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 - 함께 일하고 싶은 든든한 일원으로 만들어 주는 조언들
찰스 머레이 지음, 박인균 옮김 / 을유문화사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실천적 지혜를 바탕으로 한 진지한 조언

 

이 책은 찰스 머레이가 직장생활을 하는 후배들에게 지금의 모든 문제점을 고쳐 줄 수 있기를바라는 마음으로 저술한 것이다. 그 목적이 달성되지 못하면, 즉 고칠 수 없다면 적어도 고치는 데 도움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 것이다. (13)

모든 문제점을 포함하고 있기에, 이 책이 언급하고 있는 내용은 다양한데, 글쓰기에 대한 조언도 있고 더 나아가서는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게 저자는 다양한 분야별로 알맞은 조언을 갈무리 해 놓고 있다.

 

1. 이 책을 끌고 가는 바탕, ‘실천적 지혜

 

이 책은 언뜻 보면 그러한 조언의 집합으로 보이나,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조언을 하게 되는 바탕에 무엇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바로 그러한 바탕에 저자가 말하는 실천적 지혜가 깔려 있다고 보았다.

 

실천적 지혜란 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두 가지 지혜중의 하나인데, 그 하나는 현실을 파악하고 조각들을 맞추는데 쓰는 지혜이다.(146) 쉽게 말해, 과학의 밑바탕이 되는 지혜를 말한다. 두가지 지혜중 나머지 하나가 바로 실천적 지혜이다. 저자는 실천적 지식을 행동이 가져오는 결과를 바르게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라 정의한다. 실천적 지혜는 과학적 지식보다 얻기가 더 힘들다. 현실을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146) 실천적 지혜의 핵심은 지식이 아닌 인생의 경험을 얻는 것이다.(118)

 

이 책의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바로 그러한 인생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아주 기본적인 데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서 실천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글의 내용이 공허하지 않고, 직장 생활을 몸으로 겪어본 사람의 진지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기 때문에 매우 실천적이다.

 

2. 왜 인생 경험이 중요한가?

 

인생경험이 왜 중요한가에 대하여 저자는 다음과 같이 변증하고 있다.

 

사회과학자들은 비록 인생경험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증명해왔다. 예컨대 스포츠, 체스, 순수 수학 등에서 최고의 업적을 달성한 사람들은 모두 이십대이거나 삼십대 초반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그것을 인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하지만 이런 분야에서도 인생 경험은 창작에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예술가와 작곡가가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킨 평균 나이는 마흔인데, 이는 위대한 작품의 절반이 마흔 이후에 탄생했다는 뜻이다. 문학의 경우 위대한 작가에게는 인생 경험이라는 연장이 중요하므로 결과적으로 위대한 문학작품이 탄생하는 평균 나이는 작가가 쉰 살에 이르렀을 때쯤이다.”(119쪽)

 

그렇기 때문에 인생의 경험이 주축이 되는 실천적 지혜는 일시적이거나, 미봉책을 추구하기보다는 조금 더 긴 안목으로 인생을 성찰할 수 있게 되어, 결과적으로 이런 조언을 하는데 유용한 자산이 되는 것이다.

 

3. 다양한 조언들

 

그러한 실천적 지혜를 바탕으로 직장이라는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은 후배, 또는 신입 사원이라는 이름으로 열심히 배우고 있지만 아직 모든 것이 어설프기 만한 후배, 그리고 직장 생활 수 년 차지만 아직도 상사의 마음을 알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후배들에게 찰스 머레이는 말은 해 주고 싶지만 깐깐한 노인네처럼 보이기 싫어 속으로만 담고 있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제 그러한 조언 중에서 몇 가지만 살펴보자.

 

<좋은 사람들이 운영하는 목적있는 조직에서 일하고 있다면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다. 바로 당신이 능력이 있다면 분명 눈에 띄리라는 것이다.>(53)

 

글쓰기에 대하여; <글을 잘 쓴다고 승진의 사다리를 오르는데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글을 못 쓰면 사다리를 오르는데 걸림돌이 된다.>(69)

 

<서투른 표현을 잡아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소리 내서 또는 머릿속으로 소리 내어 글을 읽어보는 것이다. 그러면 어색한 어구나 투박한 표현이 쉽게 드러난다. 매끄럽게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75)

 

<비판할 줄 아는 능력은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종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134)

 

<당신은 관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면) 항상 반올림을 해서 그러한 자기 모습에서 오는 즐거움을 지켜라. 셋이서 함께 밥을 먹으러 갔는데 식비가 10만원이 나왔을 때 3으로 나눠서 33,333 원을 내지는 마라. 35,000원을 내라.> (150 

 

4. 끝으로, 한 걸음 더

 

이 책의 마지막 항목은 행복의 추구에 대하여이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인용하고 있는데, 그는 먼저 그 책에 대하여 이렇게 평가한다. 이 고전에서 나오는 행복에 대한 논의는 완벽하고 설득력이 있다.” (153)

 

그래서 이 책을 읽은 김에 한 걸음 더 나가보면 어떨까? 저자가 완벽하고 설득력이 있다고 평가한 바로 그 책,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한번쯤 읽어보는 것 말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이 책의 저자가 의도하는 바, 독자들이 실천적 지혜를 더 굳건하게 다지도록 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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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행복 플러스 - 행복 지수를 높이는 시크릿
댄 해리스 지음, 정경호 옮김 / 이지북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서평 1 - 칭찬받을 만한 저자의 고단한 영적 순례기

 

이 책을 구성하고 있는 세가지 얼개

 

 

 

이 책은 세 가지의 얼개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저자 댄 해리스의 직장생활에 관한 기록이다. 그 부분만 추려 책을 한 권 만들어도 될 정도로 직장생활에서의 애환을 자세하고 그려 놓고 있다. 책 제목은 어떻게 할까?

<명랑 소년 앵커 성공기>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메인 주 뱅고어의 NBC 지사의 직원으로 출발하여 ABC<나이트 라인>의 공동 앵커가 되기까지 고군분투한 기록이 여기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있다. 한편으로는 종군기자로, 또는 사건 기자로 현장을 누비면서, 한편으로는 방송국 내의 자리다툼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기록해 놓았으니, 그 기록 자체만으로 이 책은 가치가 있다 할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저자의 마음이 ‘10% 행복 플러스 상태가 되기까지 고군분투한 영적 순례기이다. 제목으로는 상투적인 용어를 쓸 수밖에 없지만, <나의 고단한 영적 순례기>정도가 적당할 듯 하다. 이 책에는 저자가 종교전문 기자로 여러 영적인 구루들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때로는 가깝게 때로는 멀게 영적인 그 무엇을 찾고자 애쓴 기록이 들어있다. 저자가 종군한 전쟁터 보다도 어쩌면 더 힘든 여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이런 말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솔직히 나는 명상을 통해서든, 에크하르트 톨레 식의 갑작스러운 계기를 통해서든,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나는 역시 어쩔 수 없는 불가지론자다.> (359)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영적인 순례를 했으면서도, 결론은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이니그 과정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얼개는 저자가 결론적으로 10% 행복 플러스 상태에 도달하게 된 방법인 명상에 대한 지침서 이다. 제목 이렇게 하면 되겠다. <명상, 이렇게 하라>

 

영적인 구루라는 사람들의 진면목

 

그렇게 세 가지 얼개를 추려가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뜻밖의 정보를 많이 접하게 되었다.

 

저자가 영적 구루들을 만나면서 인터뷰하고, 그들을 심층 취재하면서 기록한 사항들은 그 자체로 정보의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이 책에서 거론된 몇사람만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 보자. 그들이 우리나라에 어떻게 소개가 되고 있는지. 그렇게 알아본 다음에 저자가 심층 취재한 내용과 비교를 해보면 얼마만큼의 간극이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먼저 디팩 초프라.

 

<심신상관의학과 인간의 잠재력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학자이자 영적 지도자이다. 인도 뉴델리에서 태어나 하버드 의대에서 공부했다.

고대 인도의 전통 치유 과학인 아유르베다와 현대 의학을 접목하여 '심신상관의학(mind-body medicine)'이라는 분야를 창안하며 대체의학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였다.

동양철학과 서양의학을 한데 아우른 독창적인 건강론과 행복론을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에게 전해왔으며, 현재 자신이 세운 '초프라 행복 센터(Chopra Center for Well-Being)'를 중심으로 마음 수련법을 전파하고 있다.

그의 많은 책들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건강과 영성을 위한 최고의 교과서가 되었으며 그 영향으로 뉴스위크지가 선정한 20세기를 움직인 100인 중 한 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렇게 소개된 디팩 초프라는 우리나라에 폭 넓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을만큼 그의 저서가 많이 번역되어 있다. 더하여 김미경의 쇼에 출연하는 등, 친숙한 사람이기도 하다. (김미경의 쇼 - http://lucydiamonds.blog.me/220231312412)

 

그러한 디팩 초프라를 이 책의 저자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디팩 초프라의 진면목에 관한 기록은 이 책 124쪽 이하에 등장하는데, 특히 137쪽에는 꼭 읽어야 할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모든 면을 종합하여 볼 때 디팩 초프라는 한마디로 걸어 다니는 모순이었다. 사람들에게는 영원히 현재에 머무는 삶을 강조하면서 정작 자신은 휴대폰 화면을 열심히 두드려가며 거리를 활보한다. 그런가 하면 우주의 마음을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졌기에 자신의 행동은 어떤 계획이나 노력도 없이 물 흐르듯자연스럽고 순리적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면서 실상은 금전적인 이익을 위해 온갖 사업들을 구상하기 위해 정신없이 바빴다. 실제로는 세속적 가치를 절대적으로 추구하면서도 입으로만 정신적인 가치를 떠벌이는 전형적인 위선자의 모습이었다.> (137)

 

그래서 저자는 디팩 초프라에 대한 최종 평가를 이렇게 내린다.

<결국 디팩 초프라는 외면과 내면의 모습이 일치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바로 나와 같은 부류의 속물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자기 자신을 속물이라고 고백한다. 그것은 겸양을 가장한 말이 아니라, 실제로 그의 내면을 고백한 말이다. 그러나 정작 디팩 초프라는 속물이면서도 속물이 아닌 체, 마치 영적인 선각자인양 하고 있으니, 그런 모습을 독자들에게 알려준 이 책의 가치는 일단 이것 하나만으로 충분히 평가될 수 있다.

 

그 다음 인물은 공전의 히트를 친 책 <시크릿>의 공동저자로 등장하는 조 비테일제임스 레이이다.

 

조 비테일

 

<인터넷 마케팅 회사 힙노틱 마케팅 대표, 베스트셀러 작가, 온라인 마케팅 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조 바이텔은 영화 시크릿에도 출연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나이팅게일 코넌트 사와 공동 제작한 오디오 프로그램 괴짜 마케팅의 힘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조 바이텔은 40년 동안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해왔고, 30년 동안 글쓰기를 가르쳤다. 또한 글쓰기에 관한 수백 권을 책을 읽고 10여 권의 책을 직접 집필했으며, 수십 년 동안 글쓰기에 관한 강연을 해왔다. 조 바이텔은 독자들을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의향이 생기는 심리 상태로 이끌기 위해 의도적으로 글을 쓰라고 말한다. 그러나 독자를 현혹하거나 진실이 아닌 곳으로 유도하는 것에는 완강하게 반대한다. 한 번쯤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있겠지만 결국에는 고객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조 바테일은 마케팅 전문가이면서 세상에 고통보다는 기쁨을 전파하려는 작가이기도 하다. 현재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마케팅 전문가 조 비테일은 뛰어난 통찰력으로 '인터넷의 부처'로 불리고 있다. 적십자사, PBS, 메모리얼 허먼 병원과 크고 작은 다국적 기업들이 그의 고객이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돈을 유혹하라 The Attractor Factor,

인생의 놓쳐버린 교훈 Life's Missing Instruction,

일 분마다 새로운 고객이 탄생한다 There's a Customer Born Every Minute,

만나라 그러면 부자가 되리라Meet and Grow Rich,

영혼의 마케팅 Spiritual Marketing등이 있다.

 

또한 그는 각종 세일즈 레터, 광고문, 보도자료, 연설문, 일반 책자 등을 쓰는 데 도움을 주는 소프트웨어, <소우트라인>을 최초로 개발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렇게 소개되고 있는 조 비테일은 <시크릿>에서는 이름이 '조 바이탤리'로 등장한다. (13, 17, 40....). 그에 대하여 저자는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그 주역들은 하나같이 겉만 번드르한 협잡꾼들이다. 그들 모두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나 헐벗고 가난한 사람들의 곤경을 이용해서 개인적인 영달을 도모하는 모리배들이다. 조 비테일 역시 그 문제 투성이 시장의 대표 주자들 가운데 한사람이다.>(142)

 

그리고 그가 운영하는 소위 롤스로이스 팬텀 마스터마인드프로그램에 참여한 기록을 덧붙이고 있는데 그 마지막 말은 이렇다.

<나는 그의 설명을 묵묵히 받아 넘겼다. 말이 돼야 대꾸라도 할 것 아닌가>(144)

 

그런 저자의 평가를 감안한다면, 우리나라의 순진한 독자들은 말도 안되는 그의 사기 행각에 속아넘어가, 그에게 돈을 헌납하고 있는 셈이다.

 

제임스 아서 레이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인생의 모든 분야에서 진정한 부유함을 창출하는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 및 습관을 연구해온 코치이자 멘토로서 수천 명의 개인과 기관들에게 삶과 사업의 모든 분야에서 조화로운 부유함을 창출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현재 사람들에게 인생의 모든 분야에서 부유함을 창출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일을 주로 하는 기업인 제임스레이인터내셔널의 CEO를 맡고 있다. 제임스레이인터내셔널은 최근에 샌디에이고 비즈니스 저널에 가장 성공적이고 성장이 빠른 지역 사업체 중 하나로 소개되었다. 그는 또 최근에 토스트마스터즈 인터내셔널이 뛰어난 커뮤니케이터이자 지역 리더로서의 능력을 발휘한 사람에게 주는 커뮤니케이션 및 리더십상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이러한 평가를 받고 있는 제임스 아서 레이는 <시크릿>에서 제임스 레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제임스 아서 레이는 <시크릿>의 공동저자 중의 한명으로서 그 진면목은 이 책 147 쪽 이하에서 볼 수 있다.

 

< ...그 모든게 한낱 거짓과 허풍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유감스럽게도 어떤 참극을 통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애리조나 경찰 당국은 레이를 살인죄로 기소했다.>(147, 149)

 

또한 재미나는 사실 한 가지를 덧붙인다.

<레이가 감기 한번 안 걸리는건강을 유지 할 수 있었던 비법의 실체가 밝혀진 것이다. 그건 끌어당김의 법칙이 아니었다. 수사관들이 그의 집을 수색하던 중에 레이의 침실에서 발견한 가방 속에는 건강보조 식품과 병원에서 처방받은 스테로이드제가 한가득 들어있었다.> (149)

 

이러한 정보를 제공하기까지 저자가 보여준 저널리즘 본연의 자세는 눈물겹다. 일단 이 책에 대한 평가는 그래서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자칭 영적인 구루라 칭하며 혹세무민하는 인물들의 실상을 밝혀 그들이 다만 허상이며 빈껍데기라는 것을 알려준 것만으로 이 책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서평 - 2 는 추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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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수술실
조광현 지음 / 에세이스트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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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환자가 반드시 의사를 키운다.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고, 환자는 의사를 키운다.

 

키운다라는 말이 있다. ‘크다라는 동사의 사역형이다.

그 말은 여러모로 사용되는데, 가령 이렇게 쓰인다.

그렇게 하다가 병을 키웠다

 

병이 더 진척이 되었다는 말이다. 악화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키우다'라는 말은 그렇게 쓰이는데, 여기 수필에서 그 말이 또 다르게 의미있게 쓰인 것을 발견했다

환자가 나를 키운 셈이다.”(47)

 

환자가 의사인 저자를 키웠다니? 무슨 말?

그 말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 말을 마져 읽어야 한다.

그렇다. 환자가 의사를 키운다. 오늘도 나를 찾아오는 분들에게 참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다.”

 

의사의 눈으로 볼 때에 자기를 찾아오는 환자 덕분에 자기가 성장했다는 말이다.

 

이 말의 의미를 조금 더 확실하게 이해하기 위하여 그 말 앞의 문장을 인용해본다.

나는 오히려 그녀가 정말 고맙다. 이후의 심장수술은 비교적 수월하게 이뤄졌으니 시작이 반이라는 말고 실감했다. 그녀 덕택으로 나는 흉부외과 의사로서의 입지를 어느 정도 세울 수 있었고 몇 년 후 병원장으로 발탁되는 계기가 된 듯도 하다.”

 

환자가 의사인 자기를 키운다는 고백은 비단 여기뿐만이 아니다.

그는 그 말을 반복하고 있는데, 그것은 그 말이 진심이기 때문이리라.

<나는 얼마 후 체외 순환에 관한 임상연구를 시작했다. (중략) 환자의 사망이 가져다준 쓰라린경험으로 시작된 연구가 어느 정도 꽃을 피운 셈이었다. 그렇다면 분명 환자가 나를 키운 셈이다.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고 그것이 성공이냐 실패이냐를 떠나서 환자는 반드시 의사를 키운다.>(67)

 

그 말은 무엇인가?

이 책의 저자가 병원은 왜 존재하는가, 의사는 왜 존재하는가를 알고 있다는 말이다. 의사와 환장의 상호관계를 잘 인식하고 있기에 그렇다.

 

따뜻한 심장을 가진 덕분에

 

그리고 그렇게 된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많고 많은 의사들이 모두다 그렇게 성장하고 있지는 않기에 그렇다.

무슨 이유일까? 나는 무엇보다도 저자의 따뜻한 심성이 그렇게 그를 키웠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환자가 그를 키우기 전에, 이미 저자의 심성이 그를 키운 것이다.

 

그렇게 따뜻한 심성은 어떻게 하여 자기 자신을 키우게 되었을까?

따뜻한 심성을 가진 의사를 환자들은 알아본다는 것이다.

아무리 겉으로 표시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사람들은 사람들을 알아본다. 지금 앞에 대하고 있는 사람이 진심으로 자기를 대하고 있는지, 그저 적당히 표면적으로만 대하고 있는지를 다 안다는 말이다. 따라서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의사를 환자들은 알아본다,

그 따뜻함이 결국은 환자들의 신뢰를 얻도록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 따뜻함이 신뢰로 연결되는 모습을 저자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자기에게 수술받기를 원하는 환자에게 자기는 아직 준비가 덜 되어 있으니 다른 곳으로 가라고 권하자 그 환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니요, 여기에서 받을거예요.”

기회를 놓치면 안돼요. 우린 아직 준비할 게 많아요.”

기다리겠어요.”

한사코 싫다하니 이번에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함께 온 가족들이 그녀를 설득해도 소용없었다. 환자의 철석같은 신뢰가 오히려 킁 돌덩이가 되어 나를 꽉 눌렀다.(42-43)

 

따뜻한 기록들

 

이 책은 사건의 기록이다. 그러나 메마르게 기록한 사건일지는 아니다. 그 사건을 저자는 따뜻한 심장으로 기록했다, 심장이라는 말에 따뜻한이란 형용사를 붙인 것이 이해가 되는지?

 

그는 고백한다.

<심장을 나는 감정을 인지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러나 신체의 어느 장기보다 감정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마음이 심장에 있는 양 착각하며 살고 잇다. 심성이 유난히 고운 사람을 따뜻한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는가 하면 큐피트의 화살은 항상 심장을 향하여 나아간다고 한다.>(45)

 

그의 말에 기대어, 다시 표현해 본다.

그는 따뜻한 심장을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그가 맞닥뜨리는 사건을 항상 따뜻하게 대하여 결과적으로 사람을 살려낸 것이다.

 

이 수필집은 그러한 기록이다.

맨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에는 그저 단순한 의료사건 기록처럼 생각되었지만 읽어가는 동안에 내 생각은 바뀌었다. 이것은 사건의 기록임은 맞지만, 그 기록의 이면에는 저자의 따뜻한 심장이 펄떡펄떡 뛰는 소리를 기록한 것이라는 것. 그렇게 뛰는 저자의 심장이 환자들의 심장을 역시 뛰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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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개 1~3 세트 - 전3권
강형규 지음 / 네오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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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개빠진 인간들에 대한 경고

 

제대로 잘 그렸다.

 

이 만화는 제대로 그렸다. 이 세태를 잘 그렸다. 욕망에 찌든, 그래서 가족도, 심지어 자식도 죽여야 하는 그러한 이 세태를 잘도 그려내었다.

 

그렸다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만화로, 그림으로 잘 그려냈다는 말이다. 그림이 - to see -가 매체로서는 훨씬 효과가 있지 않은가? 그런 그림으로 이 책은 우리 눈으로 쉽사리 볼 수 없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1164쪽을 보자

서울에 처음 가는 쓸개, 그런데 그림 한켠에는 어머니의 모습이 대비되어 있다.

현재의 쓸개가 서울에 가는 모습, 그리도 그 상대편에는 어머니의 서울가는 모습.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며 등장한다. 그 대비는 어떻게 드러나는가? 색이 다르다. 현재의 모습은 칼러로 그리고 어머니의 모습은 흑백으로 처리해 놓았다. 과거는 흑백이다. 그래서 아스라하게 떠오르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것은 주인공 쓸개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모습이길래, 흑백으로 그렇게 처리된 것이리라.

 

또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찾아보려고 애쓰는 쓸개의 모습을 그림은 잘 그려 보여주고 있다. 2권의 11.

지하철에서 옆자리의 어머니와 그 아들이 다정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쓸개의 가슴에는 그 모습이 자기와 어머니의 모습으로 치환되어 눈에 어른거린다. 색은? 당연이 흑백을 주로 하고 약간 색을 가미한 회고조의 채색이다. 이게 바로 칼러의 힘이 아닌가?

 

그러니, 그런 그림으로 스토리를 잘 그려내고 있다.

 

세태를 잘 그려냈다.

 

그렸다는 말의 두 번째 의미는 잘도 꼬집어서 표현했다는 말이다. 이 만화는 탐욕에 찌든 인간상을 잘 묘사했다. 돈은 처음 쓰여질 때에는 단지 교환수단으로서만 작용했다. 그래서 그 것은 인간의 생명보다, 다른 가치보다 저급한 단지 교환수단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의 목숨조차 화폐의 저 밑에 위치한다. 이런 현상은 목하 진행중이라, 그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 이제 돈은 인간을 종 부리듯이 부리는 상전 중의 상전이다. 그 돈이 어떻게 인간을 파멸시키고 있는지를, 인간간의 관계를 파괴하고 있는가를 잘 그려내고 있다.

 

돈에 놀아나는 인간들 - 돈은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그래서 그 돈은 인간을 가지고, 종 부리듯이 희롱하며 노는데, 어떻게 작동을 하는지 이 만화는 몇가지로 보여주고 있다.

   

인간이 가진 신체의 기관들이 모두다 돈을 따라 작동한다.

먼저는 이다. 그 눈이 탐욕을 찾아다니게 되는 것이다.

쓸개는 말한다. “밖에 나와 제가 배우고, 가진 것은 탐욕을 보는 눈이예요.” (363)

그래서 사람은 욕심이 생기면 눈빛이 변한다.(3149)

 

그렇게 사람의 은 돈을 따라 가고, 돈을 따라가느라 변한다.

그래서 결국 사람이 돈에 미치면 사람을, 사람과의 관계를 못 알아보게 된다. 결국 돈에 눈이 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저자는 인간 신체 일부인 을 돈에 따라 변하는 기관으로 설정한다.

그런데 어디 뿐이랴! 또한 돈 냄새를 따라서 인간은 행동한다. 그러니 인간의 또다른 기관인 역시 돈에 굴복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 만화에서 작은 에피소드이지만 희재가 쓸개에게 다가와 다단계사업에 끌어들이려 한다. 말 그대로 희재는 거기에서 돈 냄새를 맡은 것이다.

그러나 그 시도에서 실패한다. 나중에 희재는 자기 자신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돈 냄새만 맡았지 뭐 해 본 적이 없었지” (375)

 

스토리의 탁월함

 

여기서 굳이 스토리를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스토리를 끌어가는 솜씨가 탁월하다.

독자들을 빨아들이는 장치가 다양하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독자들이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마음 조리면서 조마조마하게 이 만화의 중요한 장치- 인간의 탐욕을 측정해주는 도구- 이 다른 사람에게 들어가지 말기를 바라는, 그러한 심리를 잘 알아서 작가는 장치를 미리 해놓는다. 그 장치를 하나하나 따라가면서, 작가의 솜씨에 그저 놀랄 뿐이다. 특히 3118쪽은 탄복할 정도이다.

 

쓸개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것

 

이 만화에서 주인공인 쓸개는 이름이 없다. 무적자다. 무적자란 말은 이 땅, 이 곳에 그의 적이 없다는 말이니, 그 흔적도 공식적으로는 남지 않을 터이다. 그러나 엄마가 붙여준 이름은 있다, 바로 쓸개이다. 그럼 왜 엄마는 그 아이에게 쓸개라는 이름을 주었을까? 그 답은 만화의 내용중에 들어있다. 조선족의 미신에 따르면, 아기는 어머니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살덩이이니 신체 기관이나 신체 부위로 이름을 지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하고, 효도한다. 그래서 쓸개라 이름을 지은 것이다.

 

그러나 엄마는 그렇다 치더라도 저자는 왜 만화의 주인공에게 쓸개라는 이름을 부여했을까?

혹시 쓸개 빠진이란 속담 또는 관용구를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속담에 쓸개 빠진 놈이라는 말은 정신을 바로 차리지 못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고, 관용구로 쓸개() 빠지다라고 할 때에는 하는 짓이 사리에 맞지 아니하고 줏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쓸개가 등장하기 전까지 이 사회는 쓸개 없는 사회에 불과하고, 따라서 저자는 이 사회가 쓸개가 빠진 것 같다고 야유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작 있어야 할 쓸개는 이 세상에 나타날 수 없었고, 따라서 이 사회는 쓸개없는 자들이 활개치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오직 쓸개 있는주인공 쓸개만이 제 정신을 가지고 황금에 휘둘리지 않고, 이 땅을 살아가려고 애쓰지 않는가? 그러니 '독자들이여, 제발 정신 차리고 쓸개 없는 사람들처럼 살지말고, 그래서 이 사회가 쓸개있는 사회가 되도록 만들어달라'는 호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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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속의 소녀들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여러 개의 상처 이야기

 

이 책에는 여러 개의 이야기가 있다. 옮긴이는 옮긴이의 말에서 이 속에는 크게 두 개의 이야기가 있다(413)고 했다. 물론 그런 큰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등장 인물마다 모두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그런 작은 이야기도 중요하다. 아니 어찌 보면 그 이야기들이 더 중요할지 모르겠다. 그런 이야기들이 날줄과 씨줄로 엮어지며 흥미로운 큰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1. 절대로 서두르지 말 것!

 

혹시 이런 책을 읽으면서 결과에 조급해 하지는 않는지? 그런 독자에게는 이런 말을 하고 싶다. 결코 서두르고 말라고. 특히 이 소설은 더더욱 그렇다. 저자의 그 신기한(?) 스토리 텔링 기법에 빠져든 나머지, 독자들은 어서 빨리 그 결과를 알고 싶어할 것이다. 그래서 책의 앞부분에서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오고, 어머니가 등장하는 장면, 그리고 어머니로부터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는 그 시점부터 독자들은 애가 탈 것이다. 결과를 알고 싶어서. 과연 진실은 무엇인지? 아버지의 말처럼, 어머니는 정말 미친 것일까?

 

그래서 혹자는 마지막 페이지를 살짝 엿보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금물이다. 이 책의 묘미는 어머니가 아들 다니엘에게 누차 말하고 있는 것처럼 차분히 순서를 기다리며 읽는 데에 있다.

 

어서 결론을 듣기 원하며 채근하는 아들의 눈빛을 읽은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앞 뒤 잘라먹고 결론만 내면 억지를 부리는 것처럼 들리지. 그래서 내가 성급하게 결론을 내지 말라고 부탁했던 거야. 내 식대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 주렴.”(290)

 

난 결론부터 시작해서 그 사건을 요약해서 말했지. 자세한 내용도 없고, 전 후 사정도 없이 말이다. 그런 실수를 저지르면서 나도 배운 게 있다. 그래서 너에게는 좀 더 철저하게 말한 거야.”(306)

 

그래서 결국 아들이 어머니의 이야기를 차분히 듣게 된 것처럼, 독자들도 그렇게 읽어간다면, 책 읽는 재미를 열배 정도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공자 말씀하시기를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라 했으니, 여기서 이 책 읽으면서 그러한 것도 배워보자. 차분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말이다. 그렇게 하면, 설령 미친(?) 사람에게서라도 우리는 배울 게 있다. 분명히!

 

2.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게 인생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톨스토이의 작품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 떠올랐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비단, 가정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해서도 이 말은 맞지 않을까?

<행복한 사람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사람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여기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다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저마다의 이유? 바로 그들이 받았던 상처들로 인해서 저마다의 이유를 간직한 채서로 서로 상처를 주고받게 되니, 결국은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숨은 원인이 바로 상처인 셈이다.

 

따라서 이 소설의 주제는 사람들은 그렇게 주고받은 상처로 인하여 생긴 상흔(傷痕)들을 가지고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데, 그 상처를 어떻게 하면 치유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3. 상처의 치유!

 

그러면 저자는 이 소설속에서 어떻게 그 상처들을 치료하고 있는가?

 

먼저는 만남이다.

어머니와 아들은 만난다. 오랫동안 헤어졌던, 그래서 각자의 삶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관심 밖에 있어 상황을 전혀 모르고 지내던 모자가 만나는 것으로 상처의 치유는 첫발을 딛게 된다. 그 무지는 아들, 다니엘이 어떻게 부모님 형편에 대해 이토록 무지할 수 있었을까?”(49)라는 탄식 속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 무지에 대한 자각은 이런 깨달음으로 아들을 몰고 간다.

<문득 내가 부모님의 재정상황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있다면, 모르는 게 또 뭐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55)

 

그렇게 만남으로 해서 각자의 상황을 보게 되고, 듣게 되고 , 그런 가운에 서서히 이해의 길이 열리고 이해의 폭이 넓어져 간다.

 

그래서 이 소설의 대미는 이렇게 끝이 난다.

어머님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십니다.”(411)

 

재차 병원에 수용되어 가족과 만나기를 거부했던 어머니가 아들을 포함한 가족을 만나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렇게 만남은 치유의 시작이며, 또한 끝맺음인 것이다.

 

두 번째는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아들이 자기를 믿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된 어머니는 아들에게 당부한다.

<내가 하는 모든 말을 열린 마음으로 듣겠다고 약속해라.>( 32)

 

세 번째는 상처를 그대로 방치하지 않고 직면(直面)하여 싸매주는 것이다.

 

그 직면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약간의 모험이 필요하다. 그냥 앉아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소설에서는 바로 아들이 스웨덴으로 날아가 어머니가 대면했던 그 현실을 되짚어 보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아들은 어머니가 겪었던 그 아픔의 현장에서 어머니의 상처를 대면(對面)하게 되고, 어머니의 상처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 과정이 없었더라면 결코 어머니의 상처는 회복되지 않고 그대로 묻혀 버렸을 것이다.

 

4. 오해의 근원 - 투사(投射)

 

그러면 왜 어머니는 자기에게 다가오는 상황을 그리 오해하며, 특히 미아에 대하여는 사건 아닌 사건을 만들게 되었을까?

바로 어머니가 어릴 때에 겪었던 상처, 곧 그런 상황을 겪었던 그 과거가 미아에게 그대로 투사(投射)된 것이다. 저런 모습을 보니, 내 과거가 떠오른다. 저 아이의 저런 모습이 내가 겪었던 그 아픔일거야, 그러니 내가 그 아이를 구원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결국은 그런 몽상 속으로 빠져 들게 된 것이다.

 

그것은 이렇게 묘사가 된다.

일련의 사건들을 보는 엄마의 시각에서 위험이 아주 큰 부분을 차지했다는 것이다.”(407)

 

미아에게 어떤 위험도 없었는데, 과거의 상처로 인한 아픔 때문에 어머니는 미아 역시 그런 위험에 처해 있는 줄로 오해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런 잘못된 투사는 어떻게 해결이 될까?

역시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푸는 것이 가장 합당한 방법이다. 이 책에서 아들은 그 역할을 충실하게 감당하고 있다. 할아버지를 만나고, 미아를 만나고, 결국은 미아에게 투사된 것들이 허상에 근거한 것임을 파헤치게 된다.

 

아들 다니엘은 미아와 안데르스에게 런던으로 가서 어머니를 만나주기를 요청한다. 이때 미아의 대답은 가슴을 울리는 명대답이다.

틸데 아줌마(어머니)라면 저를 위해 그렇게 했겠죠.”(400)

 

그렇게 상대방을 배려하고 안아준다면, 그 상처들은 쉽게 아물 것 같다. 미아의 그런 행동으로 결국 어머니는 오랜 고통에서 빠져 나오게 된다.

 

5. 끝으로 이 소설의 제목에 대하여

 

한글판 제목은 <얼음 속의 소녀들>이지만 원제는 <The Farm>이다. 따져 보자면, 주인공의 부모가 스웨덴으로 이주하여 정착한 농가쯤 되겠다. 거기에서, 그 곳을 기점으로 하여 벌어지는 사건들, 그 장소를 지칭하는 제목이 원제인 <The Farm>이다. 그런데 왜 한글판 제목은 <얼음 속의 소녀들>일까?

 

그런 제목이 무언가 의미하는 바가 있다 생각했었다. 그러길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사건이 벌어지는 농장 근처 호수가 얼어붙은 것을 발견하고, 혹시 그 얼음 속에 행방불명된 미아가 숨져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으로 그 시점부터 더 주의 깊게 읽어 보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얼음 속의 소녀>에서 얼음은 주변에서 냉대받는, 따돌림 받는 것의 은유이고, ‘소녀들은 소녀 시절의 어머니이며, 또 한명의 소녀는 미아로 파악이 되었다. 그러니 그런 얼음(냉대, 따돌림) 속에서 살아온 어머니의 아픈 과거가 곧 제목으로 형상화 된 것이리라.

 

그러나, 비단 이 책의 주인공들만 그런 얼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 그런 아픔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는 독자는 그런 얼음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를 자문해 볼 일이다.

 

그러나 개개인의 상황 여부를 떠나 이 세상 자체가 얼음으로 꽉 채워져 있지 않은가? 그 얼음 속에서 과연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이 소설을 읽고나니 그런 생각이 짙게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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