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그리고 테오 - 반 고흐 형제 이야기
데보라 하일리그먼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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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빈센트 그리고 테오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빈센트 그리고 테오, 반 고흐 형제 이야기이다.

  

저자는 데보라 하일리그먼, 저자 소개를 인용한다.  

<미국 브라운대학에서 종교학을 전공했다. 여러 잡지에 글을 쓰면서 지금까지 30권 이상의 책을 출간했다.  

가장 최근에 출간한 빈센트 그리고 테오는 반 고흐 형제의 삶과 예술을 담은 평전으로 보스턴 글로브 혼북상·마이클 프린츠상·시빌스 논픽션상·골든 카이트상·YALSA 논픽션상 등을 동시에 수상하며, 한 해 동안 미국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이 평전은 충실한 내용뿐 아니라 그동안 잘 조명되지 않았던 반 고흐 형제, 빈센트와 테오의 관계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 책의 내용은? 

 

고흐 형제, 즉 빈센트 반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이 책은 빈센트 반 고흐의 전기로 읽어도 될 정도로, 빈센트의 출생부터 시작하여 학업, 직장, 또 화가로서의 길을 걷는 모습을 자세히. 시간순으로 그려놓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동생인 테오와의 우정을, 그리고 서로 나눈 편지에 대하여도 소개하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과연 빈센트 반 고흐의 모습을 하나의 초상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

답은

불가능하다. 불가능하기에 저자는 도전한다. 다음과 같은 글을 필두로 하여 

 

<스물한 살의 빈센트를 단 하나의 초상으로 그려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 

스물한 살의 빈센트의 초상화 하나 : 어두운 색깔, 짙은 그림자, 무기력, 비관적. 

초상화 둘 : 햇빛 아래 있는 정렬적인 빈센트! 넘치는 활기! 매혹적인 표정!> (83)

  

다른 일을 전전하다가 드디어 빈센트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계기가 소개될 때는, 나도 모르게 손을 그러잡고 긴장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드디어 그가 예술가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153)

  

그러나 빈센트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곧 테오에게 짐이 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때부터 빈센트와 테오의 관계는 어떤 때는 등을 돌리고, 어떤 때는 얼굴을 마주하고 친밀하게 지내는 등, 그야말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독자들을 긴장시킨다. 그런 가운데 빈센트 반 고흐가 화가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빈센트가 화가가 되는 길을 보여주는데, 때로는 감동으로 때로는 안타까움으로 공감을 자아낸다.   

 

이런 내용, 의미있다.

  

전에 고흐 관련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런 내용이 있었다

<18736, 그는 구필 화랑 런던 지점으로 옮겼다. 이 무렵 열아홉 살의 하숙집 딸 유제니 로이어에게 구혼했다가 거절당하고 충격을 받았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신성림, 예담, 12) 

 

과연 그런 사실이 진실일까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보인다.

 

<가족들도 그의 심리 상태가 오락가락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긴 건지 염려한다. 훗날, 그들은 빈센트가 이때 하숙집 주인의 딸 유지니와 사랑에 빠졌다고 단정 짓는다. 이 오류는 많은 책과 심지어는 영화에서도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의도된 것은 아니겠지만, 이따금 그림의 주인이 잘못 알려진 것처럼, 그릇된 오해다.>(이 책, 82)

 

그러니 이 책으로 빈센트에 대한 오류 하나를 바로 잡게 되니, 이것도 하나의 수확이다.

  

가독성 높은 문장들 

 

이 책은 특히한 게 하나 있는데, 바로 문장이 현재형으로 쓰여 있다는 것이다. 현재형으로 쓰인 글들이 의외로 흡입력이 있다, 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글이다. 

 

<네델란드 풍경, 낮은 대지, 운하 옆을 따라 나 있는 흙길, 며칠째 내리고 있는 비로 인해 잿빛으로 물든 9월의 하늘. 지금도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두 사람의 형상이 도시를 벗어나 근방의 시골지역으로 들어선다.>(62)

 

<네델란드에서 런던으로 가는 길에 빈센트는 파리에 들른다.>(75)

 

<빈센트는 멀리서나마 테오의 기분을 북돋우어 주려고 애쓴다. 파리에서 그는 모든 방면의 조언을 담은 편지를 보낸다.>(93) 

 

문장을 현재형으로 쓰는 것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현장감이 살아난다. 눈으로 그들을 현재 보고 있는 듯하다.   

 

다시. 이 책은? 

 

우리는 화가 이후로의 빈센트를 기억한다. 그러나 화가가 되기까지 그가 얼마나 힘든 세월을 지냈는지에 대하여 구체적인 설명을 한 책을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책은 바로 그 점을 잘 짚어내고 있다 

 

인간 빈센트, 화가 빈센트의 진짜 모습을 이 책을 통하여 비로소 보게 된다. 이제 그가 그린 그림도 분명 달리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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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책을 읽고 글을 쓰는가?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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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책을 읽고 글을 쓰는가?

 

이 책은?

 

이 책은 우리는 왜 책을 읽고 글을 쓰는가?, 부제는 <새로운 방식의 책 읽기와 글쓰기>인데, 이 책의 포인트는 에 있다.

 

그동안의 책읽기 글쓰기 관련 책은 주로 어떻게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데 비하여 이 책은 왜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저자는 마윤제, 소설가다. 저자가 쓴 소설로는 바람을 만드는 사람검은 개들의 왕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책을 어떻게 읽고 글을 어떻게 쓰는가' 하는 방법론을 말하는 게 아니다.

왜 책을 읽어야 하며, 왜 글을 써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그러니 독서와 글쓰기에 대하여 대부분의 책과는 다른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 책이 포함하고 있는 내용은 무엇일까, 목차를 살펴보자.

 

1부 생존방식이 달라졌다!

2부 철학적 사고의 필요성

3부 새로운 글쓰기 방법론에 관하여

 

1부와 2부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바로 '왜 책을 읽어야 하느냐'에 대한 문제 제기다.

대체 왜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하는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1부와 2부에서 여러 가지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 나와 사고방식이 다른 사람이 많아졌다

- 인류의 역사는 지식과 정보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누어진다

- 우리는 스스로 정보의 진실과 거짓을 구분해야만 하는 삶을 강요받는다

 

문제의 발단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인터넷이다. 인터넷이 세상 모든 시스템을 바꾸어 놓았다. 따라서 시대가 변한 것이다. 시대가 변하니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도 달라진다.

그렇다면 지식과 정보를 다루는 문자에 대한 태도는 달라졌을까?

문자는 세상이 변해도 문자는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책은 우리가 읽어야 할 지식의 근원이다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통찰은 교육과 다양한 경험, 축적한 지식과 정보를 성찰과 자각을 통해 걸러지고 남은 사고의 정수다. (119)

 

통찰의 핵심은 책을 읽는 행위다. 책이 통찰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이유는 교육과 경험의 한계성이다. (119)

 

인간 내면에 숨은 심리를 알지 못한 사람들은 음악과 그림, 시와 소설, 드라마와 영화를 만들 수 없다. 그런데 작가들은 어떻게 잘 드러나지 않는 내면세계를 잘 알고 있는걸까?

그들은 어떻게 작품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걸까. 읽기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통해 관계에서 소외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인간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이다.(131)

 

시대의 변화는 언제나 새로운 욕망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우리는 늘 시대가 만들어낸 욕망을 좇아갈 수밖에 없다. (189)

 

생각을 멈추면 세상은 단순하게 보인다. 사물의 표면밖에 볼 수 없다.(196)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고 나서, 책 읽는 것과 글 쓰는 것에 대한 질문의 순서가 잘 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그저 많은 사람들이, 많은 책들이 말하는 대로 '어떻게 하면 책을 잘 읽을 수 있는가에, 어떻게 하면 글을 쓰는가'를 생각했을 뿐이다. 그 질문에 답하기 전에 거쳐야 하는 를 그만 건너 뛴 것이다.

 

해서 이제야 라는 질문을 어떻게라는 질문 앞에 두게 된다.

왜 읽고 쓰는가에 대한 대답을 먼저 분명히 한다면 어떻게 읽고 쓰느냐하는 방법론은 반절이나 해답이 나온 것이나 진배없다. 이 책, 그런 기본을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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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길이 닿는 순간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 - 촉각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의 과학
마르틴 그룬발트 지음, 강영옥 옮김 / 자음과모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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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길이 닿는 순간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손길이 닿는 순간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 부제는 <촉각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의 과학> 이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와 같이 '촉각'에 관한 책이다.

원제는 <Homo Hapticus>,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촉각 인간> 정도가 될 것이다.

 

저자는 마르틴 그룬발트, 독일의 학자로 라이프치히 대학교의 파울 플레시히 연구소 부설 기관으로 햅틱 연구소를 설립해 인간의 촉각 작용 방식이 사고, 감각, 행동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이 시종일관 강조하는 것은 촉각의 중요성이다.

이런 말로 촉각의 중요성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촉각이 없다면 사람은 자신이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을 것이다. 몸의 존재를 의식하는 것은 촉각 체계의 탁월한 기능 중 하나다.>(8)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촉각, 최초의 감각

2. 스킨십은 아이에게 밥이다

3. 자극이 있는 일상

4. 느끼는 자에게 변화가 생기리니

5. 만약 촉각이 사라진다면

6. 햅틱 디자인과 뉴로마케팅

7. 앞으로의 연구 과제들

 

그동안 다른 감각, 즉 청각, 시각, 미각, 후각에 대하여는 관심을 가지고 살펴봤는데 정작 제일 중요한 촉각에 대하여 읽어보는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촉각이 그토록 중요한 것인데 비하여 사람들의 관심은 받지 못했던 것이 의아할 정도였다.

 

다음과 같은 사항들은 사람의 관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임신 26주차부터

엄마가 배를 손으로 쓰다듬을 때, 태아가 팔, 머리, 입을 더 많이 움직인다.

그런데 엄마가 큰 소리로 이야기책을 읽어주자, 태아의 동작이 줄어들었다.(44)

 

태아가 엄마의 감정 상태에 따라 움직인다.

임신 31주차 엄마들에게 슬픈 영화, 평범한 영화, 웃긴 영화를 보여주고, 그동안 태아의 팔 동작을 초음파로 관찰했다.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유쾌한 영화를 보여줬을 때 태아의 팔 동작이 눈에 띄게 증가한 반면, 슬픈 영화를 보여줬을 때 태아의 팔 동작은 감소했다.

이 연구 결과에는 엄마의 감정 상태를 태아가 의식한다는 메시지가 뚜렷하게 담겨있다. (45)

 

조산아들이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있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산소공급이다.

모호흡 상태에 빠지거나 산소 결핍 현상이 발생할 때, 이 때 촉각 자극을 주면 조산아가 무호흡 상태에서 벗어나 자가 호흡 기능을 되찾을 수 있다.(56)

 

조산아들이 누워있는 인큐베이터를 그네처럼 흔들어주었더니 조산아들의 촉각과 평형감각에 반응이 나타났다. 흔들어준 인큐베이터에 있을 때 조산아들의 모호흡 상태 발생 횟수가 적었다. 하지만 인큐베이터를 너무 많이 흔들어 주면 긍정적인 효과가 사라진다. (59)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학습이란?

아이가 외부세계의 상태와 특성을 이해한 내용을 능동적으로 자기화한다는 뜻이다. (53)

 

독일어로 슬프다(Nahegehen)’는 뜻을 지닌 동사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근처에서 걷다이고

친밀하다(Nahestehen)는 뜻을 지닌 동사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가까이에 서 있다이다.

가까움(Nahe)’은 공간적으로 가까운 거리뿐만 아니라 심정적으로 친밀한 상태라는 의미로 쓰인다. (55)

 

다시 이 책은? - 햅틱(Haptic)의에 대하여

 

포옹의 위대함을 말해주는 기적 같은 사례에 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쌍둥이 자매가 조산아로 태어났는데 그 중 한 명이 건강 상태가 급속히 악화됐다. 그래서 간호사가 두 아이를 인큐베이터에 함께 넣었는데, 건강한 아이가 다른 아이를 끌어안자 정상으로 회복되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이 책이 말하는 바 '손길이 닿는 순간 당신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또한 이 책에서 햅틱이란 개념을 만났다.

햅틱 기술은 컴퓨터의 기능 가운데 촉각과 힘, 운동감 등을 느끼게 하는 기술이다.

사실 햅틱은 촉감을 이용해 어떤 기기를 제어하는 기술인데 쉽게 말하면 전자기기를 만지거나 다룰 때 실제로 특정한 물체를 만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햅틱 기술의 핵심은 진동이다.

 

앞으로 햅틱 기술의 발달에 따라 우리 주변에서 더 많이 쓰일 것이고더 많이 활용될 것이니, 늦게나마 햅틱 연구의 개척자인 저자의 이 책을 읽은 것은 다행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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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자를 말하다 - 삶의 거울이 되는 영화 속 여자들의 인생 이야기
이봄 지음 / 메이트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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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화, 여자를 말하다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영화, 여자를 말하다, 문자 그대로 영화 속에서 여자의 모습을 찾아 살펴보는 책이다.

여자는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영화를 통해서 살펴보자는 책이다.

 

저자는 이봄, 현재 건국대학교 영상영화학과에서 연기를 가르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우선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영화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우리도 사랑일까?] [매기스 플랜] [소꿉놀이] [인턴]

[바바둑] [줄리에타] [컨택트]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 [코파카바나]

[바닷마을 다이어리] [진저 앤 로사] [레이디 버드]

[레볼루셔너리 로드] [미씽] [테레즈 라캥] [종이달] [블루 재스민]

[45년 후] [다가오는 것들] [스틸 앨리스]

[빅 아이즈]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모두 23편이다.

위의 영화중 본 것 보다는 그렇지 않은 것이 더 많은 나 같은 독자는 불가불 저자의 영화 소개에 의지하며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 저자는 영화의 세밀한 부분에 집중하지 않고, 인물과 스토리에만 집중해서 소개한다.(17) 그게 영화를 이해하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된다. 영화를 미장센이 어떻고 미적 접근은 어떻고, 하는 영화적 관점에서 해설하지 않고 외면한 덕분이다.

 

저자가 의도하는 바는 이렇다.

<이 영화 속 여자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엄마, 아내, 딸로 사는 것과 나로서 사는 것 사이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이 자신만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데 길잡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남성 독자들에게는 자신의 아내, 엄마, 딸이 놓여있는 삶의 조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15)

 

영화 속에서 어떤 문제를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에는 위에 소개한 것처럼 23편의 영화가 소개되고 있다.

저자는 과연 그 영화들을 어떻게 분류하고 있는가?

간단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은 챕터의 제목처럼 분류하고 있다.

 

1장 결혼이라는 줄을 타는 여자들

2장 엄마의 여러 얼굴

3장 딸들의 그림자

4장 어둠속의 여자들

5장 나이를 먹는다는 것

6장 나 자신으로 산다는 것

 

그러니 독자들은 주제별로 관심이 가는 장을 읽으면서 해당 영화를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남자도 영화 속에서 찾아보면 위의 항목처럼 많은 테마를 만날 수 있겠지만, 여자를 영화 속에서 찾아보니 참으로 심각한 주제가 찾아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상대에게 더 이상 설렘을 느끼지 못한다고 그 사랑의 유통기한이 끝난 것은 아니다. (25)

 

어른들은 종종 자신들의 삶의 무게를 감당하느라 힘들어서 청소년의 삶은 편하다고 착각하곤 한다. 해주는 밥 먹고, 학교만 다니면 되는데 힘들게 뭐가 있냐고, 사회에 나와 보라고, 진짜 힘든 일이 뭔지 알게 될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분명 청소년 시절엔 자기 현실이 어렵다고 느꼈을 게 분명하다. 지난 시절이라 기억 속에서 미화되었을 뿐이다. (148-149)

 

내 욕망을 배우자에게 투사할 때 부부관계는 비극이 된다. (169)

 

다시, 이 책은?

 

영화를 감상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특히 글로, 영화를 소개한 글로 영화를 감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역시 영화를 감상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이 책도 그런 것인데. 이 책은 다른 영화 책과는 다르다. 어떤 점에서?

 

저자의 개인적인 깨달음을 살며시 들이미는데, 이런 식으로 영화를 보고난 느낌을 전해준다.

<앞으로도 바부처럼 자유롭게 살지는 못하겠지만 바부의 날을 정해서 그 날만큼은 스스로에게 작은 일탈을 허용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거실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춘다거나, 친구들을 초대해서 한낮에 와인을 마시며 시를 읽는다거나, 작지만 삶의 소금이 되는 일탈말이다. 바로 이런 것이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일상의 카니발 아니겠는가?>(120)

 

또한 저자의 글에 결론이 없을 리 없는데, 그것도 어느 한쪽이 옳다는 식이 아니다.

부부 이야기, 모녀 이야기 등, 모든 영화 이야기에서 한 쪽 편을 들어 그게 정의라고, 옳은 것이라 말하지 않는다. 그저 이쪽 저쪽 이야기를 해주면서,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좋으냐, 고 (알게 모르게) 물어오는 것이다. 그렇게 저자가 질문을 해오니, 독자인 나로서는 답을 해본다고 무언가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영화 23편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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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성, 운명과 선택 - 한국 근대 페미니즘 문학 작품선
백신애 외 지음 / 에오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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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성 운명과 선택

 

이 책은?

 

이 책은 소설집이다. 제목은 신여성, 운명과 선택

제목에서 시사하는 바와 같이 신여성이 쓴 소설인데, 그 다음 말 <운명과 선택>이 소설의 내용을 암시한다. 참으로 적절한 제목이다.

 

신여성이란 조선 시대 말기, 일제 강점기 시대에 개화의 물결과 함께 근대화의 대열에 앞장 선 여성들을 말한다.

해설자의 분류를 여기 소개해본다.

<신여성 중 작가는 선각자라 불리는 1세대와 그에 이어 등장하여 해방 이후까지 활발한 활동을 벌인 2세대로 구분된다.> (356)

 

이 책의 내용은?

 

여기 수록된 작품은 7명의 작가에 각 한 편씩, 모두 일곱 편이다.

이런 작가와 작품 들어본 적이 없는 독자들을 위하여 여기 기록해둔다.

 

1. 백신애 : 꺼래이

2. 이선희 : 계산서

3. 나혜석 : 경희

4. 강경애 : 어머니와 딸

5. 김명순 : 탄실이와 주영이

6. 임순득 : 딸과 어머니와

7. 지하련 : 산길

 

신여성 작가의 분류에 근거하여 여기 실린 작가를 소개한다면, 1 세대인 김명순, 나혜석이 문단과 사회의 지탄을 받으며 도덕적 파멸이나 작품 없는 문사로 불렸던 것에 비교한다면, 2세대인 강경애, 백신애이선희 등은 문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고, 작품의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루었다. (356)

 

여기 실린 일곱 명의 작가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아무래도 나혜석일 듯하다.

그녀의 생애는 그래서 잘 알려지고 있는데작품은 이번에 처음 읽게 된다.

그런만큼 의미가 크다.

 

그녀의 작품은 <경희>인데, 당시 여성 교육에 관한 인식이 어땠는지를 작품을 통해서 잘 그려놓고 있다. 조선인 신분으로 일본에 유학중인 경희는 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와 있는 동안에 집안일을 잘 감당하고, 재봉틀을 이용하여 가족들의 옷도 지어준다. 이런 모습을 보고 난 사돈 어른의 평이 재미있다.

 

<‘내가 여학생을 잘못 알아왔다. 정말 이 집 딸과 같이 계집애도 공부를 시켜야겠다. 어서 우리 집에 가서 내외시키던 손녀딸들을 내일부터 학교에 보내야겠다라고 꼭 결심을 했다.>(81)

 

경희의 그런 모습을 보기 전에는 여자가 공부하는 게 무슨 말이냐, 그저 조신하게 집안 일 배우다가 시집가면 그만이지, 라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는데, 보고 생각이 살짝 바뀐 것이다.

 

또한 이선희의 작품 <계산서>는 신여성이 자리잡고 있는 가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니 원래 그런 가정인데 여성의 의식이 변해서 달리 보이게 되는 것이리라.

남편은 아내가 몸이 불편한데도, 넥타이를 차려 입고 밤외출을 하려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내는 고뇌하며 결심한다. 총결산을 하자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받아야 할까. 이것은 내가 불구자란 약점이 생길 때부터 생각해온 문제다.

나는 내 남편도 나와 같이 다리 하나가 병신 되기를 바란다. 남편의 다리 하나.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다리 하나쯤으로는 엄청나게 부족하다. 내가 받아야 할 것은 그의 목숨뿐이라고 생각한다. 생명을 받아야 겨우 수지가 맞을 것 같다.>(67)

 

, 얼마나 남편이 모질게 굴었으면, 남편이 얼마나 부인을 무심하게 대했으면 저런 생각을 다할까. 결산으로 남편 목숨을 취하기를 바라는 그 가정이 오죽할까.

 

다시, 이 책은?

 

여기 실린 일곱 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들이 그려지고 있는데, 그때 여성들, 특히 신여성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조선 시대를 거쳐 일제 강점기 시대에 신여성들이 처한 위치가 격변기에 끼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처했던 것이 아닐까.

 

소설은 현실을 따라잡지 못한다. 소설보다도 그들이 처한 현실은 더욱 막막했으리라.

소설 보다 더 기구한 인생이었음을 나혜석의 경우가 잘 말해주고 있다.

무연고자 병동에서 행려병자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나혜석, 신여성의 당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이 책, 신여성 소설가와 그들의 작품, 어느 것이 더 소설적인지, 묻고 있다.

그들의 운명이었던가, 아니면 그들의 선택 탓인가? 

또 하나 그것도 아니라면 시대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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