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개 1~3 세트 - 전3권
강형규 지음 / 네오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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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개빠진 인간들에 대한 경고

 

제대로 잘 그렸다.

 

이 만화는 제대로 그렸다. 이 세태를 잘 그렸다. 욕망에 찌든, 그래서 가족도, 심지어 자식도 죽여야 하는 그러한 이 세태를 잘도 그려내었다.

 

그렸다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만화로, 그림으로 잘 그려냈다는 말이다. 그림이 - to see -가 매체로서는 훨씬 효과가 있지 않은가? 그런 그림으로 이 책은 우리 눈으로 쉽사리 볼 수 없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1164쪽을 보자

서울에 처음 가는 쓸개, 그런데 그림 한켠에는 어머니의 모습이 대비되어 있다.

현재의 쓸개가 서울에 가는 모습, 그리도 그 상대편에는 어머니의 서울가는 모습.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며 등장한다. 그 대비는 어떻게 드러나는가? 색이 다르다. 현재의 모습은 칼러로 그리고 어머니의 모습은 흑백으로 처리해 놓았다. 과거는 흑백이다. 그래서 아스라하게 떠오르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것은 주인공 쓸개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모습이길래, 흑백으로 그렇게 처리된 것이리라.

 

또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찾아보려고 애쓰는 쓸개의 모습을 그림은 잘 그려 보여주고 있다. 2권의 11.

지하철에서 옆자리의 어머니와 그 아들이 다정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쓸개의 가슴에는 그 모습이 자기와 어머니의 모습으로 치환되어 눈에 어른거린다. 색은? 당연이 흑백을 주로 하고 약간 색을 가미한 회고조의 채색이다. 이게 바로 칼러의 힘이 아닌가?

 

그러니, 그런 그림으로 스토리를 잘 그려내고 있다.

 

세태를 잘 그려냈다.

 

그렸다는 말의 두 번째 의미는 잘도 꼬집어서 표현했다는 말이다. 이 만화는 탐욕에 찌든 인간상을 잘 묘사했다. 돈은 처음 쓰여질 때에는 단지 교환수단으로서만 작용했다. 그래서 그 것은 인간의 생명보다, 다른 가치보다 저급한 단지 교환수단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의 목숨조차 화폐의 저 밑에 위치한다. 이런 현상은 목하 진행중이라, 그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 이제 돈은 인간을 종 부리듯이 부리는 상전 중의 상전이다. 그 돈이 어떻게 인간을 파멸시키고 있는지를, 인간간의 관계를 파괴하고 있는가를 잘 그려내고 있다.

 

돈에 놀아나는 인간들 - 돈은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그래서 그 돈은 인간을 가지고, 종 부리듯이 희롱하며 노는데, 어떻게 작동을 하는지 이 만화는 몇가지로 보여주고 있다.

   

인간이 가진 신체의 기관들이 모두다 돈을 따라 작동한다.

먼저는 이다. 그 눈이 탐욕을 찾아다니게 되는 것이다.

쓸개는 말한다. “밖에 나와 제가 배우고, 가진 것은 탐욕을 보는 눈이예요.” (363)

그래서 사람은 욕심이 생기면 눈빛이 변한다.(3149)

 

그렇게 사람의 은 돈을 따라 가고, 돈을 따라가느라 변한다.

그래서 결국 사람이 돈에 미치면 사람을, 사람과의 관계를 못 알아보게 된다. 결국 돈에 눈이 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저자는 인간 신체 일부인 을 돈에 따라 변하는 기관으로 설정한다.

그런데 어디 뿐이랴! 또한 돈 냄새를 따라서 인간은 행동한다. 그러니 인간의 또다른 기관인 역시 돈에 굴복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 만화에서 작은 에피소드이지만 희재가 쓸개에게 다가와 다단계사업에 끌어들이려 한다. 말 그대로 희재는 거기에서 돈 냄새를 맡은 것이다.

그러나 그 시도에서 실패한다. 나중에 희재는 자기 자신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돈 냄새만 맡았지 뭐 해 본 적이 없었지” (375)

 

스토리의 탁월함

 

여기서 굳이 스토리를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스토리를 끌어가는 솜씨가 탁월하다.

독자들을 빨아들이는 장치가 다양하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독자들이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마음 조리면서 조마조마하게 이 만화의 중요한 장치- 인간의 탐욕을 측정해주는 도구- 이 다른 사람에게 들어가지 말기를 바라는, 그러한 심리를 잘 알아서 작가는 장치를 미리 해놓는다. 그 장치를 하나하나 따라가면서, 작가의 솜씨에 그저 놀랄 뿐이다. 특히 3118쪽은 탄복할 정도이다.

 

쓸개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것

 

이 만화에서 주인공인 쓸개는 이름이 없다. 무적자다. 무적자란 말은 이 땅, 이 곳에 그의 적이 없다는 말이니, 그 흔적도 공식적으로는 남지 않을 터이다. 그러나 엄마가 붙여준 이름은 있다, 바로 쓸개이다. 그럼 왜 엄마는 그 아이에게 쓸개라는 이름을 주었을까? 그 답은 만화의 내용중에 들어있다. 조선족의 미신에 따르면, 아기는 어머니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살덩이이니 신체 기관이나 신체 부위로 이름을 지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하고, 효도한다. 그래서 쓸개라 이름을 지은 것이다.

 

그러나 엄마는 그렇다 치더라도 저자는 왜 만화의 주인공에게 쓸개라는 이름을 부여했을까?

혹시 쓸개 빠진이란 속담 또는 관용구를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속담에 쓸개 빠진 놈이라는 말은 정신을 바로 차리지 못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고, 관용구로 쓸개() 빠지다라고 할 때에는 하는 짓이 사리에 맞지 아니하고 줏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쓸개가 등장하기 전까지 이 사회는 쓸개 없는 사회에 불과하고, 따라서 저자는 이 사회가 쓸개가 빠진 것 같다고 야유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작 있어야 할 쓸개는 이 세상에 나타날 수 없었고, 따라서 이 사회는 쓸개없는 자들이 활개치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오직 쓸개 있는주인공 쓸개만이 제 정신을 가지고 황금에 휘둘리지 않고, 이 땅을 살아가려고 애쓰지 않는가? 그러니 '독자들이여, 제발 정신 차리고 쓸개 없는 사람들처럼 살지말고, 그래서 이 사회가 쓸개있는 사회가 되도록 만들어달라'는 호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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