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e of Green Gables - 빨강 머리 앤 영문판 TV애니메이션 원화로 읽는 더모던 감성 클래식 2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 더모던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빨강머리 앤 (Anne of Green Gables)

 

이 책은?

 

이 책은 영문판 빨강머리 앤이다.

우리말로는 흔히 빨강머리 앤으로 불리지만 원제는 Anne of Green Gables이다.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그린 게이블즈의 앤

사람을 구분하기 위하여 사람 이름 뒤에 집이름을 붙여 부른다다는 것, 이 책에서 알게 되었다.

 

1908년도 작품이다.

저자는 루시 모드 몽고메리(L. M. Montgomery)

 

이 책의 내용은?

 

등장인물을 알아보자.

 

(Anne)

머릴러(Marilla Cuthbert) : 앤을 키워주는 부인

매튜 (Matthew Cuthbert) : 앤을 키워준다. 머릴러의 오빠

다이애너 (Diana Barry) :; 앤의 친구 (bosom friend)

린드 부인 (Rachel Lynde) : 근처에 사는 부인

길버트 (Gilbert Blythe) : 앤의 학교 학생, 후에 앤의 남편이 된다.

배리 부인 (Miss Barry) : 다이애너의 친척, 앤의 후원자가 된다.

 

지리적 배경은 캐나다의 애번리(Avonlea)

 

이 책은 앤이라는 소녀가 게이블즈 집에 입양되어 살면서 커나가는 모습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작품 속에서 앤을 만난 사람들은 누구나 앤을 좋아하게 되는데, 앤에게는 끌릴 수밖에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그건 순전히 저자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앤이라는 인물을 잘 그려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이야기를 끌어가는 탁월한 스토리텔링 기법이다.

맨처음 장부터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신기한 재주를 구사한다.

 

독자들은 제목에서부터 앤이 주인공이고, 주인공이 여자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머릴러는 남자아이를 고집한다. 그래서 집에 오게 된 앤을 하룻밤 재우고 돌려보내기 위해 마차를 타고 가는 장면에서 마음 졸이지 않고 읽는 독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제 3의 인물인 동네 아주머니가 나타나 앤을 집안 하녀로 부려먹기 위해 데려가려 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가슴이 두근두근, 조마조마해지지 않던가?

 

기대되는 만남들 (1)

 

고아가 되어 고아원에 있던 앤은 매튜와 머릴러 남매가 사는 집에 입양되어 들어와 살게 된다. 그 집에서 살면서 아름다운 만남이 이루어진다.

 

정 많은 매튜, 정은 많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머릴러.

처음에는 원하던 남자아이가 아니라서 고아원에 돌려보내려고 했던 머릴러, 점점 앤에게 빨려들어간다.

 

Getting through with her "ohs" Anne cast herself into Marilla's arms and rapturously kissed her sallow cheek. It was the first time in her whole life that childish lips had voluntarily touched Marilla's face. Again that sudden sensation of startling sweetness thrilled her. She was secretly vastly pleased at Anne's impulsive caress, which was probably the reason why she said brusquely: (189)

 

어린 앤과 신체적으로 접촉하게 되는 머릴러, 가슴이 뛴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따뜻한 살결, 모성이 살아나는 경험을 하면서 앤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나중에 머릴러는 앤에 대한 애정을 이렇게 표현한다.

“I love you as dear as if you were my own flesh and blood and you've been my joy and comfort ever since you came to Green Gables." (570)

 

여기 올 때부터 앤이 기쁨과 위로였다는 놀라운 고백, 그게 앤에 대한 진짜 감정이다. 

 

그리고 모든 일에 간섭하려 드는 린드 부인과 마을 사람들, 또한 옆집에 살면서 마음의 벗(bosom friend)이 되는 다이애너를 만나, 앤은 게이블즈의 생활에 잘 적응하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 남편이 되는 길버트를 만나게도 된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서로 마음을 확인하게 된 길버트와 앤. 길버트의 발언 들어보자.

"We were born to be good friends, Anne. You've thwarted destiny enough. I know we can help each other in many ways.” (587)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태어났다. 우리는 좋은 운명으로 맺어진 사이라는 고백, 이 고백으로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지 눈치를 못채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이 책 마무리는 게이블즈가 남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그 집을 유지하기 위하여 앤은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대신, 거기 남아 교사가 되기로 작정한다.

  

그녀의 앞길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어떤 일을 만나게 될까  

 

기대되는 만남들 (2)

 

저자는 이 책에 여러 문학 작품들을 녹여, 내용을 문학적으로 풍성하게 만들어 놓았다. 해서 독자들은 여러 작품들을 만난다.

 

셰익스피어를 만난다.

 

앤이 자기소개를 하는 장면이다. 이름을 말하는데, 앤이라고 하기 전에 뜻밖에도 셰익스피어 작품 중 주인공 이름을 댄다. 바로 코딜리아.

 

머릴러가 앤에게 이름을 묻는다.

"What's your name?"

 

그 다음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알아보자.

 

The child hesitated for a moment.

"Will you please call me Cordelia?" she said eagerly.

"Call you Cordelia! Is that your name?"

"No-o-o, it's not exactly my name, but I would love to be called Cordelia. It's such a perfectly elegant name." (59)

 

코딜리어가 멋지고 우아한 이름이라고 생각하는 앤은 아무래도 셰익스피어를 읽은 것 같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도 등장한다.

 

"Well, I don't know." Anne looked thoughtful. "I read in a book once that a rose by any other name would smell as sweet, but I've never been able to believe it. I don't believe a rose WOULD be as nice if it was called a thistle or a skunk cabbage. (87)

 

‘a rose by any other name would smell as sweet’

분명 셰익스피어의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대사다.

앤은 그걸 책에서 읽었다 한다. 셰익스피어를 읽은 것이다.

 

베르길리우스를 만난다.

 

"Well," said Jane with a sigh, "I feel as if I'd lived many moons since the morning. I ought to be home studying my Virgil--that horrid old professor gave us twenty lines to start in on tomorrow. But I simply couldn't settle down to study tonight. (536)

 

퀸즈 아카데미에서는 베르길리우스(Virgi)을 읽어야 한다. Virgil은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 로마의 건국 설화를 그린 아이네이스의 저자이며, 단테가 신곡에 등장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앤은 어려운 일을 많이 겪지만, 그것들을 견뎌내고 이겨낸다. 그러한 힘은 무엇일까?

바로 남들과 다른 앤의 상상력이다. 그 상상력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말을 들어보자.

 

“What difference does it make how it's spelled?" asked Marilla with another rusty smile as she picked up the teapot.

"Oh, it makes SUCH a difference. It LOOKS so much nicer. When you hear a name pronounced can't you always see it in your mind, just as if it was printed out? I can; and A-n-n looks dreadful, but A-n-n-e looks so much more distinguished. If you'll only call me Anne spelled with an E I shall try to reconcile myself to not being called Cordelia." (60)

 

세상에! 사람 이름을 들으면, 그 이름이 프린트 되어 눈앞에 떠오른다니, 그건 상상력의 지존이 아닌가? 그런 상상력은 세상을 이겨내고, 주변을 환하게 밝혀주는 앤만의 마력이다.

 

앤의 아침 맞이하는 다음과 같은 자세 우리도 본받아야 한다.

All sorts of mornings are interesting, don't you think? (75)

 

염려는?

 

Worrying helps you some--it seems as if you were doing something when you're worrying. (547)

 

다시, 이 책은?

 

어릴 적, '빨강머리 앤'은 안중에 없었던 것은 단순히 내가 소년이라서 그랬던 것만은 아닐 것이다. 앤을 이해하는 정서가 나에겐 부족했던 것일게다. 아무래도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시절이라 생각이 된다. 이제 어른이 되어 인생을 조금 알다보니, 빨강머리 앤의 정서가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 책, 빨강머리 앤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여자아이가 아니라,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사람은 모름지기 앤 같은 성격에, 마음가짐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자신의 모습도 환하게 만들어 갈뿐만 아니라, 주변도 환하게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 이 책으로 배우게 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키의 언어 - 더없이 꼼꼼하고 너무나 사적인 무라카미 하루키어 500
나카무라 구니오 지음, 도젠 히로코 엮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키의 언어

 

이 책은?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용한 언어들을 모아, 분류해 놓은 것이다.

일종의 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나카무라 구니오 (ナカムラ クニオ), <영상 디렉터이자 영상 디렉터이자, 세계의 무라카미 하루키 팬들이 찾아오는 유명 북카페 로쿠지겐(6차원)’ 대표>

 

이 책의 내용은?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하여 궁금한 것이 있다면?

이 책을 펼쳐보면 된다.

 

사전식으로 편집되어 있어, 가 나 다 순으로 배열되어 있고, 또한 친절한 목차 덕분에 원하는 단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이 일본어로 출판된 것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니, 일본어 순서로 된 것을 다시 우리말 순서로 편집한 것을 감안한다면, 번역 및 편집자의 노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단어를 설명하는 가운데 관련되는 말에 대하여는 친절하게 해당 페이지를 알려주고 있어, 바로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105쪽의 <까마귀>를 살펴보자.

 

<해변의 카프카』ⓟ615에 등장하는 까마귀라 불리는 소년은 주인공 다무라 카프카152의 머릿속에 사는 상상 속 친구. 그에게 여러 말을 건넨다. 참고로 카프카는 체코어로 까마귀를 뜻한다.>

 

그러니 까마귀 항목을 읽다가 관련 단어인 해변의 카프카615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해당 페이지를 참고할 수 있다. 다무라 카프카152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식으로 하루키가 사용한 단어, 어휘, 작품 등 그야말로 모든 것을 알아볼 수 있는데, 단순히 어느 한 단어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 단어를 시작으로 무한 연결하면서, 하루키를 만끽할 수 있다.

 

여기에서 이 말을

 

소확행

우리에게 이미 익숙해진 말 '소확행'이 여기 등장한다.

463쪽의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동>에 나온다.

 

츤데레라는 말을 아시는지?

그간 책을 읽어오면서 츤데레라는 말을 여러 번 만났다. 처음 보는 말이라 맨 처음에는 그냥 넘어갔지만, 그 뜻을 몰라 안타까웠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 뜻을 해설해주어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21쪽의 <불가사의한 여자>에서 츤데레라는 말을 괄호 안에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쌀쌀맞고 인정 없어 보이나 실제로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을 이르는 말.)

 

다시 사전을 찾아보니, 일본어 つんでれ로 나온다.

 

글쓰기에 관하여

 

우리 작가들도 한결같이 하루키의 글쓰기에 대하여 말하는 것을 읽은 적이 있다.

또한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라는 책을 별도로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도 그의 글쓰기에 관한 항목이 있어 소개한다.

 

<하루키는 레이먼드 챈들러가 소설을 쓰는 요령인 일단 매일 책상 앞에 앉는다. 써지든 않든 그 앞에서 두 시간을 멍한 보낸다.”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 집필 방법에 '챈들러 방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198)

 

<하루키는 문장을 쓰는 것은 음악을 연주하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말한다.

음악이든 소설이든 가장 기초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리듬이다. 자연스럽고 기분 좋은, 그리고 확실한 리듬이 없다면 사람들은 그 글을 계속 읽어주지 않겠지. 나는 리듬의 소중함을 음악에서(주로 재즈에서) 배웠다.”> (213)

 

다시.이 책은?

 

이 책은 무엇보다도 하루키 애독자들에게 희소식일 것이다.

하루키 팬들은 그의 신작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겠지만 이런 책은 또다른 방향으로 하루키의 작품에 접근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니, 이런 책의 등장을 분명 반길 것이다.

 

이 책 하루키 언어를 읽으면서 느낀 점 또 하나를 말하자면, 일본인 작가들의 집념이 비상하다는 것이다. 하루키의 모든 작품을 훑어, 그 안에 쓰인 언어를 종으로 횡으로 분석해 놓았으니 놀라운 일이다. 물론 출판시장이 우리나라보다 크니까 가능한 것이긴 하겠지만, 이런 방대한 작업을 해서 출판할 수 있다는 것, 그저 부럽기만 하다.

 

이 책, 하루키의 언어를 수집 분류한 사전이면서도,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여러 글도 같이 수록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이 단지 하루키가 사용한 언어만 수집한 것이 아니라는 것, 강조하기 위해 그 목록을 소개한다.)

 

머리말 혹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라는 이름의 나무에 관한 고찰

하루키의 언어를 보는 방법

하루키의 언어100퍼센트 즐기는 방법

키워드로 읽는 무라카미 하루키 월드

무라카미 하루키 연대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판타지와 리얼리즘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소설에서 장편소설로 나아가기까지

 

또한 여러 흥미있는 칼럼이라든가, 하루키의 작품과 관련된 자료들을 수록해 놓고 있다.

 

Column

01. 세계는 왜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가?

02.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 (혹은 정신안정제로서의 서가)

03. (지금은 없는 관리된 인간이라는 동물을 위한) 하루키 동물원

04. BAR 하루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05. 숨겨진 기호를 해독하기 위해, 의미가 없다면 비유는 없다

06. ‘야레야레를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07. 사사롭지만 영화로 번역된 무라카미 하루키

08. 하루키 식당의 요리는 어떻게 독자의 위와 마음을 채우는가?

09. 무라카미 하루키가 번역한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그림책

10. 표지를 둘러싼 모험, 세계의 무라카미 하루키와 번역 원더랜드

11. 서점에도 도서관에도 없는 무라카미 하루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자로 산다는 것 - 융 심리학으로 보는 남성의 삶과 그림자
제임스 홀리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남자로 산다는 것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남자로 산다는 것, 그 뒤로 다음과 같은 부제가 붙어있다.

<융 심리학으로 보는 남성의 삶과 그림자>

 

새턴, 즉 목성의 그림자 아래

 

그런데 원서 제목은 <Under Saturn’s Shadow> 이다.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새턴, 즉 토성의 그림자 아래

 

그 궁금증은 14-17쪽을 읽으면 풀 수 있는데, 이 부분 꼭 읽고 이해해야 한다.

그런 이해가 선행이 되어야 다음과 같은 표현이 이해되는 것이다.

 

나 스스로가 새턴의 그림자 아래 살아오면서 고통받았을 뿐 아니라..(11)

구속하기만 하는 새턴의 굴레 아래에서 (154)

새턴의 고문대 (162, 167)

새턴의 수레바퀴 속 운명에 영원히 갇혀있기 십상이다. (166)

이런 모습을 보며 새턴의 속박을 강렬하게 느끼는 아들이 ....(175)

새턴의 그림자 아래 살아온 삶에서 (204)

 

이 책의 목적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남성의 상처와 치유의 광경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밝히고 있다. (11)

 

이 말 흘려 듣지 말자. 특히 이 책을 읽는 남성들은 상처치유라는 말에 밑줄 긋고, 자기 자신을 돌아볼 각오(?)를 하고 읽어야 한다. 저자는 이를 나는 이 책을 읽는 남성 또는 여성이 자기탐구 여행을 떠나봤으면 한다’(13) 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은 <남성 마음 속 여덟 가지 비밀>을 독자들이 이해하도록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건 같은 항목에 대해 여러 각도로 설명을 시도하면서 독자의 이해를 촉구하는 것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 여덟 가지 비밀을 무언지 먼저 알아보자.

 

1. 남성의 삶은 (여성의 삶과 마찬가지로) '남성'이라는 성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기대에 구속되고 지배받는다.

2. 남성의 삶은 근본적으로 공포가 지배한다.

3. 여성성의 힘은 남성의 정신경제psychic economy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4. 남성은 '침묵의 음모'와 결탁한 상태다. 자신의 정서적 진실을 억압하는 것이 이 음모의 목표다.

5. 남성은 불가피하게 상처를 입는다. 어머니에게서 벗어나면서부터 어머니 콤플렉스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6. 남성의 삶은 폭력적이다. 자신의 영혼부터가 폭력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7. 모든 남성은 자신의 아버지, 그리고 (무의식의 원형으로서) 종족선조tribal fathers를 향한 깊은 갈망이 있다.

8. 남성이 치유되려면 외부에서 충족시킬 수 없는 무언가를 내면에서 스스로 깨워야 한다.

 

특히 남성들은 위의 '여덟 가지 비밀'이라는 것이 납득이 되는지?

몇 가지 항목은 납득은커녕 무슨 의미인지 이해조차 되지 않았던 것, 사실이다.

 

예컨대 4번 항목의 침묵의 음모가 무슨 말인지, 개념조차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읽고 읽고 또 읽은 결과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무슨 의미인지, 남자로 산다는 것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침묵의 음모란 이런 것이다.

 

어릴 적, 또는 성인이 되어서 실패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릴 적에는 계집애 같다는 말도 들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것들이 남자의 마음에는 상처가 되어 남는데, 이런 것을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이느라 애를 쓴다는 것이다.

 

<이들 상처는 남성의 정신 속에 영원히 자리잡고는 성인기 삶 대부분을 부끄러운 과거와 씨름하느라 낭비하게 만든다.

남성은 굴욕스러운 경험에 대해, 자신의 수치에 관해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이야기하면 수치심만 더해질 뿐이다. ( ……) 남성은 침묵의 음모와 결탁한 상태다.> (149)

 

그렇게 침묵의 음모와 결탁을 하여 남자들은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수치심이 드러나지 않도록 틀어막아버리거나 남성 특유의 허세로 이를 가리는 법을 배운다.> (149)

 

그런 식으로 한 항목 한 항목을 설명해주고 있으며, 총체적으로 제 5<남성이 자기 영혼을 치유하려면>에서 8개의 비밀을 종합 정리해 놓고 있다.

 

저자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남자의 비밀을 생각해 보기로 하자.

 

<인간은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집단, 가족, 사회제도가 요구하는 바에 자신을 맞추는 법을 배운다.> (22)

 

<통과의례가 제대로 작동하면 소년은 존재의 탈바꿈을 경험했다.> (38)

 

<남성이 살고자 한다면, 자신 안에 있는 과거를 향한 갈망과 싸우고 이를 희생시켜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나야 한다.> (105)

 

<이제 조상들이 왜 그렇게 강렬한 통과의례를 치렀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안전하면서도 충만함을 안겨주는 어머니를 갈망하는 퇴행적 정신의 위력을 우리 선조들은 잘 알았던 것이다.> (105)

 

<상처받는 경험이 남성에게 때로는 끔찍할 수 있으나 그래도 꼭 필요하다.> (131)

 

<‘꼭 겪어야만 하는상처가 있다. 이런 상처는 의식을 강화하며 낡은 체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으로 들어가도록 우라를 이끄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 단계의 촉매가 된다.> (132)

 

<남성은 반드시 상처를 겪어야 한다.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고 어머니 콤플렉스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133)

 

<아동기와 성인기의 틈을 메어줄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이들이 받는 상처는 빛이 되어주지도 자신을 변화시켜주지도 못한다. 성인기로 들어서는 유의미한 통과의례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은 꿈으로 등장해 이들을 괴롭힌다.> (157)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남성은 상처를 입어야 한다. 그러나 그 상처는 자신의 성장을 도와주는 것이어야 한다.> (168)

 

<아들은 아버지와의 유대를 잃어버렸다.> (174)

 

<모든 남성은 자신이 알든 모르든 간에 선조를 갈망하며 그런 존재가 없다는 사실에 슬퍼한다.> (176)

 

이런 설명을 통하여 통과의례라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남자는 어머니의 품을 떠나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통과의례가 필요하다는 것을, 예전의 전통사회에서는 온 마을이 일정 나이가 된 남자들에게 통과의례를 공개적으로 시행했던 이유가 비로소 이해된 것이다.

그래서 이런 발언, 이제 납득이 되는 것이다.

 

<우리 시대에 이루어져야 하는 남성의 통과의례에 대해

아들이 성인으로 크려면 심리적으로 자신의 집을 떠나야 한다.> (189)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사랑에 빠지는 경험은 (그 순간뿐일지라도) 타자가 자기 내면의 연인 이미지와 일치할 때 일어난다. (99)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결국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 (131) - 니체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정독을 필요로 한다.

가급적이면, 저자가 예문으로 인용한 작품들도 다 찾아 읽어가면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저자는 여러 문학작품에서 근거를 찾아내 제시하고 있는데, 그게 그 작품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남자로 산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또한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해서 이 리뷰를 쓰면서, <책으로 책을 읽다>, <그리스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라 이름 붙여가며 다음과 같이 정리를 해보았다. 다음은 그 중 일부.

 

<책으로 책을 읽다.>

 

데미안,

방랑자들의 세계에서는 서로의 길이 교차할 때면 잠시 동안은 집에 온 듯 편안한 느낌이 든다. (224)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영원회귀 (172)

 

판결

이 소설은 냉혹한 아버지와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 인습으로부터 탈출하고자 자신의 비밀스러운 자아에게 보내는 편지다 (177)

 

<그리스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필록테테스

소포클레스가 기원전 409년에 발표한 이 희곡은 그리스 신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작품이다. 주인공 필록테테스는 영웅 헤라클레스의 장례를 도와준 대가로 백발백중의 독화살을 쏘는 활을 받는다. 트로이 전쟁에 참전하기 위래 트로이로 향하던 중 필록테테스는 그만 뱀에 물린다. 상처는 낫지 않았고, 동료들은 곪은 상처에서 나는 지독한 냄새와 고통에 겨운 필록테테스의 신음소리를 견지지 못하고 그를 어느 섬에 버린채 거의 10년이나 찾지 않았다. (75)

 

일리어드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에게 누군가가 왜 그렇게 용감하게 싸웠느냐고 묻자 헥토르는 동료들에게 놀림받는 일이 그리스 군인들의 창에 온몸이 꿰뚫리는 것보다 더 무서웠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129)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가 그랬듯 나는 무언가를 무서워하는 느낌이 다치는 것보다 더 두려웠다. (144)

 

아가멤논

소포클레스가 2,500년 전에 한 말을 인용하면 이렇다.

이 세상에는 놀라운 일이 수없이 많지만

인간만큼 경이로운 것은 없다.” (196)

 

소포클레스의 희곡 아가멤논에 나오는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관하는 힘
모리 히로시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비관하는 힘

 

이 책은?

 

책 제목이 비관하는 힘이다. 저자는 일본인 모리 히로시.

 

저자는 모리 히로시(Hiroshi Mori, 森 博嗣)<미스터리 소설 모든 것이 F가 된다로 제1회 메피스토 상을 수상하며 1996년에 작가로 데뷔했다. 이후 데뷔작의 시리즈인 미스터리 소설을 비롯해 현대인에게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의 저서를 발간하며 누계 판매 1,600만 부를 기록, 명실공히 일본 최고의 인기 작가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의 생존과 번영의 비법을 비관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의 이런 논리 들어보자.

 

<인간이 뛰어난 점은 이전에 사냥감을 획득한 경험이 있더라도 이번에는 똑같이 얻을 수 있을까, 혹시 얻지 못하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사고에 있다.>(8)

 

이런 글, 그냐말로 허를 찌른다. 의외의 생각이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발언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뛰어난 점은 무리 생활이라거나, 두뇌가 발달했다거나, 더 나아가서 상상력이 있어서라든가 하는 이론과는 확연히 차별을 보인다.

 

사냥감을 똑 같이 얻을 수 있다, 가 아니라 얻을 수 있을까, 또 얻지 못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데에 인간의 우수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금 더 저자의 발언을 들어보자.

<또 호된 꼴을 당했어도 혹시 그렇지 않은 때도 있지 않을까 하고 조건을 바꾸면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할 수도 있다. 이 복잡성이 인간의 뛰어난 특징이다.>

 

책은 논리적으로 말해야 한다. 해서 읽는 독자를 논리로 납득시켜야 하는데. 나는 바로 이 문장에 납득되었다.

 

혹시 그렇지 않은 때도 있지 않을까 하고 조건을 바꾸면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그런 기대까지 할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인간의 뛰어난 힘이다.

 

해서 저자는 그런 논리로 비관하는 힘을 추출해내는 것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뛰어난 이유는 이렇게 해도 꼭 그렇게 된다고는 할 수 없다라는 사고방식 때문인데, 이를 예측에 대한 비관이라 한다.>(10)

 

그렇게 해서 예측에 대한 비관을 추출해내고, 그것을 비관하는 힘으로 이론화한다.

그런 비관, 힘이 있는 비관은 이 책에서 어떻게 구체화 되는지? 다음과 같다.

 

1| 비관은 최고의 생존 전략

2| 사회가 낙관을 조장하는 이유

3| 상식을 비관하면 혁신이 된다

4| 냉정한 대처가 가져다주는 것들

5| 과거를 낙관하고 미래를 비관하다

6| 의심과 걱정이 가져다주는 뜻밖의 진실

7| 비관하는 연습

 

1장에서 비관이 가지고 있는 힘을 보여준 다음에 7장 비관하는 연습까지비관의 힘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비관하는 힘

 

<애당초 싸움은 서로 자신이 이긴다고 낙관하고 있어서 시작된다. 어느 한쪽이 질 거라고 비관하면 싸움이 일어나기 전에 타협을 모색하고 복종을 감수해 싸움을 종결된다.> (57)

 

이게 진정 비관의 힘이 아닐까. 싸움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사람에 대하여 싸우는 일을 멈추려면 비관이 더 세게 작동해야 할 것이다. 

특히나 이런 글은 나랏일을 맡은 사람들이 읽어서 싸움을 멈추었으면 좋겠다. 이 글은 국내 정치는 물론이고 국제 정치에서 해당이 된다.

 

<비관은 걱정만 하는 것이 아니다. 대책을 생각해야 가능하다.>(192)

 

비관한다고 해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일이 닥치기만 기다리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비관했으면 그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고 준비해 놓는 일, 그게 진정한 비관의 힘이다.

 

여름 장마철 대비하는 것이 비관하는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장마철이 올거라는 것 알고 있으면서 낙관적으로 지낸다고 아무런 대비도 해 놓지 않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우리는 이미 비관하는 힘에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다시, 이 책은?

 

일본 작가들의 책을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참 엉뚱하다. 생각이 엽기적일 정도로 엉뚱한 데가 있다는 생각, 떨칠 수가 없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라 할 수 있다.

 

비관을 단순하게 부정적인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의외로 그게 힘이 있다니 생각이 참 기발하지 않은가?

 

저자는 소설가인데,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인생에 관한 성찰이라 할만큼 깊은 생각을 담고 있다. 비관의 힘에 대하여 한 걸음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글이어서 소개한다.

 

내일이라도 죽을지 모른다는 비관과 아직 한 동안은 괜찮지 않을까 하는 낙관 사이에서 인간은 흔들린다. 산다는 것, 생각한다는 것은 바로 이 흔들림이다.” (1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도 불통이다 -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소통을 방해하는가?
손정 지음 / 한국표준협회미디어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도 불통이다.

 

이 책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많은 것들을 고려할 수 있지만, 그중에 의사소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의사소통,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각을 주고받는 것, 그게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책이 필요하다,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이 책 당신도 불통이다는 바로 그런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제목이 강하게 암시하는 것처럼, 철저하게 의사 불통의 원인을 자기 자신으로부터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손정, <손정경영전략컨설팅> 대표. 경영컨설턴트, 직무교육 강사다.

 

이 책의 내용은?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할 수 있다. 책 표지에 나온 문구만으로도.

<불통의 이유는 뇌 안에 있다.>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소통을 방해하는가?>

 

, 우리의 마음이 바로 의사소통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부터 살펴봐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시작하니, 이 책에 실린 내용은 다음의 구조로 되어 있다

 

Part 1. 의사소통의 원리부터 알자

Part 2. 메시지를 객관적으로 만들어라

Part 3. 잘 전달하라

Part 4.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Part 5. 상대를 공감하라

Part 6. 의사소통의 비법

 

우리는 '의사소통', '의사소통' 노래를 부르지만, 실상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한 번도 자세히 따져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의사소통이 안 되면, 일단 상대방 탓을 하기 시작한다. 한 번도 내 탓을, 내 잘못 때문에 의사소통이 안 되는가, 하는 성찰도 해 본적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일단 의사소통의 원리부터 알아보자고, 말한다.

의사소통은 몇 개의 과정이 존재한다.

 

화자(話者) 측에서 시작한다.

재료 - 부호화 - 메시지 - 전달 통로 - 지각(知覺).

 

이런 과정을 통해 의사소통의 수신자인 청자에게 도달한다. (24)

 

이때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나쁜 자세가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이에는 4 가지 잘못이 있는데, 바로 관찰자 편향, 확증편향, 귀인 오류, 투사, 이렇게 4가지다.

 

관찰자 편향이란, 같은 현상을 두고도 나의 시각에서만 바라봄으로 생기는 편향을 말하며, 확증 편향은 미리 나의 주장을 정해놓고 반대되는 근거가 나타나도 바꾸지 않는 편향, 귀인 오류는 모든 사건의 원인을 타인에게 돌리는 것을 말한다. 또한 투사라 함은 사람과 현상에 내 감정을 대입시켜 판단하는 방어기제를 의미한다. 모든 사람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러한 4가지 편향을 지니고 있다.

 

그렇게 시작한 논의는 차분하게 진행이 되어, 우리를 돌아보게 하고, 결국은 의사소통이 불통이 되는 이유를 잘 알게 해주고, 더 나아가서 의사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인도해 준다.

 

이 책이 마음에 드는 몇 가지

 

우선, 최진석 서강대 교수가 말한 것을 저자는 인용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말이다.

 

바로 소통의 결과로서 행동의 변화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청자가 갖도록 말하는 것이다.

최교수의 중학교 선생님이 신발끈 묶어라가 아닌 신발끈 풀렸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묶어라'는 지시다. 내가 시키는대로 하라는 명령이다. 반면 '신발끈 풀렸다'는 현상만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다음 어떻게 행동할지는 그 말을 들은 청자가 하는 것에 달렸다. 즉 결정권을 청자에게 주는 것이다. (26)

 

그렇게 할 때 의사소통은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강요도 아니고 지시도 아니다.

이런 간단한 이야기부터, 독자인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두 번째는 저자가 곽재구의 포구기행을 인용하는 부분이다. (30)

 

나는 조금 더 나이가 든 어부를 찾았다.

한 배의 어획량이 얼마쯤 되죠?”

오백만원

그는 아주 알기 쉽게 대답했다. 어림하기 힘든 몇 톤이라는 대답보다는 오백만원이 훨씬 알아듣기 쉽잖은가? 연륜은 사물의 핵심에 가장 빠르게 도달하는 길의 이름이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을 때, 아니 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영화 <열두 명의 성난 사람들(12 angry men)>을 보는 일이다.

그 영화는 아버지를 살해한 것으로 의심을 받는 한 소년의 재판을 둘러싸고 12명의 배심원들이 모여 토론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때, 그 열두 명 배심원들 사이에 오고가는 의사소통을 저자는 교재로 삼아 분석하면서 의사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실감나게 살펴보고 있다.

그것이 이 책의 가독성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열두 명의 배심원들의 모습을 각자 자기 모습으로 대입하고 읽으면, 더더욱 실감이 날 것이다.

의사소통의 중요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