 인문학의 첫걸음 <천자문>을 읽는다
윤선영 편역 / 홍익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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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

 

이 책은?

 

이 책 다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인문학의 첫걸음 천자문을 읽는다>는 부제가 있는데, 부제가 책 내용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천자문을 인문학의 첫걸음으로 생각하며, 새롭게 읽어보는 것이다.

 

저자는 윤선영, <현재 국립고궁박물관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대학에도 출강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천자문, 요즘에는 별 관심을 받지 못하는 책이지만, 읽을 때마다 그 안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곤하니, 이 책의 가치가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천자문을 읽으면서 가장 신기하게 여기는 것이 그 안에 들어있는 글자, 천개의 글자, 또한 글자들을 조합하여 만들어진 단어, 문장들의 뜻이 심오하다는 것이다.

 

먼저 우주(宇宙)라는 말.

저자는 회남자를 인용하며, 이 단어를 해설한다.

<회남자에서 우()는 공간적 개념을 나타내는 말로 위아래와 동서남북의 상하사방(上下四方)’을 뜻하고, ()는 시간적 개념을 나타내는 말로 옛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의 모든 시간을 말하는 왕고내금(往古來今)’을 의미한다.> (17)

 

그러니 우주는 단순히 지구가 존재하는 우주가 아니라, 보다 더 철학적인 개념인 것이다.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

 

천지창조와 관련하여 중국에서는 반고(盤古)라는 인물이 커다란 달걀에서 나와 혼돈한 세계에 도끼질을 하여 하늘과 땅을 구분하였다는 천지개벽설(天地開闢說)이 신화처럼 내려오고 있다. (19)

 

()과 등()의 구분 (26)

()은 발로 어딘가를 직접 올라가는 행위를 가리키며 등산(登山) 등의 단어로 쓰인다.

()은 말의 몸이 공중으로 뛰어오른다는 의미가 더해져 허공으로 빨리 뛰어오르는 형상을 가리켜, 폭등(暴騰), 급등(急騰) 등의 단어로 쓰인다.

 

갖은자 (51)

갖은자란 숫자를 나타내는 한자에서 쓰이는 것으로, 본래의 한자보다 획을 더 추가하여 영수증 등에서 숫자를 쉽게 고치거나 위조하지 못하도록 만든 글자를 말한다.

두 이()의 갖은자는 이(), 석 삼()의 갖은자는 삼(), 열 십()의 갖은자는 십()이다.

 

검은 하늘과 붉은 하늘 (19, 197)

흔히들 말하길 하늘은 푸르다라고 한다. 그래서 창공(蒼空)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천자문에서는 하늘이 검다라고 말한다.

천지현황(天地玄黃), 즉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천자문의 이 부분에서 시험(?)에 든다.

 

왜 파란 하늘을 검다라고 하는가?

실제 어떤 글을 읽으니, 그 사람은 천자문을 읽으면서 이 부분이 과학적인 견지와 다르기 때문에, 천자문의 가치를 평가절하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그것을 분명히 밝혀 놓았다.

 

하늘은 검고 땅이 누렇다는 것은 천지의 성질을 표면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늘은 우리 눈에서는 푸른 듯이 보이지만,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산란하는 빛이 적기 때문에 암흑처럼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늘이 검다고 표현한 것입니다.(19)

 

또 천자문에서는 하늘을 붉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다음 구절에서다.

유곤독운 능미강소

游鯤獨運 凌靡絳?

노나는 곤어는 홀로 움직이다가

붕새로 변하여 붉은 하늘에 도달한다.(195)

 

이 문장에서 강소(絳?)붉은 하늘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왜 붉은 하늘이라 하는가?

저자는 이를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다.

<강소(絳?)붉은 하늘이란 뜻으로, 하늘의 가장 높은 곳을 의미한다. 본래 하늘의 색은 푸른색인데 이를 붉은 하늘이라 부르는 것은, 옛사람들이 천상계를 관찰하면서 북극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머리를 들어 보게 되는 부분은 북극을 기준으로 하면 남쪽이 되기 때문에 남방(南方)을 가리키는 색을 빨간 색으로 대입하여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197)

 

그러니, 우리가 그저 하늘을 푸르다라고 말하는 것과는 달리천자문에서 하늘이 검다’, ‘하늘이 붉다’, 할 때는 보다 더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그림을 그리는 일은 바탕을 희게 칠한 다음의 일이다.”(繪事後素)

 

논어<팔일>에 나오는 말로, 이는 먼저 아름다운 바탕을 갖춘 뒤에 수식을 더해야 한다는 의미다. (183)

()는 본래 희다라는 뜻으로, 아무런 꾸밈을 하지 않은 질박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접하게 되는 중국 고전들

 

저자는 단순히 글자만 해설하는 게 아니라, 그 글의 유래, 사용처 등 다양한 전거를 거론하면서, 그 글자를 다각도로 분석하며, 뜻을 찾아내고 있다.

해서 독자들은 그 글자를 한 자 한 자 읽으면서 각종 중국의 고전들을 함께 맛볼 수 있게 된다.

 

<주역>, <논어>, <맹자>, <대학>, <시경>, <서경>, <사기>, <사자소학>, <한비자>, <예기>, <열자>, <회남자>, <명심보감>, <공자가어>, <좌전>

 

다시, 이 책은?

 

한문 공부를 하기 위하여 천자문을 읽으면서 개개의 한자 천 글자를 그저 공부하는 것과 이런 책을 통하여 그 글자의 의미를 파고 들어가며 공부하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그 의미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해서 이런 해설서의 의미가 각별한 것이다.

 

이 책, 다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인문학의 첫걸음 천자문을 읽는다>는 취지로, 천자문을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 천자문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게 하고 있다. 해서 이 책은 천자문을 통해서 한자에 대해서도, 인문학에 대해서도, 보다 친근하게 대할 수 있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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