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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드 미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편 ㅣ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평점 :
파인드 미
이 책은?
이 책 『파인드 미』는 소설이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그 후의 이야기, 라는 소개가 따라오는데, 그 작품을 읽지 않은 나로서는 이 책의 이야기가 새로운 것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안드레 애치먼.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터키계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저자는 1965년 이집트의 불안정한 정세 속에서 가족과 함께 로마로 망명했고, 1968년 다시 뉴욕으로 이주해 정착했다. 지금은 작가로 활동하는 한편 뉴욕시립대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에는 모두 4개의 소설이 있다.
템포/ 카덴차/ 카프리치오/ 다 카포.
모두 음악용어들이라, 무언가 음악에 관련된 내용이 등장할 것으로 짐작이 되는데, 문제는 4개 소설의 관계다. 그것들이 단편인지, 아니면 장편의 한 개 장인지 불분명한 것이다.
특히나 두 번째 작품인 <카텐차>를 읽을 때에 더 그렇다.
특히 첫 번째 소설이 끝나고 두 번째 소설로 넘어갈 때, 이게 뭐지, 하는 의아함에 잠시 생각을 멈춘다.
화자가 누구지? 앞의 장과는 다른데? 하는 생각에 잠시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 의아함은 계속된다, 어디쯤인가에서는 화자인 ‘나’가 남자인 것 같은 의아함이 또 겹쳐진다. 이게 남자라면? 남자 대 남자? 그럼 동성애를 말하는 것일까?
그 의아함을 설명하기 위해서 첫 번째 소설 <템포>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템포>의 등장인물은 모두 네 명이다.
새뮤얼, 미란다. 새뮤얼의 아들 엘리오, 미란다의 아버지.
줄거리는, 미란다는 자기 아버지 나이만큼의 남자 새뮤얼을 기차에서 만난다. 그 둘은 어느덧 같은 침대를 사용하는 사이가 된다. 며칠 후 새뮤얼의 아들 엘리오를 그 둘은 만난다.
그리고 이야기는 잠시......멈추고, 그 다음 소설인 <카텐차>로 넘어간다.
지금 작가는 정교한 직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작가는 정교한 직조를 하고 있는 중이다. 테피스트리(Tapestry) 한 장을 한땀 한 땀 바늘로 수놓으며 짜고 있는 중이다, 해서 첫 번째 소설과 두 번째 소설은 이어진다.
그러나, 독자들은 잠시 헷갈린다.
화자가 바뀐 것이다. 새로 등장한 화자가 누구지, 하는 의문을 품은 채, 화자가 만나게 되는 남자를 독자들은 또 만나게 되는데. 이 역시 나이가 많은 남자.
“내가 그쪽보다 나이가 두 배 정도 많겠네.”(155쪽)
그러면 전편의 이야기와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것인가? 젊은 여자와 나이 많은 남자의 구도가 그대로 반복된다는 말인가?
그렇게 의문에 의아함이 겹칠 즈음, 단서가 되는 말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래도 전에 특별한 사람이 있었겠죠?”
“있었어요.”
“왜 헤어졌어요?”
“친구에서 연인이 됐고 그녀가 떠났어요. 그 후에도 친구로 지냈고요.”>(164쪽)
나이 많은 남자와 ‘나’와의 대화에서 뜻밖의 말이 나온다.
“그녀가 떠났어요.” 그녀라니? 그럼 ‘나’는 남자란 말인가?
아직은 모른다. 다음 대화가 이렇게 이어지는 것이다.
<“그녀 말고 그도 있었나요?”
“네.”
“어떻게 끝났어요?”
“그가 결혼했어요.”> (164쪽)
와, 정말 헷갈린다. 저자의 정교한 수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연인이 그녀(여자)이기도 하고 남자(그)이기도 하는 ‘나’, 대체 남자인가 여자인가?
그것을 작가는 속 시원하게 밝히지 않은 채로, 그 둘을 여기저기 끌고 다니더니, 드디어 이런 독백을 하게 만든다.
<바로 그 때 그가 한쪽 팔을 나에게 두르고 잡아당겼다. 자기 어깨에 얼굴을 기대라는 듯이. 안심시키기 위한 건지. 나이 많은 남자에게 속마음을 열고 감동적인 몇 마디를 털어놓은 젊은 남자를 어르는 행동인지 알 수 없었다.> (171쪽)
드디어, 작가는 회심의 한 땀을 박아 넣는다. 정교한 테피스트리의 무늬가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첫 번째 작품에서는 젊은 여자와 나이든 남자, 두 번째 작품에서는 젊은 남자와 나이든 남자.
완전히 상반된 작품 구조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런데 두 번째 작품의 젊은 남자가 누구인지? 놀라지 마시라, 바로 첫 번째 나이든 남자로 등장한 새뮤얼의 아들 엘리오다.
그렇게 두 번째 소설은 독자를 놀라게 하는 한편으로 추리소설 같은 악보를 보여준다.
바로 ‘카텐차’
두 번째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카텐차’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피아노 협주곡에서 이미 파헤친 테마로 펼쳐 내는 1~2 분 길이의 짧은 솔로 연주’(216쪽)를 말하는데, 음악을 활용한 추리소설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는 부분이다.
다시, 이 책은?
그런 식으로 작가는 네 편의 작품들이 이어지면서, 실로 정교한 솜씨로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작가는 정교한 직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테피스트리(Tapestry) 한 장을 한땀 한 땀 바늘로 수놓으며 짜면서 자신을 알아가고,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나를 찾아. 나를 찾아줘.”
나도 같은 말을 해요. “나를 찾아요. 나를 찾아줘요. 그럼 우린 들 다 행복해하죠.” (1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