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물어주마 - 왜가 사라진 오늘, 왜를 캐묻다
정봉주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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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물어주마

 

이 책은?

 

이 책은 간단히 말하자면 묻는 책이다. 궁금한 점에 대하여 관련 전문가를 불러 놓고 차근차근 묻고 대답을 듣는 책이다.

 

묻는 사람은? 전 국회의원 정봉주다.

정봉주와 관련하여, 이 책의 기본 얼개가 되는 정봉주의 전국구에 대하여는 잠시 이 책의 소개글에 나온 것을 인용한다.

 

<‘정봉주의 전국구20141월 정통 정치 팟캐스트를 표방하고 첫 방송에 나섰다. 1KTX 민영화 문제를 시작으로 정봉주의 전국구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슈를 다뤘다. 정치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의료 민영화, 세월호 참사, 원전 문제, 급박하게 변하는 국제 정세, 가계부채, 미친 전세 등 대한민국에서 이슈가 되는 모든 문제를 발 빠르게, 심층적으로 다뤘다. 첫 방송 후 2년 여 동안 100회를 훌쩍 넘긴 정봉주의 전국구에서 다뤘던 수많은 문제 중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 그리고 기억에서 지우면 안 되는 대한민국의 주요 이슈 10가지를 선별하여 책으로 펴냈다.>

 

그러니 이 책은 정봉주의 철저한 인식없이는 이 세상에 나올 수 없었던 것이다.

끝까지 묻겠다, 끝까지 파들어가겠다는 그의 의지 없이 누가 그런 질문을 하며, 누가 그런 질문에 답할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이 책의 가치는 우선 정봉주 자체, 그의 인식에 두고 싶다.

 

끝까지 묻고 있는 것들

 

위의 책 소개에서 잠깐 인용했지만. ‘정봉주의 전국구에서 다뤘던 수많은 문제들 중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열가지를 엄선해서 이 책에 수록해 놓았다.

 

그 항목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던 안타까운 일들, 더 나아가서 글로벌 시대이기에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받게 되는 다른 나라의 상황까지도 망라되어 있어, 우리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잘 알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1 전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왜 국정화를 밀어붙이는가?

2 왜 미친 전세는 잡히지 않는가?

3 왜 폭증하는 가계부채 내버려두는가?

4 우리는 왜 아직 세월호를 떠나보낼 수 없는가?

5 쌍용자동차, 무엇을 위해 2,002일을 싸웠는가?

6 누가 민주주의에 사망선고를 내렸는가?

7 김영란법은 왜 시행도 전에 누더기법안이 됐는가?

8 국가는 왜 국민을 해킹하는가?

9 한반도의 이익이 빠진 일본과의 미래 지향적 관계가 성립하는가?

10 0.1%의 그리스 경제위기에 주목해야 하는가?

 

숨어있는 근본적 질문들

 

저자는 이 책에서 10개의 궁금한 항목을 독자들에게 내밀었지만, 그런 질문을 하게끔 한 근본적인 이유가 각 질문마다 숨어 있음을 지나쳐서는 안된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질문의 형태로 우리에게 남겨진다.

 

죽음 앞에 이렇게 무례한 사회를 본 적이 있는가?”

 

이 질문은 저자가 누구를 불러 끝까지 대답을 듣고 말고 할 것이 아니라, 바로 독자들이 10개의 항목을 읽을 때마다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해야 할 것이다.

 

이런 질문을 야기한 상황에 주목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하나 놓치면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이런 질문 자체도 중요하지만, 각 질문 마다 그러한 질문을 야기한 그 배경, 상황을 똑바로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어찌 보면 시국인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러한 상황 판단, 그러한 인식이 선행되지 않으면 이 책에서 끝까지 물어 본 것들에 대한 진정한 대답을 듣기 어려울 것이다. 또 어설픈 대답을 듣고도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갈 것이다

 

정작, 대답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

 

그런데 정봉주 앞에 나와서 대답하는 사람들이 대답하는 것, 실상은 그것이 끝까지 물어주마의 대상이 아니다. 정작 그 물음에 끝까지 대답해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다. 그 물음에 한사코 끝까지 대답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정작 대답해야 할 사람들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비단 저자가 묻고 답을 구하면서 끝까지 물었던 것이 저자의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읽고 있는 나의 질문이 되기를, 더 나아가서 우리 모든 국민의 가슴이 대체 왜 그런가?’ 하는 의문으로 가득 차기를, 그래서 끝까지 물어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래서 그런 성화에 떠밀려서라도, 그 끝까지 대답해야 할 책임자들이 대답하기 위하여 정봉주의 전국구마이크 앞에 서는 날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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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다 1 -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의 신화 여행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다 1
토마스 불핀치 지음, 노태복 옮김, 강대진 해설 / 리베르스쿨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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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다 1

 

이 책의 구성

 

먼저 이 책의 정체부터 확실하게 밝히고 싶다.

우리 말 제목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다로 같은 제목의 시리즈 두 권 중 그 첫 번째 책이다.

책 표지에 토머스 불핀치 지음 노태복 옮김 강대진 해설이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토머스 불핀치의 책을 노태복이 번역했으며, 거기에 강대진이 해설을 붙였다는 것이다.

 

토머스 불핀치가 쓴 원래 책 제목은 무엇일까?

이 책의 <일러두기>에 의하면 이 책의 원서는 토머스 불핀치의 신화의 시대이며, 그 중 인도, 북유럽 신화와 관련된 부분은 제외했다고 되어 있다.

그러니 이 책은 토머스 불핀치의 책 신화의 시대중 그리스 로마와 관련된 부분만 수록한 것이다.

 

그럼 강대진이 해설했다는 부분은 이 책의 어디일까?

그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

머리말도 저자 자신이 쓴 것이고, 글의 내용에서도 해설로 보여지는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그림들을 첨부하면서, 그림에 대한 해설이 붙어 있는데, 그것인가? 아니면 각 장의 뒷부분에 <생각해 보세요>라는 항목이 붙어있는데, 그것을 해설이라고 보아야 할지?

 

실상 <생각해 보세요>라는 것도 맨 처음에는 원서에 포함된 것으로 생각하고 읽었는데, 109쪽에서 우리 옛 이야기 중에도 원인 설화가 몇 개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해와 달 이야기라는 말을 읽고 나서야, 그것이 해설에 해당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이 책의 내용중 어느 부분은 원래 책에서 번역한 것이고, 어느 부분은 해설이다, 라는 것을 밝혀놓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절로 든다.

 

그림도 원래 책에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러지는 않겠지만.

 

또하나, 각 장마다 해당 사항에 대한 참고도서를 밝혀놓았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아폴로도로스 도서관

아이스킬로스 결박된 프로메테우스

헤시오도스 신들의 계보61

아풀레이우스 황금 당나귀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왕

에우리피데스 메데이아

 

이러한 것을 밝혀 놓은 것은 원저자가 한 것인지, 아니면 번역자나 해설자가 해 놓은 것인지?

 

 

다른 책과의 차별성

 

그리스 로마 신화는 주로 이윤기의 책을 통해서 읽었다.

그는 같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가지고 여러 변주곡을 만들어냈다.

예컨대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라는 책에는 <신화를 이해하는 12 가지 열쇠>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2<사랑의 테마로 읽는 신화의 12 가지 열쇠>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결국 이윤기는 원래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양한 각도로 변주하여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윤기가 보여준 그리스 로마 신화는 기존의 서구 중심의 시각에서 탈피하여, 우리 정서와 상상력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평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그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야기하면서 우리나라의 신화도 같이 곁들여, 비교하면서 설명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예컨대 그리스 로마 신화 268쪽에 보면 고구려 주몽과 유리의 설화로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러니까 이윤기는 불핀치의 책을 기본으로 하여, 그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하여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그렇게 2 차적 또는 3차적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변형한 수 많은 책들의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수많은 책이 등장하는데, 그 모든 것들이 바로 이 책에서 비롯된다는 말이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불핀치의 책 보다 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원본 격이 되는 책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불핀치가 남겨 놓은 참고 자료인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아폴로도로스 도서관, 아이스킬로스 결박된 프로메테우스등이 그런데 해당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은 인터넷 서점의 도서 소개에서 언급한 내용이 정확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 부분을 잠시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다는 원문을 가감 없이 옮겨 불핀치의 극적인 대화체와 부드러운 묘사법이 그대로 구현된 책이다. 종횡무진 하는 주인공들과 함께 생생한 신화의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닐 수 있을 것이다. 번역본에서 종종 생략되었던 시도 전문을 실었으며, 선명하고 다채로운 화보가 이 시들과 한데 어우러져 있다. 과마다 실려 있는 지도와 계보도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얼개를 한눈에 보여 주고, 화보 아래마다 있는 간명한 설명이 각 이야기의 앞뒤를 이어준다.>

 

그렇게 그림으로, 글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는 것, 이 책의 가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 책으로 다른 누구에 의해 가감된, 변형된 그리스 로마 신화가 아닌, 원래의 모습을 대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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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게 권하는 문자 이야기 - 문자의 기원과 가치를 집중 조명한 첫 청소년 책! 10대에게 권하는 시리즈
연세대 인문학연구원 HK문자연구사업단 지음 / 글담출판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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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게 권하는 문자 이야기

 

이 책은?

 

말과 글에 관한 책은 많다. 말하기와 글쓰기에 관한 책은 많고, 독서에 관한 책들도 많다. 그런데 문자에 대한 책은 지금껏 전공 서적 말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은 보지 못했다.

아마 이것이 (내가 읽게 되는) 문자에 관한 첫 번째 책인 것 같다.

이것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긴 했는데,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은?

 

문자가 없는 세상이 상상이 되는지?

물론 인류 역사에 그런 시대는 있었겠지만, 현재의 시점에서는 도저gl 그런 시대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런 시대에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문자를 사용하는 시점부터 역사시대가 시작되었다고 평가할 정도이니, 문자의 중요성을 익히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인류 문명의 발상지에는 모두 문자사용의 흔적이 보인다니, 문자의 기능 역시 짐작할 만 하다.

 

그래서 이 책은 문자와 관련한 모든 것이 총망라되어 있다.

 

문자의 탄생과 발달

세계에서 제일 오래 사용되고 있는 문자, 한자

지식 혁명을 이끈 문자, 알파벳

창제 원리와 철학이 기록된 유일한 문자, 한글.

 

그런 것들을 소개하면서, 각각 생각해 볼 것들을 제시하고 있다.

 

문자는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꿨을까요?

한자를 배우면 좋은 점은 무엇일까요?

한글에 대해 여러분은 얼마만큼 알고 있나요?

한글을 어떻게 가꿔 나가야 할까요?

 

저자의 바람

 

저자는 이런 문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이런 바람을 하고 있다.

문자와 관련된 것들을 살펴보는 것이 여러분에게 세상과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37)라고 말이다.

 

이 책의 결론으로 생각해볼 것은 바로 우리가 문자를 알아야 할 이유이다.

그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을 더욱 더 잘 이해하기 위하여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류 발전의 근간에는 문자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우리가 문자를 만들었지만, 우리를 지금 이 모습으로 존재하게 만들어준 것은 문자’(35) 라는 말이 그 상황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생각컨대, 이 책은 청소년들이 문자의 의의와 가치를 인식하는데, 아주 적절하다고 평가할 만하다. 

 

더 깊게 읽기 - 문자의 중요성

 

이건 다른 책에서 읽은 내용이다. 그 내용이 이 책과 관련되기에 인용해본다.

 

<발달 심리학자 피아제는 6세 아이는 대상을 종류에 따라 분류화하는 능력이 부족하지만, 9세 아이에게는 분류화 능력이 제대로 발휘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6세와 9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생각의 시대의 저자인 김용규는 그 사이에 아이의 뇌신경이 m게 발달하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요인이 학교에서의 읽고 쓰는 교육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많은 현대 심리학자들은 문자가 아이들의 정신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다. >(고영성, 어떻게 읽을 것인가, 57)

 

<구술문화 위주의 사회에서는 어휘의 수가 몇 천 개가 전부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문자 위주의 사회에서는 수십만 개의 어휘를 갖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만큼 문자언어는 느낌이나 마음 상태를 포함하여, 세상을 표현할 수 있는 용어를 광범위하게 제공한다.>(고영성, 어떻게 읽을 것인가,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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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향연, 인간의 만찬 - 배반의 역사로 잃어버린 궁극의 맛을 찾아서
김현진 지음 / 난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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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향연 인간의 만찬 

 

 

이 책은? - 인간 생명의 딜레마

 

사람은 먹어야 산다. 어떤 이는 말하길 먹기 위하여 산다고 하지만, 일단은 살기 위해서는 먹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 묘한 딜레마가 작동한다.

바로 사람이 먹기 위하여는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죽여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무엇인가를 죽여 먹거리로 만들고, 그것을 먹지 못하면 사람을 죽을 수밖에 없다.

 

저자는 그것을 이렇게 말한다.

<먹는 행위 자체는 반드시 다른 생명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 바로 이것이 인간이 무분별하게 찾는 먹거리가 무한 긍정이 될 수 없는 이유이다. 먹는다는 것은 한 생명을 살리는 동시에 다른 생명을 죽이는 행위이다. 우리 존재는 이 역설에서 벗어날 수 없다.>(50)

 

그런 불가피함을 역설한 저자는 음식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이렇게 정리한다.

<인간 실존의 한계와 모순을 인정할 때 비로소 음식과 삶에 대한 오만이 좀더 소박해 질 수있다.>(50)

 

인간 실존의 한계와 모순!

바로 이것이 음식과 인간과의 관계를 단적으로 표현해 주는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러한 한계와 모순을 인간이 겸손하게 인정할 때에 진정한 나눔이 이루어지고, 그 나눔은 우리가 인간임을 선언하는 증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TV에서 아침저녁을 막론하고 흘러나오는 음식 프로그램 먹기를 유혹하는 에 매몰된 우리들에게, 먹거리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경전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재미

 

이 책에서 저자는 여러 곳에서 경전 특히 성경 - 을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해 놓고 있다. 그동안 식상할 정도로 일반적인 해석에 매몰되어, 놓치고 있던 본문의 뜻을 새롭게 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의 또 다른 가치가 있다.

 

예컨대, ‘피를 먹지 말라는 성경상의 계율에 관한 저자의 시각을 살펴보자. (81)

구약 성경 창세기 9장에 나오는 말씀이다.

<살아 움직이는 모든 짐승이 너희의 양식이 되리라. .....그러나 피가 있는 고기를 그대로 먹어서는 안된다. 피는 곧 그 생명이다.>

 

지금껏 기독교에서 왜 피를 먹어서는 안되는가?’에 대한 질문에 일반적인 견해는 이렇게 대답한다.

하나님이 피는 곧 생명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말은 대답이 아니라, 같은 말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하나님이 그렇게 말씀하셨기에라는 천편일률적인 해답의 틀에 맞춰 넣은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해석을 덧붙인다.

<육식의 시대, 즉 약육강식의 시대가 도래했다. 슬프게도 이것이 우리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그 현실이 바람직한 현실이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황에 놓이다 보면, 그것이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여기기 쉽다. 그래서 사람들에게는 기억을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다시 말하자면 그 약속은 피를 먹지 않는 것이다. 그 피는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81)

 

우리가 생명있는 것을 죽여 먹거리로 삼게 된 이후, 그것이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기 위하여 피에 대하여 하나님이 언급하셨다는 것이다. 따라서 피에 대한 언급은 곧 우리로 하여금 그러한 사실을 기억하게 하는 장치라는 것이다.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것을 발견하는 기쁨

 

평소 인간의 본성과 동물의 본성은 같은가를 주제로 하는 조선시대의 호락논쟁(湖洛論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간단하지만 그 논쟁에 대한 해설을 발견하게 될 줄이야! (116-117)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에 '소마'라는 약이 등장한다.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는 약으로 등장하는 소마’, 그 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궁금했었는데, 이 책에 그 힌트가 나오고 있다.

 

의식을 치르면서 마시는 인도의 소마주(soma )가 바로 그것이다.(91-92) 저자는 소마의 어원을 주술적, 치료적, 또는 기쁨을 주는등을 뜻하는 단어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한다. 그런 단어니 헉슬리가 멋진 신세계에서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는 약의 이름으로 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뜻하지 아니한 곳에서 뜻하지 않은 것들을 알게 되니, 그것 또한 책을 읽어 얻게 되는 기쁨이라 할 수 있다.

 

아쉬운 점 몇 가지

 

이런 문장이 보인다.

<국내 저명 철학자가 설명했듯 시간에 쫓겨 주방에서 급하게 국에다 밥을 말아먹는 행위는 식사가 아닌 사료를 먹는 행위와 다름없게 여겨진다.>(136)

 

내가 알기로는 그런 말을 한 국내 저명 철학자는 강신주이다. 그 정도는 밝혀도 무방하리라 생각하는데 굳이 익명으로 남겨둔 이유는 무엇일까?

 

또 하나 책을 급하게 만든 것 같은 부분이 보인다.

문장이 제대로 마무리 되지 않은 곳이 있다.

<지배자들이 눈에 배부른 자들은 쓸 데 없는 생각이 많아지고, 필사적으로 근면하게 노동하지 않으며, 무례해진다.>(134)

 

지배자들이 눈에 배부른 자들은이란 부분이 시간에 쫓겨 급하게 쓴 것 같다.

 

밑줄 긋고 싶은 부분들

 

<악마가 사람을 방문하기 너무 바쁠 때는 대신 술을 보낸다.>(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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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2 - 논어 속 네 글자의 힘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2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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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2

 

이 책은?

 

이 책은 저자 신정근이 2011년에 펴낸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의 후속편이다. 이 책은 전작과는 달리 논어속 네 글자에 주목했다. 논어의 구절에서 그 뜻이 농축된 네 글자를 뽑아내어 논어의 핵심을 살펴보는 가운데, 논어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논어를 새롭게 보다.

 

지금껏 논어를 읽어오고 있었다. 번역본도 몇 개 다른 것으로, 또한 논어를 기초로 하여 쓴 해설서와 다른 저작물도 많이 읽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 16 17쪽을 읽다가 논어의 새로운 경지를 발견했다.

 

<첫 장 구절과 마지막 장 마지막 구절을 살피면 논어를 읽을 수 있는 지도를 갖춘 셈이라고 할 수 있다.> (16)

 

그러고보니, 지금껏 논어를 공자의 다양한 행적과 어록이 편집된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그 안에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그 어떤 것그러니까 요약해서 말 할 수 있는 그 어떤 것 이 들어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신정근은 그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첫 장 첫 구절이다.

學而時習知 不亦說乎? (배우고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논어의 마지막 장 끝 구절은 不知命 無以爲君子也(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다) 이다.

 

그래서 이 두 구절이 논어를 싸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논어』의 모든 구절들은 다음의 말을 기본으로 하여 이해가 되어야 한다. 

 

<첫 구절은 사람에게 지금의 나와 다른 나를 꿈꾸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길을 찾으려는 격려를 하고 있고, 마지막 장 마지막 구절은 지금의 나와 다른 미래의 나를 어디까지 추구할 수 있는지 그 한계를 직시하라고 말하고 있다.>(18 )

 

이렇게 저자의 인도를 따라 논어를 읽으니, 문자의 그 속내가 이해가 되고, 따라서 지금까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구절들이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논어를 대하는 자세

 

이 책을 읽으면서 논어』를 읽어오면서 내가 무슨 마음으로 읽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어떠한 자세를 가지고 읽었는가? 그저 고전중의 하나니까, 논어를 알아야 다른 고전들도 이해가 될 듯 하니까. 뭐 그런 의도를 가지고 읽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말한 것들이 새삼 나의 그런 자세를 가다듬게 해 주었다. 이런 말들이 그런 말이다. 

 

<글자를 보면 싸우려 하지 않고 공자에게 대들지 않고 그와 이야기 나누면서 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다.>(11)

 

바로 싸우려 하지 않고, 대들지 않고 마치 공자와 이야기 나누는 그런 자세가 지향해야 할 자세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수정해야 할 부분들

 

<훗날 맹자는 .....역성혁명을 주장했다. 이 주장은 정몽주가 조선을 건국하면서 활용하기도 했다.> (53)

 

이 문장에서 정몽주를 거론한 것은 잘 못되었다. ‘정도전이 아닐까?

 

다시 이 책은?

 

논어를 다룬 책들은 무수히 많고 많지만, 이 책처럼 편안하게 논어를 읽고, 공자의 생각을 차분히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책은 드물지 않나 싶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논어를 새롭게 볼 수 있도록 만든 것뿐만 아니라, 논어속을 차분하게 거닐면서 생각도 하게 만들어주니, 그게 바로 學而時習知 不亦說乎? (배우고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의 경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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