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우도
이
책은?
이 소설은 『십우도』다.
언뜻 보고 읽으면
‘심우도’인가 생각되는데,
제목이 ‘십우도’다.
저자는 백금남,
1985년
제15회 삼성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그후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이 책의
내용은? - 심우도(尋牛圖)와
십우도
이 소설 『십우도』는 ‘심우도’를 기반으로 하여
거기에 스토리를 붙여 만든
작품이니,
먼저 ‘심우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불교의 선종(禪宗)에서,
본성을 찾는 것을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하여 그린 선화.
‘심우도’란 <처음 선을 닦게 된 동자가 본성이라는 소를 찾기 위해서
산중을 헤매다가 마침내 도를 깨닫게 되고 최후에는 선종의 최고 이상향에 이르게 됨을 나타내고 있다.>
(다음 사전에서 인용.
아래 내용은 이 책의 삽화
해설에서 따옴.)
곽암의 심우도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의 열 단계로
구분된다.
①
심우(尋牛) ;
자기의 본심인 소를
찾는다.
②
견적(見跡) :
소의 자취를
본다.
③
견우(見牛) :
소를
발견한다.
④
득우(得牛) :
소를 얻는다.
⑤
목우(牧牛) :
소를
길들인다.
⑥
기우귀가(騎牛歸家) ;
소를 타고 깨달음의 세계인 집으로
돌아온다.
⑦
망우존인(忘牛存人) :
소를 잊고
안심한다.
⑧
인우구망(人牛俱忘) ;
사람도 소도 공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⑨
반본환원(返本還源) :
있는 그대로의 전체 세계를
깨닫는다.
⑩
입전수수(入廛垂手) :
중생 제도를 위해 길거리로
나간다.
이 소설은,
그러한 심우도의 단계를 그대로
옮겨 놓고,
각각의 단계에 스토리를 입혀
놓았다.
이에 대하여 해설자의 소개가 흥미로워
소개한다.
<소설은 사람이 그냥 살아가듯이 작가가 삶과 현실에 대해
감응하는 것을 이야기로 술술 엮어 나가면 되는 것이다.>(447쪽)
그렇게 술술 엮어지는 게 이야기이고
삶이라지만,
그 때 그때의 고난과 신고는
어차피 우리 인간이 감당해야 하고,
각각의 몫은 다를
터인데,
주인공
정산우,
그는 소를 잡다가
놓친다. 거기로부터
이야기가, 그의 고난이 시작된다.
소를 도축하다가 놓친 것이다.
도망간 소를 찾아 나선 산우의
여정을 그리고 있는데,
실제 소를 찾아나선 그 여정이
불교에서 말하는 심우의 단계를 거치게 되고,
결국 십우도는 심우도가 되는
과정이 이 작품 안에 녹아 있다.
소를 찾아 돌아오는 과정에서 그의 가문 5대에 걸친 백정의 한 맺힌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 정산우가 소를 찾아 산을
헤메고,
그 안에서 때로는 짐승들과 때로는
자연과 싸우며 결국 소를 찾기까지,
얼마나 힘이
드는지.
독자들은 각각 각자의 삶을 거기에
대입하여 공감하면서 그의 여정에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누구에게나 방황은 필연적인 것,
회의를 걷어차고 내가 놓친 한
마리의 소를 찾아 나서 보도록 해라.
그것이 너를 찾는
길이니.
(148쪽)
나는 당신을 모르니까.
그러나 지금의 상황이 서로를
설명하는 최소한도의 척도,
그 조건이 되고 있지
않소?
(183쪽)
다시, 이
책은?
스토리의 주인공은 백정 신분인 정산우,
이름조차
산우(山牛)다.
산으로 소를 찾아 나선 그가 만난 한 사나이와 나누는 대화
중
일부다.
“당신 이름이 바로 그걸 말해주고 있질
않소.”
“무얼 말이요?”
“산의 소니까 찾아야 할 건 바로 당신 자신이다 그 말
아니오.”
“그럼 내가 소란 말이오?”
(165쪽)
이 소설은 정산우만 소를 찾으란 게
아니라,
그 이름이 무엇이 되었든 자기를
찾아
돌아오는
여정,
곧 인생길에 서 있음을 깨닫게
한다.
송창식의 노래 가사 ‘자,
떠나자.
고래 잡으러’처럼 우리는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소,
또 하나의 나를 찾아 이제 떠나야
한다.
저 산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