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티스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이원경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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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드래곤 티스

 

마이클 크라이튼은 영화 <쥬라기 공원>으로 유명하다.

모두 다 아는 것처럼 그 영화는 소설 <쥬라기 공원>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이미 화석이 되어버린 공룡을 우리 눈앞에 현실감 있게 살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책을 읽으면 영화가 된다.

각 장면 장면이 한 컷씩 이미지로 변환되어, 머릿속에서 활동사진이 되는 것이다.

물론 그런 활동사진은 음향효과도 제대로요, 컬러도 총천연색.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은 일단 영화로 만들어지니, 글로 읽을 때조차 영화처럼 읽히는 것이다.

 

그의 유작인 드래곤 티스라는 소설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끝까지, 종이에 인쇄된 글자는 어찌된 셈인지살아 움직이는 듯, 영화로 읽혀진다.

 

먼저 등장인물들을 살펴보자.

주인공으로 윌리엄 존슨, 예일 대학교 학생이다.

그리고 오스왈드 찰스 마시 교수, 예일 대학교 교수로 고고학자,

애드워드 드링커 코프 교수, 펜실베니아 대학교 교수로 역시 고고학자.

 

방학을 맞이하여 떠나는 마시 교수의 서부탐사대에 윌리엄 존슨이 참가하여 서부로 떠나는 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서부에 가서 공룡의 화석을 찾아오는 것이 탐사의 목적이다. 이야기는 마시 교수의 라이벌인 코프 교수가 펜실베니아 대학생들을 이끌고 역시 같은 지역으로 같은 목적으로 나타나는 데서 꼬이게 된다.

 

윌리엄이 마시 교수, 코프 교수 사이에서 물고 물리는 소동을 겪으며 발굴된 공룡 뼈를 무사히 가지고 오는 것, 그것을 주제로 하여 한 바탕 활극이 벌어진다.

 

시간은 미국에서 서부라는 지역에 아직 무법자들이 출몰하는 시대로, 1875년과 1876년이 시대 배경이다.

 

그런 활극을 먼저 서부극으로 읽을 수도 있겠다.

 

광활한 서부를 배경으로 인디언과의 추격전이 벌어지고, 화살이 주인공 다리를 관통하는 장면도 연출되고, 총잡이들이 등장하여 마을 공터에서 쏘고 죽이는 장면도 나온다. 그러니 서부극이다.

 

등장인물로 와이어트 어프가 등장하는 것도 서부극 냄새를 물씬 풍기게 한다.

어프가 보안관 자리를 목표로 하여 데드우드 마을에 머물고 있다는 설정도 재미있다.

 

 

이 소설은 또한 심리극으로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사건을 이끌어가면서 무릎을 치게 하는 장면들을 배치해 두고 있는데, 이런 장면들은 영화화 되면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할 게 분명하다.

 

상대방의 심리를 이용하여, 인디언의 추격을 따돌린다.

눈 좋다. 눈 내리면 수 족 전사들 우리 쉽게 따라잡을 수 있다 생각한다. 아침에 한두 시간 불 옆에서 몸 녹이며 기다린다.”

그 사이 우리는 죽어라 달아나는 거군요.”(244)

 

와이어트 어프가 윌리엄에게 뭔가 암시를 하는데 그것이 어떤 상황인지 눈치 채지 못하는 읠리엄에게 에밀리가 넌지시 귀띔해주는 장면도 압권이다.

 

(와이어트 어프가 마시 교수와 공룡뼈 거래를 두고 길고 긴 상담을 하고 있다.)

하지만 와이어트 씨는 마음만 먹으면 5분 안에 거래를 끝낼 수도 있답니다.”

윌리엄은 그녀를 뻔히 보았다.

그 말은 …….”

에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틀림없이 와이어트씨는 자기가 마시 교수를 붙잡아두고 있는데 당신이 여기 앉아 있어서 답답해 하고 있을 거예요.”(379)

 

그제서야 윌리엄은 와이어트가 자기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상담을 길게 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공룡뼈 반절(와이어프에게 주기로 한)을 가짜로 바꿔치는 것이다. 그후 바꿔친 가짜 뼈를 와이어프가 마시 교수에게 넘기는 장면, 통쾌한 복수다.

 

셰익스피어의 그림자도 보인다.

 

루시엔과 한 번 만난 윌리엄은  젊음의 피가 용솟음치는지라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윌리엄은 다음날 떠나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둘의 대화, 들어보자.

 

루시엔은 다시 미소를 지으며 화제를 바꿨다.

샤이엔에는 얼마나 있을건가요?”

안타깝게도 하룻밤만요. 내일 더 먼 서부로 떠납니다.”

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달콤한 고통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루시엔은 서운해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녀는 솔직하게 말했다.

전 한 시간 뒤에 또 무대에 서야 해요. 그 후 한 시간 동안은 손님들과 있어야 하고요. 하지만 그 다음엔 한가해요.”

기다릴게요. 당신이 원한다면 밤새도록 기다릴게요.”

루시엔은 몸을 기울여 윌리엄의 볼에 살짝 입을 맞췄다. (79)

 

윌리엄의 가슴에 밀려든 달콤한 고통’!

잠시동안의 헤어짐도 청춘남녀에게는 고통이다. 그러나 잠시 후 다시 만난다는 희망이 있기에 그 고통은 달콤하다.

 

이런 경지는 이미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묘사한 바가 있다.

그 유명한 발코니 장면에서 둘이 헤어지는 순간, 로미오가 이렇게 말한다.

잘 자요, 잘 자! 이별은 달콤한 슬픔.” (로미오와 줄리엣, 22)

 

'달콤한 고통'과 '달콤한 슬픔', 굳이 비교할 필요조차 없지 않은가.

 

또 하나, 인디언 리틀 윈드는 추격전에서 총을 맞고 결국 죽게 된다.

그 시신을 마을의 공동묘지에 묻으려 하는 윌리엄, 그에게 이런 어려움이 생긴다.

 

하지만 공동묘지에는 그 어떤 인디언도 묻을 수 없다네.”

왜 안 되는데요?‘

그런 윌리엄의 질문에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인디언은 이교도니까.” (151)

 

이 장면에서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오버랩된다.

오필리어가 죽어 장사 지낼 때, 묘를 파는 인부들 사이에 오고 가는 대화, 자살 했으니 기독교식 장례는 안 된다는 발언이 떠오른다. (햄릿, 51)

 

다시, 이 책은?

 

그런데 이 소설의 등장인물 중 윌리엄 존슨은 이야기를 끌고 가기 위한 가공의 인물이고, 마시 교수와 코프 교수는 실존인물이다. 실제 그 두 교수는 라이벌이었다는 것, 그게 이 소설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그래서 미국의 서부에 인디언이 창과 화살을 쏘며 달리고 기병대가 나팔을 불며 나타나던 시대에, 공룡뼈를 찾아내기 위해 애쓴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이런 사실은 팩트다.

 

그런 과학적 탐험 이야기를 재미있게 또한 의미있게 읽을 수 있으니,역시 스토리는 힘이 있다. 그것도 크라이튼이 만들었으니, 이야기의 힘,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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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요리노트 -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요리사였다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음, 김현철 옮김 / 노마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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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요리노트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허균

 

이 책을 펴드니, 허균이 떠오른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이란 대사로 유명한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許筠 :1569 ~1618)

그가 요리에 관한 책인 도문대작(屠門大嚼)을 썼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도문대작1611, 유배를 간 허균이 보잘 것 없는 음식만 먹게 되자 전에 먹었던 좋은 음식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은 기록물이다. ‘도문대작은 푸줏간 앞에서 입맛을 쩝쩝 다신다는 뜻이다.

 

그런데 서양에서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가 요리에 관한 책을 썼다니. 놀라운 우연의 일치라 할 수 있겠다. 다빈치가 쓴 요리책 이름은 코덱스 로마노프(Codex Romanoff), 그가 요리에 대하여 주석을 단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3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1. 산드로와 레오나르도의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

2. 최후의 만찬

3.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요리노트

 

1부와 2부는 간략하게 다 빈치의 일생을 그려놓았다, 물론 요리를 중심으로 한 기록이다.

지금까지 <최후의 만찬>, <모나리자> 등의 유명한 걸작을 그린 화가로만 알고 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세 마리 달팽이>라는 술집의 주방장이었다는 사실, 들어도 믿지 못할 것이다. 그럴 리가 있겠나, 하고.

 

그런데 그뿐만 아니라, 그는 주방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요리노트를 기록해 놓았던 것이다.

 

또한 나중에 그가 일하던 술집 자리에 새로 술집을 세우기도 했다.

술집 이름은 <산드로와 레오나르도의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이후로도 다 빈치의 주방 경력은 계속된다.

그러니 우리가 알고 있는 - 아니 짐작하고 있는 - 화가, 전업화가의 모습이 아닌 것이다.

 

그가 그림을 그린 것은, 물론 이 기록에 의하면, <최후의 만찬><모나리자> 밖에 없다.

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그의 미술 작품이 몇 점이나 되는지.

 

모나리자암굴의 성모(Virgin of the Rocks), 성모자와 성 안나(Virgin and Child with Saint Anne)가 있다. 그리고 밀라노의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수도원에 그린 최후의 만찬(Last Supper)

 

최후의 만찬(Last Supper)에 얽힌 일화도 흥미를 자아낸다.

이 작품은 다 빈치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가 있었다. 바로 만찬요리.’

 

특히 그는 상 위에 놓일 음식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2년여 동안을 상 위에 놓을 음식을 고르는데 사용하고, 상 위의 음식 선별작업이 끝나자 단 3개월 만에 작품을 끝낼 수 있었다.

 

이상이 1부와 2부의 내용이고, 3부에는 다 빈치가 기록한 요리노트가 펼쳐진다.

 

다시 이 책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요리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그래서 요리에 필요한 재료 등도 자세하게 기록을 해 놓고 있다.

또한 주방기구 둥에도 그의 독창적인 상상력이 발동되어,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기구들 중 그가 아이디어를 낸 것도 많이 있다.

 

마늘을 빻는 기구(21), 후추를 가는 기구(28) 병마개 뽑이(50)

스파게티용 면발을 뽑는 기계 (64)

 

특히 스파게티는 그가 고안해 낸 음식이라 할 수 있고, 스파게티를 편하게 먹기 위한 이가 세 개 달린 포크또한 그가 발명한 것이다. 이제 스파게티 먹을 때마다 다 빈치를 떠올려야 할 듯하다.

 

이렇게 흥미있고, 알아두어서 유익한 내용이 이 책에는 많이 들어있거니와, 특히 다 빈치를 다만 화가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요리라는 차원에서 바라보게 된 것, 이 책의 특장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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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하는 시간 - "삶이 힘드냐고 일상이 물었다."
김혜련 지음 / 서울셀렉션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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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속절없이 흘러간 시간을 위하여 

    - 밥하는 시간

 

이런 글 읽어보자.

 

이런 글 읽어보자. 이 책에 반한 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다.

 

<압력밥솥 뚜껑을 열고 김이 막 오르는 밥을 나무주걱으로 살살 젓는다. 먹빛이 도는 자그마한 자기 그릇에 소복이 담는다. 현미잡곡밥에 들깨미역국, 두부구이, 김치, 식탁에 단정히 앉아 손을 모아 감사드린다.

한 입씩 먹는다. 현미밥은 오래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밥이 다 넘어가면 국을 뜬다. 미역의 미끌한 느낌과 들깨의 고소한 향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현미유에 구은 따뜻한 두부의 말랑하면서도 쫄깃한 맛, 약간 신 김치의 톡 쏘는 알싸한 맛을 느끼면서 천천히 먹는다.> (178)

 

나는 이 글을 프린트해서 어딘가 붙여놓고 싶다. 특히 밥먹을 때 잘 보이는 곳에다가.

그래서 한 입 먹고, 이 글 한 번 읽고, 한 입 먹고 다시 읽고.

물론 이 글을 한 번 읽으면서 한 입 들어간 음식물을 천천히 씹는 거다.

 

프린트는 나중에 하기로 했기에, 식탁에 차려진 음식, 그 중에 밥을 한 입씩 넣고 씹어가면서 이 글을 떠올리며 먹어 보았다. 국물도 한 입 떠먹고, 반찬도 입에 넣고 음미하면서, 어느 반찬에서 어떤 느낌이 나며, 어떤 향으로 입안을 채우는지, 느껴보면서 먹어본다.

 

씹지 않고 허겁지겁 먹는 것은 저자가 말한 대로, ‘아마도 자동차에 연료를 넣는 의미 이상은 못될 것이다. 그렇게 먹고 사는 삶은 자동차나 기계가 되는 것이니까. (178)

 

모든 글이, 모든 페이지가 아포리즘이다.

 

저자가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써놓은 기록들, 글자 한 자가, 한 단어가, 한 문장이 모두 아포리즘이다. 새기고 음미하고, 향기 맡으며 지니고 싶은 글들이다.

어떤 글은 맥락에 상관없이 새겨놓고 싶을 정도다.

 

헛살았다는 것은 알겠으나 제대로 사는 게 뭔지는 모호하기만 ....(22)

 

나는 삶의 의미를 나 밖의것에서 찾는데 익숙했다. 자기 존재감이 없으니 타자를 통해 그것을 얻으려고 했다.(80)

 

드러내는사람들의 공통적 특징이 있다. 자기 안의 샘물은 솟아나, 흘러야 한다. 그런데 샘물이 미처 차오르기도 전에 또는 샘물의 양보다 과도하게 자기를 드러낸다. 샘물의 바닥을 긁다가 안 되면 없는 샘물까지 상상으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런 욕망이 있는 것이다. (80)

 

많은 경우, 깨달음은 허망하다. 그 깨달음의 내용이 지극히 당연한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151)

 

저 너머를 바라보다가 지금 여기, ‘이 세상으로 온 거다. 비로소 세상 속에서 터져나오는 기쁨이 보인다. 하찮게 여겨, 보이지도 않던 것들이 보인다. 작고 여린, 세세한 생명들이 보이고, 그것들이 작지 않은 생명임이 보인다. 봄의 터져나오는 기쁨에 온몸을 담글 수 있다. 나 또한 그 숱한 생명의 하나로 이 지상에 함께 존재한다는 연대감에 깊이 안도할 수 있는 것이다. (249)

 

걷기에 대하여

 

큰돈을 들여 몇 박 며칠 히말라야 트래킹의 '심오한' 경험을 하고 와서도 여전히 일상을 걸을 수 없다면, 그것은 그저 소비다. (127)

 

페미니즘, 이런 발언 어디서나 듣는단다.

 

처음 마을에 드나들 때 사람들이 물었다.

뭐 하세요?”, “ 남편은, 애들은요?”

( ……)

처음 만나면 사람들이 내게 제일 먼저 묻는 말이 뭐 하냐?”남편은?”이었다. (67)

 

이 글 어디선가 읽었던 듯 기시감이 든다.

바로 며칠전에 읽었던 책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에서다.

 

<몇년 전 버지나아 울프에 대해서 강연한 적이 있다. 강연 후 질문이 이어졌고, 청중 가운데 많은 사람은 울프가 아이를 낳아야 했을까 하는 질문을 가장 흥미롭게 여기는 듯 했다.> (14)

 

그렇게 여자가 혼자 있다 싶으면 사람들은 그 이유가 궁금해지는 모양이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밥하는 시간이다.

밥하는 시간이 갖는 의미, 그 시간이 주는 의미를 천착하는 저자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이 된다. 그런데 독자들이 제목만 보고 이 책을 에 한정해서 생각할까봐 조바심이 난다. 그러면 안되는데...

 

이 책은 밥을 넘어선 일상의 모든 순간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우리가 그냥 시간이 아깝다고 얼른 해버리고 지나가는 일들얼른 해치워버리고 다른 더 귀중한 일에 매진한다는 의미에서 하찮게 생각하는 일조차, 삶의 한 부분, 아니 그렇게 말하면 안 되겠다. 그런 일조차 삶의 한 부분이 아닌 삶 자체인 것이다.

 

청소기를 돌리면, 청소기는 일을 하고, 나는 그 청소기를 사용함으로 남는 시간을 더 좋은데 사용할 수 있다, 는 차원에서 집안에 청소기를 들여놓고 쓰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청소기를 사용한다면, 청소는 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청소기 대신 빗자루를 들고 방을 쓸고 닦는다면? 어떤 일이 생기게 될까?

 

저자는 그런 시간을 이렇게 말한다.

<비로 쓸면 천천히 내 속도대로 일을 하게 된다. 내 몸을 느끼고, 방바닥을 느낀다. 청소와 청소하는 내 몸이 분리되지 않는다. 청소를 하면서 나 자신이 맑고 단단해진다. 단정해진 방에서 나 또한 단정해진다.>(132)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살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다시 허물고 지어야 할 내 삶의 모습이 보인다. 인생 자체가 아니라, 살아가는 모든 순간의 모습이 마치 남의 인생을 사는 것처럼, 그래서 나와는 별상관 없는 것처럼 그냥 스쳐 지나간 시간이 얼마나 될까? 그것도 나의 삶인 줄도 모른 채.  나의 소중한 삶 자체인 것을 모르고 남의 일처럼 무심히 넘겨버린 것이다.

 

더 들어보자.

<일상의 여러 가지 일들, 이를테면 차를 마시거나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할 때, 청소를 하거나 마당의 풀을 뽑을 때 내 몸과 함께 있으면 일상의 순간순간이 빛난다. 지루한 일이 되기보다 깨어있는 순간들이 된다.

일상적 행위를 습관적으로 하는 것과 그 의미를 자각적으로 알고 하는 행위는 하늘과 땅 차이다. 자각적 앎을 통해 새로운 창조가 가능하다. 일상 행위의 의미를 자각적으로 알고 하는 행위, 이것을 통한 자기 내면의 고양이 일상의 성화(聖化).>

 

바로 모든 순간에 집중하는 게, 심지어 밥을 먹는 시간도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바로 일상의 성화인 것을. 이제 알게 된다.

 

해서 이제 앞으로나, , 인생의 많은 시간들을 잘 바라보고, 내 것을 결코 흘려보내지 않고, 내 것으로 알고 잘 살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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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의 질량 한국추리문학선 6
홍성호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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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의 질량

 

오랜만에 읽는 한국 추리 소설

 

오랜만에 우리 소설, 추리소설을 읽는다.

악의의 질량

제목에서 어떤 무게가 느껴진다.

 

저자는 홍성호, 다음과 같이 소개할 수 있다.

<홍성호 작가는 2011년 한국추리작가협회 계간 미스터리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뛰어들었다. 2014년 한국추리작가협회 황금펜상을 수상하였고, 이후 사회파 추리소설과 본격 추리소설을 넘나들며 작품을 꾸준히 써 왔다.>

 

더 소개하자면, 저자는 <개인사정으로 앞으로는 글을 쓰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하는데, 아마 현재 법원에서 양형조사관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책 읽기에 앞서

 

먼저 이 책에 얼굴 없이 이름만 등장하는 인물 김내성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김내성이란 추리작가를 알지 못하고서는 사건의 전개가 이해되지 않으니, 읽기 전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라도 그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안 다음에 읽어야 한다.

 

저자는 이 책을 <이 작품을 김내성 작가에게 바칩니다.> 라고 김내성에게 헌정하고 있다.

 

김내성, 그는 누구인가?

김내성 (金來成, 1909 - 1957) 호는 아인(雅人)

(* 이름을 한자로 쓰려고 세 글자(김내성)을 같이 클릭하고 한자 변환을 하니 한자 金來成이 바로 뜬다. 그만큼 유명한 인물이다.)

 

우리나라 본격 추리 소설의 효시가 아닌가 생각되는 인물로,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추리소설 전문 작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가 창조한 인물로 탐정 유불란이 있다. 탐정 유불란은 그가 아르센 뤼팽 시리즈 작가 모리스 르블랑의 이름에서 빌려온 이름이다.

 

등장인물과 줄거리

 

김내성 : 추리소설 작가. 이름이 아인(雅人) 김내성과 같으며, 그와의 어떤 추억을 가지고 있다.

오상진 : 추리소설 작가.

백민수 : 추리소설 작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

김미정 : 북카페의 주인, 오상진 팬 카페 부회장.

정진영 : 오상진 팬카페 회장.

김상태 : 북컬렉션의 편집장.

 

줄거리는?

오상진 작가의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거기에서 등장인물들이 소개된다.

그리고 그 다음날 오상진 작가의 아버지가 살해된다. 범인은?

경찰이 수사한 바에 의하면 오상진이다. 오상진이 거주하고 있는 오피스텔에서 나와 차를 타고 아버지가 살고 있는 집으로 가고, 다시 돌아오는 모습이 CCTV에 다 찍혔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사건, 몇 번의 반전을 거쳐, 뜻밖의 인물이 범인으로 드러난다.

 

다시 이 책은? - 복선은 김내성이다.

 

추리소설에는 추리할 게 있어야 한다. 독자들은 작가가 여기저기 보여주고, 숨겨둔 것들을 찾아내며 저자가 만들어가고 있는 줄거리를 따라가며 범인을 찾는 재미를 느껴야 한다.

 

저자가 만들어 가고 있는 복선이 그래서 너무 뻔해서도 안 되고, 너무 갑작스러워서도 안 된다. 저자 혼자서만 알고 있는 복선은 추리 소설 규칙 위반이다.

 

여기서는 김내성이 복선이다.

실존 인물인 추리작가 김내성이 그 한 명이요, 이 소설에서 김내성이란 이름을 가진 추리소설 작가가 두 번째 김내성으로 등장한다.

 

또하나 이번에는 김내성이란 이름이 아니라, ‘마인이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마인은 아인 김내성의 대표작이다.

 

<마인의 블로그> 라는 정체불명의 글이 이 소설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다. 그게 복선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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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생각하기 - 나무처럼 자연의 질서 속에서 다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자크 타상 지음, 구영옥 옮김 / 더숲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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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생각하기

 

이 책은?

 

나무를 인간과 연결시켜, 연결고리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이 책, 자크 타상이 지은 나무처럼 생각하기.

 

저자 자크 타상은 <‘시인이자 철학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식물학자로서 현재 프랑스 국제농업개발연구센터에서 식물생태학을 연구하고 있다. 식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하였는데, 그의 글쓰기는 과학자적 시각을 넘어 문학과 사회, 경제를 넘나드는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런 저자의 눈에 보인 나무는 우리가 보는 나무와 다르다.

저자는 단순히 나무를 사물로, 우리와 아무 관련없는 사물로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짧은 생각인지, 알려주고 있다.

, ‘나무에서 영감을 얻는 것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나무를 바라보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60)라고 말하면서, 우리에게 나무를 비롯한 사물을 제대로 보는 법을 알게 해준다.

 

철학자들은 지식의 나무를 말하는데.

 

이 책을 어디까지 읽었던가, 읽던 중 얼마 전에 읽었던 책 중 한 대목이 떠올랐다

로버트 단턴의 고양이 대학살, 그중 이런 파트가 있었다.

<5, 철학자들은 지식의 나무를 다듬는다.>

 

지식의 나무

그 중 몇 문장만 인용해 본다.

 

<‘지식의 나무라는 메타포로서, 그것은 지식의 가지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지식은 유기적인 전체로 자라날 수 있다는 관념을 전달하였던 것이다.>(위의 책, 275)

 

<체임버스는 지식의 구분을 나무의 가지로 표현하였는데 그것은 정신의 세 가지 능력에 연유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는 역사적 지식의 근원인 기억력이고 두 번째는 시의 근원인 상상력, 세 번째는 철학의 근원인 이성이었다.> (위의 책, 278)

 

그렇게 나무가 메타포로 작용한다는 것, 나무가 그런 메타포로 사용되는 연유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넘어갔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다. 나무가 그렇게 사용되는 이유와 그렇게 사용되기 시작한 역사까지도.

 

나무는 우리의 사고를 구조화하고 활력있게 만드는 유추의 저장고이자 논리적 사유다, 라고 말한 건 로베르 뒤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나무의 형상은 우리가 모든 혼란으로부터 논리적 구조를 도출하는 데 적합하다고 한다. (138)

 

르네 데카르트가 자신의 사유를 정립하는데 근거를 둔 것도 나무의 이러한 형상이다.

그는 뿌리를 형이상학으로, 몸통을 물리학으로, 나뭇가지를 여러 학문으로 여기며 서양의 철학을 나무로 묘사한다. (139)

 

이에 대해서는 5장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나무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134쪽 이하)

나무는 어떻게 상징이 되는가/ 나무에서 발달한 논리적 사고

계통발생학과 나무의 관계 / 인간의 역사와 함께해온 나무

 

나무, 나무를 제대로 보는 법

 

저자는 나무의 말에 귀 기울이자 말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저자의 말은 그러지 못한 우리를 향한 안타까움이 그대로 묻어 있다.

 

<그러나 나무는 우리 모두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어서 시인만이 나무를 제대로 바라본다. 그래서 나무는 점점 사고와 상징, 표상으로 대체되고 우리와의 감성적 유대에서 떨어져서 더는 우리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185)

 

그러면서 다시 나무를 발견하자고 하면서 나무의 존재 방식을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게 느껴지기를 바란다는 말로, 나무가 주는 말을 들어보기를 원한다.

 

나무가 건네주는 생각들, 말들

 

저자가 건져 낸 다음과 같은 나무의 말들, 생각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들을 제공해준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인간과 나무는 다르지 않지. 빛을 향해 높은 곳으로 오를수록 더 깊은 곳, 어둠 속, 심연 속, 불 속, 즉 깊은 땅속에 뿌리를 박는다.”(40)

 

우리의 몸과 생명은 세상과 분리되어 완성된 시스템이 아니다. 몸과 생명을 개체의 육체에 한계 지을 필요가 없다. (64)

 

식물은 뇌가 없으므로 나무처럼 이타적으로 생각할 때에만 나무를 바라보는 시선이 정확해진다. 우선 나무를 마주 보며 자기 중심에서 벗어나려고 해야 한다.(85)

 

나무는 가르침을 준다. 사랑하고, 성찰하며 지식보다는 생명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187)

 

다시, 이 책은?

 

나무는 준다, 아낌없이. 그래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인식하고 있었다.

나무, 거기까지였다. 나무에 관한 생각은.

 

이 책을 읽고, 나무가 어떤 의미인지, 우리 인간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아낌없이 주는데 더하여, 인생에 대한 통찰까지도 하게 만드는 영감도 아낌없이 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나무처럼 생각하기. 그런데 생각하기살아가기의 뿌리다, 기본이다.

따라서 이 책은 나무처럼 생각하며 살아가라는 것이다. 나무처럼 살아가기가 더 정확한 제목이다.

나무처럼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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