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3 - 만화로 떠나는 벨에포크 시대 세계 근대사 여행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3
신일용 지음 / 밥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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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이 책은?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1, 2권에 이어 마지막인 3권이다.

 

라 벨르 에뽀끄라는 말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반세기 가량의 기간을 일컫는 이름이다. 그 아름다움은 제국 열강의 부자와 귀족에 한정되었지만, 그 시기는 근대의 노스탤지어와 현대를 맞는 희망이 뒤섞여 있던 때>를 의미한다.

 

저자는 그 시대 - ‘라 벨르 에뽀끄’- 에 있었던 일들을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멋스러운 붓터치로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이 책을 통해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되었다는 점 말하고 싶다. 세계사 구분에 있어 라 벨르 에뽀끄라는 시대 구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저자가 말하는 아름다운 시대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반세기 가량의 기간을 일컫는다. 구체적으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있는 시기.꼭 집어 말하면 프랑스와 프러시아 전쟁이 끝난 1871년부터 세계 1차 대전이 발발한 1914년 사이의 약 40여년간에 걸친 기간.>(1, 15)을 말한다.

 

이 책 3권에는 에뽀끄 시대가 끝나가는 시점, 1차 세계대전까지의 사건을 다음과 같이 다루고 있다.

 

챕터 12. 1900 무력 올림픽-의화단 사건

챕터 13. 언덕 위의 구름-청일전쟁과 러일전쟁

챕터 14. 아듀, 몽마르트르-피카소의 몽마르트르 시대

챕터 15. 그해 8-1차 세계대전의 발발

챕터 16. 마지막 짜르-러시아 혁명과 라 벨르 에뽀끄의 종말

 

그러니, 중국과 일본에서 일어난 사건과 조선을 둘러싼 청, 일본, 러시아의 각축전을 살펴본 다음에, 드디어 일차세계대전이 일어나는 장면까지 독자들은 볼 수 있다.

 

이런 것들 새롭게 알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많을 것들을 배웠고 알게 되었다.  

 

일순전광자노호(一瞬電光刺老狐)

 

<민황후를 베었다는 칼이 후쿠오카의 어느 신사에 보관되어 있다는데 공개하길 거부하고 있다. 그 칼에는 이렇게 일곱 글자가 새겨져 있다 한다.

일순전광자노호(一瞬電光刺老狐)

한순간에 번개처럼 늙은 여우를 베었다.> (130)

 

 

   

이 책에는 더 이상의 내용이 없는데, 다른 책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글을 발견했다.

 

<오늘날 한국인도 많이 찾는 후쿠오카의 중심가에는 구시다 신사'가 있다. 757년에 세워지고 후쿠오카에서 가장 큰 이 신사에는 일본 사무라이들이 명성황후(민비)를 살해할 당시에 쓰인 칼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신사 한켠에는 소원을 적어 걸어두는 공간이 있는데, 이곳을 찾은 수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가족의 행복, 사랑, 입시/ 사업 성공 등을 기원하며 정성 담긴 소원패를 걸어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요시다 쇼인, 시대를 반역하다, 김세진, 호밀밭, 209)

 

소원을 빌 데가 없어서, 그런 곳에 가서 소원을 비는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사회주의자 햄릿, 마르토프

 

<러시아 혁명과 소련의 성립과정에서 벌어지는 권력투쟁에서 쥴리우스 마르토프란 인물이 있는데, 그와 오랜 멘셰비키 동지였다가 볼셰비키로 전향한 트로츠키는 이렇게 그를 평했다.

그는 사회주의자 햄릿이다."

하지만 마르토프가 이끌던 멘셰비키는 무자비한 현실주의자 레닌의 볼세비키에게 권력을 내주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303)

 

레닌과 마르토프의 투쟁사를 살펴보니, 그를 햄릿이라는 말로 형용한다는 것, 이해가 간다.

 

골프 클럽 빅 버사에 얽힌 슬픈 이야기

 

한때 골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 지금은? 모르겠다. - 드라이버 빅 버사, 거기에 얽힌 슬픈 이야기가 있다. 그림으로 소개한다. (252)

 

 

다시, 이 책은?    

 

저자가 책 세권을 통하여 벨르에뽀크를 그려가면서, 하고 싶었던 말을 하나의 장면으로 요약하라면, 나는 다음 장면을 주저하지 않고 꼽을 것이다.

 

<이렇게 벨르에뽀끄의 낙관주의와 자신감은 1차 세계 대전과 러시아 혁명을 겪으며 사라져갔다.

모든 게 확실하고 분명해 보이던 세상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320)

 

그런 세상은 이제 사라졌고, 그 다음 1차 대전에 이어 2차 대전이 일어났으며, 세상은 더욱더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워졌다. 그러면 이제 우리 앞으로 다가오는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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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못하는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 당신이 몰랐던 글쓰기의 비밀
우종국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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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못하는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이 책은?

 

이 책 글쓰기를 못하는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당신이 몰랐던 글쓰기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비밀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이 책 안에 그간 몰랐던 '글쓰기의 비밀'이 담겨 있었다. 나는 왜 이런 걸 몰랐을까? 할 정도의 비밀이. 

저자는 우종국, < 2003년 기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 16년 넘게 직업적으로 글쓰기를 해왔고, 최근에는 후배들의 글쓰기를 지도하는 역할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이 책은 누구를 위한 책인가?

 

이 책은 돈을 벌기 위한 글쓰기직업적인 글쓰기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41)

 

돈을 벌기 위한 글쓰기’, ‘직업적인 글쓰기란 무엇일까?

저자의 이런 설명 들어보자.

 

<글쓰기와 요리는 비슷하다

요리에는 4가지가 있다.

첫째, 나 혼자 먹기 위한 것이다.

둘째, 가족을 먹이기 위한 것이다.

셋째, 가족이 아닌 남에게 먹이기 위한 것이다.

넷째, 팔기 위한 것이다.

 

자취하는 사람이 끼니를 때운다고 생각해보자. 나 혼자 먹을 음식이라면 맛이나 모양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맛있으면 좋겠지만, 맛있지 않아도 그만이다. 결혼해서 가족을 위한 요리를 만들 때라면 어떨까? 맛에 조금 더 신경 쓸 것이다. 그렇지만 모양을 낼 필요는 없다. 남에게 먹이기 위한 것이라면 맛에도 신경 써야 하지만, 모양도 신경 써야 한다. 돈을 받고 팔기 위한 요리는 최고의 맛과 최고의 모양을 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망하기 때문이다.>(35)

 

저자는 왜 요리 이야기를 꺼내는 것일까?

요리를 하는 것이 바로 글쓰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글쓰기 이야기를 하기 위해 요리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더 들어보자.

 

<글쓰기도 요리와 비슷하다.

나 혼자만을 위한 글쓰기, 지인들을 위한 글쓰기, 남에게 보여주는 비상업적인 글쓰기, 마지막으로 직업적인 글쓰기가 있다.

 

비상업적인 글쓰기는 어떻게 쓰든 진심이 전달되면 된다. 서툰 요리라도 진심을 담아 만들면 맛있게 먹을 것이다. 그러나 직업의 세계는 냉정하다. 자신의 요리가 옆 가게 요리보다 맛있어야 한다. 옆 가게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므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냉정해 보이지만 그것이 프로페셔널의 세계다.> (41쪽 이하)

 

이래서, ‘직업적인 글쓰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아무래도 드물 것이니, 이 말을 돈을 버는 직업이라는 의미보다는 책임있는 글쓰기’, ‘보다 치열한 글쓰기라는 로 이해하고, 이 책을 읽으면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글쓰기를 위한 가르침

 

해서 이 책에는 글쓰는 데 꼭 알아야 할 가르침이 가득하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아무렇게나 써서는 안 되는 것이다이런 가르침, 꼭 새겨놓자.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가르침을 얻었다. 그중의 몇 개 옮겨본다.

 

글쓰기의 대전제.

 

<글쓰기는 단순히 글에만 그치지 않는다. 글은 생각을 담는 도구이기 때문에 글을 잘 쓰려면 생각을 잘 다듬는 것이다.>(13)

 

그러므로 생각이 있어야 한다. 아무런 생각없이 글로 쓸 수 없는 것이다. 생각이 없이 글을 쓸 수도 없거니와, 없는 생각을 아무리 미사여구로 포장한다고 해도, 그것은 포장지일뿐이다. 속 빈, 텅빈 박스!

 

그래서 저자의 이런 비유, 탁월하다.

 

<와인을 마시기 위해서는 글라스가 필요하다. 와인은 무형의 액체이므로 글라스라는 매개체가 없으면 마실 수 없다. 또한 글라스는 수단일뿐이므로 와인이 없으면 존재의 의미가 없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생각은 와인, 글은 글라스다. 머릿속의 생각을 전달하려면 글 또는 말이라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생각이 없으면 활자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의미를 전달할 수 없다.> (29)

 

와인 = 생각, 글라스 = 글 또는 말이란 공식 새겨놓자.

 

복잡성 총량 동일의 법칙

 

또하나 글을 쓰면서 새겨볼 법칙이 있다.

 

<야후와 아마존의 전 UI 책임자인 래리 테슬러는 복잡성 총량 동일의 법칙이라는 것을 주장했다. 생산자에게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복잡성의 총량은 동일하기 때문에, 생산자가 복잡성을 많이 떠안으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복잡성은 최소화된다. 반대로 생산자가 복잡성을 떠안지 않으면 소비자가 모든 복잡성을 떠안아야 한다.> (101)

 

이게 무슨 말인가?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확실한 예가 있다. 지하철 노선을 텍스트로 알려준다고 해보자.

글로 하면, 노선도를 그리는 것보다 훨씬 쉽다. 그러나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글을 읽으면서 노선을 찾아가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해서 작성자는 일이 쉬운 반면에 지하철을 타고자 하는 사람에겐 무척 힘든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작성자가 복잡한 일을 해내지 않으면 사용자가 복잡한 일을 감당해야 한다. 그 반면 작성자가 애초에 텍스트 대신에 노선도를 그리는 복잡한 일을 감당하면 사용자는 무척 쉽게 지하철을 타고 내릴 수 있다. 이게 바로 '복잡성 총량 동일성의 법칙'이다.

 

<지하철 관리자가 게을러서 노선 정보가 충분한데 뭣 하러 고생해. 필요하면 자기들이 알아서 고민하겠지라고 해버리면 어떨까? 게으른 한 명 때문에 수백만명이 지하철을 탈 때마다 고생해야 한다.> (105)

 

이 법칙을 글쓰기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글쓰는 사람이 아무렇게나 써버리면, 글쓰는 사람은 복잡한 일을 감당하지 않아 쉽고 편하겠지만, 그 반면 글을 읽는 사람은 그 글을 이해하는데 힘을 들여야 할 것이니, 복잡함이 글쓰는 사람에게서 글 읽는 사람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글을 읽는데 힘이 들면, 누가 힘들여서 글을 읽으려고 할 것인가?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고, 그간 잘 못 이해하고 있던 것, 바로 잡을 수 있었다.

그 하나. ‘말하듯이 쓰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지금까지 말하듯이 쓰라는 말을 단지 구어체로 쓰라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자신이 겪은 구체적인 경험을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왜 말하듯이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일까?

첫째는 자신만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자신의 경험을 콘텐츠화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95)

 

그런 가르침들을 이 책을 통해서 받게 된다.

이 책에는 글쓰는 데 꼭 알아야 할 가르침이 가득하며, 그런 가르침을 새기다 보면, 글쓰기, 만만하게 보았던 자세를 바로 잡게 된다.

글을 쓰면서, 그간 허투루 알고 있던 개념부터 자세, 모두 다시 새롭게 해보자는 각오를 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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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드 미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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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드 미

 

이 책은?

 

이 책 파인드 미는 소설이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그 후의 이야기, 라는 소개가 따라오는데, 그 작품을 읽지 않은 나로서는 이 책의 이야기가 새로운 것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안드레 애치먼.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터키계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저자는 1965년 이집트의 불안정한 정세 속에서 가족과 함께 로마로 망명했고, 1968년 다시 뉴욕으로 이주해 정착했다. 지금은 작가로 활동하는 한편 뉴욕시립대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에는 모두 4개의 소설이 있다.

템포/ 카덴차/ 카프리치오/ 다 카포.

 

모두 음악용어들이라, 무언가 음악에 관련된 내용이 등장할 것으로 짐작이 되는데, 문제는 4개 소설의 관계다. 그것들이 단편인지, 아니면 장편의 한 개 장인지 불분명한 것이다.

특히나 두 번째 작품인 <카텐차>를 읽을 때에 더 그렇다.

 

특히 첫 번째 소설이 끝나고 두 번째 소설로 넘어갈 때, 이게 뭐지, 하는 의아함에 잠시 생각을 멈춘다.

 

화자가 누구지? 앞의 장과는 다른데? 하는 생각에 잠시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 의아함은 계속된다, 어디쯤인가에서는 화자인 가 남자인 것 같은 의아함이 또 겹쳐진다. 이게 남자라면? 남자 대 남자? 그럼 동성애를 말하는 것일까?

 

그 의아함을 설명하기 위해서 첫 번째 소설 <템포>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템포>의 등장인물은 모두 네 명이다.

새뮤얼, 미란다. 새뮤얼의 아들 엘리오, 미란다의 아버지.

 

줄거리는, 미란다는 자기 아버지 나이만큼의 남자 새뮤얼을 기차에서 만난다. 그 둘은 어느덧 같은 침대를 사용하는 사이가 된다. 며칠 후 새뮤얼의 아들 엘리오를 그 둘은 만난다.

그리고 이야기는 잠시......멈추고, 그 다음 소설인 <카텐차>로 넘어간다.

 

지금 작가는 정교한 직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작가는 정교한 직조를 하고 있는 중이다. 테피스트리(Tapestry) 한 장을 한땀 한 땀 바늘로 수놓으며 짜고 있는 중이다, 해서 첫 번째 소설과 두 번째 소설은 이어진다.

 

그러나, 독자들은 잠시 헷갈린다.

화자가 바뀐 것이다. 새로 등장한 화자가 누구지, 하는 의문을 품은 채, 화자가 만나게 되는 남자를 독자들은 또 만나게 되는데. 이 역시 나이가 많은 남자.

 

내가 그쪽보다 나이가 두 배 정도 많겠네.”(155)

 

그러면 전편의 이야기와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것인가? 젊은 여자와 나이 많은 남자의 구도가 그대로 반복된다는 말인가?

그렇게 의문에 의아함이 겹칠 즈음, 단서가 되는 말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래도 전에 특별한 사람이 있었겠죠?”

있었어요.”

왜 헤어졌어요?”

친구에서 연인이 됐고 그녀가 떠났어요. 그 후에도 친구로 지냈고요.”>(164)

 

나이 많은 남자와 와의 대화에서 뜻밖의 말이 나온다.

그녀가 떠났어요.” 그녀라니? 그럼 는 남자란 말인가?

 

아직은 모른다. 다음 대화가 이렇게 이어지는 것이다.

<“그녀 말고 그도 있었나요?”

.”

어떻게 끝났어요?”

그가 결혼했어요.”> (164)

 

, 정말 헷갈린다. 저자의 정교한 수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연인이 그녀(여자)이기도 하고 남자()이기도 하는 ’, 대체 남자인가 여자인가?

 

그것을 작가는 속 시원하게 밝히지 않은 채로, 그 둘을 여기저기 끌고 다니더니, 드디어 이런 독백을 하게 만든다.

 

<바로 그 때 그가 한쪽 팔을 나에게 두르고 잡아당겼다. 자기 어깨에 얼굴을 기대라는 듯이. 안심시키기 위한 건지. 나이 많은 남자에게 속마음을 열고 감동적인 몇 마디를 털어놓은 젊은 남자를 어르는 행동인지 알 수 없었다.> (171)

 

드디어, 작가는 회심의 한 땀을 박아 넣는다. 정교한 테피스트리의 무늬가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첫 번째 작품에서는 젊은 여자와 나이든 남자, 두 번째 작품에서는 젊은 남자와 나이든 남자.

완전히 상반된 작품 구조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런데 두 번째 작품의 젊은 남자가 누구인지? 놀라지 마시라, 바로 첫 번째 나이든 남자로 등장한 새뮤얼의 아들 엘리오다.

 

그렇게 두 번째 소설은 독자를 놀라게 하는 한편으로 추리소설 같은 악보를 보여준다.

바로 카텐차

두 번째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카텐차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피아노 협주곡에서 이미 파헤친 테마로 펼쳐 내는 1~2 분 길이의 짧은 솔로 연주’(216)를 말하는데, 음악을 활용한 추리소설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는 부분이다.

 

다시, 이 책은?

 

그런 식으로 작가는 네 편의 작품들이 이어지면서, 실로 정교한 솜씨로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작가는 정교한 직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테피스트리(Tapestry) 한 장을 한땀 한 땀 바늘로 수놓으며 짜면서 자신을 알아가고,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나를 찾아. 나를 찾아줘.”

나도 같은 말을 해요. “나를 찾아요. 나를 찾아줘요. 그럼 우린 들 다 행복해하죠.”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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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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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이 책은?

 

이 책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은 소설이다.

멕시코 출신 작가,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의 작품이다.

 

저자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는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멕시코인, 어머니는 미국인으로, 멕시코를 비롯한 남아메리카와 미국에서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 상실, 승리, 죽음 등의 주제를 글로 썼다. 현재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살고 있으며 일리노이 대학에서 문예 창작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 작품은 <형의 마지막 생일 파티에 영감을 받아서 쓰게 된 소설로 뉴욕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 Top 100, 뉴욕타임스 북 리뷰 선정도서, 뉴욕도서관 올해의 추천도서, NPR 올해의 책 등에 선정되었으며,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할리우드 TV 영상화를 앞두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소설에는 두 번의 장례식이 거행된다.

이와 관련한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나의 큰 형은 불치병 말기로 인생의 마지막 달을 보내고 있을 때 본인 어머니의 장례를 치러야 했다. 어머니의 장례식은 형의 생일 전날이었다.>

(514, <작가의 말>)

 

이 소설은 그래서 주인공 빅 엔젤의 어머니인 마마 아메리카의 장례식으로 시작한다.

빅 엔젤이 어머니의 장례식 날, 늦잠을 자고 일어나 허둥대는 모습이 펼쳐지는 것이 첫장면이다. 

  

그런데, 이 소설을 잘 읽으려면, 우선 등장인물을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

등장인물이 많기도 하거니와, 등장인물간의 관계도 복잡하고, 또한 등장인물들이 그들이 가진 사연들과 함께 나타나기에, 이야기가 다소 혼란스럽게 진행이 된다.

 

그래서 그런 인물들, 우선 정리해 본다.

 

데 라 크루스 집안.

돈 세군도 : 빅 엔젤의 할아버지.

돈 안토니오 : 빅 엔젤의 아버지.

마마 아메리카 : 빅 엔젤의 어머니, 죽어 장례식을 치르는 중이다.

미겔 엔젤 - 빅 앤젤 (빅 엔젤 데 라 크루스) : 가장, 70, 죽음을 앞두고 있다.

페를라 : 빅 엔젤의 아내.

(빅 엔젤과 결혼할 당시, 두 아들 - 인디오, 브라울리오- 을 데리고 있었다.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녀와 결혼한 다음, 그들을 미국으로 몰래 밀입국시켰다.)

미니 (미네르바, 라 미니 마우스) :

랄로 (랜스 헝그리 맨) : 아들

인디오 : 아들

브라울리오 : 아들 (죽은지 10년 됨)

 

마리루 (마리아 루이자) : 빅엔젤의 여동생.

세사르(홀리오 세사르) : 빅 엔젤의 동생, 즉 이 집안의 둘 째 아들, 67

파스 : 세사르의 (세번째) 아내.

리틀 엔젤 : 빅 엔젤의 이복 동생, 60

 

빅 엔젤의 아내 페롤라의 자매들

루피타 : 남편은 엉클 짐보

라 글로리오사 : 페롤라의 동생

 

스페인어에서는 사람을 별명으로 부를 때, 앞에 정관사를 붙인다. (42 , 역자주) 여자는 라(la), 남자는 엘(el)

 

그러면, 이런 대화가 이해된다.

 

그렇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간의 관계를 알아두어야 다음의 대화가 이해되는 것이다.

 

우선 빅 엔젤의 아들인 랄로와 빅 엔젤의 동생인 리틀 엔젤의 대화다.

즉 삼촌과 조카 사이에 오가는 대화다.

 

저는 삼촌의 엄마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렇죠

, 없어.”

그 분은 백인이었죠.”

어딜 봐도 백인이었지. 너는 잘 지내지?” (144)

 

삼촌의 엄마는 다시 말하면 할머니다. 그런데도 조카는 할머니를 본적이 없다한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바로 리틀 엔젤의 어머니가 랄로의 친 할머니가 아니라는 것, 리틀 엔젤은 아버지인 빅 엔젤의 이복 동생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족관계가 대화를 통해서 알려지고 있는데, 가족 관계를 잘 알아야 대화가 이해되는 것이다.

 

또 이런 대목 읽어보자. (186)

 

<그녀는 이렇게 물었었다.

근데 네 이름이 뭐야?”

앙헬.”

어떻게 네 이름이 앙헬이야? 앙헬은 벌써 여기 있다고!”

그녀는 자기 큰 오빠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하지만 리틀 엔젤은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빅 엔젤의 여동생 마리루가 (이복 동생인) 리틀 엔젤을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앙헬(angel)'은 영어로 하자면 '엔젤(Angel)이다.

배다른 동생이 집으로 온 날, 마리루는 그의 이름이 오빠인 엔젤과 같은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더 읽어보자.

<“그 이름을 벌써 썼다는 걸 파파가 까먹었나 보지.”

그 말에 모두는 크게 웃었다. 그건 사실이었으니까.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마리루는 씩 웃었다.> (186)

 

깨알같은 유모어가 번뜩이는 장면이다.

 

빅 엔젤은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빅 엔젤, 그에게 소원이 있다.

자기의 생일이  지난 다음에 죽는 것이 소원이다.

 

하루는 더 살아야 한다. 가족 파티까지는. (113)

빅 엔젤을 하나님과 협상중이었다. (116)

 

그렇게 생일을 기다리는 그 시간에 작가는 이 집안의 가족사를 풀어 놓는다. 멕시코에서 이민 온 가족, 그 가족들이 미국에서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이야기, 그게 이 소설의 주제다.

 

다시, 이 책은?

 

그런 사연들이 펼쳐지는 가운데 드디어 빅 엔젤의 생일 파티가 열린다.

그런데 그 파티장에 난입한 무장괴한이 있었으니, 과연 그 파티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럼, 빅 엔젤은 파티장에서 총에 맞아 죽게 되는 것일까?

 

저자는 숨 가쁘게 이야기를 끌어가며, 독자들을 삶이란 무엇인가?”, “죽음과 삶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소설 속의 가족들, 비단 가공의 이야기로 그치는 게 아니라 , 실제 우리 주변에, 우리 삶에서 일어날 수 있기에, 이 소설을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사건'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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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 - 이재운 역사소설
이재운 지음 / 시그널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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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

 

이 책은?

 

이 책 장영실은 조선시대 과학자로 많은 공적을 세운 실제 인물 장영실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소설이다. <조선 최고의 과학자, 역사 속으로 사라지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는 이재운, 소설가로 소설 토정비결이라는 역사소설을 발표한 후 많은 소설을 펴냈다.

 

이 책의 내용은?

 

<소설 장영실>은 최소한의 픽션만 넣고, 가능한 한 사실을 상상하며 정직하게 그렸다. 사료가 워낙 부족하여 자칫하면 본질을 놓치기 쉽기 때문에 <조선왕조실록>을 기초로 하여 사실 관계를 따라가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 책의 마지막 쪽에 저자가 덧붙여 놓은 글이다.

해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조선왕조실록>을 참조하면서 읽었다.

 

장영실의 신분에 대하여, 이 작품에서는 아버지가 고려의 충신 장성휘로 나온다. 그는 고려의 정 3, 전서(全書)로 정몽주의 측근이었다.(9) 조선 왕조 창건 과정에서 몰락하여 그 부인인 장영실의 어머니는 관기로, 그 아들인 장영실은 관노로 전락하게 된다.

 

그런데 조선왕조실록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는데, 아버지의 이름은 밝혀지지 않는다.

 

<안숭선에게 명하여 영의정 황희와 좌의정 맹사성에게 의논하기를,

"행 사직(行司直) 장영실(蔣英實)그 아비가 본래 원()나라의 소주(蘇州항주(杭州) 사람이고, 어미는 기생이었는데, 공교(工巧)한 솜씨가 보통 사람에 뛰어나므로 태종께서 보호하시었고, 나도 역시 이를 아낀다.>

<세종실록 61, 세종 15916일 을미 3번째기사 1433년 명 선덕(宣德) 8>의 기록이다.

 

이 작품에서는 관노로 있다가 그 솜씨를 인정받아, 세종에게 불려 올라가는 것으로 나오는데, <조선왕조실록>에서는 이미 태종때에 인정받아 활동했던 것으로 나온다.

 

그런 후 많은 공적을 이루자, 세종은 그를 면천하는 것은 물론 벼슬을 내리고자 하는데. 그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의론이 이루어진다. 조선의 상황을 알아두는 데 필요한 사료(史料)이니, 해당부분을 옮겨본다.

 

< (장영실을) 임인·계묘년 무렵에 상의원(尙衣院) 별좌(別坐)를 시키고자 하여 이조 판서 허조와 병조 판서 조말생에게 의논하였더니, 허조는, ‘기생의 소생을 상의원에 임용할 수 없다. ’고 하고, 말생은 이런 무리는 상의원에 더욱 적합하다. ’고 하여, 두 의논이 일치되지 아니하므로, 내가 굳이 하지 못하였다가

그 뒤에 다시 대신들에게 의논한즉, 유정현(柳廷顯) 등이 상의원에 임명할 수 있다. ’고 하기에, 내가 그대로 따라서 별좌에 임명하였었다  

영실의 사람됨이 비단 공교한 솜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성질이 똑똑하기가 보통에 뛰어나서, 매양 강무할 때에는 내 곁에 가까이 두고 내시를 대신하여 명령을 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어찌 이것을 공이라고 하겠는가. 이제 자격궁루(自擊宮漏)를 만들었는데 비록 나의 가르침을 받아서 하였지마는, 만약 이 사람이 아니더라면 암만해도 만들어 내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들으니 원나라 순제(順帝) 때에 저절로 치는 물시계가 있었다 하나, 그러나 만듦새의 정교함이 아마도 영실의 정밀함에는 미치지 못하였을 것이다. 만대에 이어 전할 기물을 능히 만들었으니 그 공이 작지 아니하므로 호군(護軍)의 관직을 더해 주고자 한다."

하니, 희 등이 아뢰기를, "김인(金忍)은 평양의 관노였사오나 날래고 용맹함이 보통 사람에 뛰어나므로 태종께서 호군을 특별히 제수하시었고, 그것만이 특례가 아니오라, 이 같은 무리들로 호군 이상의 관직을 받는 자가 매우 많사온데, 유독 영실에게만 어찌 불가할 것이 있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김인이라는 평양 관노가 벼슬을 받은 전례가 있어, 장영실도 벼슬을 받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이다.

 

그런 장면이 이 소설에서는 다음과 같이 재현된다.

<사람을 시켜 왕실 전적을 살펴보니, 장영실은 본디 고려 조정에서 전서 자리에 있던 장성휘의 아들이라, 비록 아비의 죄를 입어 관노가 되었지만 그 재주가 비상하니 오직 나라를 위해 헌신하라는 뜻으로 그대에게 정5품직을 내리겠다.> (112)

 

그의 마지막 행적

 

그간 궁금했었다. 그의 행적이 세종의 어가 사건을 끝으로 하여 사라졌다는데, 과연 어떤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되었는지? 먼저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아본다.

 

세종실록 96, 세종 24427일 정사 2번째기사 1442년 명 정통(正統) 7년 .

장영실에게 두 등급을, 임효돈과 김효남에게 한 등급을 감형하고 조순생은 처벌하지 않다.

의금부에서 아뢰기를,

"대호군(大護軍) 장영실(蔣英實)이 안여(安輿)를 감독하여 제조함에 삼가 견고하게 만들지 아니하여 부러지고 부서지게 하였으니, 형률에 의거하면 곤장 1백 대를 쳐야 될 것이며, 선공 직장(繕工直長) 임효돈(任孝敦)과 녹사(錄事) 최효남(崔孝男)도 안여(安輿)를 감독하여 제조하면서 장식한 쇠가 또한 견고하게 하지 아니했으며, 대호군(大護軍) 조순생(趙順生)은 안여가 견고하지 않은 곳을 보고 장영실에게 이르기를, ‘반드시 부러지거나 부서지지 않을 것이오. ’라고 하였으니, 모두 형률에 의거하면 곤장 80개를 쳐야 될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장영실에게는 두 등급을 감형(減刑)하고, 임효돈과 최효남에게는 한 등급을 감형하며, 조순생에게는 처벌하지 않도록 명하였다.

    

 

세종실록 96, 세종 2453일 임술 2번째기사 1442년 명 정통(正統) 7년.

박강·이순로·이하·장영실·임효돈·최효남을 불경죄로 다스리다.

임금이 박강(朴薑이순로(李順老이하(李夏장영실(蔣英實임효돈(任孝敦최효남(崔孝男)의 죄를 가지고 황희(黃喜)에게 의논하게 하니, 여러 사람이 말하기를, "이 사람들의 죄는 불경(不敬)에 관계되니, 마땅히 직첩(職牒)을 회수하고 곤장을 집행하여 그 나머지 사람들을 징계해야 될 것입니다." 고 하니, 그대로 따랐다.

 

이 소설에서도,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임금이 타고가는 안여(安輿)를 감독하여 제조함에 삼가 견고하게 만들지 아니하여 부러지고 부서지게 하였으니,장영실은 의금부에 투옥되고, 삭탈관직 된 후에 장 80대의 형벌을 받게 된다. (274, 277)    

 

그 뒤로, 장영실은 기록에서 사라진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가 <조선 최고의 과학자, 역사 속으로 사라지다>인 것이다.

 

그렇게 사라진 것이 아쉬웠던지, 저자는 이런 덧붙임을 통해 장영실에 대한 세종의 사랑을 전한다.

 

<한참이 지나 그의 후견인을 자처해온 이천이 슬며시 귓속말로 저간의 사정을 전해주었다.

장영실 대감, 주상 전하께서 자네에게 성심을 전하라더군.”

무슨 성심이 따로 있으리까, 대감.”

자네가 만든 연, 그거 명나라 황제의 연보다 더 화려하고 크고 감히 발가락 다섯 개짜리 용까지 그려 넣었다며?”

그렇습니다. 마땅히 주상 전하가 타실 어가인데 아무려면 신이 소홀히 만들었겠습니까. 각오한 일이었습니다.”

그게 문제였다네. 명나라 사신들이 마침 들어왔다가 함께 행차에 나서 따라갔는데, 그중에 누군가가 그걸 시비했다네. 명 황제에게 보고하겠다고 협박하는 걸 세자가 알아서 사태를 수습한 거라네. 일부러 연을 부수고, 자네들에게 벌을 내림으로써 명나라와의 갈등을 잠재운 것이니 그리 알게나.”

다 짐작하고 저지른 일입니다.”

내 잘못이기도 하네. 연을 보고 명나라 황제가 알면 문제를 크게 삼겠구나 싶었는데, 역시나 그랬던 거야. 물론 우리 주상 전하 성미로 버티고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훈민정음 반포라는 전무후무한 대사건을 눈앞에 두고 계셨지 않았는가. 그 대사업도 실은 세자가 중간에서 몰래 주관했는데, 어가 문제로 자칫 명나라와 조선의 관계가 심히 틀어지면 훈민정음을 놓고도 싸울까 봐 미리 손을 쓴 것이라네.”> (281-282)

 

그런 아쉬움, 비단 세종의 아쉬움만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도 마찬가지이다. 조선의 과학발전에 매진해온 과학자의 끝이 더 좋았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   

 

다시. 이 책은?

 

그런 아쉬움과는 별개로 다른 아쉬움이 있다.

바로 이 책이 소설이기에, 소설적인 전개가 너무 평이하다는 점이다.

 

소설이라면, 갈등구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보이지 않는다. 해서 소설의 재미? 부족하다.

 

물론 저자가 밝히기를, <소설 장영실>은 최소한의 픽션만 넣고, 가능한 한 사실을 상상하며 정직하게 그렸다. 사료가 워낙 부족하여 자칫하면 본질을 놓치기 쉽기 때문에 <조선왕조실록>을 기초로 하여 사실 관계를 따라가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하긴 했지만, 소설로서 이야기를 긴장감있게 끌어가는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이 책의 부제에서, <조선 최고의 과학자, 역사 속으로 사라지다>라고 했으니, 그 부분을 더욱 부각시키는 어떤 그 무엇을 기대했었는데, 그래서 어떤 색다른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아쉬웠다. 그게 단지 세종의 성심으로 마무리를 짓는 게,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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