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치유하는 시간 - 세계문학으로 읽는 상처 테라피
김세라 지음 / 보아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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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치유하는 시간  

 

이 책은? 

 

<세계문학으로 읽는 상처 테라피>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 책으로 치유하는 시간은 독서 치료 분야의 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저자는 김세라, < 현재 그간의 수많은 상처 치유 상담과 강의 경험을 살려 직접 쓰고 체크하면서 스스로 점검하는 상처 워크북을 만들어 상처 치유 프로그램 강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일단 이 책에는 28편의 외국 소설과 12편의 국내 소설, 해서 모두 40편의 소설이 담겨있다. 그 책들을 바탕으로 하여 저자는 그 안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상한 감정들의 실체를 뽑아내고, 치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 포함된 책 목록은 다음과 같다

(한국 소설과 외국 소설로 분류해 보았다.)

 

한국 소설 : 12편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서울, 1964년 겨울, 레디메이드 인생

사막을 건너는 법, 아우와의 만남, 광장, 도둑일기,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먼 그대, 한강, 변경, 밤이여, 나뉘어라 

 

외국 소설 : 28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호밀밭의 파수꾼, 대지, 상실의 시대》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정갈하고 밝은 곳, 등대로, 개선문》 

25,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귀여운 여인, 비계덩어리》 

루이즈, 파리대왕, 테레즈 라캥, 킬리만자로의 눈

무기여 잘 있거라, 인간의 굴레, 술라,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소망 없는 불행, 다섯째 아이, 파우스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자기 앞의 생, 인간의 대지, 대성당 

 

읽은 책도 있고, 읽지 않은 책도 있다. 또한 읽었어도 오래 전에 읽었거나, 기억에 남아있지 않아서, 일단 이런 책들을 읽어본다는 차원에서 읽기 시작했다. 그러니 우선 다양한 책을 읽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책속의 책들을 읽어가면서, 내가 읽을 때에는 신경쓰지 못한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 또한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었다.

 

예컨대, 인간의 굴레, 읽은 지 오래 되어서 - 어릴 때 읽었으니까 - 그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그것이 시사하는 바를 모르고 읽었던 것 같다. 이 책으로 인생은 양탄자에 비유할 수 있으며, 우리가 겪는 불행이란 인생이라는 전체 양탄자에서 정교하고 아름다운 장식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기에 그것조차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다시 새겨볼 수 있었다. (215) 

 

또한 저자는 책속의 책들을 통해서 우리가 겪는 수많은 상처의 모습들을 뽑아내고, 각각의 상처에 적당한 치유방법을 제시해 준다 

 

그래서 이런 말들은 밑줄 긋고 새겨볼 만하다 

 

우리는 누구나 삶에서 결핍을 겪게 된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멈추고 포기해버린다면 삶은 늘 힘겹고 우울할 수밖에 없다. (21) 

 

사랑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집착이다. (25) 

 

자신의 결핍은 남과 공유할 수 없다. (39) 

 

상처가 있는 사람은 남의 상처를 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 (162)

 

또한 저자는 각각의 작품 소개에만 그치지 않고, 그에 걸맞는 실제 인물의 이야기도 덧붙인다

술라 모리슨의 소설 <술라>를 이야기하면서 작품 해설 끝에 어려운 환경을 이겨낸 사람으로 찰스 디킨스와 오프라 윈프리를 덧붙이는 게 그런 예이다 

 

다시, 이 책은? 

 

독서치료에 관심이 있어, 심리 치료에 적당한 작품들을 찾곤 했는데, 이 책은 그런 필요에 아주 적절한 자료가 될 수 있었다 

 

감정 결핍의 여러 경우들, 관계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 특히 친구나 가족으로부터 받는 상처들,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많은 감정들, 그런 다양한 경우에 적절한 해답을 담고 있는 책들이 여기 소개되고 있다 

 

그러니 타인을 위해 공부도 할 겸, 또한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상처도 돌볼 겸 해서 이 책은 여러모로 읽을 가치가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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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역사특급 - 비단길에서 만나는 재미있는 동서양의 역사 이야기
강응천 지음 / 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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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역사 특급 

 

이 책은? 

 

이 책 실크로드 역사특급<비단길에서 만나는 재미있는 동서양의 역사 이야기>란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는 강응천, 역사 저술가.  

저자 소개글을 보니, < 한국 또는 세계의 역사와 문화를 쉽고 흥미롭게 풀어 주는 책을 꾸준히 쓰고 만들어 왔다>는데, 이 책도 그러한 소개글에 무색하지 않게 쉽고 재미있게 풀어놓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에는 <푸른 눈의 정복자들 - 실크로드와 고대 그리스>를 비롯하여 모두 18개의 글이 실려 있다. 

 

책이 재미있게 읽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이 책안에 들어 있는 이야기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우리 흔히 말하는 이야기보따리가 들어있다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그 한정된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관련되는 이야기들이 줄줄이 달려 나온다관련 이야기가 많을 뿐 아니라, 이야기를 끌고 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말로 치자면 저자의 입심이 대단하다, 고 말할 수 있다 

 

해서 이런 이야기들 열거하자면 끝이 없는데 몇 가지만 소개한다.


이름에 얽힌 사연들 

 

곽거병(去病)이란 인물의 이름 자주 들어왔었다. 그런데 그 이름이 왜 거병(去病)일까, 하는 의문 가져온 것 사실이다. 그런데 그 누구도 그 이름에 얽힌 사연을 말해주지 않았는데, 이 책에서 알게 되었다 

 

<용맹한 장수 곽거병은 뜻밖에도 몸이 약했다. 그의 이름 거병(去病)도 그를 아끼던 한무제가 병을 없애라는 뜻에서 내려 준 것이었다. 그러나 청년 장수 곽거병은 병을 이기지 못하고 스물넷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68) 

 

<전한에 장건이라는 실크로드의 영웅이 있었다면 후한에는 반초가 있었다. 반초는 전한의 역사를 기록한 한서를 쓴 반고의 동생이다.> (70)

 

해서, 반고와 반초, 그렇게 연결이 된다.  

 

역사가 한 줄로 꿰어진다. 

 

예컨대 터키의 역사다.  

우리가 역사 시간에 배웠던 돌궐, 이 돌궐(突厥)은 오늘날의 중국어로 읽으면 투제가 되는데, 옛 말에 이 말은 튀르크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었다.

 

오늘날 터키 사람들이 자기 나라를 일컫는 말이 튀르크이고, ‘터키는 영어식으로 발음한 것이다.(87) 

 

돌궐 가운데 일부가 지금의 터키 지방으로 들어가 나라를 세웠다. 셀주크 튀르크다

십자군 전쟁 때, 예루살렘을 차지한 이슬람 제국이 셀주크 튀르크다.

 

셀주크 튀르크가 망한 뒤, 돌궐의 또다른 부족이 터키에 왕조를 세웠다. 오스만 튀르크다. 

 

오스만 튀르크는 셀주크 튀르크보다 훨씬 더 큰 제국을 이루었다

오늘날 터키는 오스만 튀르크가 힘을 잃어가자 이를 무너뜨리고 새로 세운 공화국이다. (93-94) 

 

이런 설명을 듣고 나니, 이름도 외우기 어려운 돌궐, 튀르크, 셀주크 튀르크, 오스만 튀르크,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터키의 순으로 한 나라의 역사가 한 줄로 꿰어진다 

 

다시, 이 책은? 

 

이 책, 한마디로 재미있고 유익하다

역사 공부를 하면서 단어로만 알고 있는 실크로드, 이렇게 재미있게 알아가기도 처음이다.

 

쉽고 재미있게 읽어가면서, 역사와 문화를 그리고 실크로드를 오갔던 수많은 인물들을 머리에 새로운 모습으로 새겨놓게 되었다. 

 

새로운 모습으로 새겨놓을 수 있었던 데에는 물론 많은 자료사진 덕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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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우도
백금남 지음 / 무한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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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우도

 

이 책은?

 

이 소설은 십우도. 언뜻 보고 읽으면 심우도인가 생각되는데, 제목이 십우도

 

저자는 백금남, 1985년 제15회 삼성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그후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이 책의 내용은? - 심우도(尋牛圖)와 십우도

 

이 소설 십우도심우도를 기반으로 하여 거기에 스토리를 붙여 만든 작품이니, 먼저 심우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불교의 선종(禪宗)에서, 본성을 찾는 것을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하여 그린 선화.

심우도<처음 선을 닦게 된 동자가 본성이라는 소를 찾기 위해서 산중을 헤매다가 마침내 도를 깨닫게 되고 최후에는 선종의 최고 이상향에 이르게 됨을 나타내고 있다.>

(다음 사전에서 인용. 아래 내용은 이 책의 삽화 해설에서 따옴.)

 

곽암의 심우도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의 열 단계로 구분된다

  

심우(尋牛) ; 자기의 본심인 소를 찾는다.

견적(見跡) : 소의 자취를 본다.

견우(見牛) : 소를 발견한다.

득우(得牛) : 소를 얻는다.

목우(牧牛) : 소를 길들인다.

기우귀가(騎牛歸家) ; 소를 타고 깨달음의 세계인 집으로 돌아온다.

망우존인(忘牛存人) : 소를 잊고 안심한다.

인우구망(人牛俱忘) ; 사람도 소도 공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반본환원(返本還源) : 있는 그대로의 전체 세계를 깨닫는다.

입전수수(入廛垂手) : 중생 제도를 위해 길거리로 나간다.

 

이 소설은, 그러한 심우도의 단계를 그대로 옮겨 놓고, 각각의 단계에 스토리를 입혀 놓았다.

 

이에 대하여 해설자의 소개가 흥미로워 소개한다.

<소설은 사람이 그냥 살아가듯이 작가가 삶과 현실에 대해 감응하는 것을 이야기로 술술 엮어 나가면 되는 것이다.>(447)

 

그렇게 술술 엮어지는 게 이야기이고 삶이라지만, 그 때 그때의 고난과 신고는 어차피 우리 인간이 감당해야 하고, 각각의 몫은 다를 터인데, 주인공 정산우, 그는 소를 잡다가 놓친다. 거기로부터 이야기가, 그의 고난이 시작된다. 

 

소를 도축하다가 놓친 것이다. 도망간 소를 찾아 나선 산우의 여정을 그리고 있는데, 실제 소를 찾아나선 그 여정이 불교에서 말하는 심우의 단계를 거치게 되고, 결국 십우도는 심우도가 되는 과정이 이 작품 안에 녹아 있다.

 

소를 찾아 돌아오는 과정에서 그의 가문 5대에 걸친 백정의 한 맺힌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 정산우가 소를 찾아 산을 헤메고, 그 안에서 때로는 짐승들과 때로는 자연과 싸우며 결국 소를 찾기까지, 얼마나 힘이 드는지. 독자들은 각각 각자의 삶을 거기에 대입하여 공감하면서 그의 여정에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누구에게나 방황은 필연적인 것, 회의를 걷어차고 내가 놓친 한 마리의 소를 찾아 나서 보도록 해라. 그것이 너를 찾는 길이니. (148)

 

나는 당신을 모르니까. 그러나 지금의 상황이 서로를 설명하는 최소한도의 척도, 그 조건이 되고 있지 않소? (183)

 

다시, 이 책은?

 

스토리의 주인공은 백정 신분인 정산우, 이름조차 산우(山牛).

산으로 소를 찾아 나선 그가 만난 한 사나이와 나누는 대화 중 일부다.

 

당신 이름이 바로 그걸 말해주고 있질 않소.”

무얼 말이요?”

산의 소니까 찾아야 할 건 바로 당신 자신이다 그 말 아니오.”

그럼 내가 소란 말이오?” (165)

 

이 소설은 정산우만 소를 찾으란 게 아니라, 그 이름이 무엇이 되었든 자기를 찾아 돌아오는 여정, 곧 인생길에 서 있음을 깨닫게 한다.

송창식의 노래 가사 , 떠나자. 고래 잡으러처럼 우리는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소, 또 하나의 나를 찾아 이제 떠나야 한다. 저 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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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낙원 세계기독교고전 32
존 밀턴 지음, 귀스타브 도레 외 그림, 박문재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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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낙원

 

이 책은?

 

그 유명한 존 밀턴의, 그 유명한 작품 실낙원을 읽었다.

이제야 읽었다.

그동안 차마 읽었다고도, 읽지 않았다고도 말하지 못한, 그저 제목만 불러대던, 거기에 몇 마디 중요한 구절을 덧붙여 소개하던, 말 그대로 유명하지만 읽지 않은고전 중의 고전 실낙원을 드디어 읽었다.

 

읽고난 소감은, 이런 거였구나, 왜 이런 작품을 그저 이름만 알고도 만족하고 있었을까?

이 작품을 읽지 않고서도 성경을 읽었다고 말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이 책의 내용은?

 

밀턴은 이 책의 시작부터 한 가지를 분명히 하고 시작한다.

이 책은 서사시의 형식이다. 그러나 압운은 고려하지 않고 썼다.

내가 이 서사시에서 압운법을 무시한 것이 통속적인 독자들에게는 결점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결점이 될 수 없고, 도리어 영웅 서사시에서 압운에 신경쓰는 오늘날의 거추장 스러운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옛적의 자유를 회복시켜준 영국 최초의 모범을 확립한 것으로 평가받는 것이 마땅하다.”(9)

밀턴 본인의 말이다.

 

그다음 본론에서 모두 12권으로 이루어진 장대한 서사가 펼쳐진다.

 

이 작품은 성경 <창세기> 3장에 기록된 아담과 하와의 타락을 주제로 삼는다.

 

성경본문과 관련되는 곳을 몇 가지 비교해 보았다.

 

<1. 그런데 뱀은 여호와 하나님이 지으신 들짐승 중에 가장 간교하니라 뱀이 여자에게 물어 이르되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에게 동산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

2.여자가 뱀에게 말하되 동산 나무의 열매를 우리가 먹을 수 있으나

3.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열매는 하나님의 말씀에 너희는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 너희가 죽을까 하노라 하셨느니라

4.뱀이 여자에게 이르되 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

5.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

(성경, 창세기 31- 5)

 

이 부분을 밀턴은 어떻게 풀어놓고 있을까?

 

<당신들이 이 나무의 열매를 먹는 날에는, 지금 아주 분명하게 보고 있는 것같이 느껴지지만 사실은 희미하게만 볼 수 있을 뿐인 당신의 눈이 완벽하게 열려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여서, 신들처럼 되어 신들처럼 선악을 알게 될 것임을 그분은 알고 계시는 것입니다.

내가 짐승이었다가 인간이 된 것, 그러니까 이렇게 적어도 내면만은 인간이 된 것처럼, 당신들이 인간이었다가 신들이 되는 것은 이치에 맞는 일입니다.

게다가 당신들이 죽는다면 그때에는 인간의 모습까지도 벗어버리고 진정으로 신들이 될 것이니, 당신들에게 결코 더 나쁜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을 죽음은 두렵기는 하지만 바람직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376 )

 

성경에서 단 두 절에 해당하는 사탄의 말을 밀턴은 위와 같이 풀어놓는다.

 

그 후 하와가 금단의 열매인 선악과를 먼저 먹은 후, 아담에게 먹기를 권하는데 성경은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기술하고 있다. 단 한 줄 문장으로 끝난다.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여자가 그 열매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매 그도 먹은지라.>

(창세기, 36)

 

그런데 실제 우리 인간들은 그렇게 간단히 말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 일이 엄청나게 중요한 일인데, 그것을 한 마디로 끝낼 수 있었을까? 그런 의문에 답하는 듯, 밀턴은 그 말을 다음과 같이 풀어 놓는다.

 

<그러니 우리 두 사람이 사랑과 마찬가지로 운명이나 기쁨도 함께 할 수 있도록, 이 열매를 드세요. 당신이 이 열매를 먹지 않는다면, 우리는 서로 갈라져서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 갈 수밖에 없게 될 것이고, 그때에는 내가 당신을 위해 나의 신성을 포기하고 싶어도, 이미 때가 늦어서, 운명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거예요.> (384)

 

물론 이 말이 전부는 아니다. 무려 한 페이지 반에 걸친 길고긴 말로 아담을 설득,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먹게 한다.

 

이 작품의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이런 풀이는 성경을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 확실하다.

 

글로도, 그림으로도

 

이 책 밀턴의 실낙원은 글로 발표된 작품이다. 그러니 글로 그 내용을 이해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혹 이런 생각을 하는 독자도 있지 않을까? 말 자체, 개념 자체는 이해하겠는데, 그것들을 구체적으로 이미지로 이해할 수 있다면 더 좋겠는데.....라는 생각 말이다.

 

그래서 그런 독자들을 위해 이 책에 이미지를 집어넣었다.

프랑스 삽화가인 귀스타브 도레의 명화 50점과, 윌리엄 블레이크의 판화 8점을 삽입하여 독자들이 글로도, 그림으로도 이 작품을 이해하여 한 걸음 더 깊게 읽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실명(失明), 그는 1652년 완전히 실명했다.

그 덕분(?)에 왕정복고 후 찰스 2세가 왕위에 오르자, 처형될 위기에 처했지만 살아남게 된다.

정적들은 <그의 실명을 그의 잘못된 정치사상과 활동으로 인한 천벌로 해석해서 그가 죽을 때까지 그대로 놓아두고서 다른 이단자들에게 본보기가 되게 하기 위하여 살려두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533)

 

이 작품 실낙원(1667)은 밀턴이 실명하고 난 후의 작품이니, 그 산고가 어땠을지? 우리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밀턴은 이 작품을 딸의 도움을 받아 완성할 수 있었다.

 

파란만장한 굴곡의 역정을 겪은 바 있는 밀턴은 이 작품에 그의 인생과 인류의 역사를 담아 놓았는데, 인류의 타락한 모습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근본적인 데에서부터 파헤쳐보고자 했던 그의 안타까운 마음을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밀턴이 딸을 앞에 앉혀 놓고, 한마디 한 마디 그의 인생의 심연에서 흘러나오는 말, 문장을 불러주고 있는 밀턴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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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의 탄생 -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위대한 모험
송동훈 지음 / 시공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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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 시대의 탄생

 

이 책은?

 

이 책 대항해시대의 탄생<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위대한 모험> 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 그 둘을 합하면 책 내용이 어떤 것인지 드러난다.

 

저자는 송동훈, <EBS 문화기행 시리즈>송동훈의 그랜드 투어라는 책을 통해 알고 있던지라, 이 책을 집어든 손길이 무척 가벼웠었다.

 

이 책의 내용은?

 

세계사의 흐름이 바꿔진 데에는 으레 모험이라 부를만한 사건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저자는 그 사건들을 특히나 대항해와 관련하여 살펴보고 있다.

우선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목차를 통하여 살펴보자.

 

787년 코르도바 이슬람 문명의 전성기

1212년 라스 나바스 데 톨로사 기독교의 반격

1385년 알주바로타 새로운 포르투갈의 시작

1415년 세우타 포르투갈의 첫 해외 원정

1419년 사그레스 대항해시대의 전진 기지

1453년 콘스탄티노플 오스만 튀르크 제국의 부상

1469년 바야돌리드 스페인의 탄생

1481년 에보라 다시 바다로

1492년 그라나다 그라나다 왕국의 멸망과 신대륙 발견

1497년 리스본 바스쿠 다가마의 인도 항로 개척

1504년 메디나 델 캄포 이사벨 여왕과 콜럼버스

1506년 리스본 유대인 대학살의 비극

1510년 고아 알부케르크와 동방 제국 건설

1517년 토르데시야스 합스부르크 왕조의 시대

1519년 세비야 마젤란의 세계 일주

1558년 유스타 수도원 카를 5세와 시대의 종말

1578년 알카세르-키비르 무너지는 포르투갈

1589년 엘 에스코리알 펠리페 2세와 무적함대의 패배

1609년 마드리드 스페인 제국의 위기

1640년 리스본 포르투갈의 독립과 브라간사 왕조의 출범

 

목차를 살펴보다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은 목차에 열거된 항해 중에, 대항해 차원에서 그 중요성을 알고 있던 것, 또 역사에서 그 내막을 알고 있었던 것은 고작 서너개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그 정도로 이런 방면에 지식이 없었던 것, 해서 이 책은 나에게 신천지나 다름없었다, 다 읽을 거리, 볼 거리였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지금의 인류는 태양계에 대해 마젤란이 알았던 것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다는 게 과학계의 중론이다는 것.(8) 지금의 인류에 나도 포함될 테니 말이다.

 

마찬가지로 태양계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대양에 대해서도 그럴 것이니, 이제 그정도의 지식을 토대로 하여 이 책을 읽어간다면, 어느 정도 보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되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시기는 787년부터 1640년까지니, 중세를 다루고 있는 셈이다.

그런 중세에 일어난 일을 토대로 하여 그 후 근대 역사와 현대 역사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역시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책을 읽다가 발견한 것, 바로 이러한 대항해시대를 주도한 국가가 포르투갈과 스페인 두 나라였다는 사실이다. 두 나라가 서로 경쟁하며 대항해 시대를 열어갔던 것이다.

 

대항해 시대의 의미

 

대항해 시대가 단순히 영토적 의미로만 그치고 만 게 아니라 분명 인류 역사에 무언가 의미가 있다 싶었는데, 이런 문장을 만나 다시 한번 그 의미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인식의 혁명, 지식의 혁명, 더 나아가 인류의 혁명이라는 것.

 

<마젤란의 세계 일주(정확하게는 그의 부하 엘카노가 마무리한)는 세계사에 하나의 큰 획을 그었다. 1419년 포르투갈의 항해왕 엔히크가 사그레스에서 시작한 바다로 나아가고자 한 열망이 마젤란의 항해로써 의미 있는 결실을 맺었다. 백 년의 시간 동안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모두가 버려둔 바다로 나아갔고, 개척했고, 쟁취했다. 나아가고자 한 그것은 인식의 혁명이었고, 지식의 혁명이었으며, 인류의 혁명이었다.> (262)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대항해시대라는 제목하에 인류역사에 획을 그은 한 시대를 살펴보고 있다

그런데 대항해라는 게 단순히 배를 타고 이동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대항해라는 것은 한 나라의 경제, 정치 문화가 총체적으로 집합하여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이 책은 항해를 비롯하여 그 나라의 정치, 문화, 경제 더 나아가 종교까지 폭 넓게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항해시대라는 것의 의미가 바로 거기에 있다.

 

787년부터 1640년까지, 바다를 중심으로 한 천년의 역사가 이 책에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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