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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못하는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 당신이 몰랐던 글쓰기의 비밀
우종국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12월
평점 :
글쓰기를 못하는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이 책은?
이 책 『글쓰기를 못하는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는 <당신이 몰랐던 글쓰기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비밀’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이 책 안에 그간 몰랐던 '글쓰기의 비밀'이 담겨 있었다. 나는 왜 이런 걸 몰랐을까? 할 정도의 비밀이.
저자는 우종국, < 2003년 기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 16년 넘게 직업적으로 글쓰기를 해왔고, 최근에는 후배들의 글쓰기를 지도하는 역할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이 책은 누구를 위한 책인가?
이 책은 ‘돈을 벌기 위한 글쓰기’나 ‘직업적인 글쓰기’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41쪽)
‘돈을 벌기 위한 글쓰기’, ‘직업적인 글쓰기’란 무엇일까?
저자의 이런 설명 들어보자.
<글쓰기와 요리는 비슷하다
요리에는 4가지가 있다.
첫째, 나 혼자 먹기 위한 것이다.
둘째, 가족을 먹이기 위한 것이다.
셋째, 가족이 아닌 남에게 먹이기 위한 것이다.
넷째, 팔기 위한 것이다.
자취하는 사람이 끼니를 때운다고 생각해보자. 나 혼자 먹을 음식이라면 맛이나 모양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맛있으면 좋겠지만, 맛있지 않아도 그만이다. 결혼해서 가족을 위한 요리를 만들 때라면 어떨까? 맛에 조금 더 신경 쓸 것이다. 그렇지만 모양을 낼 필요는 없다. 남에게 먹이기 위한 것이라면 맛에도 신경 써야 하지만, 모양도 신경 써야 한다. 돈을 받고 팔기 위한 요리는 최고의 맛과 최고의 모양을 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망하기 때문이다.>(35쪽)
저자는 왜 요리 이야기를 꺼내는 것일까?
요리를 하는 것이 바로 글쓰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글쓰기 이야기를 하기 위해 요리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더 들어보자.
<글쓰기도 요리와 비슷하다.
나 혼자만을 위한 글쓰기, 지인들을 위한 글쓰기, 남에게 보여주는 비상업적인 글쓰기, 마지막으로 직업적인 글쓰기가 있다.
비상업적인 글쓰기는 어떻게 쓰든 진심이 전달되면 된다. 서툰 요리라도 진심을 담아 만들면 맛있게 먹을 것이다. 그러나 직업의 세계는 냉정하다. 자신의 요리가 옆 가게 요리보다 맛있어야 한다. 옆 가게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므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냉정해 보이지만 그것이 프로페셔널의 세계다.> (41쪽 이하)
이래서, ‘직업적인 글쓰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아무래도 드물 것이니, 이 말을 ‘돈을 버는 직업’이라는 의미보다는 ‘책임있는 글쓰기’, ‘보다 치열한 글쓰기’라는 로 이해하고, 이 책을 읽으면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글쓰기를 위한 가르침
해서 이 책에는 글쓰는 데 꼭 알아야 할 가르침이 가득하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아무렇게나 써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런 가르침, 꼭 새겨놓자.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가르침을 얻었다. 그중의 몇 개 옮겨본다.
글쓰기의 대전제.
<글쓰기는 단순히 글에만 그치지 않는다. 글은 생각을 담는 도구이기 때문에 글을 잘 쓰려면 생각을 잘 다듬는 것이다.>(13쪽)
그러므로 생각이 있어야 한다. 아무런 생각없이 글로 쓸 수 없는 것이다. 생각이 없이 글을 쓸 수도 없거니와, 없는 생각을 아무리 미사여구로 포장한다고 해도, 그것은 포장지일뿐이다. 속 빈, 텅빈 박스!
그래서 저자의 이런 비유, 탁월하다.
<와인을 마시기 위해서는 글라스가 필요하다. 와인은 무형의 액체이므로 글라스라는 매개체가 없으면 마실 수 없다. 또한 글라스는 수단일뿐이므로 와인이 없으면 존재의 의미가 없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생각은 와인, 글은 글라스다. 머릿속의 생각을 전달하려면 글 또는 말이라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생각이 없으면 활자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의미를 전달할 수 없다.> (29쪽)
‘와인 = 생각, 글라스 = 글 또는 말’이란 공식 새겨놓자.
‘복잡성 총량 동일의 법칙’
또하나 글을 쓰면서 새겨볼 법칙이 있다.
<야후와 아마존의 전 UI 책임자인 래리 테슬러는 ‘복잡성 총량 동일의 법칙’이라는 것을 주장했다. 생산자에게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복잡성의 총량은 동일하기 때문에, 생산자가 복잡성을 많이 떠안으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복잡성은 최소화된다. 반대로 생산자가 복잡성을 떠안지 않으면 소비자가 모든 복잡성을 떠안아야 한다.> (101쪽)
이게 무슨 말인가?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확실한 예가 있다. 지하철 노선을 텍스트로 알려준다고 해보자.
글로 하면, 노선도를 그리는 것보다 훨씬 쉽다. 그러나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글을 읽으면서 노선을 찾아가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해서 작성자는 일이 쉬운 반면에 지하철을 타고자 하는 사람에겐 무척 힘든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작성자가 복잡한 일을 해내지 않으면 사용자가 복잡한 일을 감당해야 한다. 그 반면 작성자가 애초에 텍스트 대신에 노선도를 그리는 복잡한 일을 감당하면 사용자는 무척 쉽게 지하철을 타고 내릴 수 있다. 이게 바로 '복잡성 총량 동일성의 법칙'이다.
<지하철 관리자가 게을러서 ‘노선 정보가 충분한데 뭣 하러 고생해. 필요하면 자기들이 알아서 고민하겠지’라고 해버리면 어떨까? 게으른 한 명 때문에 수백만명이 지하철을 탈 때마다 고생해야 한다.> (105쪽)
이 법칙을 글쓰기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글쓰는 사람이 아무렇게나 써버리면, 글쓰는 사람은 복잡한 일을 감당하지 않아 쉽고 편하겠지만, 그 반면 글을 읽는 사람은 그 글을 이해하는데 힘을 들여야 할 것이니, 복잡함이 글쓰는 사람에게서 글 읽는 사람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글을 읽는데 힘이 들면, 누가 힘들여서 글을 읽으려고 할 것인가?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고, 그간 잘 못 이해하고 있던 것, 바로 잡을 수 있었다.
그 하나. ‘말하듯이 쓰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지금까지 ‘말하듯이 쓰라’는 말을 단지 구어체로 쓰라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자신이 겪은 구체적인 경험을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왜 말하듯이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일까?
첫째는 자신만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자신의 경험을 콘텐츠화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95쪽)
그런 가르침들을 이 책을 통해서 받게 된다.
이 책에는 글쓰는 데 꼭 알아야 할 가르침이 가득하며, 그런 가르침을 새기다 보면, 글쓰기, 만만하게 보았던 자세를 바로 잡게 된다.
글을 쓰면서, 그간 허투루 알고 있던 개념부터 자세, 모두 다시 새롭게 해보자는 각오를 하게 해준다.